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1,207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4.08.04 03:38
조회
400
추천
1
글자
7쪽

첫 번째 이야기 (11)

DUMMY

“오오, 성녀님!”


그 더할 나위 없이 서글픈 마지막 인사를 방해 한 것은 흰 사제복 위에 붉은 망토를 걸친 초로의 사제였다. 약간 젖은 눈으로 놀라 돌아보는 리지에게 그는 서슴없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리지의 손등에 입 맞추며 인사했다.


“여신의 가호가 성녀님께 함께하기를.”


주변의 귀족들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여유로운 인상의 그 남자는 푸근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놔 주었다. 리지의 당황한 표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그는 계속 자신의 말만 이었다.


“성녀님과 루쉐님의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잠시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리지는 그저 이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성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도 않았고, 또한 교단의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녀가 거절의 의사를 밝히려는데,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내심 리지를 걱정하며 다가온 공작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직 몸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오늘은 제 아들이자 그녀의 남편의 장례식이니, 날도 좋지 않습니다.”


공작이 그녀에게 말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이상했지만, 그가 그렇게 말 하는 것도 이상했다. 공작이 나서서 그녀의 몸을 사리는 것을 보면, 이 남자가 웃는 낯만큼이나 푸근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 갔다. 게다가 제국의 공작에게서 공대를 듣는 사제라니, 그의 지위가 그냥 일반 사제가 아닌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 그렇죠. 공작.”


사제는 능수능란하게 표정을 바꾸었다. 그는 굉장히 비통하고 애절한 표정으로 공작의 손을 덥썩 잡고 위로하려는 듯이 토닥였다.


“여태 아무리 양자를 들이라 해도 기다렸던 탕아가 이리 신의 품께로 돌아갔으니,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겠군요.”


표정과 말투는 위로의 어조였지만 말의 내용은 조롱에 가까웠다. 근거리에서 그 대화를 듣던 리지는 사제에 대한 신뢰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대신 생겨난 것은, 공작에 대한 연민이었다.


절연한 아들, 강제로 쫓아낸 후계자 같은 이름이 이안에게 붙어 있었지만, 그는 이안을 대신할 양자를 들이지 않았다. 이제 뿌리부분이 희끗해지려 하는 그의 나이와, 이 세계에서 후계자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 행동의 의미는 분명했다.


하다못해 길거리 푸줏간도 하루 빨리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하물며 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권세가인 공작가의 후계자 자리가 공석이라니.


그는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루드비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하나뿐인 아들을….


공작은 굉장히 지친 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한 성정으로 유명한 공작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성녀님께서는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

“아… 저, 공작가에 있어요.”


사제는 다시 그녀에게 물었고 리지는 얼핏 공작의 안색을 살피며 대답했다. 그는 더 이상 리지를 보지 않고 석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잠자는 듯 눈을 감고 있는 이안을.


“이런, 교단을 대표하실 성녀님께서 공작가에 머무르신다니요. 거처를 신전으로 옮기시는게 어떠십니까?”


그는 마치 물 흐르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리지를 교단에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관 옆에서 끊임없이 얘기를 건네는 그는 이미 귀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국의 공작과도 비견되는 위치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서 말을 걸 수 없었다.


“이안과 계속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비켜주시겠어요?”


리지는 그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냉정하게 말했다. 어쩐지 공작의 한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오, 알겠습니다. 성녀님. 제가 실례했군요.”


사제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리지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뭉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한 무리의 귀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들은 영광이라는 듯이 기꺼이 사제를 맞이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아나?”

“몰라요.”


공작의 질문에 리지는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실제로 이안이 알려주지 않으면 이 세계에 있는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방금 막 만난 사제 따위야 관심의 밖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공작에겐 아니었다.


“다음 대주교가 될 사람이다. 거의 확실시 되고 있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리지는 관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의 대답이었다. 이안말고는 그녀의 삶에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오로지, 이안을 통해 그녀와 연결되어 있었다.


“아니, 상관있지. 그 괴물을 상대로 한 성전기사단을 지휘할 사람이 바로 제국의 대주교가 될 텐데. 큰 상관이 있지 않겠나?”


공작의 말에 리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래, 그 괴물. 그 짐승, 그 남자. 아직 그가 남아있었다. 눈을 하나 잃고도 즐겁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그 불꽃의 짐승.


그녀는 감정으로 가득한 눈으로 공작을 쏘아보듯 바라보았다. 공작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꽤나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리지는 그 끔찍한 괴물에 맞섰던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약했다. 그저 이안의 상실로 인한 절망과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하고만 있을 뿐, 그 짐승에 대항해 자웅을 겨룰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이 길진 않은 시간동안 공작이 보아온 그녀의 모습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진실로 그 괴물에 맞설만한 이로 보였다. 분노와 증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녀는 한순간이나마 냉혈한이라고 불리는 공작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러네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 짧은 대답에서 세 살박이 어린아이라도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이안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봄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다시금 남편을 잃은 처연한 여인만이 남았다.


“이제 곧 관을 닫고 묘지로 옮길 거다. 계속 같이 갈 텐가?”


공작의 물음에 그녀는 석관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를 안고 있는 석관이 천길같은 깊은 땅속, 묘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시 마차를 준비시키지.”

“잠시만요.”


시종을 부르려는 그를 리지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막았다. 공작이 그녀를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다시 돌아보았고, 리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만 더, 보게 해줘요.”


공작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


작가의말

많은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이네요!


어쩐지 글이 많다 했더니, 이전 편과 겹쳐져있었네요.

급히 짧아져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두 번째 이야기 (3) 15.10.05 209 1 8쪽
26 두 번째 이야기 (2) 15.09.24 207 0 6쪽
25 두 번째 이야기 (1) +1 15.09.10 212 2 5쪽
24 문장 사이의 간격 (3) +1 14.12.04 201 2 9쪽
23 문장 사이의 간격 (2) +1 14.09.12 525 3 9쪽
22 문장 사이의 간격 (1) 14.09.11 455 1 14쪽
21 첫 번째 이야기 (18) +2 14.09.10 363 2 13쪽
20 첫 번째 이야기 (17) +2 14.09.03 396 1 11쪽
19 첫 번째 이야기 (16) +1 14.09.01 697 3 9쪽
18 첫 번째 이야기 (15) 14.08.21 377 2 12쪽
17 첫 번째 이야기 (14) 14.08.18 218 1 13쪽
16 첫 번째 이야기 (13) +2 14.08.12 374 1 13쪽
15 첫 번째 이야기 (12) 14.08.07 511 4 14쪽
» 첫 번째 이야기 (11) +2 14.08.04 401 1 7쪽
13 첫 번째 이야기 (10) +1 14.08.01 701 1 13쪽
12 첫 번째 이야기 (9) +1 14.07.30 736 4 13쪽
11 첫 번째 이야기 (8) +2 14.07.26 421 3 12쪽
10 첫 번째 이야기 (7) 14.07.23 396 5 13쪽
9 첫 번째 이야기 (6) 14.07.20 314 1 17쪽
8 첫 번째 이야기 (5) 14.07.19 310 2 10쪽
7 첫 번째 이야기 (4) 14.07.02 173 2 18쪽
6 첫 번째 이야기 (3) 14.07.01 394 3 13쪽
5 첫 번째 이야기 (2) +2 14.06.29 445 1 10쪽
4 첫 번째 이야기 (1) 14.06.29 419 1 12쪽
3 첫 번째 문장 (2) 14.06.28 480 4 14쪽
2 첫 번째 문장 (1) 14.06.28 491 9 13쪽
1 시작 이전의 이야기 +2 14.06.28 782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