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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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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1,190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5.09.10 23:20
조회
211
추천
2
글자
5쪽

두 번째 이야기 (1)

DUMMY

그녀는 마치 일요일 오후의 낮잠에서 깨어나듯이 조심스레 눈을 떴다. 풀내음이 물씬 느껴지는게, 꽤나 생소한 느낌이었다. 살갗을 간지럽히는 풀잎들이 바람을 따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더와 함께 있을 때와 같은 복장으로, 어딘가 이질감이 드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안?"


조심스레 그녀가 알고있는 유일한 이의 이름을 부르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곧 이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화려하지만 어딘가 고딕한 풍의 옷차림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햇빛 내리쬐는 초원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기는 그녀와 매한가지였다.


"이제야 일어났나?"


이안이 투덜대듯 말했다. 그녀는 그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 치맛자락을 털어내자 묻어있던 풀잎이 나풀나풀 떨어졌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이야기랬지?"

"용사와 마왕의 이야기."

"고전적이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어쨌든,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만 하면 상관없어."

"했다면 재밌었을법도 했는데."

"그래서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되는거야? 벌써 시작된건가?"


그녀는 쉴새없이 종알댔다. 이안은 따라 오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곧 몸을 돌려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는 맨발로 그 뒤를 쫓았다. 신기한 일이지만, 풀을 밟는 느낌은 났지만 조금도 흙이 묻지 않았다.


"얼마나 걸어야 되는거야?"

"조금."


이안은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이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근처에 우거진 나무를 바라보다가 그의 등에 코를 박고 말았다.


꽤나 세게 박았는지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는 한손으로 코를 어루만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안은 다시 손짓했다.


"저기, 저쪽에 있는게 우리의 주인공님이야."

"저 사람이?"


그녀는 조금 맹한 목소리로 물으며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 있는것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몇번이고 검을 휘두르고 있는 소년이었다. 소년과 청년의 중간에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 조금은 소년에 더욱 가까워 보였다.


숨을 한번 내뱉을 때 마다 빛나는 날 붙이는 마치 무언가에 걸리기라도 한 것 처럼 매번 공중의 같은 자리에 멈추길 반복했다. 몇 번이고 그것을 반복 한 것인지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은 땀으로 젖어있었고, 검 끝이 멈출 때마다 어깨와 팔의 근육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짧게 잘랐지만 마시멜로를 타지 않은 진한 핫초코 같은 머리카락도 땀에 젖어 얼굴에 얼기설기 달라붙어 있었지만 빛을 받아 옅은 금빛으로 빛나는 눈 은 검 끝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안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영웅이야?"

"글쎄."


이안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애매한 대답을 들려줄 뿐이었다.


"너무해, 이안.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미리 알려줘도 되잖아?"

"그러니까 주인공을 알려줬잖아. 독자에게 앞으로의 일을 미리 알려주는 이야기가 세상에 어디있어?"


그녀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지만, 능청스러운 이안의 대답은 얄미울 정도로 정론이었다.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뾰로통한 목소리로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빨리 이야기를 시작하기나 해!"


그 외침에 이안은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 더 기분이 나빠진 그녀가 다시 한 번 투덜대려는 순간이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변성기인지, 기묘하게 낮은 목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들려와 목 뒤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말하려는 모양새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모습 그대로 뻣뻣하게 뒤를 돌아보자, 주인공 님께서 내리치던 검을 한손에 들고는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몇번 입을 뻐끔뻐끔하더니 이윽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조금 이상했다. 그녀와 이안을 못보았을 리가 없는데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몇번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하네.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그리고 그는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리듬이 깨진듯, 두어번 더 휘두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검집에 검을 꽂았다. 근처 나무가지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대충 닦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그가 듣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만큼 멀어지고 나서야 이안의 옷깃을 한번 잡아 당겼다. 그리고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진짜 못돼먹었어, 이안."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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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문장 사이의 간격 (3) +1 14.12.04 201 2 9쪽
23 문장 사이의 간격 (2) +1 14.09.12 525 3 9쪽
22 문장 사이의 간격 (1) 14.09.11 455 1 14쪽
21 첫 번째 이야기 (18) +2 14.09.10 363 2 13쪽
20 첫 번째 이야기 (17) +2 14.09.03 395 1 11쪽
19 첫 번째 이야기 (16) +1 14.09.01 697 3 9쪽
18 첫 번째 이야기 (15) 14.08.21 376 2 12쪽
17 첫 번째 이야기 (14) 14.08.18 217 1 13쪽
16 첫 번째 이야기 (13) +2 14.08.12 373 1 13쪽
15 첫 번째 이야기 (12) 14.08.07 510 4 14쪽
14 첫 번째 이야기 (11) +2 14.08.04 400 1 7쪽
13 첫 번째 이야기 (10) +1 14.08.01 700 1 13쪽
12 첫 번째 이야기 (9) +1 14.07.30 735 4 13쪽
11 첫 번째 이야기 (8) +2 14.07.26 421 3 12쪽
10 첫 번째 이야기 (7) 14.07.23 395 5 13쪽
9 첫 번째 이야기 (6) 14.07.20 314 1 17쪽
8 첫 번째 이야기 (5) 14.07.19 310 2 10쪽
7 첫 번째 이야기 (4) 14.07.02 172 2 18쪽
6 첫 번째 이야기 (3) 14.07.01 393 3 13쪽
5 첫 번째 이야기 (2) +2 14.06.29 445 1 10쪽
4 첫 번째 이야기 (1) 14.06.29 418 1 12쪽
3 첫 번째 문장 (2) 14.06.28 479 4 14쪽
2 첫 번째 문장 (1) 14.06.28 490 9 13쪽
1 시작 이전의 이야기 +2 14.06.28 78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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