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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의 책장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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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탕
작품등록일 :
2014.06.28 12:48
최근연재일 :
2015.10.05 14: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1,194
추천수 :
63
글자수 :
141,630

작성
14.06.28 13:00
조회
490
추천
9
글자
13쪽

첫 번째 문장 (1)

DUMMY

침대에서 그녀는 반짝하고 눈을 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건 흔치 않은데…. 하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았다. 아주 이상하게 낯이 익은 꿈을. 하지만 언제나 꿈이 그렇듯이 깨어난 뒤에는 아무런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는 곧 꿈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알람이 아직 안 울리는걸 보니 아직 일어날 시간은 아니고, 라고 생각하며 여자는 침대 안에서 기지개를 펴며 데굴거렸다.


“으으-”


몸이 찌뿌둥한 것이 아무래도 잠을 잘못 잔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다시 핸드폰 버튼을 눌러 시간을 보았다. 여섯시 삼십이분이었다. 그녀는 5분만 더잘까, 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베개를 베고 엎어졌다.


그녀가 다시 반짝하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망했다고 중얼거리며 벌떡 일어나며 핸드폰을 쥐었다.


“어라…. 꿈꿨나?”


시계는 아까 분명히 보았던 6시 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잠시 갸웃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 머리를 탈탈 털면서 나와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여전히 시간은 여섯시 삼십분 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쯤 돼서야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했다. 급히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클락션 소리 한번 나지를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출근시간이라 항상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번잡했던 도로가 텅 비어있는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거 뭐…, 영화 같은 건가.”


그녀는 문을 잠그는 것조차 깜빡하고 도로를 마구 걸어 다녔다. 젖었던 머리가 말라 바삭바삭 해질 때 까지. 움직이는 생명체 하나라도 보인다면 그게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식인종만 아니면 반가워해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녀는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점점 기괴한 상황만을 봤다. 마치 영화를 보다가 그대로 일시정지를 누른 것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던 나뭇잎이 공중에 멈춰있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구름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것이 도시전체에 일어난 일임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없어진 것만 빼면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그녀는 겁을 먹었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그러하듯, 그녀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만 보고난 뒤 밤에 잠들 때는 겁에 질려 잠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제발 누구라도, 아니면 움직이는 무엇이라도 하나 보고 싶어 졌다.


그 순간 이었다. 조용하기 짝이 없던 세계에 발걸음 소리가 들린 것은.


그녀는 휙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녀는 놀라 입을 헤 벌릴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유리창의 건물들과 자동차를 배경으로 걸어오고 있는 남자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나 나올법한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무릎 밑까지 올라오는 검은 부츠에는 은으로 만들어진 장식이 붙어있었고, 검은색 천으로 만들어진 코트에는 흰 실로 자수가 놓여있었다. 베스트와 코트에는 은색의 단추, 그리고 단추와 같은 색으로 된 체인이 베스트에 걸려 걸을 때마다 찰랑찰랑 거렸다.


말 그대로 중세시대 귀족들이 입을법한 옷이었는데 차이점이라면 조금 음침하다는 것일까. 확실히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그네들은 화려한 금색 붉은색들을 주로 입었었던 것 같다.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복장이지만 그에게는 너무도 잘 어울렸다. 어째서 그런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런 생각보다도 먼저 그녀는 그래도 마침내 움직이는 사람을 발견해서 너무 기뻤다.


그렇지만 너무도 기묘한 그의 복장에 그녀는 먼저 말을 걸지도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말을 먼저 건넨 것은, 남자였다.


“너였군.”


말을 건넸다기 보다는, 혼잣말이 더 어울리리라.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여전히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해서 이루어 진 것인가, 하는 것을. 그 생각에 몰두하느라 그녀는 남자의 표정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여자는, 너무도 기묘한 말에 퍼뜩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물론 그 말이 너무 이상했기에 그녀는 여전히 그의 표정에 신경 쓸 겨를 따위가 없었다.


“…에?”


어리둥절한 그녀의 표정에 남자는 조금 더 인상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쯤엔 그녀도 그의 찡그러진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눈이 귀찮음을 잔뜩 머금은채 가늘어져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이름은 이안. 이야기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해가 안가겠지만.”


남자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라니, 신데렐라 같은 그림동화라도 말하는 것일까.


“물론, 이 상황이 매우 이상하겠지?”


남자의 물음에 그녀는 아주 가볍게 대답했다.


“응.”

“어차피 비현실적인 일상에 끼어든 거, 조금만 더 융통성을 발휘해 보라고.”


남자는 귀찮기 짝이 없다는 표정을 하며 투덜대듯 말했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보이는 움직이는 사람이라곤 이 남자밖에 없는 기묘한 상황이다. 꿈이라 생각하고 그저 수긍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부터 얘기를 잘 들어.”


그는 그러고는 책을 들어 올렸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책 같은 건 들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하지만 곧 그가 입을 열어서 그녀는 그 말에 집중하기로 생각했다.


“자, 여기 책이 있다.”


그리고 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책이 알아서 스르르 펼쳐졌다. 그녀가 놀랄 틈도 없이 마치 3D 입체 영상 같은 것이 그 위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안경도 쓰고 있지 않았는데. 그 영상은 어떤 도시의 모습이었다. 조그만 미니어처를 보는 것처럼 책을 펼쳐놓은 사이 주위에 도시의 일부분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 책에는 주인공이 있겠지?”


그 말과 동시에, 검은머리의 아주 평범한 남자가 클로즈업 되기 시작했다. 콧수염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 같았다.


“그래. 이 사람은 주인공이다. 배경은 근대 유럽. 자, 그럼 주인공이 움직이는 걸 볼까?”


그는 까만 정복을 입은 채로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처음 들어보는 억센 발음의 언어였지만 경례를 붙이는 모습과 총을 다루는 모습과 딱딱한 제복에서 그는 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주인공이니까 책에는 오로지 그에 대한 내용만 나와. 하지만 그는 혼자 살아갈 수는 없지. 그와 친한 친구도 있을 테고, 그의 부하들도 있을 거야. 책에 적혀 있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속의 세상 어느 곳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책의 영상 속 남자는 점점 빠르게 변해갔다. 점점 더 거대한 군대를 지니게 되었고, 그는 점점 높은 지위에 올라갔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있고, 또 그 모든 것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존재하게 되면서 세계가 정의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이해 가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쉽게 인어공주로 가보지. 인어공주가 있던 바다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세계의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 있었을 거야. 인어공주가 만난 왕자의 나라의 이름은 뭘까? 왕자에게 거짓말한 다른 나라의 공주도 있었고, 그 나라와 왕자의 나라사이의 역학관계도 분명히 있었을 거야. 그들은 함께 식사를 했겠지? 그 식사는 어디서 왔을까? 그 나라에는 분명히 상인들도 있겠지? 상인들은 어느 나라와 거래를 할까? 그 나라에도 역사는 있겠지?”


물론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만약 그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었다면….


“그래. 당연히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수없이 많은 것들이 존재할 거라는 거지. 작가가 책에 일부러 적지 않았지만, 분명히 실재해야 할 일들로 인해서 세계가 규명되는 거라고.”


그는 손바닥위의 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마치 이 이야기처럼.”


이야기속의 남자는 마침내 대단한 결정을 내렸다. 눈 내리는 어느 밤, 죄 없는 사람들을 총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해서! 열등한 종의 인간들은 모조리 죽여 버리자, 가장 뛰어난 우리들만이 구원 받으리라!


그렇게 광기로 점철된 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안은 말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 비참한 전쟁에 대해 펠렌 연합국에서 쓴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펠렌 연합국이 있는 세계는, 마법과 검과 환상이 있는 세계지.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믿지 않아.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과학이라는 환상문명을 상상해냈지.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발전해 나온 세계가 바로 여기.”


그는 바닥을 발끝으로 통통 차며 말했다.


“네가 있는 바로 이 세계.”

“…….”

“믿기 어려울 테니 믿지 않아도 좋아.”


그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설명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어. 이 세계는 지금 새로운 집필을 위해 잠시 멈춘 상태야. 모두 사라져 있어야 한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 수가 없어. 그러니 너를 데려가기 위해 온 거야.”


그는 말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로?”

“그야, 작가가 있는 곳이지.”

“이야기를 쓰는…?”

“그래. 말하자면, 모든 세상을 만드는 신이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이야기속의 인물이 작가를 인식할 수는 없잖아?”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을 앞으로 내밀면서 웅 다무는 게 버릇인 듯 했다. 남자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출발해도 괜찮을까?”

“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집필이 끝날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아더는 금방 쓰니까, 괜찮을 거야.”


그러면서 그는 허리춤의 칼을 꺼내들었다. 여자는 반사적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바닥을 향해 칼을 메다꽂았다.


마치 두부에 이쑤시개를 꽂은 것처럼, 아스팔트를 가볍게 뚫은 검은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손 자루에 있던 붉은 루비가, 불길하게 번쩍이며 눈을 아프게 했다. 그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그 붉은 빛은 더욱 밝아졌다.


“이리와.”


이안은 한손을 그녀에게로 내밀며 말했다. 화려한 복장을 한 절세의 미남자가 그렇게 행동하자, 마치 정말로 영화 속 장면 같았다. 내용은 판타지. 그녀는 잠시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그의 말을 따랐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하고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처럼 지금도 그랬다. 그가 무엇을 말해도 그녀는 조금 생각한 뒤에, 그것을 따랐을 것이다.


그녀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서자 그는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검을 쥔 채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붉은빛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대신 칼날이 닿아있는 바닥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을 풀어 놓은 것 같이 검어지더니, 곧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그녀는 작게 웅얼거렸다.


“무서워 보여….”


웅얼거리는 말을 들었는지 이안이 허리를 좀 더 강하게 안아주며 속삭였다.


“괜찮아. 위험한건 아냐.”


그녀는 그의 코트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잠시 뒤 코트자락이 크게 출렁이며 펄럭-하는 소리가 났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얇은 피막으로 된 마치 박쥐의 것 같은 커다란 날개가 그의 등에서 솟아있었다.


그녀가 무어라 말을 할 틈도 없이 그는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며, ‘자 이제 간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곧 검을 바닥에서 뽑자, 거의 추락하듯이 그들은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으로.


그녀는, 어둠속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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