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327,185
추천수 :
1,104
글자수 :
1,317,392

작성
08.05.18 22:31
조회
1,905
추천
5
글자
18쪽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2

DUMMY

제 15장 꼬마연인 #02



노파가 아란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어째서 리리스는 이런 비루먹은 녀석을……."

"그, 그러게요. 소, 솔직히 저도 그게 좀 의문이네요…. 하.하.하."

아란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식은땀을 흘리며 노파의 말에 반응했다.

아란은 리리스와 함께 빵을 사들고 노파의 집으로 들어왔다. 리리스는 지금, 부엌에서 사온 빵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만 남게 되자 마녀는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을 소년에게로 향하며 질문했다. 소문이라도 들은 듯. 아란과 리리스가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을 노파는 이미 알고 있었다.

"리리스!! 이리 나와 봐라!"

"아! 예!"

노파는 갈라진 목소리로 부엌의 리리스를 불렀다. 그러자, 리리스가 급하게 허둥지둥 나온다.

"무슨 일이세요? 할머니?"

"흥, 리리스. 잘 보거라…."

그러더니, 마녀는 한손에 마력을 집중하여 손위로 마법구를 띄운다.

-우웅….

그런걸 처음 보는 아란은 동그랗게 눈을 떴다. 무려 마법, 진짜 마법이었다. 그러나 마녀는 그런 아란의 반응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흥미 없는 표정으로 리리스를 향해 질문했다.

"이 얼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녀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구를 가리킨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마법구가 공중에서 부글부글 꿈틀거리면서 모양이 변했다. 마법구가 완전한 모양을 갖추자, 그제서야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무언가의 머리였다. 돼지의 얼굴에 주둥이로 이빨이 기괴하게 튀어나온 형태의 마물의 머리, '오크'였다.

"흐음, 글쎄요. 재미있게 생겼는데요?"

리리스는 그런 마법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냐? 그럼 이건 어떠냐……?"

마녀의 마법구가 다시 모양을 바꿨다. 그런데 어째, 평범한 인상의 소년이다? 아란은 자세히 보니 그 얼굴이 자신을 닮았다고도 생각되었다.

"음, 귀여워요."

리리스는 천진하게 대답한다. 아란은 내심 흐뭇해졌다. 그러나 마녀는 다시 인상을 쓰며 마법구의 모양을 바꿨다.

"그럼, 이건?"

마법구는 잘생긴 청년의 얼굴로 변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치렁치렁하게 긴 머리에 접시 같은 모자를 이고 있는 게 왠지, 아란도 잘 아는 인물 같았다.

"헤에~ 잘생겼는데요?"

리리스가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마녀는 마법구를 흩뜨리곤, 조용히 아란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정상은 아니군…."

"……."

'이, 망할 늙은이가! 그건, 당신의 취향이 괴악한 것일 뿐이잖아!!!'

소년은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그렇게 소리를 -빽 지른다. 아무래도 마녀의 머릿속에는 '오크=아란=시리우스'라는 공식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노파의 무시무시한 눈빛이 아란을 향하자 마주볼 용기가 없어 옆으로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리리스는 노파의 중얼거림은 듣지 못한 듯, 노파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할머니 왜요?"

"…아니다, 가봐."

노파는 됐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리리스를 부엌으로 돌려보냈다. 리리스는 종종걸음으로 돌아가면서도 노파의 질문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한 듯,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노파의 눈싸움에 아란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뻘줌한 자세로 서있었다.


리리스의 마법공부가 끝날 때까지 아란은 집에서 가져온 이자크 노인의 책을 꺼내 공부를 계속했다. 소년은 그 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자크 노인… 헬카이트 공작이라는 사람에게 점점 매료되어갔다.

아란이 생각하기로 그는 천재였다. 아란은 그 책에 씌여있는 용병술과 기본적인 전략전술을 익히고 있었는데, 아무리 책에서 기본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항목들도, 웬만한 병법서의 심화응용병법을 능가하는 심오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덕분에 처음 볼 때는 이해하기 너무 힘들어, 다른 기본적인 책들을 구해서 읽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을 공부한 후에야 헬카이트 공작의 병법이 눈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란은 그렇게 그 책을 익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공부했다.


어느덧, 마녀의 집에도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아란은 저녁식사시간이 되기 전에 리리스와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리리스를 집까지 바래다 준 다음 소년은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 아빠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근데 어째 굉장히 기분들이 좋아 보이셨다.

"어머, 우리 아란 이제 왔니? 그래 데이트는 잘했고? 이 엄마는 아란 네가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허허, 그럼그럼, 이 아빠도 이젠 어깨에 힘 좀 넣고 다닐 수 있겠구나. 아란 네가 설마 그 리리스를 채올줄이야……."

너무 좋아하시는 두 분. 엄마와 아빠는 아란이 무안할 정도로 자랑스러워 하셨다. 두 분다, 마을에서 제일 인기 있는 리리스를 아란이 며느릿감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에 흥분되셨나보다. 하긴, 그렇게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놨으니, 엄마 아빠가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 다음날부터 아란은 매일 리리스와 함께 마녀의 집으로 공부하러 다녔다. 항상 마녀와 투닥거리를 하면서도 아란은 꾸준히 리리스를 따라 마녀의 집으로 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리리스와 함께 있는 것은 즐거웠지만, 아란은 항상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루치야, 소년의 친구인 그녀의 모습을 요즘 전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뭔 일이 있나?' 아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괜히 루치야가 걱정되었다. 축제날에도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 계속 소년의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루치야를 의식하다 보니, 리리스와 같이 있는 것도 껄끄러워졌다. 루치야와 있을 때는 편하게 말을 주고받았었는데, 리리스와 함께 있다 보니 말도 제대로 못하고 굉장히 답답했기 때문이다. 항상 리리스의 기세에 눌려 끌려 다니다시피 하는 아란이었기에 그 심정은 더해만 갔다.

물론, 리리스가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타입이라 그런지도 몰랐지만, 아란이 리리스 옆에만 가면 뻣뻣하게 굳어서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워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상하게, 리리스와 둘만 남게 되면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한마디로, 아란은 숫기가 없었다. 리리스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란은 그게 엄청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루치야가 절실하게 생각났는지도 몰랐다.


"응? 루치야를 만나러 가자구?"

"으, 응 추, 축제때 만나기로 했었는데, 아팠는지 모, 못나왔더라……."

아란은 소심하게도 그렇게 말하고선 리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싫다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분위기다. 리리스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뭐~ 그것도 괜찮겠지. 나도, 루치야랑은 한번 친해져보고 싶었어."

연녹색소녀가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아란의 얼굴에도 덩달아 미소가 걸린다.

"마침, 오늘은 토요일이라, 마법수업도 없으니 딱 잘됐네~."

"그, 그렇지?"

아란은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읊조리며 안도했다. 소녀가 연녹색눈동자를 빛내며 묻는다.

"응, 그럼 아란, 루치야는 지금쯤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어?"

"에? 그, 글쎄…."

리리스의 말에 아란이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스승님을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집에 있지 않을까?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저 멀리 보이는 사야저택을 바라보았다. 멋진 빨간 지붕의 저택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루치야는 어두컴컴한 방안에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동안 밖으로는 일절 나가지 않았다. 하얀 실크잠옷만을 걸친 채 하루 종일 자신의 방 침대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소녀는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수련에 대한 의욕도 사라졌다. 마침, 스승님도 오시지 않아, 루치야는 일주일 내내 그렇게 있었다.

루치야의 어머니인 사야부인은 그런 루치야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의사를 불렀지만, 루치야는 괜찮다며 완강하게 의사를 물리쳤다. 밥 때가 되면 시녀가 들어와 루치야의 식사를 놓고 나갔다. 그러나 루치야는 그것을 거의 먹는 둥 마는 둥하며 내보냈다. 그래서 동생인 리나스까지 걱정이 되었는지 언니 방을 기웃기웃 거렸다. 그러나 루치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야가의 모든 이들은 루치야의 병이 하루 빨리 낫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루치야는 지금 굉장히 우울한 상태였다. 게다가,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래서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만한 힘도 없었다. 그 날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아란이 고백하고, 리리스가 승낙하여 서로 사귀게 된 둘.

소녀는 그 장면을 코앞에서 지켜보았었다. 실연의 감정. 소녀는 그것을 처음으로 맛봤다. 이렇게 쓰라리고 시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날 밤부터 집으로 돌아와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그렇게 모든 걸 짊어진 채….

'바보같아…….'

모든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루치야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로 얼룩진 베개의 축축한 느낌이 얼굴을 통해 느껴졌다. 다시 잠들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잔 것 같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자신이 방에 틀어박힌 지도 거의 일주일가까이 지났을 듯 싶었다. 식사가 담겨 들어왔다가 나간 접시를 세어보니 그 정도 된다. 물론 거의 먹지 않았다. 왠지, 먹고 싶지가 않았다.

-똑 똑..

그런 루치야의 방문 앞에 누군가가 와서 노크를 했다. 누굴까? 루치야는 그렇게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다.

"루치야 아가씨?"

자신의 담당시녀인 로엔이다. 루치야는 대답하기 싫어, 침묵했다.

"……."

"밖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

손님? 로엔이 하는 말에 루치야는 잠시 고민한다. 손님이라 하면 누구라는 건가? 설마 스승님이 오신 건 아니겠지. 만약 스승님이 오신 거라면 불호령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로엔이 말하는 손님은 루치야로도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란님과 그 친구 분이십니다.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아란이라고? 이불속의 루치야는 눈이 동그래졌다. 아란이 어째서 자신을 보러왔단 말인가. 분명 리리스라는 멋진 여자 친구까지 생긴 아란이다. 뭐가 아쉬워서 자기 같은 못난 여자아이를 보러온걸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아란과 다른 한명의 친구는 누구? 설마 이얀이 아란과 같이 온 건가? 루치야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가씨께서 아프다하시니, 다음에오라 돌려보낼까요?"

"……."

로엔의 어조로 보아 곧, 돌려보낼 기세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루치야는 입을 열었다.

"…잠깐, 로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전해줘. 곧 내려간다고…."

"…네…."

방문 앞의 로엔은 루치야의 의외의 대답에 조금은 놀란 목소리였다. 그러나 곧 평소의 어조로 돌아와 다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지요."


"우와~ 정말 넓다."

응접실의 소파에 앉은 리리스는 연신 주변을 돌아보며,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연신 굴리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득띤채 주위를 둘러보는 리리스의 모습에 아란은 -풋하고 소리죽여 웃어버렸다.

'푸훗, 귀여워~!'

항상 누나처럼 행세 하는 리리스였지만, 저렇게 신기해하는 리리스를 볼 때면 꼭 여동생 같았다. 예쁘장한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그런데 아란이 웃는 모습을 본 리리스가 아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흐음! 방금, 나보고 '촌년'이라고 생각했지. 아란?"

그 의외의 질문에 아란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헐! 리리스, 무슨소리야 그게? 아, 아냐…. 그런 실례되는 생각 따윈 한 적도 없다구."

아란은 억울한 듯 두 팔을 과장되게 내저으며 어필한다. 리리스는 고까운 표정으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흥! 나도 어렸을 때는 이것보다 훠~얼씬! 넓은 저택에서도 살아봤다구! 저, 절대 이 집이 넓어서 놀란 게 아니야!"

한번 잘못 키득거렸다가 삐친 것 같았다. 아란은 그래도 그렇게 생색내는 리리스가 왠지 귀여웠다. 인형 같은 소녀의 예쁘장한 얼굴이 잔뜩 부풀어 씰룩거린다. 그리고선 '흥!'하며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리리스의 연녹색 단발이 출렁거렸다.

"마, 많이들 기다렸지?"

그 때, 응접실문이 활짝 열리며, 검은머리의 소녀가 뽀얗게 물기를 머금은 얼굴로 쭈삣거리며 들어왔다. 루치야다. 그런데 루치야를 보는 리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루, 루치야? 루치야 맞어?"

"에?"

그런 루치야도 리리스를 보고는 눈을 회등잔만하게 뜨며 놀란다. 이얀이 아닌 리리스일 줄이야.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오는 길인 듯, 루치야는 물이 채 마르지 않은 검은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 서로를 마주보는 두 소녀, 이윽고 리리스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루치야에게로 다가갔다.

"이야~ 루치야. 정말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으, 응. 고, 고마워."

그랬다. 순간, 리리스는 예전과는 변한루치야의 모습에 동일인물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전의 뚱뚱한 루치야만 기억하고 있던 리리스에게는 루치야의 이렇게 예쁘게 변한 모습이 거의 환골탈태수준으로 여겨졌다. (조금초췌해보이긴 했지만….) 리리스의 칭찬에 루치야는 약간 부담스러워하면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루치야에게 리리스는 조금 껄끄러운 존재였다. 리리스에게 붙어있는 '아란의 여자친구'라는 타이틀이 루치야로 하여금 연녹색소녀를 부담스러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몇 마디 주고받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살가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루치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아란도 반가운 듯 루치야에게 다가와서 인사한다.

"이야~ 루치야. 오랜만이야."

"응, 아, 아란."

역시나, 아란을 직접 보니 루치야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괜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억지로 웃으면서 인사했다.

"오, 오랜만이야. 아란 하.하."

"응, 잘 지냈어?"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아란. 루치야는 아란의 그 웃음에 마음을 졸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괜스레 말을 돌린다.

"나, 나야 뭐 그저 그렇지 뭐. 그, 그러고 보니 일단 저쪽으로 앉자."

"그래, 그러자."

루치야가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자, 아란과 리리스는 그러마하며 루치야를 따라 소파에 앉는다. 루치야가 한쪽에 혼자 앉는 반면, 둘은 루치야의 반대편에 나란히 앉는다. 역시 커플이란건가.

루치야는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하며 눈을 돌렸다. 아란과 리리스를 볼수록 괜히 가슴이 아려온다. 아란은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루치야를 향해 질문을 해온다.

"아참, 루치야. 저번 축제때 왜 그냥 갔던 거야?"

"아, 아? 아아, 그거?"

눈에 띄게 당황하는 루치야. 검은머리소녀는 순간, 사실대로 말했다간 일이 커지게 될 것 같아 필사적으로 변명할 거리를 찾았다. 아직은 집안사람들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축제때 자신이 소년의 말을 오해하여 그 난리를 쳤던 것을 직접 알게 된다면, 도저히 두 번 다시는 소년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으, 음. 그, 그게 말이야. 아, 그때, 사, 사실은 내가 너무 아파서 갑작스럽게 열이 나고 막 그런 거 이, 있지? 그래서 축제때, 별수 없이 도중에 돌아와 버렸어. 미안해, 아란……."

"에? 진짜? 아팠어?"

"으음, 그래서 못나왔었구나. 루치야."

"으, 응…."

깜짝 놀라하는 아란과 안됐다는 듯이 걱정해주는 리리스. 루치야는 대충 둘러댄 말이 먹힌 것 같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왠지 이렇게 변명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신이 서글퍼졌다.

"그럼 지금은 괜찮아?"

리리스가 말했다.

"아, 응. 많이 쉬어서 괜찮아졌어. 한 일주일 정도 쉬었나? 하하…."

루치야가 억지웃음을 흘렸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루치야. 어쩐지 그때 좀 아파보이더라니……."

아란이 걱정이 가득한 눈을 하고는 검은머리소녀를 바라본다.

"으응, 좀 힘들었어…. 여러 가지 의미로……."

루치야는 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끝을 흐린다. 그러면서 반대편에 앉아있는 리리스를 슬쩍 훔쳐본다. 부러웠다 리리스가……. 예전부터 그랬지만, 연녹색의 이 어여쁜 소녀는 항상 루치야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활달한 성격부터 아름다운외모까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거의 모든 것을 그녀는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란까지….

그런 리리스가 루치야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루치야."

"……."

"루치야?"

"……."

"음…, 루치야? 괜찮겠어?"

"…응, 에? 뭐가?"

루치야는 아란의 질문에 의아해 한다. 분위기상 아란과 리리스가 뭔가에 대해서 한차례 토론이라도 한 듯 했다. 리리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중인 것 같았다. 아란이 덧붙였다.

"내일 시간말야."

"응?"

"아란이 그러는데, 내일 일요일이라 소풍갈 건데 너도 혹시 가고 싶은가 해서…."

리리스가 아란의 말을 설명해준다.

"아……."

그런데 왠지 리리스는 내켜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같이 가자. 루치야. 재밌을 거야."

"으음…."

아란의 웃으면서 하는 말에 루치야는 리리스의 눈치를 보며 고민한다. 갈까, 말까 정말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 앞에서 아무리 혼자 마음이 불편하다고는 해도 둘은 연인이다. 차라리 인정하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했다. 루치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포르리아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La~port Liarta - 17장 깨어진 우정 #01 +16 08.05.25 1,932 4 18쪽
59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3 +18 08.05.24 1,860 7 11쪽
58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2 +10 08.05.21 1,884 4 17쪽
57 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1 +9 08.05.21 1,891 5 17쪽
56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4 +15 08.05.18 1,899 5 18쪽
55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3 +10 08.05.18 1,851 5 16쪽
»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2 +8 08.05.18 1,906 5 18쪽
53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1 +15 08.05.18 2,011 5 12쪽
52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4 +11 08.05.04 1,982 5 12쪽
51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3 +7 08.05.04 1,974 5 15쪽
50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2 +11 08.05.04 2,052 6 15쪽
49 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1 +13 08.04.30 2,100 3 13쪽
48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3 +13 08.04.30 2,106 6 16쪽
47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2 +12 08.04.28 2,145 5 15쪽
46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1 +14 08.04.28 2,154 7 17쪽
45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3 +11 08.04.21 2,243 5 11쪽
44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2 +8 08.04.19 2,230 7 19쪽
43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1 +4 08.04.19 2,290 8 19쪽
42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4 +11 08.04.17 2,311 5 16쪽
41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3 +5 08.04.17 2,271 6 13쪽
40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2 +8 08.04.17 2,310 6 20쪽
39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1 +4 08.04.16 2,364 5 15쪽
38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7 08.04.15 2,333 6 12쪽
37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2 +2 08.04.15 2,404 6 12쪽
36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13 08.04.09 2,423 5 16쪽
35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6 08.04.03 2,420 5 18쪽
34 La~port Liarta - 9장 결심 #01 +6 08.04.03 2,416 5 15쪽
33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2 +4 08.04.02 2,408 6 12쪽
32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1 +7 08.03.27 2,439 6 15쪽
31 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3 +8 08.03.26 2,424 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