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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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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4.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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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3

DUMMY

제 11장 마녀와 소녀 #03



그렇게 얼마간 있었을까. 문득,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루나사 축제네."

"그, 그러게…."

"우리도 이번엔 참가해야 되는 거지? 14살이니까,"

"응, 그렇겠지."

"14살, 후아~ 벌써 우리, 예비 성년의 날 행사까지 해야 될 때가 온 거야?"

"아, 으음…."

"빠르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마을 언니들이나 오빠들이 예비성년식이나 성년식 하는걸 보고 되게 부러워했었거든. 무지 축제에 가보고 싶어서,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는데…. 이젠 정말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아."

"나도, 그래…."

"이번에는 빅터나 카쿠나 다른 애들도 다들 참석한다던데, 괜찮으려나?"

"정말? 빅터는 우리보다 한 살 더 많은 거 아니었어?"

"음, 그건 맞는데…. 작년에 그런 일이 있었잖아? 이얀과 싸워서…."

"아…."

빅터는 아란이나 리리스보다 한 살 더 많았지만, 작년의 예비 성년식때 빅터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란과 루치야를 괴롭히다 이얀에게 죽을 만큼 맞고 침대신세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빅터는 전신골절로 꼬박 두 달간 정양해야했는데, 그 이후로는 금발머리만 봐도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고 그랬다. 예전의 악동빅터가 이젠 겁쟁이빅터로 바뀐 것이다.

덕분에, 이젠 마을의 소년들이 모여서 누구를 괴롭히고 그러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빅터를 따르던 소년들도 그 당시 이얀에게 너무 호되게 당한나머지, 지금은 온순한 양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내심 골칫덩어리이던 마을소년들을 정리해준 이얀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런 빅터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작년의 예비성년식때 참석하지 못했던 이들은 죄다 이번에 14살이 되는 아이들과 같이하도록 되었다.

리리스나 아란은 그게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을회의에서 그렇게 정해졌는걸. 아란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다, 문득 이얀생각이 났다. 이얀은 이번에 예비성년식에 참석하는 것인가. 영주님의 아들인데다 귀족이다 보니 마을축제에는 참석할지, 않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약 참석한다면, 오랜만에 만나서 예전에 싸웠던 것에 대한 사과도 하고 쌓인 오해들도 풀고 싶었다. 그래서 리리스에게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이얀은 잘 지내고 있대?"

"음? 이얀? 글쎄…. 나도 못 본지 오래됐거든."

"그, 그래?"

"응."

리리스는 그다지 감흥 없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 그럼 연락은 자주하고 있고?"

"응? 연락? 아니, 그다지…."

"아, 그렇구나…."

뭔가 일이 있었나? 아란은 이얀과 리리스가 의외로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자 의아해한다.

"그럼, 이얀은 이번 예비성년식은 참석한대?"

"글쎄, 제국전통축제이니만큼 참석하지 않을까?"

"음…."

리리스의 무관심한 반응에 아란은 괜히 머쓱해진다. 그런 아란에게 리리스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오히려 되묻는다.

"근데, 아란."

"응?"

"그런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에?"

"이얀과 가장 친한 건 아란 아니었어?"

리리스의 질문에 아란은 조심조심 입을 연다.

"으, 그렇긴 하지만, 리리스 넌 이얀의 여자 친구잖아. 그러니까…."

"뭐!? 뭐라구!?"

아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리스는 정색하면서 외쳤다.

"에? 그러니까, 네가 이얀의 여자 친구니까. 나보다 연락을……."

"에엣!? 그게 무슨소리야. 내가 이얀의 여자 친구라니?"

리리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한 표정으로 아란에게 되묻는다.

"어? 아, 아냐?"

아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한다.

"……."

"아, 아니 분명히, 마을에서도 다들 너랑 이얀이랑 사귄다고 그러고, 이얀자신도 저번에…."

"뭐!? 누가!?"

황당해 하는 리리스.

"마을에 소문이……."

"아앗! 뭐야 대체 누구야!!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뜨린 게!!"

리리스의 격렬한 사실부정에 아란은 눈에 띄게 흔들린다.

"아, 아냐!?"

"당연하지! 대체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거야!!"

"에? 이얀도 저번에 네가 준 사랑의 증표라면서 구슬을 보여주던데…."

"에엥? 뭐야 그게. 증표라니!! 증표……?! 앗! 아아, 그거였구나. 그, 그 녀석! 그때 내 옷단추 떨어진걸 달라고 그러길래 줬더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거였어!?"

리리스는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부, 분명, 플로라와 칸나도 그렇게 말했습니다요."

"아아,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어."

"저, 정말 아니야?"

"아냐!! 맹세코 절대아냐! 이것들, 도대체 내가 오냐오냐하고 있었더니 뒤로 그따위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녔구나!!"

굉장히 분해하는 리리스. 아란은 리리스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에 아란은 왠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하고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적지 않게 놀랐다. 다행이라고? 왜?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아란은 궁금했다.

분명, 이얀과 사귀는 게 아닌 리리스라도 이 소녀는 자신이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까마득한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전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흐음? 의외로 기분이 좋아 보이네?"

"응?"

"혹시, 내가 이얀이랑 사귄 게 아니라서 기뻐?"

얄궂게도 리리스가 아란의 정곡을 찔러온다.

"아,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냐. 그, 그냥 난…."

아란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상당히 당황한 아란, 말을 더듬으면서 계속 강하게 부정했다. 그래도 리리스의 짓궂은 눈빛은 거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란은 필사적으로 그럴듯한 말을 지어냈다.

"그, 그래, 요새 내가 검술연습을 못했는데, 몸 상태가 이렇게 된 것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

"저, 정말이야…."

고민하는 표정 따윈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둘러대는 말이었지만 리리스는 말없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래서 기사가 되는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런 거야?"

"응."

"흐음, 그래?"

"아, 응…."

리리스는 아란의 말에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꿀꺽

긴장한 아란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턱을 짚으면서 조용히 생각하던 리리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야. 이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이걸 모르는 것 같아서 말야. 아란, 꼭 검술을 잘하는 기사만이 진짜 기사인걸까?"

"뭐……!?"

아란은 둘러대기 위한 말에 리리스가 진지하게 대답하자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될지 망설여졌다. 그리고 대충 흘려듣기에는 리리스가 하는 말이 왠지 범상치 않게 들린다. 그래서 아란은 고민하다 리리스가 하는 말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음……."

"나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봐. 기사라는 것은 제국의 상징이자 얼굴이지. 물론 강한제국의 이미지로는 힘만 센 기사가 최고겠지. 하지만 천년이상 이어진 제국의 원동력은 단순한 힘만이 아냐. 제국을 지켜왔던 진짜 원동력은, 최강의 기사가 아닌 지혜를 가진 최고의 기사들이었어. 힘만 센 기사가 제국의 얼굴이라면 그건 버서커를 앞세운 흉폭한 나라밖에는 되지 않아. 그리고 제국의 진짜 강함은 그게 아니잖아? 나는 최강의 기사들을 이끄는 최고의 지혜와 지식을 가진 기사들이 진정한 기사라고 생각해. 그건, 검술의 강함과는 별개로의 강함이 아닐까."

"……."

역시 마법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유식한 지식을 술술 쏟아내는 리리스. 아란은 적잖게 소녀의 말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 말은 아란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찰시켜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검술의 강함과는 별개의 강함. 최강의 기사단을 이끄는 최고의 기사. 그러자, 아란은 리리스의 말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리리스는 지금, 제국의 강함을 만든 본질은 군대의 힘이 아닌 지혜와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갖춘 기사가 최고의 기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아란은 사실, 최강의 기사 따윈 관심이 없었다. 무용담속의, 역사속의, 남들의 입에서 칭송받을 수 있는, 그러한 최고의 기사가 되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때까지 아란은 그것이 최강의 기사만 된다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꼭, 최강의 기사가 최고의 기사가 된다는 법은 없었다. 캡틴 스칼럿의 경우만 봐도 그랬다. 그는 최강의 기사였지만 최고의 기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최고의 기사로 제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것은 옆에 있던, 기사조차 아닌 헬카이트 공작이었다. 그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당시 최고의 기사, 즉 제국의 영웅으로 높이 칭송받았다.

문득, 노인이 궁극적으로 가르쳐 주려던 게 이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베이에트' 절대로 최강의 검사는 될 수 없는 체질이었으므로….

아란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자기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목표를 드디어 찾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의 아란은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낑낑대며 노력하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자기 몸에 꼭 맞는 새 옷을 찾은 듯 한 기분이었다. 눈앞이 환하게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란은 조용히 리리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마워, 리리스."

"에?"

"너 덕분에 나, 깨달은 것 같아."

"아, 그래? 다행이다. 난 또, 괜한 참견한건 아닌가 싶어서…."

"아, 아냐…. 정말, 정말로 도움이 됐어…."

"헤헤, 그래? 도움이 됐다니 나도 기뻐."

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란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란은 그 미소가 너무도 예뻐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란은 그냥 푸른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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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3 +11 08.04.21 2,24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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