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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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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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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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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0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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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베나레스의 총사(154)

DUMMY

“벨린...”

여제가 울먹이듯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괴어 흘러내렸다. 벨린 데 란테가 재빨리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사벨 여제를 힘껏 품에 안고 수풀 속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이사벨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깜빡거리며 벨린 데 란테를 올려보았다.

벨린은 그녀를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여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작게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폐하. 적들이 폐하를 발견할까 걱정되었을 뿐입니다.”

“살아 있었구나.”

이사벨이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벨린은 자못 심각한 눈빛으로 수풀을 들쳐 앞을 바라보더니 입에다 손가락을 댔다. 여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가 막히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안도감 때문이었다. 그녀의 첫사랑은 이렇게 살아 돌아왔고, 다시금 이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극적으로 돌아온 거였다. 정말이지 여제는 이 사내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벨린이 다시금 조심스레 그녀의 가슴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긴장이 풀린 여제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마치 빼앗긴 제국을 도로 되찾는 느낌이었다. 지금 그녀의 사냥꾼은 늑대가 서로의 털에 얼굴을 비비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그녀의 따스함과 스킨십을 즐기는 게 분명했다. 뭐랄까. 일종의 여흥이라 할 만했다.

벨린이 작게 말했다.

“그 정도로 제가 죽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다만 원수를 죽이지 못한 게 상심이긴 하군요.”

“죽이지 못한 게냐.”

이사벨이 갈색머리 총사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벨린이 강조했다.

“아직 2차전이 남아 있답니다.”

벨린이 소리없이 웃으며 물러났다. 이사벨이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수풀 틈으로 적들을 살폈다. 빌랜드 레드코트들이 미로 정원까지 천천히 걸어오다 갑자기 멈춰서는 광경이 보였다. 레드코트들의 장교가 큰 목소리로 부하들을 호출한 것이었다.

레드코트들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총사대원들이 긴장을 풀었다. 벨린이 다시금 주저앉으며 말했다.

“저 자들은 마법사들의 싸움 근처로 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차라리 우리가 총사대 본부 쪽으로 접근했으리라 판단하는 편이 더 논리적이죠. 잘못 되어도 저들의 마법사가 책임질 테니까요.”

벨린이 신중히 총사대 본부 쪽으로 뛰어가는 레드코트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발견하여 말했다.

“안젤라 노스트윈드가 저들 틈에 없군요.”

“이번에는 절대 보내지 않을 테다.”

이사벨 여제가 화난 어조로 말했다.

“부상을 입었구나. 발정난 개처럼 몸을 함부로 굴리다니. 네 몸이 짐의 것이라는 것을 잊은 게냐? 그 여자와의 싸움에 더 집착하다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거야.”

그러면서 이사벨은 아연한 얼굴로 벨린 데 란테가 입은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말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벨린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안젤라는 그들과의 싸움에 깊이 개입하였고 싸움은 불가피했다. 그가 죽거나, 그녀가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렇지 않다면, 싸움은 훗날에 재현될 터였다.

“짐의 말을 듣고 있는 게냐.”

여제가 재촉했다.

“대답을 하란 말이다. 더 이상 그 싸움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사단이 끝날 때까지 짐의 곁에 있게 할 테다. 이건 황제로서 짐이 내리는 명령….”

“폐하.”

아스틴 본궁의 전경을 살피던 벨린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가 건물 2층의 발코니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이사벨 여제가 섭정 시절부터 집무하면서 총사대의 사열을 받고는 하던 처소의 발코니였다.

결투를 벌이는 마법사들의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가운데 누군가 그 발코니에 나타났다. 미로 정원 숨어 있는 모두가 그 존재를 눈치 챘지만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궁정 시녀의 옷을 입은 금발머리 여인의 존재만 확인될 정도였다.

그러나 남들보다 시력이 좋았던 벨린 데 란테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 단번에 확인하였다.

그가 말했다.

“디에네 황녀입니다, 폐하.”

그제야 이사벨 여제도 단번에 파악했다. 디에네 황녀는 위태롭게 발코니의 난간을 쥐고 있었고, 그 행동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협박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분명했다. 누군가 황녀의 등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 자가 황녀의 허리와 목을 팔로 감고 그녀의 턱에 권총을 겨누는 광경이 보였다.

이사벨은 제복 품안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수풀 속에 숨어 망원경으로 창가에 불이 환한 아스틴 본궁의 발코니를 관찰했고, 디에네 황녀를 뒤에서 움켜잡고 권총으로 겨누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냈다.

이윽고 그녀가 작고 빠르게 욕을 퍼부었다.

“주안 스피놀라. 이 광장에 매달릴 놈!”

벨린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곧 발코니 뒤에서 누군가의 나근나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반란의 주동자 주스티안 데 모리체의 목소리였다.

“결투를 벌이고 계신 마법사 여러분. 잠시 제 말을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 말에 벨린과 이사벨 여제는 일단 안도했다. 주스티안 데 모리체가 그들을 발견하고 이런 짓을 벌인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곧이어 결투를 벌이던 두 마법사가 무언의 합의로 결투를 중단하고 발코니를 올려보았다.

주안 스피놀라의 뒤에 숨어 주스티안이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 이 자리에 희대의 대 마법사를 두 분이나 모시게 되어 참 영광입니다. 저희 같은 속세인들이 차마 고승대덕들의 명예로운 결투에 끼지는 못하겠지만 계제가 계제이니 만큼 중재를 해보고 싶어 말이지요.”

다빈치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흥, 네 놈이 내 책을 가지고 감히 이런 작당을 벌였겠다?”

주스티안이 태연히 대꾸했다.

“세뇨르 다빈치. 선생의 역사책이 우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그랬을 뿐입니다. 성경에도 쓰여 있지 않습니까.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구요.”

다빈치가 실소를 터트렸다.

“너희들은 역사를 너희들 입맛에 맞게 왜곡했지. 혹시 여기 있는 이 빌랜드 치 얼간이가 너를 유혹했나?”

비어든 박사가 끼어들었다.

“우리는 그저 이해타산이 맞아 그리했을 뿐이야. 저 자는 권력을 필요로 했고, 나는 내가 모시는 대 브리타나 연합왕국 폐하께 영광을 가져다 드려야 했으니까.”

“오호라. 그러니까. 두 얼간이의 만남이구먼.”

다빈치가 다시금 낄낄 웃었다. 주스티안이 불편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튼 선생이 이 자리에서 남을 위해 싸울 필요는 없소이다. 우리는 이미 여기 보다시피 제국을 승계할 디에네 데 아라고른 마마를 모시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이것도 있지요.”

주스티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작은 은빛 관을 들고 있었다. 크라우네 데 엠페라도였다. 그가 두 손으로 관을 들어 마법사들에게 보이면서 선포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제국을 이끌 새로운 황제 폐하를 옹립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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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베나레스의 총사(167) +30 09.01.29 2,670 12 12쪽
169 베나레스의 총사(166) +26 09.01.26 2,72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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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베나레스의 총사(157) +14 09.01.09 2,676 13 8쪽
159 베나레스의 총사(156) +22 09.01.07 2,696 13 8쪽
158 베나레스의 총사(155) +21 09.01.06 2,749 9 8쪽
» 베나레스의 총사(154) +19 09.01.04 2,568 12 7쪽
156 베나레스의 총사(153) +28 08.12.31 2,660 13 12쪽
155 베나레스의 총사(152) +25 08.12.25 2,729 12 9쪽
154 베나레스의 총사(151) +21 08.12.22 2,469 11 10쪽
153 베나레스의 총사(150) +26 08.12.21 2,578 12 8쪽
152 베나레스의 총사(149) +23 08.12.18 2,721 12 9쪽
151 베나레스의 총사(148) +17 08.12.15 2,573 10 9쪽
150 베나레스의 총사(147) +24 08.12.12 2,698 9 9쪽
149 [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 +14 08.12.12 3,482 5 15쪽
148 베나레스의 총사(146) +19 08.12.12 2,785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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