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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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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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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223

작성
09.01.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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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베나레스의 총사(157)

DUMMY

벨린 데 란테가 여제에게 절을 했다. 비록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가 말했다.

“감축 드리옵니다. 폐하. 하오나….”

“짐은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벨린 데 란테.”

이사벨 여제가 말하면서 앞장섰다.

“이제는 네 원수를 잡아야지. 그 마녀가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짐과 너에게 어마어마한 저주를 걸기 전에 목숨을 끊어버려야 한다.”

벨린은 아무 말 없이 여제의 뒤를 따랐다. 총사 호위대가 그녀를 보호하는 가운데 현관을 점령한 총사들이 황제의 관을 쓴 여제에게 경례했다. 그들은 승리감에 번뜩이는 얼굴로 여제의 관을 우러러보았지만 아직 승리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총성은 멎어 있었다.

여제와 그녀의 조력자들이 궁전 안으로 들어왔다. 엉망진창이었다. 적들이 바리케이드로 삼은 가구들과, 부서진 문들, 깨진 창문들, 바닥은 피와 깨진 유리조각들로 부스럭거렸고 중앙 홀 천장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끊어져 바닥에 처참히 널브러져 있었다. 이사벨이 가슴 아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천한 것들. 이곳은 짐이 살던 곳이었는데.”

양쪽으로 펼쳐진 복도에 배반한 총사들이 두 손을 들고 항복해 있었다. 그들이 짐작했던 대로 스피놀라 중령 소속의 근위총사들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위에는 아직 총검을 든 배반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대치하고 있었다. 반란에 실패하면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는 자들이었다. 이사벨 여제가 그들에게 눈을 돌렸다. 적들을 포위하던 총사들은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배반자들의 무리들을 더욱 압박했고 벽으로 몰려난 배반자들의 얼굴에는 어느덧 희망이 사라졌다. 여제가 이미 황제의 관을 입수했다는 것을, 그녀의 머리에 반짝이는 은빛 관에서 드러난 거였다.

이사벨이 두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말했다.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럼에도 배반자들은 주저했다. 이사벨이 인내심의 고뇌를 얼굴에 드러내며 다시 말했다.

“짐은 분명 살려주겠다고 했다. 너희들의 처자식도 헤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맨 앞에 서 있던 반란자가 자신의 총을 내려놓으며 두 손을 들었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계단에 서 있던 반란자들이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은빛 관을 쓴 여제가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양옆으로 물러났다.

여제가 그들을 지나쳐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내 관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면, 기꺼이 이 관이 따르는 대로 행동해주지. 이의는 없겠지, 벨린?”

“이의라니요. 폐하.”

벨린이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들에게는 그만한 자비도 없지요.”

그들은 여제의 집무실과 처소로 향하는 문 앞에 섰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들이 문으로 접근하자 한차례 소란이 벌어졌다. 누군가 우당탕 하고 넘어지나 싶더니, 문 앞에서 어떤 사나이가 쓰러졌다. 여제를 보호하기 위해 벨린이 앞으로 나서 전방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기병도를 든 기병대원이 바닥에 쓰러진 자를 검으로 겨누고 무릎을 꿇렸다. 기병은 까트린 데 세비아노였다. 그녀가 적을 제압하자 벨린의 전우 두 전우들이 뛰어나와 그녀를 도왔다.

그들은 아직 벨린과 이사벨을 보지 못했다.

“일어나, 이 개자식아!”

까트린이 외쳤다. 그녀가 일으켜 세운 포로가 비명을 질렀다. 복도에서 몰래 보고 있던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이 모든 일의 원흉. 주스티안 데 모리체였다.

벨린이 무언가 깨달은 듯 외치며 다가갔다.

“알레한드로, 조안!”

벨린의 전우들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낯이 일순간 밝아졌다.

“맙소사, 벨린 데 란테!”

벨린이 두 사람을 얼싸안았다. 헌병군의 권한으로 체포 운운 하던 까트린 데 세비아노도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문득 두 남녀의 눈이 마주쳤다. 여 기병대원의 얼굴은 기쁨으로 붉게 달아올랐고 갈색머리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그때 벨린 데 란테가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눈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곧 까트린은 뒤를 슬쩍 바라보았고 은빛 관을 쓴 여제를 발견했다.

까트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주스티안을 짓밟은 채로 벨린 데 란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절했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이사벨이 다가오면서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스티안을 잡았구나. 스피놀라는?”

까트린이 보고했다.

“그 자는 다른 총사들을 이끌고 도망쳤나이다. 주스티안은 버려두고 비겁하게 도망쳐버렸지요.”

“디에네는 어디에 있지?”

여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디에네 황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몸을 떨고 있었다. 이사벨이 디에네의 이마를 짚었다. 다빈치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의식을 잃은 디에네를 진찰했다.

“열병 때문에 실신하셨습니다. 서둘러 치료해야 합니다.”

이사벨이 총사들에게 일러 디에네를 부축하여 침소에 뉘이라고 명령했다. 다빈치는 더 이상 자기가 마법을 부릴 상황은 없을 듯싶으니 황녀를 치료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여제는 그 일을 윤허했다. 다빈치가 부축하는 가운데 디에네 황녀가 한 총사의 등에 업혀 사라졌다.

다빈치가 밖으로 나서려던 차였다. 까트린에게 속박당해 있던 주스티안이 피가 흐르는 손목을 움켜잡고 외쳤다.

“제발, 자비를! 당신은 의사가 아닙니까?”

다빈치가 잠시 멈춰섰다. 그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반역자의 최후를 흥미롭게 음미하나 싶더니만 대꾸했다.

“자네 얼굴, 그림으로 한폭 그리면 볼만하겠군. 폐하께서 자네의 목숨을 보장한다면, 그때 손봐주도록 하지.”

박사가 낄낄거리며 사라졌다. 한편 이제는 숙적을 처리해야할 차례라는 것을 이사벨 여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절망에 사로잡힌 동방회사 총수의 앞에 저승사자처럼 섰다. 그러자 주스티안이 안간힘을 쓰며 여제의 다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제발, 자비를…. 자비를….”

까트린이 주스티안을 강제로 때어놓으려 했지만 여제가 손을 들어 막아 세웠다.

그녀가 잔혹하다 싶을 정도로 음침하게 물었다.

“네가 지금 살고 싶다고 했느냐?”

주스티안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제가 황실 인장 반지를 낀 손을 들었다. 마치 자비를 베풀듯이. 허나 그녀는 주스티안이 그녀의 반지에 키스하려고 얼굴을 내밀자 주스티안의 뺨을 힘껏 때려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역겨운 놈.”

이사벨이 혐오스런 얼굴로 한마디 하더니 주스티안을 마구 짓밟았다. 여제가 주스티안을 상대하는 동안 문득 벨린이 전우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지트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스피놀라의 짓인가?”

“맞아. 벨린.”

알레한드로가 실토했다.

“그 자가 안전을 빌미로 우리 모두를 황궁으로 데려 왔었다네. 우리는 거기에 사악한 속셈이 있으리라고는….”

“아... 아...”

그때, 알레한드로의 부축을 받은 조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리엘… 그녀가 위험해. 빌랜드인이 그녀를 끌고 갔어. 왜… 아무도 그 소리를 먼저 하지 않는 거야?”

순간 벨린 데 란테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지금 아리엘이 납치 됐다고 했나?”

그 말을 들은 까트린이 질겁했다.

“맞아! 잊고 있었네! 네 여종을 그 사악한 빌랜드년이 데려가 버렸어!”

“뭐라고?”

벨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까트린이 재빨리 말했다.

“그자들이 그 여자를 안젤라라고 불렀어. 다른 빌랜드 놈들이 여기를 떠날 때 아리엘을 끌고 갔었다고!”

벨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빌어먹을!”

그때 한 총사가 뛰어와서는 빌랜드군을 총사대 본부에서 발견했다고 외쳤다. 아마도 마법사의 죽음을 눈치 채고 도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도 함께.

벨린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태세가 아니었다. 거칠게 몸을 돌려서는 머스킷총을 쥐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주스티안을 다시 일으켜 세워 뺨을 치려던 여제가 깜짝 놀랐다.

“벨린! 기다려! 어디로 가는 게냐!”

그러나 벨린은 이미 대답도 않고 사라져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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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베나레스의 총사(158) +31 09.01.09 2,845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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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베나레스의 총사(156) +22 09.01.07 2,696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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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베나레스의 총사(152) +25 08.12.25 2,729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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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베나레스의 총사(148) +17 08.12.15 2,572 10 9쪽
150 베나레스의 총사(147) +24 08.12.12 2,697 9 9쪽
149 [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 +14 08.12.12 3,481 5 15쪽
148 베나레스의 총사(146) +19 08.12.12 2,784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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