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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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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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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5.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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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La~port Liarta - 17장 깨어진 우정 #02

DUMMY

제 17장 깨어진 우정 #02



-딱! 따닥! 카각!

"컥!"

아란은 고통속에서도 방어검술 두 번째 기술을 응용하여 간신히 이얀의 목검을 흘리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가슴의 통증 때문에 팔에 힘이 빠졌다. 그게 패인이었다.

-빡~!

"크악!"

-휘리릭! 땡그랑

이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란의 손목을 목검으로 가격했다. 그러자, 아란은 비명을 지르며 목검을 놓쳤다. 목검은 바닥에 떨어지며 울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맞은 손목을 움켜쥐며 움츠러든 아란의 배를 이얀의 오른발이 거세게 가격했던 것이다.

-퍼억!

"크헉!"

아란은 배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엎어졌다. 머리가 고통으로 새하얘졌다. 아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바닥에 엎드려있는 아란의 머리위로 이얀의 발이 올라왔다. 그리고는 지긋이 힘을 줘서 밟았다.

"크윽!"

"흥! 뭐야 이거!? 야 아란! 너 정말 더럽게 약하다. 응? 근데, 너의 잘난 스승! 파란광대 그 자식은 도대체 너한테 뭘 가르친거냐? 스승이 병신인지, 제자가 개병신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 응? 아란? 말 좀 해봐."

"이, 이자식이…."

이얀의 발이 자신의 머리를 밟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란은 이얀의 말에 고개를 들려 노력한다. 하지만, 헛수고다. 이얀은 자신이 고개를 들려하자, 발에 힘을 준다. 입안으로 바닥의 모래가 마구 들어온다. 정말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스승의 욕을 하는데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병신 같았다. 그리고 이얀이 죽일 만큼 미워졌다. 이얀에 대한 분노가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하. 뭐야 결국. 내가 훌륭한 스승을 가진 널 이기기 위해 얼마나 검술을 갈고 닦았는지 알기는 하냐? 근데 이 무슨 추태냐? 응? 난 최소한 네가 나랑 대등한정도로도 싸워줬으면 했다고. 너, 나랑 지금 장난 하냐? 이따위 병신 같은 실력으로 기사가 되겠다고? 어이가 없어서 진짜. 너, 기사 절대 못돼. 내가 보증하지. 이정도 실력으로 백년을 수련해도 무리야. 엉? 알겠냐?"

"이, 이게…."

아란은 일어서려 남은 힘을 쥐어짰다. 가슴과 손목, 배에서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분노로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손을 더듬어 자신의 목검을 찾아 손잡이부분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이얀은 그러한 아란의 노력을 비웃으며, 다른 쪽 발로 목검을 밟았다.

"이런 이런,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거냐, 너? 푸핫! 네가 이런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이이익!!"

아란의 손에 힘줄이 선다. 목검을 이얀의 발밑에서 빼보려 애쓰지만 요지부동 목검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얀이 애쓰는 아란을 비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화가나? 내가 더 재밌는 얘기 해줄까? 음, 리리스 '먹었던' 얘기는 어떨까? 큭큭큭?"

리리스 얘기가 나오자 아란의 눈에 핏발이 섰다. 닥쳐! 이 개자식아. 아란은 죽을힘을 다해 목검을 이얀의 발에서 뽑으려 비틀었다. 아란의 손이 바닥에 까져 상처투성이가 된다. 그럴수록 이얀은 아란의 머리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하하. 너무 화내는 거 아냐? 리리스는 말야. 몸매는 환상인데 가슴이 빈약해서 조금 그렇더라고…."

"크아아!!"

"그래도, 요즘에는 가슴이 예전보다 좀 나온 것 같더라니, 푸흐흐, 아란. 뭐, 그런 더러운 계집애, 내가 무사수행 무사히 다녀올 때까지 가슴까지는 허락할게. 하지만, 그 이상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리리스는 '내꺼'니까 말야. 킥킥킥!!"

아란은 화가 폭발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끊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목검을 쥔 오른손에 온힘이 가해졌다.

-탁!

"이야아아아안----!!!"

그때였다. 목검이 거짓말처럼 스르릉 뽑힌 것은…

"뭐, 뭐야!!"

이얀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스르릉 파박!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던 탓에 아란이 반사적으로 휘두른 목검을 피하지 못하고, 목검에 가슴부터 왼쪽 팔까지 길게 찢겨져 나간다.

"……!!!"

목검을 휘두른 아란도, 거기에 맞은 이얀도 놀랐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아란이 손에 들고있는 목검으로 갔다. 목검에… 베여?

그러나, 아란이 쥐고 있는 것은 목검이 아니었다. 아란이 들고있는 그것은 새파랗게 날이 선 한 자루의 소검이었다.

-툭, 투둑!

이얀의 가슴에서 왼팔까지 이어진 자상에서 새빨간 피가 흘렀다. 이얀은 오른손으로 상처에 손을 가져간다. 배어나오는 붉은 피.

"큭, 뭐, 뭐야?"

아란도 멍청해진 시선으로 자신의 목검을 쳐다본다. 하얀 목검이 한 자루 더 이얀이 밟고 있던 자리에 있다. 목검이 둘? 아니다. 저것은 검집. 그래, 검집이었다. 아란은 한눈에 알아챘다.

자신이 들고 다니던 목검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목검이 아닌 한 자루의 소검이었다. 헬카이트 공작의 하얀스틱. 그것은 막대로 위장한 소검이었던 것이다.

"그래, 아란. 이거냐? 그 잘난 스승이 가르친 게. 이따위 치졸한 짓이냐고! 방심한 상대를 진짜 칼질로 한방에 끝내버리는게? 멋지군!!"

이얀이 분노에 찬 어투로 빈정댄다.

"아, 아냐…."

아란은 고개를 흔든다. 자신이 알고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방금전까지 이게 진짜 검인 줄도 몰랐었다.

이얀의 새빨간 피가 아란의 혼을 빼놓았다. 저것이 피. 자신이 상처 낸 최초의 피. 붉었다. 정말 붉었다. 온통 붉은색이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무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덜컥 겁이 났다. 아니다. 자신이 한일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자신이 한일이다. 자신의 친우였던 이에게 자기가 저지른 짓.

"크윽."

이얀의 상처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와 그의 새하얀 코트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한눈에 딱 보기에도 상당히 깊은 상처. 이얀은 갑자기 비틀거린다.

"이, 더러운 자식…."

이얀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아란을 쏘아본다.

'아냐… 내가 한 짓이 아냐.'

아란은 그런 이얀의 시선에 온몸이 굳었다. 온몸이 덜덜 떨린다. 누군가에게 처음 상처를 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섭게 다가왔다. 그것도 본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이, 개자식이!"

이얀은 핏발이선 눈으로 아란을 그렇게 노려본다. 그 모습은 꼭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아란은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이얀은 상처를 오른손으로 감싸 쥔 채 천천히 아란을 스쳐지나간다. 그러면서 아란에게 말했다.

"…이 더러운 자식!! 다, 다음에는 내 눈앞에 띄지 마. 그땐 정말로 죽여 버릴 테니까."

아란은 그저 멍하니 굳어있었다. 시야가 온통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비릿한 피냄새가 아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밤하늘의 초승달도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인다.

"헉!! 허억!!"

숨을 깊이 몰아쉰다. 그제서야 차가운 밤공기가 아란의 폐부를 쓰다듬었다.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린다. 이얀은 이미 가고 없다. 아란은 멍하니 이미 어두워진 마을 저쪽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거짓말 같이 조용했다. 아란은 갑자기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주저앉으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초승달이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다.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전부 거짓말 같았다. 아란은 멍하니 그렇게 언제까지고 어둠속에 앉아있었다.


아란은 그날 이얀과 만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아란은 이얀이 무사수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빠르게 떠난 이얀. 아란은 그 소식에 꽤나 놀랐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마주치는 것은 서로에게 곤혹스러운 일, 특히나 아란 자신에게 더욱더 그런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아란은 리리스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리리스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아란은 도저히 리리스의 얼굴을 보고 평정심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이얀의 충격적인 발언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리리스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리리스가 예전에 했던 행동 하나하나까지 의심이 갔다.

이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그동안 리리스의 장난감으로써 철저하게 당한셈이 된다. 아란은 그 말이 머릿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리리스에 대한 의구심에 점점 키워갔다. 이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달까. 솔직히, 리리스의 요즘의 퉁명스런 행동은 너무도 자신을 같잖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번 그렇게 생각하자, 아란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엄청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게 아란은 그날 이후로 점차점차 리리스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이상해.'

리리스는 최근 들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히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또, 허전하고 답답했다. 뭘 해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달까.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아란의 부재였다.

소년은 최근 일주일간 자신을 전혀 만나러 오지 않았다. 사정이 있는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걱정이 된다.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마녀의 충고대로 괜스레 아란에게 심술궂게 굴었던 리리스였다. 속으로는 미안했지만, 정말 마녀의 말대로 하자 아란이 정말 자신에게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내심 흡족해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란은 리리스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냥 형식상 왔다갔다라도 해주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오지를 않는다. 리리스는 그것이 맘에 걸려 애가 탔다.

생각해보자면 최근에 데이트하고 난 바로 다음날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날따라 아란이 안 돼 보여 특히나 좀 심하게 굴기는 했었다. 잘난 이얀을 봐서 그런지. 괜스레 아란에게 심통을 부렸던 것이다.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 '다음에 만날 때부터는 잘해줘야지.'하고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아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리스는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궁금했지만, 차마 틱틱거리던 자신이 먼저 다가가면 볼썽사나울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한번 살펴볼까?"

그동안 그토록 살갑게 굴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란이 너무 신경 쓰였던 리리스. 그런 생각을 한번 품어본다.

'안 돼!'

하지만, 그럼 안 된다고 생각했다. 원래 아란에게 퉁명스럽게 군 이유도 아란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기가 오히려 먼저 다가서면 어쩌자는 건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건 싫었다.

그래서 결국, 리리스는 아란의 소식이 무척이나 신경 쓰이면서도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그렇게 행동했다.

"언니, 소문 들었어?"

호화로운 저택의 방. 단발머리의 흑발소녀가 자신의 언니에게 물었다.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는 이 작은 소녀는 활동하기 편한 활동복차림을 하고 언니를 돌아보았다. 꽤나 성격적으로 밝아 보이는 외모를 가진 소녀다. 장난기어린 눈동자에는 쾌활함이 엿보였고 고집스런 눈매가 귀여운 소녀였다.

"응? 무슨 소문?"

작은 소녀의 말에 언니인 긴 검은머리의 아름다운 소녀가 돌아보며 묻는다. 그 소녀는 바로 루치야였다. 루치야는 간편한 파자마 차림으로 책을 읽고 있었던 듯 한손에는 작은 책자를 들고 있었다. 그런 루치야를 바라보며 작은 소녀 리나스 사야는 언니의 질문에 대답했다.

"언니 친구, 아란오빠말야."

"응."

"꽤 안됐더라. 마을에서 애들한테 들었는데, 리리스언니에게 차였대. 리리스언니가 아란오빠를 찼대나봐."

"뭐!?"

-툭

루치야는 그 말에 깜짝 놀라 보고 있던 책을 떨어뜨렸다. 동생을 바라보는 눈이 회등잔만하게 커졌다. 리리스가 아란을 차버렸다구?

"진짜야!? 그 말? 사실이야?"

"응. 그렇대."

루치야는 자신의 동생이 가져온 소문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그러나 리나스의 눈빛으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왜!?…"

"그게, 영주성의 이얀오빠랑 리리스언니랑 사귄대. 그래서 리리스언니가 아란오빠를 찼대. 그런데, 리리스언니가 이얀 오빠를 정말 좋아하나봐. 이번에 무사수행 떠났잖아? 그거 다녀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증표로 반지도 받아서 꼈대."

"뭐어!?"

"그래서, 요즘 아란오빠가 리리스언니 근처에도 안간대~!"

쐐기를 박는 리나스의 말에 루치야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 소문,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루치야가 아는 리리스는 그럴 애가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런 소문이 나서 리리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기에 그걸 아는 루치야는 소문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란.'

무엇보다 루치야는 아란이 걱정되었다. 리나스가 알 정도라면 소문은 마을 전체에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어떻게 되었건 아란이 부디 상처 입지 말아야 할 텐데….


-탁 탁 탁

리리스는 달리고 있었다. 소녀의 두꺼운 외투가 휘날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소녀의 얼굴을 스치며 그녀의 체온을 사정없이 앗아갔다. 그래도 리리스는 괘념치 않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리리스는 오늘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을 하나 접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의 마법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마을 광장에서 만난 플로라가 다가와 말해줬다.

'너, 이얀이랑 사귄다며?'

아니야.

'참, 굉장하더라. 리리스? 그렇게 지극정성인 아란을 냅다 뻥 차버리고?'

아니야.

'이얀한테서 반지까지 받았다며?'

아니야.

'칸나가 정말 화났더라. 말리느라 혼났어. 남자친구 있는 기집애가 더한다고. 너 만나면 가만 안둔다고 그러던데? 나, 칸나 그렇게 화난 거 첨 봤거든. 알아서 도망다녀 리리스.'

사실이 아니야.

리리스는 황당했다. 뭐냔 말이다. 갑자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플로라는 퉁명스럽게 그 말만 하고 사라졌다. 그 자신도 상당히 화난 분위기였다. 소녀는 생전처음 겪는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가장 큰 문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란!!'

아란이 이 소문을 듣는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동안의 냉전관계가 굳어진다기보다 아예 관계자체가 박살이 나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리리스의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는 아란의 관심이고 자시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소문에 아란마저 휘둘린다면, 정말 그 순간 끝이었다. 모든 게 끝이었다.

'제발, 아란….'

한참을 달린 끝에 리리스는 아란의 집에 도착했다. 이카로스 산 너머 서쪽하늘 끝에서 까만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리리스는 아란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똑 똑

"네, 누구세요!?"

안쪽에서 아란의 엄마인 모리아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리리스에요. 아주머니, 문 좀 열어주실래요?"

"으,응? 리리스!? 잠깐만 기다리거라."

칼 부인은 주방에서 저녁준비를 하는 듯 안쪽에서 분주히 달그락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큼 기다렸을까.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며 모리아아주머니가 나왔다. 리리스는 그녀에게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머, 리리스. 무슨 일이니?"

모리아 아주머니는 웃으며 리리스를 맞아주었다. 리리스는 서둘러 아란을 찾았다.

"아주머니, 아란 혹시 지금 집에 있나요?"

"응? 아란?"

리리스의 생각에 아란은 분명 집에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같은 날씨에 아란이 괜스레 밖으로 나다닐리 없다. 아주머니는 조금 뜸을 들였다.

"으음, 글쎄, 오늘 걔가 어쨌더라? 흐음…."

"네?"

"아, 아니다. 아란 이 녀석이 오늘은 통 보이지를 않더구나. 리리스."

"그, 그래요?"

"리리스 네가 좀 찾아봐주겠니?"

"……."

리리스는 어째 모리아 아주머니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리리스의 기분상 아주머니가 알고는 있는데 말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눈치가 빠른 리리스는 그 평상시와는 다른 아주머니의 태도에서 그것을 알아챘다.

"아니면, 아란이 오게 되면 너네 집으로 가보라고 전해주마."

"네…."

리리스는 풀이 죽었다. 모리아아주머니는 그런 리리스가 딱해보였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미안하구나, 리리스."

"아니에요. 모리아 아주머니. 그럼 고맙습니다."

리리스는 인사를 꾸벅하고 아란의 집을 나선다. 어느덧 먹구름이 다가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하아…."

리리스는 한숨을 쉬며 아란의 집을 뒤돌아보며, 이층 아란의 방을 올려다본다. 굳게 닫혀 커튼이 쳐져있는 창. 그러나 리리스가 돌아보는 순간, 커튼이 약간이나마 흔들리는게 보였다.

'역시나….'

아란은 리리스의 예상대로 집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만나주지 않는다. 이건 소문이 이미 아란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고 봐야하나?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아란이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은 이유가 이 소문 때문일 수도 있었으므로….

리리스는 문득 굉장히 답답해졌다. 당장 아란에게 달려가 소문 따윈 거짓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자니 아주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가서 따질 수도 없고 답답했다.

-툭 툭

그렇게 고민하는 리리스의 머리위로 문득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리리스는 어쩔 수 없이 착잡한 마음을 접고 아란의 집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란은 이층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리리스랑 싸웠니?"

"아뇨."

"괜찮겠어? 저렇게 보내도?"

"상관없어요."

엄마의 걱정스런 질문에 아란은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 그 때문에 엄마는 더욱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웬만하면 화해하거라. 소문 같은거에 휘둘리지 말고."

"……."

역시 엄마도 소문을 알고 계신다.

"리리스의 표정을 봐선 그럴 애 같지 않더라."

"후…."

그러나 아란은 말하기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자리에 앉을 뿐이었다.

'그건 엄마가 몰라서 하는 소리라구요.'

아란은 테이블 자리에 앉으며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서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

-투둑 투둑 탁!

창밖에는 한겨울의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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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13 08.04.09 2,417 5 16쪽
35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6 08.04.03 2,417 5 18쪽
34 La~port Liarta - 9장 결심 #01 +6 08.04.03 2,414 5 15쪽
33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2 +4 08.04.02 2,407 6 12쪽
32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1 +7 08.03.27 2,436 6 15쪽
31 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3 +8 08.03.26 2,422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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