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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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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223

작성
09.01.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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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베나레스의 총사(156)

DUMMY

“지금일세, 벨린! 놈을 죽여!”

불꽃이 번쩍했다. 머스킷총의 반동에 벨린의 상체가 뒤로 기울어졌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주스티안의 비명이었다. 황제의 관을 들고 있던 그의 오른쪽 손이 말 그대로 날아갔다. 0.75인치 구경의 머스킷 총탄이 손뼈를 박살내고 살점을 벽에다 튀겨놓았던 것이다.

주안 스피놀라가 깜짝 놀라 엎드렸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그는 자신의 목숨에만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디에네 황녀는 광인처럼 울부짖으면서 방안으로 도망쳤고 그 광경을 날카롭게 지켜보던 이사벨 여제가 마침내 발을 딛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머스퀴토르스, 어테카!”

총사대가 명령에 따랐다. 총사들이 미로정원의 수풀을 헤치고 일제히 일어났다. 사브레를 뽑아든 장교들과 병사들이 돌진하면서 함성과 총성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사벨 여제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발코니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왼쪽 손이 날아간 주스티안은 고통어린 신음을 지르며 자기가 떨어뜨린 황제의 관이 어디 있는지 찾는 모양이었다. 이사벨도 그 관을 찾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관만 입수한다면 녀석들의 음모는 사실상 끝장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벨린 데 란테는 다른 문제로 흥분해 있었다. 그가 자존심이 잔뜩 상한 듯 탄약포를 물어뜯으며 이죽거렸다.

“운 좋은 자식.”

그는 주스티안 데 모리체를 살려둘 생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안젤라가 그에게 선사한 부상이 몸에 경련을 일으켜 아까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직 기회는 한 번 더 있었다. 황녀는 스피놀라의 손아귀에서 도주했고, 두 악당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아직 발코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좀 더 과감히 노리는 수밖에.

신속히 장전을 끝낸 벨린 데 란테가 다시금 발코니로 표적을 노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안 스피놀라가 먼저 벨린의 총열을 보았다. 그는 벌떡 일어나 부상에 울부짖는 주스티안을 끌고 궁전 안으로 도망치려 했고, 그것을 알아차린 벨린이 방아쇠를 당겼다.

배신한 총사대 중령의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허나 그는 방안으로 도망쳐버려서 부상을 당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곧이어 공격을 알아차린 근위총사들이 창가에 숨어 반격을 가했다.

콩볶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아군과 적군이 총격을 주고받았다. 이사벨 여제를 지키던 총사대원들 여럿이 배신자들의 총격이 부상을 입고 쓰려졌다. 여제의 호위대는 곧바로 머스킷총을 쏘며 반격했고,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배신자들은 즉각 건물 안에 몸을 숨기고 창문을 통해 응사히가 시작했다.

그때 이사벨이 발코니 밑의 바닥을 가리키며 외쳤다.

“크라우네 데 엠페라도!”

무언가가 발코니 아래 땅바닥에서 반짝거렸다. 주스티안이 떨어뜨린 황제의 관이었다. 흥분한 이사벨이 총탄을 무릅쓰고 뛰려했다. 저것만, 저 관만 입수하여 머리에 쓸 수만 있다면 저들의 반란은 명분을 잃는 거였다.

앞으로 뛰려는 여제를 벨린이 가로막았다. 말문이 막힌 이사벨에게 벨린이 말했다.

“얌전히 계시지요. 폐하.”

말을 마친 갈색머리 총사가 뛰기 시작했다. 창가에서 총을 쏘던 반란자들이 그를 발견하고 집중 사격을 가했다. 벨린이 지나간 동선마다 총탄 불꽃이 번쩍였다. 그러나 갈색머리 총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를 저지할 총탄은 없었다. 신념은 총탄이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원수에 대한 복수, 여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혼합된 신념을 가진 이라면 저지하기가 더 더욱 어려운 법이었다.

그러나 벨린 데 란테가 바닥에 떨어진 황제의 관과 불과 10미터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을 무렵, 이 모든 사태에 극도로 광분한 마법사가 있었다. 비어든 박사였다.

“죽여버리겠다!”

분노한 마법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비어든 박사는 마침내 자코모 다빈치가 자신을 철저히 농간했음을 깨달은 거였다. 다빈치는 결코 모든 전력을 그와의 싸움에서 쏟아 붓지 않았다. 그는 마력의 일부를 비어든 박사로부터 총사대를 숨기는데 써왔고 비어든 박사는 그 기교를 지금에서야 알아차린 거였다.

다빈치가 웃음을 되찾았다. 그 웃음은 빌랜드 마법사의 완벽한 패배, 그 자체였다.

하지만 비어든 박사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광분한 그가 기습적으로 다빈치의 지팡이를 밀쳤다. 다빈치가 주춤하는 사이 비어든 박사는 황제의 관으로 뛰어가던 벨린에게 돌진했다. 싸우던 적에게 등을 돌린 채, 이성적인 마법사로서 보일 수 없는 미치광이 같은 돌격이었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다빈치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다빈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 전보다 갑절은 증폭된 푸른 아우라가 비어든 박사의 머리채를 잡았다. 빌랜드 마법사는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다빈치의 주문이 그의 목을 휘감아 잡은 거였다.

벨린이 황제의 관을 주웠다. 비어든 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일 뿐이었다.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고, 돌이킬 수 없었다. 그저 저 저주받을 늙은이가 그를 가지고 놀았다는 것에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란툰 반도의 마법사가 그의 등 뒤에서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얼간이.”

다빈치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발버둥 치던 빌랜드 마법사는 목이 꺾여 숨졌다.

비어든 박사의 죽음은 창가에서 총을 쏘던 배신자들의 사기를 뚝 떨어뜨렸다. 적을 제거한 자코모 다빈치가 배신한 총사들에게 자신의 마력을 돌린 탓이었다. 다빈치가 궁전을 향해 지팡이를 긋자 충격파와 함께 창가에 있던 적들이 바람에 맞은 것처럼 나가 떨어졌다.

배신자들의 총격이 거기서 뚝 멎었다.

이사벨이 미로정원을 벗어나 다빈치에게 다가갔다. 벨린 데 란테도 절뚝거리며 걸어왔다. 그는 크라우네 데 엠페라도를 들고 있었다.

마력을 거둔 다빈치가 여제를 바라보며 반가운 미소를 보였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폐하. 데 란테 대위가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위험했을 겁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이사벨이 벨린을 돌아보며 엄숙히 말했다.

“벨린, 짐의 관을 다오.”

벨린 데 란테가 이사벨에게 관을 건넸다. 이사벨은 흙이 묻은 황제의 관을 손으로 털어냈다. 그런 다음 마법사에게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들이 이 관에 사악한 저주를 걸어놓지는 않았겠지?”

마법사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저들이 교란한 것은 관이 아닌, 계약입니다. 폐하.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그것을 역이용할 수 있나이다. 모든 신민들이 이 사태가 위급하다는 것을 아는 이상, 이 계약은 저 더러운 것들이 노렸던 대로 조건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사벨은 결연한 얼굴로 관을 내려 보았다. 그리고는 벨린 데 란테와 다빈치 박사에게 눈빛을 보냈다. 벨린은 여제의 뜻을 알아차렸고, 그녀의 머리에서 총사대의 삼각모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사벨은 황제의 관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에 천천히 썼다.

아무런 보석 장식도 없이, 오직 은의 순결한 재질과 성스러운 문양으로 장식된 그 작은 황제의 관이 여제의 머리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이사벨 여제가 조용히 말했다.

“짐을 너무 오만하게 바라보지는 말거라. 법도대로라면 톨레도의 대성당에서 추기경의 축복을 받으며 대관식을 치러야 하겠지만 짐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권좌가 짐의 투쟁으로 쟁취되었다는 것을 영원히 마음속에 남기고 싶었다."

여제가 벨린 데 란테를 응시했다.

"또한 그대의 도움도 함께, 벨린 데 란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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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장면이군요. 그러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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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베나레스의 총사(167) +30 09.01.29 2,669 12 12쪽
169 베나레스의 총사(166) +26 09.01.26 2,72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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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베나레스의 총사(158) +31 09.01.09 2,845 12 10쪽
160 베나레스의 총사(157) +14 09.01.09 2,672 13 8쪽
» 베나레스의 총사(156) +22 09.01.07 2,696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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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베나레스의 총사(153) +28 08.12.31 2,65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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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베나레스의 총사(151) +21 08.12.22 2,468 11 10쪽
153 베나레스의 총사(150) +26 08.12.21 2,577 12 8쪽
152 베나레스의 총사(149) +23 08.12.18 2,720 12 9쪽
151 베나레스의 총사(148) +17 08.12.15 2,572 10 9쪽
150 베나레스의 총사(147) +24 08.12.12 2,696 9 9쪽
149 [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 +14 08.12.12 3,481 5 15쪽
148 베나레스의 총사(146) +19 08.12.12 2,784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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