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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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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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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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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DUMMY

제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다각다각 덜그럭 덜그럭.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각, 멀어져가는 마차소리가 아스라이 들린다. 방금 한 소년과 중년인을 내려놓은 마차는 슬슬 땅거미가 지는 저녁의 어둑해진 공기를 뚫고 저 너머로 사라졌다. 소년과 중년인은 커다란 성의 입구에 서있었다. 성의 입구 주위에는 큰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었는데, 성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때문에 그 모습이 다소 위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성의 외곽은 전체적으로 오래되었지만 견고해보였다. 위로 보이는, 회칠한 성의 건물 벽은 낡은 벽돌이 까맣게 드문드문 튀어나와 있어 오래된 듯 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었고, 그 밑으로 있는 아치형으로 된 현관은 보통 집의 현관보다 몇 배는 커보였다.

소년과 중년인은 둘 앞에 놓인 계단 위로 성의 현관을 올려다보았다. 그 현관 앞에는 성의 수비대로 보이는 듯 한 위병들이 파이크를 치켜세우고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지키고 서있었다.

소년은 마른침을 삼켰다. 소년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자, 그걸 옆에서 보던 중년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긴장하지 말거라. 아란, 영주님은 그렇게 무서운 분이 아니란다."

"……."

그랬다. 둘은 영주성에 저녁초대를 받은 칼 부자였다. 아빠는 아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말을 했지만, 아란은 계속 긴장되는지 뻣뻣한 동작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아빠는 그런 아란을 쳐다보다가 들어가자는 듯 아란의 어깨를 툭툭 쳤다. -타박타박하고 발소리를 내면서 아빠가 계단을 오른다.

-후우

아란은 심호흡을 하고 아빠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아란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 가까이서 보는 영주성의 위용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처음은 아니었지만, 밤에 도서관만 몰래 드나들던 아란으로서는 제대로 된 영주성의 견학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란은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고 새 옷까지 입었다. 귀족 같은 화려한 차림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흰색과 회색계통의 예복으로 입었다.

물론 이것을 고른 것은 아란이 아닌 엄마의 센스였지만 말이다. 아빠는 평소의 깔끔한 이미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란의 옷과 마찬가지로 새로 구입한 구리테 안경은 아빠를 평소보다 더 빛나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계단을 다 오르자 현관 앞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노년의 신사가 나와 있는 게 보였다. 아란의 아빠가 다가가자 그 노년의 신사는 다가와 반가운 표정으로 아빠를 맞았다.

"허허. 어서 오게나. 알베르트. 기다리고 있었네."

"네, 요세프씨.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아닐세, 알베르트, 아직 나는 근무 중이야. 사적인 자리는 아닌 셈이지. 허허허."

"하하, 그렇군요."

그러던 노신사는 그제야 아란을 발견했는지, 아란을 한번 보고는 아빠에게 말한다.

"그런데, 이 아이가 그……."

"네, 제 아들 녀석입니다. 아란이라고 하죠."

그때, 아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알베르트 칼씨의 아들, 아란 칼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걸 본 노신사는 안면가득 미소를 띠고는 기특하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오, 그래그래. 나는 이 영주성에서 집사로 일하고 있는 요세프라고 한단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란의 아빠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네, 참 귀여운 아들을 뒀구먼, 똑똑한 게 여간내기가 아니게 생겼는데?"

"과찬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아빠의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띈게 무척이나 기분 좋아 보였다.

"어쨌거나, 따라오게. 들어가서 얘기하세."

"그러죠, 아란아, 잘 따라오거라."

아란은 두 어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를 따라 조용히 들어갔다. 건물내부에 들어서서 아란이 처음 본 것은 커다란 홀이었다. 그리고 지금 홀 안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파티준비라도 하는 듯, 하인들이나 시녀들, 위병으로 보이는 이들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들 바빠 보였다.

홀은 아란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크고 넓어 보였다. 물론 순수하게 넓이만 따지고 보면 루치야네 사야저택보다 좁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검소한 기가스 남작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 일체 호화로운 장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인지, 사야저택보다 횅해보였다.

그래도 아란은 성 내부가 신기해 보였다. 성이야 말로 진정한 기사들의 로망이 아닌가. 성안을 두리번거리며 보고 있자니 속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성 내부에는 수많은 촛대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을 반사시키는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있어 홀 내부를 한층 더 밝혀주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두 갈래의 큰 계단은 2층으로 통하는 듯 보였고, 그 계단 사이에는 커다란 괘종시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괘종시계 양쪽으로 두개의 기사상이 검을 양손으로 잡고 가운데로 내린 자세로 세워져 있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로 되어있는 그 기사상에, 특히 관심이 동한 아란은 한번 자세히 가서 보고 싶었다. 아란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았다. 두 사람은 홀 가운데 서서,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 듯, 아란에게는 미처 관심을 쏟고 있지 못해보였다.

아란은 두 사람 몰래 괘종시계가 위치한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 기사상 앞에 섰다. 기사상은 갑옷이 맨들맨들한게 기름칠하고 청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손으로 만져본다. 차갑고 매끈한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통해서 전해져왔다. 그때, 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란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아란. 그러나 아빠는 예상외로 홀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말한다.

"여기서 구경하고 있으렴. 아빠는, 이 할아버지와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저쪽으로 가있으마."

"아, 네."

그 말을 하고, 아빠와 집사할아버지는 홀의 한쪽 편으로 사라졌다. 성의 기물을 함부로 건드렸다고 혼날 줄 알았던 아란은 예상과는 다르게 두 분이 자신에 대해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기사상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 기사상이 입고 있는 풀 플레이트 메일은 제국 일반기사들이 착용하는 전형적인 투박한 기사갑옷이었다. 그러나 오늘 누군가가 닦아놨는지, 반질반질하게 광이 났다. 갑옷의 가슴에는 제국기에 나오는 제국문양이 양각으로 고급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아란의 작은 키로써는 갑옷의 가슴께 밖에 닿지 않아 그것도 올려다보아야 했다. 갑옷 가슴부위의 양각문양을 손으로 살짝 쓰다듬어본다. 오돌토돌한 부분이 손가락을 스친다. 언젠가 자신도 이런 갑옷을 입는 날이 오겠지?

아란은 기사상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크게 꿈틀댄다.

"이게 그렇게 신기하니?"

"네!!"

아란은 누군가의 질문에 희망찬 마음으로 가슴 부푼 채 대답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다?

"호오? 수업 빼먹고, 이런 거나 구경하고 있으면 그렇게 좋아?"

"……!!!"

그 목소리는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어리를 사탕 속에 봉해 놓은 듯한, 부드럽지만 살의가 -몽글몽글 뭉쳐있는 목소리였다. 아란은 이 뒤편에서 자신의 귀에 나긋나긋 말하는 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마른 헛웃음이 나왔다.

"아.하.하.하……."

"허.허.허.허……."

그 누군가도 아란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뒤통수를 찌르는 듯 한 살의가 전해졌는지, 식은땀을 쉴 새 없이 흘리고 있던 아란이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올려다보았다.

'맞구나!' 아란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천상의 천사에게서나 볼 수 있다는 궁극의 미소를 상상하며 활짝 미소 지었다.

"하.하.하… 안녕하셨…어요? 하.하.하."

그러나, 그 누군가, 이자크노인의 눈에는 그 극상의 미소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그런 표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자크노인은 입에 걸린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슬며시 아란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쳤다.

"허.허.허.허. 안녕…하냐구?"

"……."

"허.허.허.허."

"……."

"허.허."

순간, 이자크노인의 웃음이 뚝 멈추는 것과 동시에 노인의 억센 팔에 힘이 들어가 소년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노인의 얼굴에서 미소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순식간에 변한 노인의 얼굴은 눈을 번뜩이며 철천지원수의 목을 조르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녕.하냐구? 안.녕.하냐구? 내가 네 녀석 때문에 몇 날 며칠을 도서관에서 미친년처럼 보냈는데. 안.녕.하냐구? 그래놓고는, 그래놓고는, 요, 콩만한 꼬맹이가 노친네를 그렇게 말려 죽이는 걸로 모자라 며칠 후에는 뒈졌다는 개소문으로 노친네를 심장마비로 보내려고 해? 그래 놓고는 뭐? 안.녕.하냐구?"

"켁! 켁! 그게! 그게! 제가 몸이…! 켁! 켁!"

아란은 이자크노인의 일방적인 폭력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켁켁거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괴로웠다. 아란은 노인의 강인한 팔뚝에서 벗어나보려 노인의 팔을 잡아당겨보지만, 아란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숨이 막혀 아등바등하는 아란을 노인은 가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내려 본다.

"할앜…. 숨잌, 숨잌, 주글꺼 같…….(할아버지, 숨이, 숨이, 죽을 거 같아요.)"

"아프지? 아프지? 그.래. 요놈아. 오늘 한번 당해봐라. 영혼의 고통을!!!"

"켁! 켁! 할앜, 최송! 최송!….(켁! 켁! 할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래. 죄송하는 걸 아는 놈이 연락한마디도 없이 잠수를 타? 요 녀석아! 이번에는 용서 없다. 얌전히 벌을 받거라!!"

노인은 노호성과 함께 아란의 목을 조인 팔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아란은 노인의 맹공에 팔딱팔딱 뛰며 벗어나려 비명을 지른다.

"하앜!!!"

그러나 목이 졸린 탓에 새는 비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주위의 일하던 사람들이 그런 노인과 아란의 하는 행태를 쳐다본다. 하지만, 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아란을 괴롭히는데 최선을 다했다. 아란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놈의 영감태기가 이번에야말로 자신을 죽이려하고있다!

하지만, 그때 계단위에서 누군가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무슨짓입니까?"

중후한 중년인의 목소리였다. 아란은 그 목소리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걸걸한 남자목소리였지만, 마치 천상의 선녀보다 더욱 듣기 좋게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중년인의 목소리에 노인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니, 애한테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음? 영주."

영주란다. 중년인의 정체는 바로 이 하얀 호수마을을 포함한 주변지역, 벤카르트 지방의 영주이자, 이성의 주인인 기가스 남작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노인이라도, 그런 영주 앞에서 함부로 할 수 없었던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자, 아란에게 영혼의 고통을 선사하고 있던 노인의 팔에서 힘이 빠졌다.

덕분에, 아란은 간신히 노인의 팔을 뿌리치고 노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란은 크게 콜록거렸다. 아란은 켁켁거리며 몇 번 기침을 한 후에야 간신히 숨을 들이킬 수 있었다. 하늘이 노랬다. 비틀거리며 힘겹게 자신을 구해준 중년인의 뒤에 가서 숨은 아란의 귀에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남작은 딱 요상한 타이밍에 등장하는구먼. 한참, 저 녀석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훈계를 해주고 있었는데 말이지."

노인은 아무래도 영주님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저 당당함이라니, 게다가 뭐가 사랑이 듬뿍 담긴 훈계냐! 기가 찬 아란은 얼굴이 빨개진 채 콜록거리면서 소리를 빽질렀다.

"거짓말! 콜록! 콜록! 죽이려고 했잖아요!"

"뭐라고? 요 꼬맹이가, 그렇게 당하고 입만살아가지고, 영주 뒤에 숨으면 네가 치외법권에라도 들어간 줄 아냐? 당장 나와, 박살을 내주마."

"헉!"

노인의 으름장에 기가 질린 아란은 고개를 들어 영주에게로 도움을 요청하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노인과 아란을 번갈아가면서 보던 기가스 남작은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만하십시오. '공작각하'. 당신이 여기서 이러시면 체면이 서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시끄럽다. 네 녀석이 감히 내게 훈계할 작정이냐? 내가 지금 계급장 땠다고 지금 무시하는 거야?"

"하하, 설마요."

"어허, 비통하구나.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지. 하룻강아지도 지네 집에서는 짱먹을려고 든다더니 그 말이 딱이구나."

"하하하! 아닙니다, '공작각하', 어찌 제가 감히 '공작각하'에게 무례를 범하겠습니까. 오히려 저는 '공작각하'의 괴팍한 성정이 예전처럼 돌아와서 지금 무척이나 기쁩니다."

"……."

대화를 듣고 있던 아란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은 지금 이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방금 굉장히 의미심장한 단어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대화내용들이 흘러가지 않았나. 엄청 비현실적인 단어와, 비현실적인 대화내용이 방금 자신의 귓가를 강타하지 않았던가,

'…뭐지…?'

머리가 팽그르르 돌았다. 어지러웠다.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노인은 그런 소년의 변화를 맨 처음 발견하고 '아차.'하며 자신의 뒤통수를 자기 손으로 -탁 때리며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한테는 아직까지도 비밀로 하고 있었구나."

"네? 비밀이라니 무슨 말이십니까?"

"알 것 없다. 이래서 늙은 놈은 뒈져야 돼. 그나저나 저 녀석한테는 충격이 꽤 되겠구먼."

기가스 남작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았지만, 이자크노인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저 '알 것 없다.' 한마디로 일축했다. 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던 기가스 남작은 눈썰미로 곧, 알았다는 듯이 손바닥을 탁 치며, 비음을 내뱉었다.

"으흠~ 그럼 이 소년이 그 유명한 아란 칼이겠군요. 하하. 그럼 이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기가스 남작은 뒤에 있던 아란에게로 돌아선다. 그리고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아란, 나는 벤카르트 영지의 관리인이자 이 성의 성주인 이베인 기가스라고 한다. 그리고 이분은…."

영주님은 거기서 한 호흡 쉬고 이자크노인을 바라봤다. 이자크노인은 '멋대로 해라.'식의 태도로 영주님의 시선을 무시했다. 어쨌거나 아란은 멍하니 영주님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겠지만, 이분은 제국의 3대 공작중 한분이시자, 철혈의 공작으로 유명한…."

"……."

"아이작 폰 헬카이트 공작님이시란다."

-쿠궁

아란은 분명,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누군가 뒤에서 망치로 크게 머리통을 내려친 것 같다. 영주의 뒷켠에서 노인을 노려보던 그대로 멍한 표정. 그래, 그냥 넋을 놓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입에서 떨리는 듯 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저…, 정말요?"

"그래."

"지…, 진짜요?"

"음."

멍하게 충격 먹은 눈으로 올려다본 영주님의 두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들어있지 않았다. 영주님의 말은 확인사살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이다. 아란은 그렇게 직감했다.

너무 놀라서 두 눈은 콩알만해진채로 초점이 풀렸다. 너무 놀라서 한숨 밖에 안 나왔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모든 마음속에 돌아다니던 혼란과 당혹과 의아함을 모아서 한꺼번에 내뱉었다.

"으에에에에엣-------!?"



---------------------------------------------------------------------------<계속>

요즘 너무 바빠서 글을 올린 시간조차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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