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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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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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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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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3

DUMMY

제 13장 전야제 #03



아란의 당황하는 반응에 루치야도 빨갛게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곤, 기어들어가는 듯 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 아무래도, 그, 그 여자애도 아란한테 관심이 있을 수도 있잖아."

"아……."

"그, 그러니까, 한번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하고 생각해, 그냥 마음에만 담고 있으면, 아무도 모르잖아? 가, 가엾잖아 그런 건…."

"……."

아란은 루치야의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눈만 깜박거린다. 그런 아란을 흘끔거리던 루치야는 자기가 말한 내용에 자기가 놀라 사과한다.

"아, 미안해. 내가 무슨 말을…. 아, 아냐 잊어줘."

루치야는 괜한 말을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란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굳어있는 아란.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문득, 뭔가를 중얼거린다.

"……그거야…."

"에?"

"그래, 마음에만 담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겠지!!"

그러다 갑자기, 아란은 루치야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친다. 아란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루치야!"

"……!?"

아란은 황당해 하는 루치야에게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고백해볼게, 아니, 꼭 고백할 거야!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시도라도 한번 해봐야겠지!?"

"아……!?"

"고마워! 루치야, 큰 힘이 됐어."

그리곤, 루치야의 손을 잡고 신이 나서 악수한다.

"아, 으응."

"그럼, 기왕 하는 것 내일 축제때 해버리는 게 좋겠지?"

"에엣!?…"

"흐음, 좋았어."

그리고, 결연한 표정을 짓는 아란. 그 표정은 아란이 뭔가 꼭 도전해야만 할 게 생겼을 때에 짓는 바로 그 표정이었다.

'저, 정말로 할 생각인가 봐. 어쩜 좋아….'

루치야는 아란이 진짜로 고백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댄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아란이 정말로 추진할거라 생각하진 못했다. 그런데 할 분위기다. 루치야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거세게 요동쳤다.

"그러니까, 루치야, 꼭 와서 봐줘!!"

'아…….'

소년이 웃으면서 하는 그 결정적인 말에 검은머리 소녀는 시야가 새하얘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소녀의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었다. 하늘에는 파랗게 날이 선 달이 루나사의 날을 맞아 둥글고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축제는 해가지는 시간부터 시작 되었다. 마을의 거리거리마다 등불이 환하게 켜진다. 그리고 마을 뒤편의 큰 공터에는 세 개의 거대한 모닥불이 설치되었다.

이 공터는 원래 사야가문의 땅이었는데, 매년 성년식 축제때 개방하여 마을사람들에게 축제장소를 제공했다. 덕분에 루나사 축제는 올해도 별 탈 없이 무사히 열렸다.

세 개의 거대한 모닥불 중앙에는 나무로 된 강단이 설치되었는데, 17세의 소년소녀들은 이곳에 올라 마을 교회의 사제님에게 축하의식을 받고 성년식을 치르게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 다들 모여앉아 성년식 구경을 했고, 성년식이 끝나면, 커다란 모닥불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은 다음, 그 후의 축제를 즐겼다.

이번축제는 좀 특별한 게 추가가 되었는데, 사야가문에서 특별 초빙한 마술사가 와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주의 배려로 하얀 호수까지 개방이 된다고 하니, 볼거리가 풍성한 최고의 성년식 조건을 갖춘 셈이 되었다. 공터의 한쪽에는 여러 대의 큰 수레에 많은 양의 음식들이 가득 포장되어 담겨있었는데, 영주성과 사야가문의 지원에 힘입어 마을사람들이 모은 것들이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여,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공터에 모였다. 마을의 대표인 흰 염소수염의 촌장님을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마을주민들이 도착하자, 마을의 연례행사이자 성년식인 루나사 축제가 시작되었다.

촌장님이 강단위로 올라가 마을축제에 지원을 해준 사야가문과 영주님께 감사의 표현을 하고 성년식 시작을 선언했다.

맨 먼저, 17세의 소년, 소녀들이 강단 위로 올라가 한 줄로 줄을 섰다. 강단은 꽤나 넓어서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한 줄로 서있어도 충분한 정도였다. 촌장의 개최사가 끝나자, 강단중앙에선 교회 사제님이 주관하는 성년식이 거행되었다.

강단 밑으로는 14세 소년, 소녀들이 한 줄로 서서 강단 위쪽의 성년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예비성년식을 치르는 아이들이었다. 이중에는 예비성년식에 참석한 아란도 끼어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나머지 마을주민들이 앉아서 성년식을 보고 있었다.

예비성년식은 사실, 단순했다. 성년식의 과정을 주욱 지켜보고 있는 것, 그리고 한명 한명 성년식이 끝났을 때 축하 박수를 쳐주는 것, 그게 다였다.

허나, 성년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년식을 끝낸 다음에 예비성년식의 아이들이 따로 마련된 작은 모닥불에 모여서 느낀 점들을 차례차례 말하는 정도랄까?

아란은 예비성년식을 하는 아이들 중 오른쪽 중간 부분에 서있었다. 아란은 오늘, 굉장히 좋은 고급 옷을 입고 있었다. 바로 루치야가 마련해준 예복이었다. 검은색과 흰색이 적절히 조합된 옷이었는데, 아란의 몸에 딱맞아서 그런지 상당히 타이트하게 멋져보였다.

소년은 지금 성년식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 한 표정.

'루치야가 늦네, 이얀도 오지 않으려나.'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 루치야의 모습은 예비성년식대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이얀도 참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늦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새에 또 한명의 의식이 끝났다.

-짝짝짝

14세의 예비성년들은 다 같이 박수를 친다. 아란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러나 마을주민들도 곧, 예비성년들을 따라 박수를 치자, 아란의 박수소리는 묻혀버렸다. 두리번거리던 아란. 그러다, 왼쪽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옆모습을 보고 시선을 빼앗긴다.

리리스였다. 달빛을 받아 소녀의 하얀 피부가 반들거리며 윤이나 보인다. 푸른 달빛에 반사되어 그런지 소녀의 연녹색 머리카락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리리스는 하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치마가 의외로 짧아 무릎 위까지 밖에 내려오지 않는 옷이었다. 그 밑으로 가느다란 다리가 보였다.

이번에 소녀는 부츠대신 하얀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맨발이라 조그만 발이 새하얗게 도드라져 보였다. 아란은 성년식을 지켜보는 것도 잊고 리리스의 자태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리리스는 성년식의 오빠 언니들을 올려다보면서 열심히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아란도 리리스가 박수칠 때마다 덩달아 박수를 짝짝짝 친다. 아란이 보기에도 너무 예뻤다. 리리스는….

그렇게 리리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왔다. 눈동자를 슥 돌려보니, 옆에 서있는 조쉬가 째려보고 있다. 아란은 머쓱해져서 고개를 강단위로 돌린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20명이 넘는 이들이 성년식을 마침으로써 성년식행사는 끝이 났다. 예비성년들은 성년이 된 이들이 한 줄로 지나갈 때 그들과 악수를 하며,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이로써 17세의 성년식은 끝이 났다. 그들은 이제 가족들과 자리를 같이하며 축제를 즐기게 되리라.

이제 남은 예비성년들은 따로 마련된 조그만 모닥불로 이동하여 '나눔의 시간'이라고 하는, 준비된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서로에게 느낀 점을 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들 교회 사제님의 지시에 따라 준비된 장소로 이동했는데, 원래는 일렬로 엄숙한 분위기를 지키며 가야했으나, 이번의 담당 교회 사제님은 관대한 분이신지, 아이들이 삼삼오오 퍼져서 움직이는데도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아란은 이동하면서도 흘끔흘끔 리리스를 향해 곁눈질을 한다. 리리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주위의 플로라나 칸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걷는 리리스는 뒷모습도 예뻤다. 리리스는 굉장히 즐거운 듯 가끔 입술로 손을 가져가며 웃는다. 리리스는 확실히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들의 대화내용이 아란에게도 들려왔다.

'흐음, 플로라. 오늘 내 옷 어때?'

'멍청해보여, 칸나, 너의 그 아스트랄한 센스는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거야.'

'나는 독특한 게 괜찮아 보이는데?'

'독특함도 정도가 있다구 리리!! 저건, 사차원의 문을 사정없이 열어재끼는 패션이라니깐. 그러는 주제에 팬티는 맨날 곰돌이지!'

'흥! 곰돌이가 어때서! 곰돌이는 완소라구! 그리고 나의 이 섹시함을 사정없이 빛내주는 옷을 이해하지 못하는 플로라 네가 멍청한 거야!'

'아, 이럴 때 이얀이 등장해서 칸나의 바보 같은 옷차림을 비난해 줘야하는데 말야.'

'아아~ 나의 이얀, 왜 오늘은 안온거야. 기껏 리리라는 최고의 방해물이 사라져서 내가 멋지게 대쉬 해보려고 했었는데 말야.'

'칸나! 그거 사실이 아닌 헛소문이라고 내가 그랬잖아! 이얀과 나는 사귄 적이 없다고!'

'그래, 칸나. 너의 멍청함은 하늘을 찌르는 정도지만, 이얀은 사실 나를 노리고 있다구. 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플로라를 말이야. 훗!'

'맞아, 플로라. 너의 그 빈약한 가슴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다 못해, 그냥…. 보호해버리고 싶어지지. 보면 볼수록 한숨밖에 안 나와….'

'뭐라구 칸나! 싸우자고!?'

'둘 다 그만둬. 코코가 없다구 다들, 너무 들뜬거아냐?'

'흥, 리리 말리지마. 이 둔탱이 거유 계집애를 오늘에야말로 박살내버리겠어!'

'흥, 그래, 리리 말리지마. 오늘에야말로, 이 발육부진 계집애를 보호해버리겠어!'

역시 변한게 없구나 저 둘은…. 아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닥불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다른 큰 세 개의 어른들의 모닥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모닥불이었다. 모닥불 주변에는 나무로 된 물통이 몇 개나 놓여 있었다. 나중에 불을 끌 때 쓸 물이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아란도 다른 아이들을 따라 모닥불가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14세 소년소녀들은 교회 사제님의 주도아래 모닥불 주변을 크게 원을 그리며 앉았다. 이제 한명씩 앞으로 나와 소감이나 성년식의 각오 등을 말하는 시간을 가진 후 음식들을 나눠먹게 될 것이다.

교회 사제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첫 번째 한명을 지목했다. 마을에서 괴담사건등으로 유명한 루루였다. 그는 쭈뼛쭈뼛 나와 자신이 느낀 소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교회 사제님을 빼고는 다들 지리한듯, 옆자리의 친구들과 잡담하기에 바빴다. 새사람이 된 빅터가 더욱 커진 몸을 이끌고 나와 뻘쭘한 자세로 쑥스러운 듯 쭈뼛쭈뼛 말하는 것은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그 외에는 다들 시들한 듯 아무도 앞에 나온 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 단 한명, 아란은 아니었다. 지금 아란은 최고로 긴장한 상태였다.

-두근두근

아란은 지금 자신의 고동소리가 귀에 까지 직접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란은 무서운 기세로 땅바닥을 쏘아보면서 긴장을 늦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시합을 앞둔 검투사처럼 아란은 온 정신을 한 점에 집중한 채 긴장을 조절하려 했다.

지금 아란의 귀에는 누구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칸나가 나와서 '플로라와 같이 예비성인이 되어서 불쾌합니다.' 하고 딱 한마디하고 들어갈 때에도, 플로라가 나와서 '칸나와 같이 예비성인이 되어서 더욱 불쾌합니다.' 하고 들어갈 때에도, 아란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윽고, 리리스의 차례가 되자 아란은 거세게 뛰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었다.

리리스가 나와서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란을 제외한 모든 마을소년들의 시선이 리리스에게로 쏠렸다. 아무리 딴 짓하고 있던 녀석들이라도 리리스가 나오자 모두 하던 것을 멈추고 소녀를 응시했다. 역시 리리스였다. 물론, 마을소녀들은 리리스를 향해 질시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말이다.

아란은 지금 과도한 긴장으로 경직되어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리리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곧, 리리스의 소감이 끝나고 마을소년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짝짝짝 울렸다. 리리스는 그게 부담스러운지 대충 인사하면서 자리로 돌아가려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 순간, 모두가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아란이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한마디 외쳤던 것이다.

"잠깐만! 리리스!!"

리리스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아란 쪽을 향해 모아졌다.

아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큼성큼, 리리스가 있는 모닥불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아란은 부끄러운 것도 생각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 나온다.

겉보기에는 당당한 태도였지만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외향적이지 않은 아란의 성격상 언제 이렇게 많은 눈들 앞에 나서 봤겠는가.

걸어 나오면서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오히려 몽롱했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리리스에게서 떼지 않았다. 아란은 모닥불을 등지며 리리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에?'

리리스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아란을 쳐다본다. 교회 사제님도 재미있다는 듯 한 눈초리로 아란을 제지하지 않고 보고 계셨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아이들 너머로 도착해서있는 루치야도 당황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란은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그래도, 루치야를 보자 용기가 솟았다. 결연한 눈초리로 루치야에게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직후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입을 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모닥불근처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그리고는, 물이 반쯤 담긴 나무 물통을 들어 마개를 열고 통을 힘껏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위로 쏟아 부었다.

-촤아악!

'저,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아란의 돌발행동에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차가운 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란의 온몸을 적셨다. 루치야가 마련해준 비싼 옷이 물에 홀딱 젖어버렸다. 그러나 정신은 번쩍 들었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그 기운을 잠시 모은다. 그리고 다음순간, 아란은 자신이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모든 것을 담아 리리스를 돌아보며 한꺼번에 외쳤다.

"리, 리리노 리리스!! 나, 지금 술 취한 거 아니거든!? 리리스! 나, 널 조, 좋아해!! 그, 그러니깐 나랑 사귀자아앗~~!!"

"……!!!"

-두둥!!

아란의 혼을 실은 외침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한다. 다들 순간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당사자인 리리스도 눈에 띄게 동요하는 것 같았다.

"……."

"……."

묘한 침묵이 주변을 감돌았다.

'저질러버렸다.' '저질러버렸다.'

아란은 그제야 주변상황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주위가 숙연했다. 저 멀리서 어른들이 간간히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온다. 분위기가 싸했다. 아란은 생각했다. 다들 반응이 왜이래? 미치겠다. 시기를 잘못 잡았나?

-타닥타닥 하고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아란의 귓가를 간질인다.

-두근두근

자신의 심장소리가 아란의 뇌리로 크게 메아리쳐왔다. 자기가 방금 한 일인데도 얼떨떨하다. 눈을 깜박여 본다. 눈앞에 리리스가 보였다.

리리스도 황당한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얼마간 지속된 부담스런 침묵의 시간 끝에 리리스의 조그만 입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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