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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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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1,212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4.12.04 13:49
조회
201
추천
2
글자
9쪽

문장 사이의 간격 (3)

DUMMY

그녀는 제게 내밀어진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 결국엔 궁금증이 이겼다. 그녀는 아더가 내민 두꺼운 책을 받아 들어서 중간을 펼쳤다.


‘이사카는 천천히 손을 들어 불꽃의 창을 집어 들었다. 리지는 눈물 젖은 눈으로 사람들을 돌아보며 도움을 갈구했지만, 우매한 대중은 오히려 그녀에게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질 뿐이었다. 다만 그녀를 사랑하는 단 한명만이 가슴이 터질 듯 숨을 몰아쉬며 날 듯이 달렸다.’


탁.


그녀는 더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다시금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눈앞에 타오르던 불꽃의 촉. 그리고 살이 타오르던 매캐한 냄새. 그녀를 괴롭히던 통증, 사람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녀에게 건네진 이안의 마지막 말….


그녀는 더 이상 엘리시아가 아니었지만 책을 읽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기억은 생생하게 그녀의 감정을 돌려놓았다. 울컥하고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는 책에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더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매끄러워 보이는 금발이 찰랑거려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푸른 눈이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녀는 간신히 소리를 내어 대답했다.


“그냥 안 읽을래.”

“그래. 네가 그러겠다면.”


아더는 다시 그녀의 손에서 책을 받아갔다. 그리고는 어딘가의 책장에 그대로 끼워 넣었다. 책장에는 오로지 검거나 붉은 책들뿐이었다.


“표지 색은 왜 두가지뿐 이야?”


그녀가 물었다.


“검은색은 이미 완결되어진 이야기. 붉은색은 아직 써내려가는 이야기.”


아더는 그녀를 뒤에 둔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치 노래하듯이 대답했다. 책장 사이를 마치 춤추듯 걸어 다니며, 노래하는 신.


“나는 이곳에서 이야기를 쓰지. 그거야 말로 아무도 모르게 세계를 자아내는 일.”


그리고는 갑자기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자. 다시금 이야기를 여행하러 떠나. 아직 네가 돌아갈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았어.”


어쩐지 기묘한 기백에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조금 창백한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이자, 화사한 웃음을 얼굴에 띄운 작가는 충실한 그의 종복을 불러냈다.


“이안.”


그의 말에 그녀는 조금 갸웃했다. 이안은 분명 이곳으로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더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안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이안이 대답했다.


“불렀나.”

“어…, 이안?”


그녀가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이안, 어디서 나타난 거야? 분명히 넌 여기 안 들어왔잖아. 아더가 나만 데리고 왔었는데.”


마치 새가 지저귀듯이 종알대는 그녀를 보며 이안은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곳에 속한 자가 아니니,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 말은 너무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안은 그녀를 뒤에 남겨두고 자신을 부른 아더에게 걸어갔다.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불러냈어?”

“당연히 애보기지.”


신경질적인 이안에게 아더는 태연히 말했다. 방금 전 이안의 성질을 있는 대로 긁어놓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돌아갈 이야기가 완성 될 때까지, 여행을 하기로 했잖아.”

“하아….”


아더의 말에 이안은 인상까지 쓰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서 또 어디로 보내려는건데?”

“글쎄. 어디로 보내야 재밌을까?”


아더는 즐거운 듯이 말했다.


“좋아. 영웅과 마왕의 이야기로 가자.”

“악취미야.”


아더의 결정에 이안이 딱 잘라 말했다. 둘이서 무슨 궁리를 하는 건지 궁금증이 도진 그녀가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둘에게 다가 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그게 재밌는걸?”

“언제나 그랬듯, 네 마음대로.”


이안의 말은 공손했지만 비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놀라 이안의 팔을 붙잡았지만 아더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좋아. 그럼 다시 떠나도록 해.”


그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더!”


그 부름에 아더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두 번 다시 이야기속의 인물이 되는 건 싫어. 그냥 멀리서 구경만 하고 싶은데.”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그녀에겐 너무 버거웠다.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비극과 그로인한 감정들은 평범한 그녀가 맛보기에는 너무 날카로운 칼날을 핥는 것과 같았다. 평범한 정신이 칼날에 피를 흘리는 듯 했다. 그녀는 끔찍한 감정들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어?”


그녀는 기쁨보다는 놀람이 먼저 찾아왔다. 내심 아더가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근데 그게 가능해?”

“이야기에는 언제나 씌여지지 않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


아더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물론, 이안이 조금 더 고생하겠지만.”


아더의 웃음과는 대조적으로 이안은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이 둘과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그녀지만, 두사람이 보내온 시간이 어떤식으로 흘러 왔을지는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아더가 요구하고, 이안은 툴툴대고. 하지만 아더는 이안의 감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안이 너무 퉁명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아더의 말이 오싹할 정도로 그를 무시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그녀가 뭐라 말 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공간이었고, 둘 사이의 관계도 분명 그녀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맺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안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결국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사람이고 이일은 모두 꿈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 기묘한 관계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좋아. 그럼 결정했어. 나는 다시 이야기를 쓸게. 이정도면 충분히 쉬었으니까.”

“이게 쉰거야?”

“그래. 네가 왔잖아.”


아더는 빙긋 웃었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뭐해?”

“계속 이야기를 쓰지.”


담담히 대답한 아더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풍문으로 주워듣기는 했다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알 정도였다.


“힘들지 않아?”


그녀의 물음에 아더는 알쏭달쏭한 웃음을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눈짓으로 이안을 부를 뿐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아더는 신이라서 다른걸까…. 하고 생각했다.


“이봐. 가자.”


다정했던 이안은 사라지고 퉁명스럽게 그녀를 부르는 이안만이 남았다.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 그의 손에 이끌려 다시 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서재의 바깥에 나와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낯익은 물에 젖은 땅, 회색과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기묘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 그녀를 반겼다.


이안은 다시 떠나기 위해 검을 꺼내들었다. 손자루 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이제야 자세히 바라보았더니 굉장히 조각된 무늬가 섬찟했다. 사람이 십자모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이안의 몸에 둘러진 장신구들은 어쩐지 다들 조금 험악했다. 부츠에 달린 은색 장식은 해골모양이었고, 베스트에 달린 체인은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검의 모양이었다.


그녀가 이안을 관찰하는 사이 늘 그래 왔듯 검이 박힌 바닥은 어둠이 남실거리기 시작했고 이안의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이안을 불렀다.


“이안. 너는 날개를 싫어해?”


그는 검을 집으려다 말고 그녀를 휙 돌아보았다. 미간이 찌푸려진게 기분이 상한게 분명했지만, 그녀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았다. 이안은 잠시 그녀를 노려보다가 다시 얼굴을 풀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왜?”


그녀의 이어지는 질문에 그는 손을 멈추었다. 머나먼 과거의 기억이 다시금 그를 집어 삼켰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뿌득 갈았다. 그 험악한 소리에 그녀는 한걸음 뒷걸음질 쳤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내게 준 선물이라서.”


그는 여전히 사나운 목소리로, 마치 짐승이 으르렁대듯이 낮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그녀를 잡고는 검을 뽑아 들고 어둠속으로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

다시 잘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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