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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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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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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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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긴귀쟁이 독립전쟁(1)

DUMMY

긴귀쟁이 독립전쟁(Elfish independent war)



작주 : 이 글은 베나레스의 총사 세계관으로 지어진 하나의 이야기일 뿐. 우리 세상의 어떤 역사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1.


하룬의 인간 이름은 해런이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인간식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숲에 주둔한 수많은 긴귀쟁이족 전사들이 전투를 준비하는 사이, 그는 오랜만에 인간식 이름으로 불리리라는 것을 직감하던 차였다.

하나타와족, 오파티아족, 그 외 수많은 부족군사들의 장군인 그는 아침 일찍 인간의 사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긴귀쟁이족 전사들은 각자 자신의 천막 앞에서 활과 갑옷, 머스킷총, 얼굴에 칠한 울긋불긋한 위장물감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인간 사절들이 그들의 군세를 만만히 보지 못하도록 현명한 하룬이 정비를 지시한 것이다.

햇살이 맑은 아침이었다. 공기는 상쾌했고 아침 햇살은 그들이 주둔한 활엽수의 숲으로 쏟아졌다. 이 숲은 어른 다섯 명이 팔을 둘러야 닿을 정도로 기둥이 큰 거목들이 많았다. 그만큼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좋은 요건이었다.

아침부터 자신의 머스킷총을 정비중인 긴귀쟁이족의 대장군 하룬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목구비가 또렷했고 코가 높은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는 머리 끝까지 올라올 정도로 뾰족하였고 긴 머리털은 은발이었다. 얼굴에 일직선으로 칠한 물감은 코발트빛의 푸른색이었는데 그의 푸른 눈동자와 매우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키는 다른 동족보다 작았고 체격도 호리호리했지만, 그만큼 순발력과 집중력이 뛰어났으며 머리가 좋고 현명하여 전사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하룬은 모닥불을 피우고, 바다 건너 배를 타고 온 인간족이 그들에게 전파한 총이라고 하는 물건의 총알을 만들기 시작했다. 납조각을 쇠그릇에 넣고 불을 피우면 납이 녹았다. 그 납을 주형틀에 붓고 식히면 동그란 총탄이 완성되었다.

그들은 머스킷총을 발사하기에 충분한 40통의 화약을 가지고 있었다. 총탄을 녹여만들 납도 상당했다. 주로 인간족 식민지 마을에서 기왓장으로 쓰는 납을 노획했다. 화약통은 인간족 전사들, 그것도 그들이 브리타나군이라 부르는 식민지 14연대의 화약고를 털어 노획한 것이었다.

오늘 그 브리타나군의 사절들이 올 터였다. 하룬른 자신의 오래된 브리타나제 라이플 총을 걸쳐놓고 총알을 녹였다. 모닥불의 뜨거운 열기로 말미암아 납조각은 순식간에 녹았다. 납물을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화염이 일기 시작할 즈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룬."

긴귀쟁이족 전사가 홀로 앉은 하룬에게 뛰어왔다. 긴귀쟁이족 장군은 말없이 납물을 틀에 조심스레 부었다. 그가 납물 줄기가 주형틀의 구멍으로 정확히 들어가도록 신중을 기하며 대꾸했다.

"납의 정령들을 응집할 때는 말을 거는 게 아냐. 그러면 부정을 타게 되지."

"미안, 하지만 급한 일이라."

건장한 긴귀쟁이족 전사가 말했다. 그는 번쩍이는 흉갑과 투구를 쓰고 얼굴에는 붉은 칠을 했으며 활을 들고 있었다.

그가 헐떡이며 말했다.

"인간들이 도착했어."

"붉은 군복을 입고 있던가?"

"맞아. 붉은 군복에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어."

"갈색 말을 타고 총과 검을 차고 있던가?"

"맞아. 갈색 말을 타고 총과 검으로 무장하고 있었어."

"그들이 왔군, 다쏠로니."

하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쏠로니의 어깨를 툭 쳤다.

"클래맨스 장군의 부하들이야."

초록색의 낡은 제복을 입은 그 장군이 총을 메고 허리에 탄띠와 탄약통을 찼다. 그는 다른 전사들과 달리 갑옷을 입지도, 투구를 쓰지도 않았다. 그저 삼각형의 검은 모자에 독수리의 깃털을 달아 쓰기만 했다.

다쏠로니가 장군을 인도했다. 말을 탄 인간 사절들이 저 멀리서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브리타나군의 붉은 군복에 검은 모자를 차고 있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장교들이었다. 한명은 기수인 모양인지 브리타나 연합왕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들고 있었다.

긴귀쟁이족 전사들이 인간들을 둘러쌌다. 하룬이 자신의 머스킷총을 어깨에 걸친 채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인간족의 장교 하나가 말에서 내려서는 검은 삼각형 군모를 벗어 하룬에게 인사했다. 그 장교의 얼굴에는 온갖 흉터가 가득했고, 지저분한 수염이 구레나룻과 연결되어 턱에 나 있었다.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고, 검은 색 곱슬머리였다. 갈색 눈동자가 무척 날카롭고 노련해보였는데, 브리타나 식민지군의 저격병들만 보일 수 있는 그런 날카로운 눈매였다.

그 장교가 인간들의 말로 말했다. 마치 하룬이 그 말을 알아들을 거라는 듯이.

"해런, 오랜만이군."

"맥클러린 대위."

하룬이 똑같이 모자를 벗어 인사하며 인간의 언어로 말했다. 그 인간 장교가 대꾸했다."

"이제는 대위가 아냐. 진급했지. 소령으로."

"그들이 자네를 이곳으로 보냈나?"

하룬이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소령이 말했다.

"나는 이제 저격대 소속이 아니야. 그저 레드코트들의 참모장교일 뿐이지. 참모장교일이 얼마나 지루한지 자네는 모를 걸세. 그래서 자청했지. 협상단의 일원으로."

"대체 무엇을 협상하러 왔단 말인가?"

하룬이 실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인간족 소령이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해런, 자네는 브리타나 정부를 자극했어. 바다 건너 브리타나 섬에 있는 국왕은 아스타라나시아의 식민지를 상실하길 원하지 않아. 그들은 자네가 히스파니아의 사주로 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보고 있어."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긴귀쟁이족 장군이 낯을 진지하게 바꾸며 물었다. 맥클러런 소령이 말했다.

"웃기는 일이지. 자네와 내가 왕년에 얼마나 많은 히스파니아인을 쏘아 죽였던가. 상부는 이미 히스파니아군이 '엘프'들의 반란을 사주했으며 자네의 군대를 지원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하룬은 '엘프'라는 단어에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엘프들. 인간은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단지 자기네들 대륙에 멸종한 그런 종족과 긴귀쟁이족이 닮았다고 해서. 그것이 일종의 편견이 되었다고 하룬은 생각했다. 심지어 그 편견은 하룬의 옛 전우였던 맥클러런도 극복하지 못했다.

맥클러런 소령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지금 5개 연대가 넘는 병력과 대처하고 있어. 브리타나군은 척탄병에 기병들과 포병대로 무장했어. 근처 해안에는 막강한 전열함까지 있다네. 클러맨스 장군은 국왕의 명으로 자네와 자네의 동포들을 학살할 태세야."

"그런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룬이 태연히 물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인 듯, 몹시 피곤하지만 진지한 얼굴로 소령이 한마디 했다.

"항복하게. 자네와 자네의 종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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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소설의 연재는 좀 더 걸리겠습니다. 대신 이거나 한번 간단히 연재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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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베나레스의 총사 후기 +52 09.03.19 4,323 10 6쪽
175 베나레스의 총사(172, 마지막화) +93 09.02.23 5,041 16 15쪽
174 베나레스의 총사(171) +25 09.02.15 2,948 10 8쪽
173 베나레스의 총사(170) +21 09.02.10 2,851 11 9쪽
172 베나레스의 총사(169) +24 09.02.07 2,605 12 7쪽
171 베나레스의 총사(168) +27 09.02.03 2,635 9 7쪽
170 베나레스의 총사(167) +30 09.01.29 2,669 12 12쪽
169 베나레스의 총사(166) +26 09.01.26 2,726 12 10쪽
168 베나레스의 총사(165) +33 09.01.22 2,811 12 10쪽
167 베나레스의 총사(164) +28 09.01.22 2,738 9 7쪽
166 베나레스의 총사(163) +27 09.01.18 2,693 11 10쪽
165 베나레스의 총사(162) +22 09.01.16 2,559 12 8쪽
164 베나레스의 총사(161) +21 09.01.14 2,595 10 9쪽
163 베나레스의 총사(160) +20 09.01.13 2,634 13 9쪽
162 베나레스의 총사(159) +34 09.01.12 2,716 10 7쪽
161 베나레스의 총사(158) +31 09.01.09 2,846 12 10쪽
160 베나레스의 총사(157) +14 09.01.09 2,676 13 8쪽
159 베나레스의 총사(156) +22 09.01.07 2,696 13 8쪽
158 베나레스의 총사(155) +21 09.01.06 2,748 9 8쪽
157 베나레스의 총사(154) +19 09.01.04 2,567 12 7쪽
156 베나레스의 총사(153) +28 08.12.31 2,659 13 12쪽
155 베나레스의 총사(152) +25 08.12.25 2,729 12 9쪽
154 베나레스의 총사(151) +21 08.12.22 2,469 11 10쪽
153 베나레스의 총사(150) +26 08.12.21 2,578 12 8쪽
152 베나레스의 총사(149) +23 08.12.18 2,721 12 9쪽
151 베나레스의 총사(148) +17 08.12.15 2,572 10 9쪽
150 베나레스의 총사(147) +24 08.12.12 2,697 9 9쪽
149 [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 +14 08.12.12 3,482 5 15쪽
148 베나레스의 총사(146) +19 08.12.12 2,784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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