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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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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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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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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DUMMY

제 9장 결심 #02



아란은 웅웅거리는 듯 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맨 처음에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점점 소리가 커지자 조금 거슬렸다. 그러다, 소리가 더욱 커지게 되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거슬리기 시작했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그 정체가 뭔지 돌아보려했으나, 그제서야 아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통 검었다. 그리고 그런 중에도 웅웅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그 소리는 누군가가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대체 무슨소리지?

아란은 귀를 쫑긋 세워 자세히 정신을 집중하여 들어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렷이 들렸다. 여자, 그중에서도 소녀의 울음소리다. 그리고 간간히 말하는 듯 한 소리마저도 들렸다. 궁금했다. 어째서 우는 거지?

그러다보니 문득 눈을 떠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잠궈놓은 것처럼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러나 끈질기게 노력하자 조금씩 눈꺼풀이 열리기 시작했다.

밝은 빛이 가장먼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눈이 부셔서 잠시 멍청해졌다. 아직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러다 자신이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멍했다.

'으엉…. 저 때문이에요. 아란이 이렇게 된 건. 전부 다 제탓이었다구요. 엉엉…."

'아니야. 그건 걔네들이 나쁜 거지 네 탓은 아니란다. 그러니까 뚝 그치렴. 여자아이가 이렇게 펑펑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아요.'

아란은 문득 아까의 웅웅거리던 소리를 기억해내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가 흐릿하게 보였다. 윤곽으로 보아 울고 있는 소녀와 그 옆에 서있는 여성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낯이 익었다. 초점이 잡혔다. 아란의 눈에 들어온 두 명의 인영은 그 자신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엄마와 루치야 였던것이다. 아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루, 루치야? 어, 엄마?"

그러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았다. 둘 다 하던 말을 끊고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다 그 표정은 급격하게 기뻐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루치야가 벌떡 일어나 침대위로 올라와 새빨갛게 퉁퉁 부은 눈을 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란. 정신이 들어? 괜찮아? 나 루치야야, 나 알아보겠어?"

아란은 루치야의 질문에도 그냥 멍하게 있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머리를 만져보니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아란은 일단 몸을 일으켜 앉았다.

"으…, 음. 괜찮은 것 같은데?"

아란이 멋쩍은 듯 힘겹게 피식 웃으며 말하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던 루치야가 별안간 아란을 와락 끌어안아버렸다.

-덥썩!

"와--앗!!!"

그리곤 루치야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 아란, 너, 너무 걱정했어. 이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싶어서.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야."

"루, 루치야. 갑자기 왜이래? 아, 아퍼~!"

그러나 아란은 갑작스런 루치야의 포옹에 당황한 나머지, 힘겹게 떨리는 목소리로 얼굴을 붉혔다. 가슴께에 느껴지는 물컹한 이상야릇한 느낌도 느낌이었지만, 루치야가 갑작스레 잡고 흔드니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루치야는 당황한 아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아란을 끌어안은 채로 연신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엄마가 놀리는 듯 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흐음. 루치야. 아란이 일어난 게 기쁜 것도 이해는 가지만, 지금 아란은 환자잖니? 반가운걸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하는 상태라고."

"아…."

"아…."

"그리고, 아란도 루치야가 안아주니 기분은 좋은가 보구나. 얼굴이 빨개지는걸 보니."

"아녜욧!!"

아란은 괜히 무안해져서 엄마에게 열을 낸다.

"뭐, 네가 생각보다 일찍 깨어나서 식비절약은 포기해야겠……."

"……."

그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도 아란이 깨어나서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루치야는 그제서야 진정이 되는지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아…. 미안해. 아란."

엄마의 한마디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던 루치야. 조금 부끄러웠던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아란에게 사과를 하며 물러났다. 그러면서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훔치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란은 괜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슬쩍 돌린다. 훈훈한 웃음을 띤 채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란도 깨어났고, 배도 고플테고 하니, 내려가서 식사를 가져오마. 그럼 둘이 얘기 나누고 있으렴."

-꼬르륵

때마침 루치야의 뱃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것보라는 표정으로 방을 나섰고, 루치야는 얼굴이 온통 빨갛게 물든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아란은 아직까지 뭔가 몽롱한 상태였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납득이 안가는 상태라고나 할까? 그래서 루치야에게 물었다.

"루치야. 어떻게 된 거지, 나?"

"음?"

루치야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본다.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아란, 정말 기억 안나?"

"응? 아니 그냥 어찌 된 영문인지…."

"그럼, 하얀 호숫가에서 빅터들과 싸웠던 것도 기억 안나?"

루치야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묻는다.

"음? 아, 그거? 그, 그랬었지."

그랬다. 루치야를 괴롭히는 빅터패거리들에 맞서 싸웠던 것은 기억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빅터패거리들과 정신없이 싸웠던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기절한 것이리라. 그랬으니, 루치야는 빅터 녀석들에게 거의 발가벗겨진 채….

거기까지 생각한 아란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커지며 루치야를 바라본다.

"루치야. 괜찮아? 다친데는? 어디 녀석들에게 못된 짓이라도 당한 거 아냐?"

"에……?"

아란의 시선이 루치야의 옷에 꽂힌다. 그러고 보니, 루치야는 그때의 검은 원피스가 아닌 다른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란의 갑작스런 질문에 루치야의 안색이 좀 변했다. 그러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지레짐작한 아란이 재차 물었다.

"저, 정말 무슨 일이 있었어? 녀석들한테 나쁜 짓 당한거야?"

"으음……!?"

루치야는 아란의 질문에 당황스러워하며 급격히 부인했다.

"아, 아냐, 그때 아무 일 없었어. 아란이 빅터에게 뒤에서 돌을 머리에 맞고 정신을 잃은 직후, 이얀이 달려와서 빅터 애들을 죄다 쫓아버렸거든. 그랬다구.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도, 돌을 맞았었구나 나…. 그래도, 다행이다. 그때, 나 마지막까지 루치야를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에? 아, 아냐. 오히려 미안해. 아란, 괜히 나 같은 것, 나 같은 것 때문에 이런 꼴이 되어버렸잖아. 정말 미안해."

아란의 말에 루치야가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 말에 아란은 루치아의 어깨에 왼손을 얹으며 조용조용 말했다.

"아냐, 루치야. 내 꿈은 기사야.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해야하는 기사라구. 그러니깐 너무 미안해하지마. 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걸? 그래서 난 오히려 이번일이 내 자질을 시험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 진짜 기사가 되려면 이런 일 한두 번쯤은 당연하게 이겨내야 되는 거 아냐? 하하."

"……."

그건 아니다. 당연하지 않았다. 루치야는 고개를 들어 아란을 보았다. 기사가 꿈이라는 아란. 루치야의 눈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런 아란은 지금 무용담속의 기사와 전혀 다를 게 없어보였다.

적어도 지금의 소녀에게 아란은 진짜 기사였다. 루치야는 문득 자신의 가슴이 거세게 두근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란은 루치야한테서 대략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신이 그 일 이후 3일 만에 깨어났다는 것과 이얀이 당시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검으로 빅터패거리들을 모조리 박살내놨다는 것, 그리고 루치야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었다.

이얀이 빅터패거리들을 혼내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통쾌해 했었지만, 전부 한두 군데씩 부러지거나 한동안 침대신세가 되었다고 하니 오히려 녀석들이 좀 안 돼 보였다. 3일전 이일이 있은 직후, 온 마을이 발칵 뒤집혔었단다. 마을 소년들이 마을의 친절한 후원자였던 사야가문의 장녀를 희롱하고 그걸 참지 못해 막으려든 아란을 반죽음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은 평소 제국이주민들을 별로 곱지 않게 보던 마을사람들에게까지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영주의 아들 소공자 이얀이 녀석들을 반 죽도록 패버렸지만, 워낙 앞의 사건의 임팩트가 커서 뒤의 일은 묻히다시피 했었다.

아니 애들이 뭘 믿고 대상인 사야가문의 장녀에게 손을 댔단 말인가? 마을 어른들은 모두들 사야가문에 찾아가 싹싹 빌었다. 그러나 루치야의 어머니는 당사자에게 아무 일 없었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면서, 그런 그들을 조용히 돌려보냈단다.

사과를 하려면 중태인 아란의 집에 가서 아란의 부모님에게 하라는 말을 정중하게 덧붙이면서….

그러면서, 사야가문은 소년들의 부상을 치료할 비용들을 모두 부담했다. 당시 아란의 집으로 몰려가던 마을사람들은 진심으로 그에 감격했다. 아니, 자신들이 죽도록 사과해도 모자랄 판국이었는데, 인과응보라 여겼던 소년들의 부상까지 나서서 손대주다니…….

그러자, 예전부터 사야가문을 돈만 많다고 고깝게 보던 이들도 이제는 다들 눈에 힘을 풀었다.

마을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는데, 영주성은 또 다른 일로 발칵 뒤집혔다. 영주성의 입장에서는 소공자가 마을에 몰래몰래 나가는 것도 모자라 패싸움을 하고, 영지민들을 두들겨 패서 반병신 침대신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완고한 기가스 남작에게 이것은 죽을죄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이얀이 친구를 지키는 과정에서 그런 것이라 하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 않은가.

그 벌로 이얀은 영주님에게 한동안의 근신처분과 앞으로 마을로의 철저한 외출금지를 명령받았다. 그 소리를 들은 아란은 마음이 불편했다. 이얀의 근신 처분이 괜히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것은 루치야의 그녀에 관한 소식이었다.

루치야는 기사가 되고 싶다는 자기 꿈을 밝혔다. 기사! 루치야의 포부는 무려 '제국여기사' 였던것이다.

"으에? 진짜?"

"응. 나도 아란과 똑같은 꿈을 가지게 됐어. 사실, 얼마 전 편지로 전달 받은 아버지의 명령이었지만, 우물쭈물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거든. 하지만, 나 때문에 아란이 다친 데다 빅터들에게 그런 꼴을 당하고 나니 너무 내 자신이 한심해져서……."

말을 흐리는 루치야의 얼굴에는 자책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와는 별도로 기사에 대해서 말하는 중간 중간에는 소녀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게 아란은 자신과 비슷한 것 같아 속으로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같은 꿈을 가지고 서로 격려해 줄 수 있는 친구가 한명 더 늘었다는 사실이 순수하게 기뻤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예전의 겁쟁이에 울보였던 그 루치야가 기사가 되려한다는 사실이 적잖이 의외였던 것이다. 그래서 루치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루치야는, 아버지가 실력이 뛰어난 용병을 무술스승으로 붙여줬단다.

아무래도 루치야는 사야저택에서 별도의 수련장을 만들어 사용할 것 같았다. 역시 뭔가 결심만 섰다하면 로열로드가 알아서 -촤라락 하고 펼쳐지니 부자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하고 아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루치야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제부턴 자주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음, 그렇겠구나. 수련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래도 바빠질 테니."

앞으로 자주 못 보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루치야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여간 섭섭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란도 앞으로 루치야를 자주 못 만나게 된다는 소리에 아쉬웠지만, 자기도 대놓고 쓴 소리하다간 침울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 괜스레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하하! 뭐 어쩔 수 없지 뭐, 이게 다 기사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니, 열심히 해! 루치야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나도 힘내서 열심히 할 테니까."

"음? 음. 그렇지?"

"응, 그러니까 나중에 만났을 때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꼭 멋진 기사가 되는 거야! 약속이야!"

"응!"

루치야가 밝게 대답한다. 아란은 자신도 루치야에 지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까지 해버렸기 때문에 괜히 물러설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자신을 채찍질 하는 의미도 되었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루치야에게는 스승과 완벽한 환경이 있겠지만, 자기에게는 이제 믿을 것이 이얀도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란은 침대위에서 책을 읽다가 굉장히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자크 할아버지.'

맙소사. 그 무시무시한 노친네를 잊고 있었다니, 분명 밤새서 기다리며 '내일 오면 죽여 버려야지….'하고 벼르고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직 머리붕대도 풀지 못해 거동이 불편한 아란으로써는 어떻게 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 뒤 다 나은 후 수업하러 가서 노인에게 깨질 생각을 하니 안 그래도 지끈거리던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왔다.

그래도, 혹시 노인이 자신의 소식을 들었으면 또 몰랐다. 스무스하게 넘어갈지도….

그래, 그렇게 크게 사건이 터졌었는데, 영주성도 이얀 때문에 시끄러웠으니 노인의 귀에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했다. 노인의 추리력이라면 사건소식을 접했을 때, 이얀이 누구 때문에 싸웠고, 누가 중태인지정도는 금방 때려 맞출 수 있으리라.

아니, 차라리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어차피 몸도 꼼짝달싹하지 않는 주제에 뭘 믿고 움직이겠는가?

그렇게 아란은 노인에 대한 생각을 무책임하게 넘겨버리고는 읽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불안했다.


정확히 일주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란은 오늘, 머리의 붕대를 풀었다. 이제부터는 부상에서 완치되어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밤에 못 다한 수업도 다시 가야 할 테고, 루치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 터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리라. 아란은 그렇게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식탁테이블에서 아란은 아빠에게서 조금 쇼킹한 소리를 전해 들었다. 아란은 굉장히 놀랐다.

"네에에!? 영주님이 우리를 저녁만찬에 초대하셨다구요!?"

"그렇단다. 아란, 영주님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나에게 직접 말씀하시더구나. 아란 너와 함께 저녁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이다."

"왜, 왜죠? 왜 하필 절…."

아란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갑자기 뜬금없이 영주성의 저녁만찬이라니? 어째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잘한 일도 없는데, 왜 하필 영주님이 자신을….

도서관일이 들통난걸까? 아니면 이얀과 어울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려는 걸까? 아니면 이얀의 뒷얘기를 캐내어보려고 자신을 부르는 걸까?

아란은 도통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냥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태연히 갈수도 있지만 아란은 워낙 영주성에서 몰래몰래 저지른 비리(?)가 많다보니, 대놓고 가기에는 껄끄러운 게 사실이었다. 아란은 고민했다.

"아무래도, 너까지 부르는 것을 보면 이얀 소공자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분위기상 그것만 가지고 널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어머. 그게 정말이에요? 아란이 영주성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구요?"

엄마가 마침 주방에서 수프가 든 냄비를 가져오면서 아빠의 말을 들은 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는 긍정했다.

"그렇소. 따지고 보면 아란과 나 우리 두 부자를 함께 초대한 셈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에요? 오랜만에 두 부자가 오붓하게 멋진 정찬을 먹겠네요."

"음? 당신은 안갈 꺼요?"

엄마의 말에서 그녀자신이 빠진 듯 한 느낌이 들었던 아빠가 묻자, 엄마는 고개를 흔들며 긍정했다.

"영주님 저녁만찬에 어떻게 저같이 볼썽사나운 여자가 얼굴을 들이밀 수 있겠어요?"

"허허, 모리아, 당신이 어때서?"

"게다가, 당신도 알다시피 전 그런 분위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걸 알잖아요?"

엄마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아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다가, 아란을 보고 말한다.

"……그러니까, 준비하거라 아란, 내일 저녁이란다."

"아…. 네."

아란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심 무척이나 불안했지만, 영주님이 직접 초대한 만찬이었기에 딱히 불참하거나 미룰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란은 내일 저녁이 은근히 기대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할 듯싶었다.

'에휴….' 아란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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