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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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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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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032년 4월 7일

DUMMY

2032. 4. 7.


AM 2시


해군 6전단 613 비행 대대





“이 새벽에 무슨 출동이야?”


“몰라요. 레이더에 이상 물체가 포착된다고... 보나 마나 태풍 몰려올 때마다 나타나는 노이즈 때문일텐데, 파도가 거세서 함정 못 띄우니 우리보고 가라는 거죠.”


포항 해군 6전단 613 비행 대대의 한국 해군 구형 초계기 P-3CK가 갑작스런 정찰 임무를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독도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돌며 동해 영해를 감시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시희 대위는 기수를 잡았다.


여군으로 해군에 입대해 7년 차에 P-3CK 초계기 전술 통제관 임무를 맡은 국 대위는 꼼꼼하게 P-3CK의 날개와 감시장비 모듈을 점검하고 탑승하였다.


P-3CK 초계기는 196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중고 기체를 1995년부터 도입해 몇 차례 개량을 거친 구형 해상초계기였다.


해상초계기 2차 사업으로 한국에서 장비 현대화와 성능 개량을 거쳐 개량했지만, 기체 수명주기는 이미 꽤 지난 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세계 기록 급이라고 국 대위는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다.


낡은 기체로 언제든 사고 위험이 있어 퇴역시켜야 했지만, 해군의 빠듯한 예산으로 수리하면서 다른 초계기의 부품으로 동류 교환하며 임시방편으로 정비하는 등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운용해야 할 형편이었다.


통상적인 동해 영해 순찰은 보통 해군 초계함이 나서지만, 태풍이 올 때는 날씨가 좋지 않기에 해군 함정이 출항할 수 없었다.


독도 먼바다에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고 밤이 되자, 거센 파도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해경과 해군 초계함이 항구를 나서지 못하기에 정찰 임무 나서기 위해 P-3CK 해상초계기가 함정 대신 출동해야 했다.


잠수함 수색과 어선들의 구조 확인 임무를 평소에 하던 전술 통제관 국시희 대위는 레이더의 조사를 보여주는 관측 모니터를 눈여겨보며 저고도로 동해를 스캔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륙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센 바람을 맞서며 폭우를 뚫고 동해로 향하는 P-3CK 초계기의 승무원들에게는 흔들림이 심해지며 놀이기구에 탄 사람들처럼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심해지는 폭우와 바람을 뚫고 동해를 향해 나아가는 P-3CK 기체는 거친 바다의 돛단배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포항을 떠나 동해영역을 정찰하고 1시간여 만에 독도 인근 해역에 접근했다.


매일 독도 주변을 배회하던 일본 순시선도 험한 날씨 때문에 며칠째 보이지 않았었다.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항로를 바꾸기 위해 P-3CK 초계기의 고도를 올리자 보이지 않던 물체들이 레이더 관측 모니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국시희 대위의 목소리에 옆좌석의 구동영 중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망부이 아닌가요? 지금 바다에 보일 것은 그물 위치를 표시한 해상부표밖에 없어요”


“한 개가 아닌데 수십 개가 같이 접근하고 있어.”


국시희 대위는 관측 모니터에 잡히는 물체들을 향해 미간을 찌뿌리며 응시했다.


옆좌석의 구동영 하사도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본 뒤, 국시희 대위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다 순간 말이 없었다.


P-3CK는 레이더(ISAR)와 적외선 장비 (IRDS) 등 비(非) 음향탐지 장비를 갖춰 주야간 언제든 수십㎞ 거리의 표적까지 포착한다.


보통 2시간가량 이뤄지는 동해 정찰에서 P-3CK 초계기 레이더에 십여 개의 물체가 한꺼번에 포착된 적은 없었다.


동해 먼바다의 독도 인근 해상에는 어선들 말고 레이더에 나타날 만한 물체가 없었다.


더욱이 이런 날씨에 10여 척의 어선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즉시 국시희 대위는 해군 6전단 613 비행 대대장에게 무선 보고를 시작했다.


"그럴 리가 있나? 태풍 오는 날씨에 독도로 접근하는 배가 있을 리가 없지. 태풍에 용오름 등 기상이변에 레이더 오류일 거야. 국 대위 날씨가 험하니 잠수함 수색 한번 해보고 귀환해."


비행 대대장의 큰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까지 들렸다.


"네, 알겠습니다."


"구중사 혹시 모르니 소노부이 (sonobuoy)를 내려서 점검해봐."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국시희 대위의 지시를 들은 구동영 중사는 한숨을 쉬었다.


잠수함 탐색 담당 음향 조작사 구동영 중사는 입이 쭉 내밀며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이런 날씨에 소노부이를 바다에 내리기 위해 고도 100m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그래도 어쩔수 없지. 혹시 모르니 소노부이로 점검하자구. 할 수 있겠지?"


"네 대위님. 명령이니 소노부이 넣어봐야죠."


"송하사 소노부이 투하 준비해."


"네."


구중사의 외침에 무장조작사인 송대준 하사가 분주히 투하 준비를 시작했다.


바다 속 잠수함을 찾기 위한 음파탐지 부표인 소노부이는 수중의 음파를 받아 무선 수신기로 초계기에 송신해주는 장비로 거친 바다의 파도를 뚫고 소노부이를 투하하기 위해 P-3CK 초계기는 낮은 고도로 폭풍을 뚫고 파도에 닿을 듯이 떨어트리고 기수를 다시 올렸다.



파도의 소음이 만들어내는 잡음 속에서 이런 날씨에 잠수함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임무였다.


구형 소노부이를 좀 더 탐지 능력이 높은 신형으로 교체해줄 것을 해군에서 독촉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국회에서 번번이 예산에 반영되지 못하여 P-3CK 초계기는 폭우 속에서 바닷속을 탐지하기 위한 구형 소노부의 무선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저공비행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소노부이를 탐지하기 위해 20분째 감청 헤드폰의 소리에 집중하던 구동영 중사가 갑자기 오른손을 올려 신호를 보냈다.


"신호가 잡힙니다."


"뭔가? 잠수함이야?"


다급한 국시희 대위의 질문에 구동영 중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해요."


"왜?"


"위치가 너무 가까워요. 바로 우리 아래 500여 미터 거리입니다."


"여기는 한국 영해인데 그럼 우리 잠수함이란 말인가?"


"확인해 보시죠?"


국시희 대위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본부 지금 독도 인근에 작전 중인 우리 잠수함이 있습니까?"


6전단 상황판에는 독도 인근에 아군 함정에 대한 아무 표시가 없었다.


"무슨 소린가? 지금 그곳에는 아군 함정이나 잠수함은 없어."


비행 대대장의 큰 목소리를 동시에 들은 국시희 대위와 구동영 중사는 순간 눈을 마주쳤다.



"퍼 펑!"


국 대위와 구 중사가 채 서로 말을 하기도 전에, 순간 굉음과 함께 바다 위에서 수면을 뚫고 크루즈미사일이 솟구쳤다.



P-3CK 초계기는 미처 회피 기동을 하기도 전에 수면을 뚫고 날아온 잠대공 크루즈미사일에 초계기의 왼쪽 날개 엔진이 격파당했다.


초계기는 빙글빙글 회전하며 추락하다 동해 바다에 떨어진 후 폭파되며 불길 속에 서서히 사라져갔다.


20대의 국시희 대위와 구동영 중사, 송대준 하사를 포함해 6명의 승무원은 피격 보고도 남기지 못한 채 검푸른 동해 바닷속으로 추락하며 전원 사망하였다.


불타는 P-3CK 초계기의 잔해 뒤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너머에 희미한 실루엣으로 검은색의 전함 수십 척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440년 전 부산포에 나타난 수백 척의 전함처럼 홀연히 태풍이 몰아치는 동해의 바다를 건너서 일본 해군 전함들이 지평선 너머에서 등장한 것이다.



2032년 4월 7일 AM 4 : 13


잠대공 미사일 공격으로 해군 초계기 P-3CK 격추되며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40년이 지난 4월에


임자왜란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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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DEFCON 데프콘 (2) 21.08.20 187 3 8쪽
101 101. DEFCON 데프콘 (1) 21.08.19 18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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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전쟁의 시작 (2) 21.08.16 196 3 8쪽
97 97. 전쟁의 시작 (1) 21.08.15 199 4 7쪽
96 96. 완벽한 기습 (2) 21.08.14 194 3 7쪽
95 95. 완벽한 기습 (1) 21.08.13 196 4 7쪽
» 94. 2032년 4월 7일 21.08.12 186 3 8쪽
93 93. NSC 국가안전보장회의 (2) 21.08.11 183 3 7쪽
92 92. NSC 국가안전보장회의 (1) 21.08.10 180 2 7쪽
91 91. 360시간 시나리오 (2) 21.08.09 179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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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마지막 공부 (1) 21.08.06 18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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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운명의 대통령 선거 (2) +2 21.08.04 176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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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냉엄한 국제 공작 (2) +2 21.08.01 173 5 8쪽
82 82. 냉엄한 국제 공작 (1) +2 21.07.31 184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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