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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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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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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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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4.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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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3

DUMMY

제 11장 베이에트 #03



이얀은 슬그머니 자기방문을 열고 나왔다. -끼이익 하고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닫혔다. 바람이나 좀 쐬고 싶었다. 이얀은 지금 무지 답답한 상태였다. 덕분에 잠도 오지 않았다. 오늘 아란과 싸운 일 때문이었다. 방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봐도, 자기가 좀 더 잘못한 것 같았다.

아란 앞에서 '평민'이니 어쩌니 한건 명백한 자신의 실수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화를 냈다니, 정말 기사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솔직히, 어렸을 때는 아란을 얕보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게 되었다. 저녁에 20명의 기사를 우습게 때려눕히던 시리우스란 검사만 봐도 그랬다. 생긴 것만 보면 사기꾼 제비족 같이 생겼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검술실력이라니, 그러나 성격까지는 어쩔 수 없었는지 생긴 거에 걸맞게 괴팍했지만….

여튼, 솔직한 심경으로는 아란을 깔본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무서운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얀은 날이 밝자마자 꼭 사과하러 가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자신이 먼저사과하면, 다시 녀석과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을 터였다.

-흐얍! 하앗! 이얍!

문득 바깥의 연무장에서 기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쯤 영주성내의 기사들은 모두들 강제취침시간이었다.

규칙적인 습관은 기사들의 기본적인 덕목이라, 이 늦은 밤까지 연무장에서 수련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 자신이 자주 듣던 목소리다? 이얀은 호기심을 가지고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얀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곳에는 아란이, 친우일터였던 아란이, 푸른 검사 시리우스에게 검술을 배우고 있었다.

'뭐야? 저건.'

이얀은 지금 저게 무슨 일인지 잠시 생각이 마비되었다. 문득, 왠지 모르게 아까 전 아란이 한말이 떠올랐다.

'시끄러워! 겉멋 만든 쭉정이 녀석이 할 소리는 아니야!!'

'흥, 필요 없어. 너 같은 녀석에게는 절대로 배우고 싶지 않아!'

아란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얀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아란에 대한 지독한 배신감 이었다.

'….결국 그랬나. 설마 했는데, 그게 너의 진심이었단 말이지?, 너도 사실은 나를 그 정도로 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지?'

이얀의 가슴속에 있던 무언가가 -와장창 하고 깨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확하고 터져 올라왔다. 이얀의 몸이 휘청했다. 배신감으로 온몸이 사무친다.

눈을 감고, 머리를 지그시 누르던 이얀, 난간을 잡고 간신히 똑바로 선다. 곧, 이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제국 북부의 '노스아인란드'의 북풍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저 밑에서 검을 휘두르는 아란을 똑바로 쏘아본다.

-까드득

이얀의 이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갈렸다. 이얀은 그렇게 지그시 아란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 자리서 사라져버렸다.


시리우스의 검술은 정말 간단했다. 단, 세 가지 동작으로 끝, 그리고 제자리서 멈춰 섰다. 아란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선생이 끝이라니 그런가보다 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간단한 동작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자세들 자체였다.

시리우스가 취한 움직임은 셋 전부가 '방어자세'였던 것이다. 그래놓고는 끝이라니, 그럼 공격은…!?

"없어. 그딴 건, 말 그대로 이건 무조건적인 방어를 위한 검술이니까."

"……."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아란은 따졌다. 공격기술도 없는 게 무슨 검술이냐고, 그러자 시리우스가 뻔뻔한 태도로 대꾸했다.

"싫으면, 배우지 말던가."

결국 아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시리우스에게 건네받은 헬카이트 공작의 스틱을 들고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망했어. 망했어.'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검술자세를 취해나가는 아란에게 시리우스의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검술은, 반쪽짜리다. 그래서 내가 반쪽짜리 기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거다. 허나, 이걸 완벽하게 네 것으로 만든다면, 넌 어디 가서도 절대 꿀리지 않는 기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건 너 같은 '베이에트'조차 배울 수 있는 검술이라는 엄청난 이점도 있지."

속으로는 맥이 빠졌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제대로 된 검술은 아니지만, 일단 검술은 검술이지 않은가. 그렇게 아란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시리우스가 가르쳐주는 동작을 정확하게 익히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시리우스는 연무장 입구의 기둥에 기대어서서 열심히 검술연습을 하는 아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녀석이었다.

저녁때, 이얀이라 했던가, 그런 재능만 믿고 까부는 녀석보다는 지금 저 녀석 같이, 재능은 제로지만 죽을힘을 다해 근성으로 노력하는 녀석을 그는 좋아했다.

왠지 응원해주고 싶다고나 할까? 천재형 타입은 자신이 죽도록 싫어하는 유형 제 1호였다. 자신이 노력파라서 그런지도, 자신의 라이벌이 그런 천재형 타입의 녀석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갑자기 그의 라이벌, 그 망할 천재 녀석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그 꽉 막힌 꼰대자식.

문득, 시리우스의 날카로운 감에 누군가의 기척이 걸렸다. 푸른 검사는 미동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공작이냐?"

그에 시리우스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카이트 공작이었다.

"호오, 이제는 보지도 않고 알아채는군."

"흐응, 그 정도야 발소리만 들어도, 이 몸에겐 껌 아니겠어? 무슨 일이야? 이 늦은 시각에?"

"흥! 잘도 지껄이는군, 노친네의 막대기까지 슬쩍한 주제에…."

"아, 그거라면 네 제자가 잘 사용하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셔."

그 말에 헬카이트 공작은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아란 쪽을 바라보았다. 공작의 입가에 미소가 슬쩍 그려진다.

"녀석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군?"

"아, 뭐 별거 아니었지. 난 저런 녀석을 보면 약해져서."

"그런데 괜찮나? 저 녀석이 지금 배우고 있는 검술, '팡테온 마스터'의 검술이 아닌가?"

헬카이트 공작이 조금 놀랐다는 듯이 아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엉? 흥, 내 알바 아냐."

"……."

"꼬우면, 직접 와서 따지라 그래…."

"……."

시리우스의 너무도 무책임한 태도에, 헬카이트 공작은 반박할 말조차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아란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연무장에서 시리우스가 가르쳐준 검술을 배웠다.

적어도 세 가지 기본동작만 외우면 되는 거라 완벽은 아니지만, 대충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는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물론 이 세 가지 동작을 몸에 익히기만 하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억지로라도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동이 틀 무렵 아란은 영주성 문 앞에 나와 있었다. 헬카이트 공작과 시리우스가 이제 출발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벽안개가 낀 성문 앞에는 마차가 세워져있었다. 영주가 시리우스와 헬카이트 공작을 위해 내준 마차였다. 그러나 영주내외와 아란의 아빠 알베르트는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일렀기 때문에, 거들대신 영주성 집사인 요세프씨가 나와 이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요세프씨가 헬카이트 공작에게 돈주머니로 보이는 주먹만 한 꾸러미를 건넸다.

"이것은, 영주님께서 공작각하께 드리는 노잣돈입니다. 많은 금액은 아닙니다만, 여행하실 때 배는 곪지 마시라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허허, 이베인 이 친구, 벌써부터 로비작업을 하는 게, 못쓰겠구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공작의 얼굴은 고마움으로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역시, 너도 돈보고 인상 쓰는 타입은 아니었구나~"

"음, 무슨 뜻이지?"

"아니 뭐, 별로…."

시리우스는 공작이 눈을 흘기자 그렇게 핀잔을 주는 듯 마는 듯 하며, 마부석에 올랐다. 헬카이트 공작은 마차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아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란아, 내가없더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단다. 그래야지만, 네가 원하는 기사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게야."

"네, 할아버지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반드시 저 기사가 되겠어요."

"그래, 힘내라. 이 녀석아 베이에트 따위에게는 지지 말거라. 네 녀석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게다."

"네!"

공작은 아란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흡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아, 그리고 떠나기 전에 줄 선물이 있구나."

"네?"

선물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아란에게 헬카이트 공작은 마차에 놓여있던 물건들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건 간단한 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노인이 가지고 다니던 스틱과 책 한권 그리고 튼튼해 보이는 검은 나무상자 한 개였다. 다른 것은 꽤나 무게가 나갔는데, 정작 가장 무거울 것 같았던 상자는 생각보다 상당히 가벼웠다. 그것을 받아든 아란이 공작을 올려다본다.

"그건, 너한테 꼭 유용할 것 같아서 주고 가는 것들이란다. 그 하얀 스틱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목검대용으로 쓰던 녀석이니 네 손에 딱 맞을게다, 그리고 책은 내가 네 녀석에게 미처 가르치지 못한 내용들이다. 틈틈이 그걸 보면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거라."

아란은 헬카이트 공작의 말에 문득, 저번 수업시간때마다 노인이 매일같이 쓰고 있던 노트 같은 것이 생각났다. 아란의 기억이 맞다면, 이 책은 그때 한창 노인이 쓰고 있던 노트일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혼자 남겨질 아란을 위해서 노인이 몇날 며칠을 밤새 준비한 거였다니, 노인의 정성에 새삼 아란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지막으로, 검은 상자에 대해 말하려는 헬카이트 공작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궤짝 말이다. 그건 널 위해 특별히 내가 준비한 거란다. 내 도움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 열어보거라. 재미로 열어보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그때는 오히려 너에게 독이 될 물건이다. 명심하거라. 절대로, 절대로, 내 도움이 아니면 답이 없을 때 열어야만 한다. 내말 꼭 명심하여야 한다."

"네! 알겠어요!"

헬카이트 공작은 신신당부를 하며 함부로 검은 상자를 열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란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공작의 말을 믿고 절대로 함부로 이 검은 상자를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란의 눈빛에서 그 결의를 읽었는지 헬카이트 공작은 기특하다는 듯 아란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래, 힘내거라. 아란. 반드시 기사가 되어서, 제도에서 보자꾸나."

"네, 할아버지!!"

공작은 그렇게 말하고선 시리우스가 있는 마부석의 옆자리로 올라가 앉았다. 시리우스가 마차를 이끄는 말을 향해 채찍질을 하면서 외쳤다.

"그럼~ 언젠가, 다시보자고~ 아란~!"

"예!!"

"후후~ 이럇~!!"

-촤악!

-히히힝! 덜그덕. 덜그덕.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란은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시원시원한 미소를 남긴 채, 푸른 삿갓을 쓴 광대 같은 검사와, 괴팍한 영웅공작은 그렇게 소년을 뒤로하며 아침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집사인 요세프씨가 되돌아가자고 하기 전까지, 아란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그렇게 서있었다.


이후, 아란은 아빠와 함께 영주성에서 아침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란은, 그전에 이얀에게 어젯밤에 싸웠던 일에 대해서 사과하려 성안을 돌아다녔지만, 이얀이 어디에 있는지 소년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아침식사시간 때도 이얀은 참석하지 않았다.

아란은 결국 이얀에게 사과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과는 다음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빠와 함께 영주성문을 아쉬운 표정으로 나서던 아란은, 이얀이 북풍 같은 싸늘한 눈으로 창가에서 자신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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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43 Daon타이탄
    작성일
    08.11.14 20:53
    No. 1

    이렇게 친구가 떠나가다니..ㅡ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하려은
    작성일
    08.11.16 11:19
    No. 2

    푸쿠르 님 ^^;; 이얀을 많이 아쉬워 하시는 군요. 이얀도 나름 멋진 캐릭터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이천(異天)
    작성일
    09.08.02 18:36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0.09.09 21:20
    No. 4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lamDrum
    작성일
    11.04.27 23:57
    No. 5

    결국 아란은 근성으로 모든 걸 이겨내고야 마는 것일까요...? 근성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만... 근성만으로 모든 걸 뚫는 열혈은 너무 부담스러운데...
    작가님이 어련히 그렇게 닭살스럽게 만드시지는 않으시겠죠. ㅎㅎ

    그나저나 이런 거 참 재밌군요. 소년들의 우정과 서로에 대한 질투... 이제 겨우 열 두어살 짜리들이 그러는게 좀 그렇지만. 뭐, 만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중1정도 나이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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