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326,674
추천수 :
1,104
글자수 :
1,317,392

작성
08.05.18 22:34
조회
1,896
추천
5
글자
18쪽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4

DUMMY

제 15장 꼬마연인 #04



"짜쟌~!!"

리리스는 싱글벙글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내밀었다. 아까의 화낼 때의 기세와는 어쩐지 정반대다? 아란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란과 리리스 그리고 루치야, 셋은 결국 폭포위의 시냇가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풀었다. 시각은 어느덧 정오가 되어있었다. 여긴 예전에 아란과 리리스가 약초채집을 위해 올랐던 곳이었다. 그래서 아란은 익숙한 이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셋은 루치야가 가져온 테이블보를 펼쳐놓고 그 위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적당한 계곡의 그늘과 냇물이 흐르는 소리, 밝게 지저귀는 새소리는 즐거운 분위기를 한층 들뜨게만 들어주었다.

아란은 리리스가 내민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리리스의 도시락은 생김새가 좀 묘했다.

뭔가를 절인 듯 한 새카만 덩어리들, 야채라고 있는 것들은 시커멓게 죽어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대충 덮고 있는 허접한 빵 쪼가리들……. 샌드위치 맞어? 이거 설마 사람의 음식이냐? 아란은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뭔가 시큼한 냄새도 났다. 아란은 기가 질렸다. 아란의 그런 떨떠름한 반응에 리리스는 인상을 찌푸린다.

"뭐야. 아란. 어서 한개 먹어보지 않구~!"

"리, 리리스. 저, 정말이거 직접 만든 거야?"

"당연하지~ 모양이 이상해서 그렇지. 맛은 있다구~"

리리스는 자신 있게 도시락을 아란의 코앞으로 내민다. 도시락을 노려보는 아란의 눈가가 파르르 가늘게 떨렸다.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어 늘어놓고 있던 루치야도 리리스의 도시락이 궁금했던지, 흘끔 도시락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인상이 굳었다.

아란은 도시락과의 눈싸움을 계속 하고 있었다. 시커먼 무언가가 도시락통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코를 찌르는 듯 한 독한냄새를 펑펑 풍기면서, 게다가 어쩐지 거기서 따뜻한 김까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샌드위치 아니었습니까요?

'뭐야 이거, 무, 무서워…….'

"하! 리, 리리스. 이, 이거 나중에 먹으면 안 될까? 상태가 위험한 것 같은데……."

아란은 일부러 과장되게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안 돼!"

딱 잘라 리리스가 말한다. 은근한 고집. 아란은 그 즉시 주눅 들었다. 아란이 도시락을 보고만 있자, 참다못한 리리스가 그 중하나를 집어 들어 내밀었다.

"아이참, 아란 안 먹어보고 뭐해? 어쩔 수 없다니깐. 자! 아~해봐."

지, 직접 먹여주는 겁니까? 그러나 아란은 리리스의 그런 배려가 전혀 고맙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상 안 먹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아란은 눈을 딱 감고, 떨리는 입으로 리리스가 집어주는 정체불명의 요리를 받아먹었다.

"흡!!!!"

그러나 그 순간, 아란은 엄청난 문화충격을 느꼈다. 뭐야 이 시큼털털한 맛은? 당장 뱉고 싶었다. 왠지 도시락에서 시큼한 술맛이 났다.

"마, 맛이 어때? 맛있지?"

리리스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자신의 요리를 어서 평가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눈빛. 그러나 아란은 뱉지도 못하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선 눈물만 삼키고 있었다. 대답은 다른데서 들려왔다.

"리리스, 미안하지만 이거…. 상한 것 같은데…!?"

"에!?"

루치야였다. 루치야는 리리스가 싸온 샌드위치라 할 수 없는, 시커먼 그것을 하나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있었다.

"사, 상했다구?"

루치야의 말에 당황한 리리스, 급히 하나를 집어 코끝으로 가져간다. 가져가자마자, 리리스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정말이네……."

-뿌뤩!!!!

아란은 그 즉시 입에 있던 괴물체를 뱉어냈다. 아란은 괴물체가 바닥에 닿자마자 -치익하고 바닥을 녹이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입안이 얼얼했다. 아란은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리리스!! 설마 이런 생물병기로 날 죽일 작정이었어!?"

"시, 실례잖아. 아란! 무, 물론 요리는 실패였지만, 주, 죽이다니!!"

리리스도 자신의 요리가 그런 상태였는줄 몰랐는지 당황해하고 있었다.

"왜, 왜 이렇게 됐지? 아침까지만 해도 모양만 이상한 것 빼고는 괜찮았었는데……."

연녹색소녀가 어쩔 줄 몰라 하자, 그 시커먼 물체를 자세히 살펴보던 루치야가 물었다.

"리리스, 혹시 이거 무슨 재료를 넣은 거야?"

"아, 응?"

"재료 말야…."

"재, 재료?"

"으응……."

리리스는 생각나는 대로 아침에 넣은 재료들을 말한다.

"그, 그냥 양상추, 햄, 삶은 계란 하구…. 라즈베리, 요구르트소스."

'사제 폭탄이란 건가?' 그런 간단한 도구로 이정도의 강력한 생물병기를 만들어 내다니…. 과연 리리스! 아란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물로 입을 게워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음……."

"이, 이상해?"

"음, 내 생각엔 라즈베리와 요구르트소스 때문인 것 같아."

"에?"

"두개를 섞어 놓은 데다 요즘의 더운 날씨에 과일과 요구르트를 섞어버리면 음식은 굉장히 빨리 상해버리거든. 게다가 아침 일찍 싸놨었으니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그래?"

리리스는 그런 기초적인 것도 잘 몰랐던 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걸 본 아란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헐. 리리스. 정말 몰랐어? 너 요리 되게 못하는구나!"

그 말에 리리스가 발끈했다.

"미, 미안하네! 요리에 젬병이라서! 그, 그래도 처음해본 거니까. 앞으로 더 배우면 되잖아!"

얼굴을 붉히는 리리스. 자신의 약점이 들켜서 무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란은 리리스가 요리를 처음 해본다는 말에 의문을 표시했다. 처음?

"근데, 리리스. 정말 너 요리한번도 만들어 본 적 없어?"

"으, 응……."

"지, 진짜?"

"다, 당연하지. 지금 집에서는 어머니가 주방일은 꽉 쥐고 계신데다, 어렸을 때는 커다란 저택에서 시녀들이 다 해줬었으니까."

"시, 시녀?"

"응, 지금은 몰락하긴 했지만, 우리 집 귀족가문인걸?"

리리스는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며 밝히기 탐탁찮은 듯 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

리리스가 귀족이었어? 아란은 순간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 그러셨습니까. 전혀 몰랐었다. 리리스가 귀족이었을 줄은…….

그저 아란은 소문만 듣고 리리스의 아버지, 리리노씨가 예전에 엄청 높은 사람인 줄로만 알고 있었지, 귀족이었을 줄은 몰랐다.

"귀, 귀족가문…."

"모, 몰락귀족이야."

리리스는 부끄러운 듯 그렇게 얼버무린다. 옆에서 듣고 있던 루치야가 입을 열었다.

"들어본 적 있어, 철혈의 공작의 강력한 오른팔 가문들 중의 하나 리리노가문……."

"에?"

아란은 철혈의 공작, 즉 이자크 노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귀가 솔깃해졌다. 리리스의 집안이 헬카이트 공작과 연관이 있었다니…….

루치야의 말에 따르면, 리리스의 집안인 리리노가문은 제도(제국수도) 하르마탄을 연고로 하는 귀족집안으로, 헬카이트 공작과 긴밀한 관계였다고 전해진다. 철혈의 공작이 한참 황제의 밑에서 제국의 정세를 휘어잡을 때 그를 따르던 충직한 가문이었단다. 특히나 당시의 당주 토마스 리리노 백작은 헬카이트 공작의 오른팔로써 유능한 인물이라고 했다. 지금의 리리스의 아버지다.

그러나 리리노가문은 이후 헬카이트 공작가문이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몰락하면서 같이 무너져버렸다. 리리노 백작은 남작으로 격하 되었고, 변방의 벤카르트 지방으로 쫓겨나게 되었는데 그 해, 리리스의 나이 다섯 살이었다.

"그 '일' 이란 게 뭐야?"

제국의 유구한 역사는 꿰고 있어도, 요즘의 제국의 정세란 것을 모르는 시골소년 아란은 그렇게 물었다. 헬카이트 공작이 실질적으로 몰락하게 된 그 계기란 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란이 궁금해 하자.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표정이 어두운걸 보니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닌 듯 했다.

"지금의 현 황제인 노셀바로크2세가 제정신이 아닌 건 알고 있지?"

"응?"

리리스가 난데없이 황제이야기를 꺼내자 아란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리리스는 그에 아랑곳없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건 황제가 벌인 짓이었대. 자신의 자식들인 황태자와 황자들을 무참히 죽인사건."

"……!!"

아란은 순수하게 놀랐다.

아비가 자식을 죽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리리스와 루치야의 말을 빌리자면, 일어난 이상 그것은 사실이었다. 캡틴 스칼럿의 일을 계기로 헬카이트 공작과의 사이가 틀어진 황제는 그때부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믿었던 충신에게 당한 배신감에서였을까. 황제는 귀족들의 세력을 짓누르고 절대 황권을 가지기위해 점점 과격한 정책을 펴려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황제는 제국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오르딘교마저 견제했다. 그러자, 그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제의 속셈을 대번에 꿰어낸 귀족들 일부는 그들만의 세력을 만들어 황제의 권위에 대항했다. 귀족들은 황제가 총애하던 황태자이자 이 황자였던 알자서스를 자객을 동원해 죽여 버린 다음, 일 황자 테오도르를 황태자로 옹립하라고 황제에게 압력을 가했다.

귀족들은 황제에게 황태자를 암살하여 압박을 가함으로써 황제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황제 '노셀바로크2세'의 성정을 모르고 저지른 귀족들의 철저한 오산이었다.

황제는 황태자의 죽음에 순수하게 분노하여 광기에 휩싸였다. 그래서 황태자 자리를 요구하는 일 황자이자 자신의 친아들인 테오도르를 그 자리서 죽여버렸다.

그리고, 황제의 광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반발하는 귀족들을 '황립 백합기사단'까지 동원하여 모조리 제압했던 것이다.

또한, 당시 삼 황자이자, 제국군 총사령관직에 앉아있던, 키리누스를 황태자 살해에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여버렸다. 사 황자에 학자였던 카알하임만이 황제의 광기를 피해 간신히 몸을 추슬러 황궁으로부터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단 며칠만에 제국의 4명의 황자 중에 셋이 죽어버렸다. 그리고 한명은 달아났다. 차기 황제가 되어야할 황족이 순식간에 씨가 마른 경우가 되었던 것이다.

그 후, 그 사건에 대해 귀족들은 황제의 선처를 구했고, 황제의 공포정치 밑으로 스스로 기어들어 가버렸다. 거기에, 귀족들은 그들과 동조하지 않았던 중립의 귀족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워 황제에게 제물로 바쳤다.

그 귀족들이 바로, 헬카이트 공작가문을 위시한 그 밑의 귀족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리리노가문도 그중 하나였다. 황제는 아무 죄도 없는 그들을 잡아다가 재산을 몰수하고 본보기로 모조리 처형했다.

그러나, 극소수의 중심인물들은 느지막이 체포되어 황제의 선처로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황제의 변덕이었다.

얼마 후, 혼란한 제국의 정세를 틈타 레기온연합이 전쟁을 일으켰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극도로 혼란스러워진 제국. 살아남은 중립귀족들은 그때 당시 제도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제도를 떠나 결국 여기, 하얀 호수마을로 오게 되었던 거야…."

리리스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

소년은 침묵했다. 아란은 무엇보다도 황제에 대한 그 충격적인 이야기에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절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자식들까지 죽였다는 황제. 그런 그가 미쳤다고 여겨졌다. 그렇게 좋은 걸까? 그 권력이라는 녀석이…….

루치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던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져온 홍차를 컵에 쪼르르 따라 입으로 가져간다.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인 아란은 현 황제의 그런 만행을 듣자 걱정을 금치 못했다. 황제란, 목표상 언젠가는 보아야하는 인물이 아닌가? 왠지 아란은 황제가 두려워졌다.

아란과 리리스 그리고 루치야는 결국 루치야가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쳤다. 리리스의 '상한' 도시락은 그냥 냇가에 버려버렸다. 물론, 리리스는 기분나빠하며 궁시렁 거렸지만, 먹을 수 없으니 버리는 수 밖에….

그러다, 루치야가 만들어온 도시락을 먹은 리리스는 너무 놀라워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루치야의 요리 실력이 리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우왓! 루치야! 너 요리 너무 잘한다!"

"에? 아, 그, 그냥 간단한 것만 잘 만드는 정도야."

리리스의 극찬에 쑥스러워진 루치야가 뺨을 긁적인다.

"에이, 아닌걸? 이거 한두 번 만들어본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럼, 그럼, 루치야가 요리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기는 하지."

옆에서 루치야의 실력을 인정하는 아란. 리리스는 그런 아란을 흘겨보며 말한다.

"저기, 루치야. 부탁이 있는데?"

"에? 뭔데?"

"나, 요리 좀 가르쳐줘!!"

"에!?"

루치야는 연녹색소녀의 부탁에 황당해하며 놀란다. 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선 검은머리소녀의 팔을 붙잡으면서 매달렸다. 왠지 애처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가증스러운 표정이라 하며 한대 때려주고 싶었겠지만, 리리스가 그러고 있으니 정말 귀여워 보인다.

루치야는 그저 -풋하고 웃어버렸다.

"하아, 알았어. 리리스. 일단 팔 좀 놓구……."

"오, 진짜야?"

"응…."

"와! 만세~!"

루치야의 승낙에 리리스는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아란이 한마디 한다.

"많~이 배워야 할 거다…."

"치이~ 알고 있거든요~?"

리리스는 아란의 말을 받아 톡 쏴주었다.

그렇게 셋은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다가, 해질녘이 되자 산을 내려왔다. 그중에는 리리스의 아버지, 리리노씨가 하는 일에 대한 것들도 있었는데, '작가'라고 하셨다. 무려 책을 만드는 사람! 아란과 루치야는 순수하게 감탄했고, 둘은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꼭 리리스의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리리스는 정말 별거 없다고 두 손을 내저었지만, 책에 대한 열정을 가진 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란과 루치야는 언제 오라는 확답까지 받아냈다.

가끔은 나름대로 이런 야유회도 괜찮았다. 아란은 무엇보다 루치야가 나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리리스와 루치야가 친해진 것도 보기 좋았다. 이렇게 아란의 '첫 데이트'는 나름 성공적인 것 같았다.

그 후로 아란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소년은 매일 아침마다 리리스를 마녀의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오후가 지나면 노파의 집에서 나와 루치야의 집으로 향했다. 아란은 오후에는 루치야와 같이 책을 읽었다. 마침 루치야가 수련시간을 오후에는 비도록 잡아놓아 아란은 루치야와 함께 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리고, 리리스도 주말마다 아란을 따라 루치야의 집을 찾아갔다.

아란이 책을 보는 동안, 리리스와 루치야 둘은 요리수업을 하며 주방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었다. 물론, 그날 점심식탁에는 그날 만든 요리가 올라왔는데, 시작한지 처음 몇 주간은 차마 먹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것들이 올라오곤 해서, 아란은 피눈물을 쏟으며 그걸 감내해야했다.

루치야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그동안 방에만 콕 박혀있느라 소홀히 했던 수련을 재개했다. 스승님은 그 날 이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평소에 하던 대로 혼자서 수련을 해야 했다. 혼자서 수련을 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워낙에 스승님과 기본기를 잘 닦아놓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무엇보다 오후에는 아란이 책을 읽기위해 찾아왔다. 소년과 마주앉아 책을 읽노라면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루치야는 마음이 훈훈했다.

게다가, 요즈음 루치야는 진짜 친구가 또 한명 생긴 것 같아 기뻤다. 주말마다 요리를 배우러오는 리리스 말이다. 의외로 리리스는 자신을 꺼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란만큼이나 편했다. 처음이었다. 아란이 아닌 동성친구는…….

"엇 이거 아냐?"

"리, 리리스! 불이 너무 세!!"

"헉! 뭐야! 냄비가 타고 있어!!"

"어, 어떡해 나, 난 몰라!!"

"치, 침착해! 리리스!!"

둘의 요리수업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가끔 리리스는 주방을 불바다로 만들어놓곤 했는데, 아란은 그런 리리스를 보고 '진정한 마법사'라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리리스는 그런 아란을 -찌릿하고 흘겨보았지만…….

아란도 큰 변화가 생겼다. 리리스와의 사이도 이젠 서먹서먹하지 않았고, 장난도 치며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공부에서도 헬카이트 공작이 주고 간 책이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고, 곧잘 삐걱거리던 몸도 이젠 완전히 나았다. 거기다가 루치야와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크나큰 변화였다. 근 일 년 넘게 검술에만 집중하던 아란이다 보니 간만에 책, 그것도 기사무용담을 펼쳐드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란은, 헬카이트 공작의 책을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면 틈틈이 무용담을 꺼내 읽었다. 물론 대부분 루치야가 가지고 있던 책들이다. 아란은 이런 하루하루가 굉장히 즐거웠다.

이렇게, 소년의 14살 여름은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좀 많이 늦었습니다. 그간 여행도 하고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그랬네요 ㅎㅎ;; 변명은 이쯤 하고 다음주 부터는 다시 착실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포르리아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La~port Liarta - 17장 깨어진 우정 #01 +16 08.05.25 1,928 4 18쪽
59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3 +18 08.05.24 1,855 7 11쪽
58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2 +10 08.05.21 1,879 4 17쪽
57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1 +9 08.05.21 1,886 5 17쪽
»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4 +15 08.05.18 1,897 5 18쪽
55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3 +10 08.05.18 1,849 5 16쪽
54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2 +8 08.05.18 1,902 5 18쪽
53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1 +15 08.05.18 2,007 5 12쪽
52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4 +11 08.05.04 1,980 5 12쪽
51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3 +7 08.05.04 1,969 5 15쪽
50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2 +11 08.05.04 2,051 6 15쪽
49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1 +13 08.04.30 2,099 3 13쪽
48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3 +13 08.04.30 2,101 6 16쪽
47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2 +12 08.04.28 2,141 5 15쪽
46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1 +14 08.04.28 2,150 7 17쪽
45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3 +11 08.04.21 2,241 5 11쪽
44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2 +8 08.04.19 2,228 7 19쪽
43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1 +4 08.04.19 2,289 8 19쪽
42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4 +11 08.04.17 2,310 5 16쪽
41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3 +5 08.04.17 2,267 6 13쪽
40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2 +8 08.04.17 2,307 6 20쪽
39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1 +4 08.04.16 2,359 5 15쪽
38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7 08.04.15 2,330 6 12쪽
37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2 +2 08.04.15 2,400 6 12쪽
36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13 08.04.09 2,416 5 16쪽
35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6 08.04.03 2,415 5 18쪽
34 La~port Liarta - 9장 결심 #01 +6 08.04.03 2,414 5 15쪽
33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2 +4 08.04.02 2,404 6 12쪽
32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1 +7 08.03.27 2,435 6 15쪽
31 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3 +8 08.03.26 2,422 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