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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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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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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8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4.06.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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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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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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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 이전의 이야기

DUMMY

옛날, 아주 오래전 인간과 비인간 종족은 축복받은 대지를 두고 서로 다투었다. 비인간 종족은, 현재는 마족이나 몬스터라고 부르는 수많은 종족을 아우르는 말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포모르’라고 불렀다.


포모르와 인간의 대립은 오랜 세월 지속되었다. 긴 시간동안 지하와 음침한 동굴 속, 깊고 깊은 숲속에서 인간의 배척을 견디며 살아온 포모르는 신들에게 축복받은 대지를 원했고, 인간은 이미 오랜 세월 이루어놓은 터전을 지키고 싶어 했다.


아름다운 검은머리의 여신은 인간을 수호했고, 추악한 모습의 남신이 포모르를 축복했다. 인간과 포모르의 핏물이 대지에 강을 이룰 무렵에는 신들마저 서로를 배척하기 시작했고, 사소한 계기로 전쟁이 벌어졌다.


수많은 세대 동안 황무지에서 자라온 포모르와 비옥한 대지에서 자라온 인간의 기세는 이미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와 비슷했다. 검과 마법, 어느 것에서도 이길 수 없었던 인간은 연일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999몽마를 이끌고 포모르의 선봉에 서는 한 왕의 이야기는, 후방으로 이동하는 부상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몽마는 주로 꿈을 넘나드는 악마로 일컬어지는 마족의 한 부류로 육체적인 능력보다는 마법의 능력이 더욱 출중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였고 포모르 내부에서는 그리 특출난 종족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마들의 왕이라 불리는 그는 오른손에는 검을 쥐고 왼손으론 마법을 휘두르며 누구보다도 전쟁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영웅이라 불리는 기사 여럿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가 우그러진 은색의 갑주와 한줌 핏물만 남겼고, 일반 병사들은 몽마들의 떼만 보여도 벌벌 떨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 꿈의 주인-몽마들의 왕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어느 포모르족보다 강했고, 어느 마족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능력에 몽마뿐 아니라 다른 포모르들 사이에서도 왕이라 칭하기 시작해, 그는 결국 모든 포모르들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그 지독할 정도의 강함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경이로웠기 때문일까, 결국에는 그의 모습이 전장에 나타나면 전술가들은 무조건적인 퇴각만을 외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 외침이 전해지기 전에 먼저 사람들이 등을 돌려 도망치기 바쁜 것이 전쟁의 진실이었다. 그 때문에 전쟁의 승세는 완전히 기울어, 인간의 군대는 패잔병에 가까운 기세밖에 가지지 못했다.


삼 년여를 끌어온 전쟁의 끝을 향해 포모르는 기세를 더욱 드높이고 있었고 인간은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끌어 모아 서로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전쟁의 종결까지는 정말 단 한 번의 전투만 남았을 뿐이다.


그 중요한 전투의 전날, 포모르의 왕에게 누군가가 찾아들었다….



“아아, 이것 참….”


해골모양으로 조각된 팔걸이에 놓인 흰 손은 검을 쥐는 남자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왔다. 순은을 세공해 만든 박쥐모양의 반지가 감긴 손가락 끝은 마치 흥겨운 노래라도 들리는 듯 그를 위해 만들어진 옥좌를 톡톡 치고 있었다.


검은 실과 금색 단추로 장식된 붉은 색의 코트를 걸친 왕은 잔혹한 무늬로 조각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불청객을 응시했다.


마치 지루한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일어섰다. 달빛을 닮은 은빛 머리카락이 춤추듯 하늘거렸다. 계단에서 두어걸음 내려오고 그는 마치 연극 배우가 커튼콜을 받는 커다란 모양새로 인사를 했다.


손을 커다랗게 움직이며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깊게 숙이며 바닥을 바라보았다가 다시금 곧게 세우며 그는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신께서, 이 누추한 지하까지는 무슨 일로?”


비꼬는 느낌이 역력했다. 이곳, 왕을 위한 장소치고는 그저 넓고 황량하기만 한 공간이었다. 그 이유는 포모르에게 허락된 장소가 오로지 이런 곳뿐이었기 때문이다. 춥고 어두운, 아무것도 낳을 수 없는 척박한 지하.


몸에 딱 달라붙는, 길고 치렁치렁한 흰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등 뒤에는 커다란 검은 날개가 달려 그녀의 숨소리를 따라 작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식의 모욕은, 그만둬 주세요.”


그 모습에 어울리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피 웅덩이에 어울리지 않는 매끈한 흰 발이 바닥을 밟으려다 멈칫했다. 발목을 장식한 금 장신구가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다시금 작게 한숨을 쉬고 검을 뽑아든 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검 집을 의자에 집어 던지고 검으로 여신을 겨누며 물었다.


“여긴 그대의 축복을 바란 이가 없을 텐데?”

“물론 없겠지요. 혹시나 있다 해도 내가 그를 위해 축복을 내리지도 않겠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들을 향한 경멸을 숨길 수 는 없었다. 왕은 아름다운 얼굴을 조금 찌푸리며 여신을 향해 걸어내려 왔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곳에는 얼마든지 있는 법이죠.”

“인간 영웅을 말하는군, 또다시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는가?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서 참으로 아쉽구나. 그대는 마치 갈보와도 같아서 그대를 원하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든 축복을 내려주잖는가.”


그래, 인간이라면. 남자는 여전히 비웃는 말투로 그녀를 조롱했다. 여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이미 온 세상의 풀 한포기 조차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특히 영웅을 사랑해 마지않는 검은 날개 여신은 전투에 나가기 전 기원을 비는 단골 대상이었다.


무기를 손에 쥐어본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쟁의 여신. 인간들은 그녀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라며 전투에 끌려나왔다.


남자가 손짓하자 홀 구석에 굴러다니는 인간의 잘린 머리가 여신에게 날아왔다. 목이 울퉁불퉁하게 잘린 머리는 두어세번 불규칙하게 튀기다가 여신의 발치에 굴러 도착했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그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이 있는데… 어디 입이라도 맞추실텐가?”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용사들에게도 그대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축복을 내렸겠지. ‘그대들은 승리할 것입니다. 믿고 포모르를 상대로 용감하게 검을 휘두르세요, 승리를 그대들에게.’ 라며, 이 어리석은 자들을 꼬드겨 나에게 덤비게 만들었지 않는가? 참으로 대단한 신이야. 인간을 사랑하면서, 인간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다니 말이야.”

“그들은 영웅입니다.”


여신이 굳은 얼굴로 답하자, 그는 그녀를 조소하며 말했다.


“죽지 않아야 영웅이겠지. 지금은 그저 우리의 장난감이나, 간식거리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녀는 대답대신 화난 듯이 날개를 펄럭였다. 날개가 한번, 크게 펄럭인다 싶더니 바람과 함께 검은 깃털들이 왕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하나하나가 비수와도 같이 시퍼런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왕은 보검을 들어 깃털들을 쳐내며 여신을 향해 달려갔다.


“신을 죽여 보는 건 처음인데 말이야, 흥미가 당기는군.”


그녀는 그가 그녀를 향해 검을 내리치려는 순간에 조차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왕은 신이라도 어리석군, 하고 생각하며 검을 내리쳤다. 그리고 다음순간 검이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정말로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었다. 왕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물러섰다.


수백 년의 시간동안 수천, 수만의 전장을 넘어오며 날카롭게 벼려진 검은, 여신의 옷자락조차 베지 못했다. 마치, 자신은 그녀를 벨 수 없다고 주장이라도 하듯 그녀에게 닿기 단 한 뼘의 거리를 남겨두고 그것은 스스로 깨져버렸다.


그녀는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아쉽게도, 나는 이 세계의 신이랍니다.”


그 너무도 담담한 표정은 마치 그를 비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대 혼자 신인 것은 아니지.”


왕은 턱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답했다.


“신살자가 되고 싶으시다면, 그에 걸맞는 힘을 가져오시길 바랄게요.”


그리고는 마침내 다시금 한걸음을 내딛으며, 아름답고 영롱한, 그리고 메마른 목소리로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신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대의 목숨을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에요. 어째서 인간을 괴롭히는거죠?”

“하, 신이라는 게 이런 식이어도 세계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군.”


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포모르의 입장에서 인간과, 그 인간을 가호하는 여신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오로지 인간만을 위해 세상을 꾸미는 그 어리석은 여신에게 그는 분노와 경멸을 담아 낮게 그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찌할 생각으로 나를 찾아왔는가 여신, 그대가 나를 죽이지도 내가 그대를 죽이지도 못하는데…!”

“그대를 죽일 수는 없지만, 나의 영웅이 승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 어린 루를 말하는군, 백은의 갑주라 불리며 빛의 기사라는 그 애송이 말이야.”


남자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한 영웅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면, 그 영웅이 승리할 길은 없어.”


신의 핏줄을 이은 인간의 영웅이고 여신의 가호를 등에 업고 있다 한들, 수백의 세월까지 뛰어넘기에 그 영웅은 아직 어렸다. 수 십 년의 세월을 더욱더 갈고 닦아야 겨우 그의 위치에 도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생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여신의 그림자에서 새들이 날아든다. 그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은 새들은 마치 벽을 만들 듯 둥그렇게 남자를 감쌌다. 그는 부러진 검으로는 더 이상 그 새들을 완벽히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아,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


탄식하듯이 말을 내뱉은 뒤, 그는 그때서야 여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신의 권능으로 나를 잠재우려는군.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야.”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알량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지만, 효과만은 탁월할 것이다.


왕은 반 토막 난 칼에 불을 덧씌워 날아드는 새들을 베어냈다. 그림자를 굳혀 만든 새들은 붉은 검에 마치 녹아들 듯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들은 곧 그의 팔에 달라붙어 마침내 그의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왕은, 수치스러운 듯 몸을 떨며 저항을 멈추었다.


“나는 돌아온다, 그대가 나를 영원히 재울 수 없다면! 그리고 그때가 인간이 축복받은 대지에서 쫓겨날 시간이 될 것이다.”


증오가 그의 붉은 눈 안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다. 여신과 인간을 향한 증오는 오랜 세대동안 그들의 핏속에 쌓여왔다. 그리고 여신은 다시금 인간을 위하여 포모르를 죽음 끝자락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 자신의 종족을 사랑한 왕은 이를 으득 갈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여신은 여전히 무 감흥한 눈으로 신과 인간을 저주하는 포모르의 왕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을 그에게….


“포모르의 왕이여. 언젠가 그 시간이 다하면,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모리유!!!!!”


마치 불과도 같은 외침을 마지막으로, 그는 마침내 그림자에 먹혀 사라졌다. 그의 한 섞인 절규까지도 그림자에 먹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디로 보내졌는지는 검은 날개의 여신만이 알 것이다.


안타깝고, 안타깝게도 그녀는 포모르가 어째서 그녀와 인간을 증오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인간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포모르는 인간을 증오한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 영웅에게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


작가의말

처음 써보는 글입니다.

이 프롤로그는 전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한번 읽고는 기억에서 지워주시는편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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