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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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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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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4.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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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DUMMY

제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으아악!"

-콰당탕!

아란은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기절할 듯이 놀라며, 뒤를 돌아보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언제 왔는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아란의 뒤에 서있던 이는 다름 아닌 예의 푸른 옷의 검사였던 것이다. 아란은 벌떡 일어나, 헬카이트 공작의 뒤편으로 숨었다. 그런 소년을, 푸른 검사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야~ 꼬마야 반응한번 화끈한데? 그리고 뭔말이야, 대체? 마녀의 하수인이라니,"

"너……."

그런데, 아란대신 헬카이트 공작이 입을 연다.

"엉?"

"너 말야, 이 녀석이 네 녀석보고 마녀의 하수인이라는군."

그걸 본인한테 직접 말하면 어떡해! 아란은 노인의 말에 기겁했다. 그러자, 푸른 검사의 반응은 그게 뭐냐는 듯,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호오? 내가? 으음."

그러다가, 헬카이트 공작 뒤편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아란에게, 허리를 숙여 얼굴을 들이민다. 푸른 검사와 얼굴이 마주친 아란 그 자세로 굳는다. -흐음 하며 고민하던 푸른 검사는 갑자기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 마녀다! 하고선 도망친 그 녀석이잖아!"

"히익!"

헬카이트 공작의 뒤로 숨는 아란. 푸른 검사의 입 꼬리가 씨익하고 올라갔다.

"이야~이야~ 이런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되게 반가운데?"

푸른 검사는 이제야 알아 봤다는 듯이 아란을 보며 말했다. 아란은 푸른 검사의 기세에 쫀 나머지 고개만 끄덕였다.

"에에."

"이 녀석아, 사람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냐. 당장 나오지 못해!?"

헬카이트 공작은 자신의 뒤에서 꼼지락거리는 아란이 못마땅했나보다. 아란을 향해 윽박지른다. 그러나 아란은 울상이 된 채 말한다.

"하, 하지만, 마녀의 하수인……."

"후, 아직도 그 소리냐…."

"그, 그래도, 저 쟁반! 마녀의 조종을 받는다는 증거 아닌가요!?"

아란의 용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당하다는 듯 한 헬카이트 공작과 푸른 검사의 시선이 검사가 쓰고 있는 요상하게 생긴 모자에 꽂혔다. 잠시 침묵….

"재, 쟁반?"

"뿌헐!"

그러다 갑자기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하. 뭐라고? 하핫. 쟁반? 하하하…. 너, 상당히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구나. 킥킥킥…."

"푸헐헐헐, 이 녀석아! 저건 쟁반이 아니라, 삿갓이라고 하는 모자다! 원래 우리 제국에는 없는 거라서 웬만한 사람은 잘 모른다지만, 그래도 쟁반이 뭐냐 쟁반이! 푸헐헐."

"……."

"낄낄, 그리고 나 마녀의 하수인 같은 거 아니다~ 마녀가 내 하수인이면 또 모를까. 킥킥킥."

특히 푸른 검사는 배를 쥐고 웃어댔다. 아란은 그게 그저 특이한 모자라는 말에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검사의 마녀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놀랬다.

"아, 아니에요?"

"하하, 당연하지, 이 시리우스님을 뭘로보고 그런 노망난 할망구랑 묶는 게야! 그런 마녀 같은 사악한 할망구랑은 천적관계다 천적! 아, 물론 이 몸이 그 못된 할망구의 천적이지!"

"아! 그렇군요. 죄,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이상한 오해를…."

"암, 암."

푸른 검사의 그 몸을 던지는 듯 한 역동적인 부정에 아란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 할 수밖에 없었다. 보면 볼수록 검사라기보다는 광대에 가까운 사내였다. 큰 키에, 치렁치렁하게 긴 갈색 머리카락이라든지, 화려하게 생긴 귀걸이며 목걸이라든지 말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옆머리는 구멍 뚫린 구슬 같은 장식으로 중간을 묶어 늘어뜨렸다.

아란은 푸른 검사를 보며 별로 칼 쓰는 사람 같지 않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까 기사 수십을 순식간에 모조리 때려눕히던 무지막지한 괴물의 이미지와 매칭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실력은 엄청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은 했지만…….

그걸 지켜보던 공작이, 둘을 향해 한마디 한다. 많이 참아줬다는 목소리다.

"어쨌거나, 소개 좀 하지? 곧, 저녁만찬이 시작될 텐데?"

헬카이트 공작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둘.

"아, 그렇군."

"아, 네, 아, 안녕하세요. 전 아란 칼이라고 합니다. 헬카이트 공작님 밑에서 기사도수업을 받고 있죠."

"호오~ 네가 바로 공작이 말하던, 그 꼬마구나. 생각보다는 더 키가 큰 거 같은데!? 반갑다 아란. 내 이름은 시리우스~!! 세계최강의 검사이자, 세상 모든 쭉쭉빵빵 미녀들의 연인이지!"

"……."

어째 소개가 요상했지만, 아란은 그러려니 했다. 시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쓰고 있던 그 삿갓을 벗어 넘겼다.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서글서글한 눈매가 인상적인 외모가 뭇 처녀들의 방심을 뒤흔들만한 수준이다.

아란은 왠지 이 광대 같은 사내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참 세상은 불공평하다. 아란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응대한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시리우스씨는 무슨 일로 영주성에 오신 거죠?

"어? 나? 나야 뭐, 근처에 있다 공작이 부탁해서 온 거지 뭐…."

"음, 그럼 헬카이트 공작님과는 친구이신가요?"

"응? 공작? 그렇지 뭐, 내가 여기저기 일 때문에 떠돌다보니 좀 발이 넓어, 어찌어찌하다 보니 공작을 만났지. 흐흐."

곁눈질하며, 헬카이트 공작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랐던지 시리우스는 대답하면서도 히죽거렸다.

"오, 그럼 용병이세요?"

"음, 글쎄, 용병이라면 용병이랄 수도 있겠네. 하지만, 보수 같은 건 잘 받지 않아서 말이지. 킥!"

"그럼, 이번엔 무슨 일로……."

"아, 그거? 그건 공작이말야……."

"아, 시리우스, 그건 내가 직접 얘기해야겠네……."

"눼이~"

시리우스가 막 말하려는 순간, 헬카이트 공작이 나섰다. 시리우스는 얌전히 공작에게 양보했다.

아란은 '응?'하며 공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헬카이트 공작은 틱틱거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뀌어있었다.

공작의 변화에 불안해진 아란. 공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란아, 뭐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요 근래에 네 녀석을 가르치는 재미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때까지 근 일 년간 나의 제멋대로인 수업을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단 말부터 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솔직히 즐거웠단다."

"……?"

아란은 이자크노인, 아니 헬카이트 공작의 말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건 뭐, 거의 작별인사의 멘트가 아닌가.

"…하, 할아버지 그, 그럼!?"

"그래, 오늘로써 이곳에서 너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 되겠구나. 나는 이제 도서관지기노인 이자크에서 아이작 폰 헬카이트 공작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그래서 내일 아침 시리우스와 함께 제도로 떠날 예정이지."

-쿠웅!

아란은 그 말을 듣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그랬다. 이자크할아버지가 헬카이트 공작이 되었다면, 여기에 있으면 안 될 무슨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승이었던 이자크노인이 떠난다는 사실에 아란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황제의 호출이란다. 수년전 자기 손으로 날 쫓아냈던 황제가 이제는 내 힘이 필요하다면서 또다시 부르는구나."

"거 참, 미움 받을 황제로구만."

옆에서 시리우스가 벽에 기댄 채, 아란이 안 돼 보였던지 한마디 한다. 아란은 땅만 바라보면서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할 수 없는 거네요. 그럼, 이젠 그럼, 수업도……."

"미안하구나 아란, 원래는 더 일찍 전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사실, 오늘 영주성에서 벌어지는 저녁만찬도 기가스 남작이 나의 제도(제국수도)귀환을 축하해주려고 연 것이란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영주에게 부탁하여 너희 칼 부자를 초대하라고 했지. 그래도, 이렇게라도 가기 전에 만나게 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구나."

아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헬카이트 공작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 아쉬운 미소로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이자크할아버지, 영원히 가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가시더라도 꼭, 가끔 오실 거죠?"

"허허, 그러마."

"그럼, 내일 아침에 제도로 가시는 건가요?"

"음, 바로 제도로 가는 건 아니야. 내가 벤카르트 영지서만 몇 년 숨어 지냈으니, 고향에 한번 내려갔다가 제도로 갈 예정이다."

"고향? 이자크할아버지 고향은 어디죠?"

"내 고향? 말 안했던가? 내 고향은 제국 동부에 있는, 아젤리나 영지. 동부출신이지."

아란은 원래 노인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랐지만, 노인이 동부출신인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이자크 노인의 원래 이름은 '아이작' 폰 헬카이트, 쓰는 것은 똑같은 글자지만, 제국 수도가 있는 중부지방과 서부지방에서 발음할 때는 '아이작'이라고 읽는다.

허나, 동부 쪽에서는 발음이 좀 억센 '이자크'라고 읽었던 것이다. 제국이 워낙 넓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같은 공용어라도 발음이나 억양이 조금씩 달랐다.

맨 처음 노인이 자신의 이름을 이자크라고 밝혔을 때, 아란은 막연하게 이자크노인이 동부출신이구나 하고 여기고 있었다.

"머나먼 여행이 되겠네요."

"뭐, 그렇지, 하지만, 호위도 든든한 사람으로 고용했으니 별로 걱정은 없단다."

헬카이트 공작은 눈짓으로 벽에 기대고 선 시리우스를 가리켰다. 그러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리우스가 나서서 말했다.

"음, 뭐 그것도 일이긴 하지만, 이봐 공작, 날 부른 또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지 않았나? 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아, 그렇군."

헬카이트 공작은 푸른 검사의 딴지에 그제서야 시리우스를 부른 또 다른 이유가 생각났다. 그게 궁금해진 아란이 노인을 향해 묻는다.

"그게 뭐죠? 할아버지?"

"너랑 관련된 일이란다."

"저랑 관련된 일이요?"

자신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라는 말에 아란은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자, 문득, 옆에 있던 시리우스가 나서서 아란에게 뭔가를 건넨다. 소년은 엉겁결에 푸른 검사가 건넨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아까 전까지 헬카이트 공작이 들고 있던 하얀 스틱이었다. 꽤나 무게가 있는 것이 아란이 매일 다루던 목검과 비슷했다. 시리우스가 스틱을 살피는 아란을 보며 말했다.

"너, 요즘 검술을 배우고 있다면서?"

"네? 아, 네."

"공작이 그것 때문에 나에게 부탁을 하더군."

"네?"

아란은 시리우스가 하는 말이 약간 이해가 가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헬카이트 공작이 옆에서 덧붙여줬다.

"사실이란다. 아란. 내가 시리우스에게 부탁한 다른 일이라는 게 널 좀 봐달라는 거였다. 너의 검술재능 말이다. 어느 정도인지 숙련된 사람으로서 파악해 달랬지."

"아! 그, 그렇군요."

공작의 말에 아란은 굉장히 기뻤다. 엄청 강한검사인 시리우스에게 검술을 평가받을 수 있다니, 이런 기회도 흔치 않을 터였다. 그럼 시리우스의 앞에서 검술을 펼쳐보여야 한다는 건가. 엄청 재능이 없는 자신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속으로 많이 떨렸다.

스틱을 쥐어본다. 평소에 연습하던 목검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게 여기자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해보도록."

시리우스와 헬카이트 공작이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란은 하얀 스틱을 목검처럼 쥐었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신호에 따라 스틱을 -붕붕 휘두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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