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1,202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5.10.05 14:53
조회
208
추천
1
글자
8쪽

두 번째 이야기 (3)

DUMMY

두 사람은 계속해서 그들의 주인공인 루디를 쫓아다녔다. 그는 굉장히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 찬 공기와 함께 일어나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아버지와 함께 대련을 한다. 물론 15 먹은 소년에게 그의 아버지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산과 비슷했다.


“치사합니다.”


방금 막 아버지의 칼을 막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진 루드비히는 바닥에 손을 짚은채로 뾰로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을 든 손을 바꾸는 법이 어딨어요, 아버지.”

“아비는 양손잡이란다, 아들.”


루디가 그의 칼을 막지 못한 것은 공방 도중 칼을 쥔 손을 바꾸어 휘둘렀기 때문이다. 갑작스레바뀐 방향에 루디가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밀쳐진 것이었다. 나뒹군 탓에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루디와는 달리 숨소리 조차 달라지지 않은채로 그는 검을 갈무리 했다.


태연한 그 표정에 루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약이 오른것 같다. 그러더니 입이 삐죽 나와서는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검은 경건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올바른 손으로만 들어야 한다고 배웠는걸요.”

“학교에선 그리 가르치던?”


루디의 아버지, 란슈테인 남작은 쓰게 웃으며 물었다. 루드비히는 그 표정에 제가 말 실수를 한 것을 알았다. 학교에서 배운 검에대한 이론을 그의 아버지 앞에서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제 혀를 자르고 싶은 심정으로 루디는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는 거야?”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가 물었다. 그녀로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반응과 대응이었다. 이안은 언제나 짓는 표정인 귀찮은 얼굴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책을 읽어.”


그 대답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곤 이안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귀찮음과 나른함이 잔뜩 머금어진 검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미 이야기 안이잖아. 그리고 책도 준적이 없으면서 어떻게 읽으라는거야?”


그녀가 투덜대자 이안은 한숨을 한번 푹 내쉬고는 짤막하게 설명했다.


“란슈테인 남작, 그러니까 주인공의 아버지는 용병출신 기사야. 15년전 팔렘 내란에서 공을 세워 남작의 작위를 하사받았지. 심지어 승계도 가능한 작위였으니까, 꽤나 큰 공을 세운거야. 일종의 전쟁 영웅 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녀는 그것만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안의 소매를 한번 잡아 당겼다. 이안도 조금 사나운 말투로 대답했다.


“왜?”

“좀더 자세히 설명해봐.”

“저게 단데?”


이안으로서는 정말로 아까의 설명이 최대한 자세히 설명 한 것이었다. 물론, 그가 이곳과 비슷한 세계에서 살아왔고 또 많은 세상을 넘나들며 얻은 경험을 가진 그의 기본 생각과 그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은 그녀가 귀찮기만 했다.


“전쟁 영웅이라 작위를 받은게 뭐가 어떻길래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거야?”


그녀가 재차 질문을 하고 나서야 그는 알아차렸다. 기본 가치관, 생각, 마음가짐이라고 하는 그 어떤것이 완전히 다른것임을 알아 그녀가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지가 드디어 명쾌해 졌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는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그의 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물론 인간의 세상에서.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인간을 조우하고 처음으로 인간사회의 더러움을 눈앞에서 맞닥뜨렸을때, 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혈통있는 오래된 기사 가문들은 전통을 가진 그네들이야 말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쟁영웅이라는 이유로 새롭게 그 속에 밀어넣어진 외부인은 당연히 배척당하기 마련이고. 보아하니 저 남작은 연줄이라거나 파벌이나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데 그럴 경우 받을 대접은 하나 뿐이지.”


그녀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안은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수준이 떨어지네, 검법 자체가 저급한 부류네, 더러운 피가 섞였네.. 비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저런.”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끔찍해. 이야기속에서는 항상 다 그런거야?”


이안은 그런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사는 세계는 이야기가 아닌것 같아? 네가 모를 뿐, 어디서나 존재해. 이런 이야기들은.”


그녀는 조금 굳은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건너다니며 세계를 조율했기 때문일까, 그는 때때로 감정이 없어보였다.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그녀는 마음이 떨렸다. 그 떨림을 숨기려고 하는 듯이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이안, 이안의 세계도 그랬어?”

“인간의 세계는 그랬지.”

“아니. 그곳 말고, 이안이 살아가던 그리고 그리워하는 너의 세계.”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잠시 떠올렸다. 인간의 것이 아닌 그의 세계. 강한것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웠던 그의 세계. 달빛의 힘을 받아 마법을 부려 땅을 가르고, 달아오르는듯한 근육으로 검을 휘둘러 바람을 찢었다. 그리하여 토지는 피를 머금어 비옥해지고 그의 영민들은 인간의 시체로 배를 불렸다. 하지만 그는 곧 피곤한듯이 눈을 감으며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잊어버렸어.”


그녀는 거짓말임을 알았다. 이안의 눈은 순식간에 감정에 휘몰아쳤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슬픔과 그리움, 회한으로 가득찬 눈을 한 남자에게, 무어라 더 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잠시 조용해진 그 둘의 옆을 시종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남작님. 궁에서의 연락입니다.”


왕궁으로부터 오는 직접적인 연락은 모든 기사들에게 있어 언제나 영광스러운 일이다. 기사들이란 보통 단에 소속되어 하지만 말을 전하는 시종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어떤?”

“마왕토벌이랍니다.”


루디는 놀라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왕. 그 짧은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파괴와 학살이 그의 존재 이유이며, 몇번이고 죽여도 다시 부활하기에 영원한 인간의 숙적,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악의 정의가 바로 그 존재였다.


“음. 드디어 그럴 시기인가.”


남작은 조용히 말했다. 말을 내뱉는 그의 표정은 얼핏 보아도 명예롭다거나 영광에 가득찬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흙먼지 묻은 루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표정은 자랑스러움 보다는 두려움이나 경악에 더 가까웠다.


마왕이 그런 존재라 한들 이미 마왕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다. 왕국의 동족에 존재하는 켄델 라비슈. 검은 숲에 기거하는 마왕은 몇번의 토벌 전부터는 그 숲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오로지 마왕토벌은 그 명분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칼보다도 무서운 것이 바로 그 명분인지라, 어떤 기사이던지 그 이름으로 명하면 마왕을 죽이기 위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검은 숲을 향해서 그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왕이 정치적 권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마왕토벌을 안건으로 올리면 다른 권력들은 고개를 숙이기에 바빴고 제 몸을 사리려 애를 썼다. 우두머리들은 제 파벌에 속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 다녔다. 결국엔 기존 세력의 가장 눈엣가시이자 가장 약한 세력인 그의 아버지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란슈테인 남작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하나뿐인 아들의 앞에서 들을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흙먼지를 털지도 않고 있던 루디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울듯한 표정으로 그들 기다리는 시종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가지.”

“아버지!”


루디가 그를 불렀지만, 남작은 돌아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두 번째 이야기 (3) 15.10.05 209 1 8쪽
26 두 번째 이야기 (2) 15.09.24 206 0 6쪽
25 두 번째 이야기 (1) +1 15.09.10 212 2 5쪽
24 문장 사이의 간격 (3) +1 14.12.04 201 2 9쪽
23 문장 사이의 간격 (2) +1 14.09.12 525 3 9쪽
22 문장 사이의 간격 (1) 14.09.11 455 1 14쪽
21 첫 번째 이야기 (18) +2 14.09.10 363 2 13쪽
20 첫 번째 이야기 (17) +2 14.09.03 395 1 11쪽
19 첫 번째 이야기 (16) +1 14.09.01 697 3 9쪽
18 첫 번째 이야기 (15) 14.08.21 376 2 12쪽
17 첫 번째 이야기 (14) 14.08.18 218 1 13쪽
16 첫 번째 이야기 (13) +2 14.08.12 374 1 13쪽
15 첫 번째 이야기 (12) 14.08.07 511 4 14쪽
14 첫 번째 이야기 (11) +2 14.08.04 400 1 7쪽
13 첫 번째 이야기 (10) +1 14.08.01 701 1 13쪽
12 첫 번째 이야기 (9) +1 14.07.30 736 4 13쪽
11 첫 번째 이야기 (8) +2 14.07.26 421 3 12쪽
10 첫 번째 이야기 (7) 14.07.23 395 5 13쪽
9 첫 번째 이야기 (6) 14.07.20 314 1 17쪽
8 첫 번째 이야기 (5) 14.07.19 310 2 10쪽
7 첫 번째 이야기 (4) 14.07.02 173 2 18쪽
6 첫 번째 이야기 (3) 14.07.01 394 3 13쪽
5 첫 번째 이야기 (2) +2 14.06.29 445 1 10쪽
4 첫 번째 이야기 (1) 14.06.29 419 1 12쪽
3 첫 번째 문장 (2) 14.06.28 480 4 14쪽
2 첫 번째 문장 (1) 14.06.28 491 9 13쪽
1 시작 이전의 이야기 +2 14.06.28 782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