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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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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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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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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6장 불신과 오해 #02

DUMMY

제 16장 불신과 오해 #02



오후의 마을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쉬고 있었다. 특히나 분수대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와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리리스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리리스는 지금 이 자리서 아란을 만나기로 했었다. 오늘은 조금 이른 시간인 정오에 만나 오랜만에 둘이서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나온 것 같았다. 아란은 이제야 집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요즘의 아란은 부쩍이나 집에서 공부하는 날이 잦아졌다. 집에서 집중이 더 잘된다나? 어쨌건 리리스는 광장의 인파에 섞여 아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손바닥을 펼친다. 그 위에는 하나의 반지가 놓여있다. 파란 오팔로 된 테가 중심에 둘러진 작은 은반지였다. 예쁜 반지다. 그러나 그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리리스의 표정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사실, 그 반지는 오늘 마녀가 리리스에게 준 반지였다. 그걸 보고 있자니 마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래, 잘되어가고는 있냐?"

노파가 주름살이 흉흉한 얼굴을 씰룩이며 묻는다. 아란에 대한 이야기다.

"글쎄요. 정말 이러는 게 효과가 있기는 한가요?"

리리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갸웃한다.

"흥! 또 없으면 어쩔 거냐? 믿어봐라. 확실해. 남자란 족속은 말이다. 여자가 애간장을 태워야 확실히 넘어오는 법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요새 아란에게 너무 미안해서…."

"후후, 원래 여자란 말이다. 그렇게 사정없이 튕겨야 더 매력이 사는 법이란다. 그 꼬맹이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키키킥~!"

왠지 노파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런 노파를 보는 리리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요즈음, 리리스가 아란에게 괜스레 퉁명하게 대하는 건 노파의 충고 때문이었다.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후후후, 바람직한 현상이구나. 역시 잘 안될 줄 알았어. 너무 안 어울렸다고, 너희들. 이참에 깨져버리는 건? 학교문제도 있고 말이다…, 뭐야.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한 가지 묘안을 가르쳐줄테니. 리리스, 넌 그게 문제야.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어. 남자의 본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선, 연애질을 하려하고 있단 말이야. 알았다. 재촉하지 말거라. 그러니까, 그 묘안이 뭐냐면….'

그렇게 가르쳐준 것이 바로 아란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켜보라는 충고였다. 나름 성공적인 것 같기는 했다. 정말로, 아란이 리리스를 졸졸 따라다녔으니까. 그러나 어째선지 리리스는 아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자, 또 시시한 생각을 하고 있군."

마녀가 연녹색소녀를 향해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반지였다.

"에? 뭐죠 이건?"

"뭐긴, 보는 대로 반지가 아니냐."

노파가 건넨 것은 오팔의 띠로 멋을 낸 조그마한 반지였다. 그걸 받아든 리리스는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살펴본다.

"연애질 하라고 주는 거 아니다. 무려 '마법반지'니까."

"에? 마법반지요?"

리리스는 의외의 물건을 받아들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걸로, 뭘 하란 거죠?"

"하라고? 난 부탁한 적 없다. 그냥 갖고나 있어. 네가 그걸 사용할 정도만 되어도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라는 소리니까."

"…저, 주는 건가요?"

"그래, 부적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거라. 혹시 모르지, 네가 나중엔 그걸 사용할만한 실력이 될지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파는 리리스에게는 아직 머나먼 이야기라는 듯 말끝을 흐린다. 리리스는 노파가 왜 갑자기 이런걸 자신에게 주는지 궁금해졌다.

"근데, 왜 이런걸…."

"쯧쯧, 토 달지 말고 그냥 가지고 있어. 하지만, 절대로 잃어버리지는 마라. 소중하게 다루도록, '엄청난' 보물이니까 말야. 끌끌끌…."

마녀는 그게 뭐라는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대단한 마법사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거라고만 말했다.

리리스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반지를 가만히 눈여겨본다. 이게 특이한 게, 조그맣게 음각문양이 수놓아진 은의 반지의 가운데를 두르고 있는 오팔의 띠를 자세히 보니 유리관처럼 되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투명한 액체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가만히 흔들어보았다. 하지만, 단단히 밀봉되었는지 액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여튼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였다. 그런 쪽에 조예가 없는 리리스가 봐도 예술품의 가치로도 굉장할 것 같았다. 한마디로 엄청 대단해보였다.

반지를 쥔 손을 내린다. 아직까지 아란은 오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았다. 정오를 알리는 교회종이 울린지도 많이 지났다. 은근히 늦네, 리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무심결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소녀는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과 마주쳤다.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금발벽안의 소년은 그렇게 속으로 끝없이 되뇌며, 빠른 걸음으로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얀은 아까 전 내려오는 도중에 우연찮게 에밀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에밀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마을소식을 좀 들었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접할 수 있었다.

'뭐? 아란과 리리스가 사귀고 있다구!?'

뭐야. 리리스는 자신과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나. 그것도 그렇지만 왜, 하필이면 그따위 녀석이랑….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분명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좋아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자신도, 주위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 그래, 분명 그랬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상했다. 왜 녀석과 사귄다는 소리가 들리는 거지? 왜 그 자식이름이 리리스 옆에 거론되는 거야.

불쾌했다. 믿을 수도 없었다. 직접 리리스를 만나봐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리리스의 단호한 부정 하나면 지금 이 모든 불쾌함이 깨끗이 씻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얀은 그렇게 한달음에 산을 내려왔다. 리리스를 찾았다. 왠지 예감상 마을광장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부터 리리스와는 리리스친구들과 마을광장에서 만난기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을내로를 지나 광장으로 들어선다. 정오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이얀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한 리리스를 발견했다.

-두근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까 전 검은머리소녀를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두근거림. 그래, 좋아했던 소녀의 모습을 다시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흥분이 되었다. 연녹색 단발에 에메랄드빛 눈동자, 약간 마른편인 체형 때문인지 연약해보여 저절로 보호해 주고 싶은 소녀. 예전과는 소녀도 많이 달라져있었다. 가슴도 커지고, 체형도 전체적으로 늘씬해진 것 같았다.

그때, 소녀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이얀과 눈이 딱 마주쳤다. 조금 뻘줌해졌지만, 이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리스에게 인사했다.

"안녕, 리리스?"

"어? 이얀! 정말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리리스는 오랜만에 보는 이얀에게 반갑게 마주 웃으며 인사했다. 일 년 넘게 소식도 없었던 이얀인지라 소녀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가워한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이얀은 리리스가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반기는 태도 또한 그렇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아, 뭐, 그럭저럭 지냈지 뭐…."

"헤에~ 진짜 오랜만이다. 검술수련 때문에 그동안 못 봤었잖아. 오늘은 어떻게 내려온 거야?"

"흐음~ 굳이 따지자면 널 보러 내려왔달까…."

"킥! 이얀, 짓궂어."

이얀이 괜스레 느끼한 말투로 추근덕거리자, 리리스는 키득대며 웃어넘긴다.

"사실은, 이제 검술수련도 어느 정도 잡힌 것 같고 그래서 오랜만에 한번 내려와 본거야."

"으음, 정말? 그럼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네?"

리리스는 반색하며 기뻐했다. 이얀은 생각한다. 딱히 리리스의 태도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자신에게 웃어주는 리리스. 예전 리리스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 이런 리리스가 아란 그 녀석과 놀아날리 없다. 그러자, 왠지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렇지, 하지만 가끔씩만 내려올 것 같아. 덕분에 매일 볼 수는 없으니까. 아쉽긴 하지?"

"크흠, 그러고 보니 그러네. 뭐 여튼 잘 왔어."

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방글방글 웃는다. 이얀은 그 미소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아참, 아란은 만나봤어?"

그러나, 그 다음 이어진 리리스의 질문에 이얀은 다시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아, 아란? 아니 아직…."

"응? 그래? 그럼 좀 있으면 아란 오니까. 얼굴이라도 볼래?"

"음?"

아란이 온다고? 지금? 이얀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정말 소문대로 정말 리리스는 아란과 사귀고 있는 걸까. 믿고 싶지 않았지만, 불안했다.

"아란하구,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이얀은 한번 리리스를 떠보기로 했다.

"아, 그나저나 리리스."

"응?"

"내가… 말이지… 오다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거든?"

"응, 소문? 무슨 소문?"

리리스는 궁금해 한다. 예전에 소문에 호되게 당한기억 때문인지, 민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 하하. 뭐 내가 생각하기로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 웃어넘겼는데…."

"음, 그래? 그게 뭔데?"

"으음, 그게 있지. 리리스 네가 그, 아란이랑 사귄다는 소문이 돌더라고…."

쭈삣쭈삣 말을 꺼내는 이얀. 리리스의 눈치를 본다.

"풋~ 아, 그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리리스. 아무래도 리리스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하. 그거, 사실 아니지? 그냥 소문일 뿐이지?"

이얀은 리리스를 따라 웃으면서 그렇게 확인차 묻는다. 리리스는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아니, 난 또 뭐라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다시 도는 줄 알았네."

"에?"

리리스의 말에 의아해 하는 이얀.

"그거 소문 아냐. 나 아란이랑 지금 사귀는 거 맞아."

-쿵!

이얀은 귓가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정말이었어?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었다. 정말 리리스가 아란과 사귄다고? 그럼 자신은? 이얀은 황당한 표정으로 리리스를 보았지만, 리리스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태도로 당당하게 말했다.

"저, 정말 그래…?"

"응. 사귄지 꽤 됐는걸? 음, 올해 봄부터였으니깐, 반년 훨씬 넘었구나. 벌써…."

반년이 넘었다고? 이얀은 연달아 이어지는 충격적인 소식에 멍해졌다. 어이가 없었다.

"어, 어떻게…."

"아란이 나한테 고백했어. 예비 성년식때 모두 앞에서 한 거 있지? 에휴, 그것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나고 장난도 아니었다니깐. 아참, 이얀은 성에서만 있은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구나?"

순간, 이얀은 가슴속에서 뭔가가 확 올라오는걸 느꼈다. 갑자기 아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과 리리스를 잘되게 도와준다며 철떡 같이 약속하던 녀석이었다.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나?

다시 한 번 마음속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그 순간, 이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나마 아란에 대해 친구라고 인정하고 있던 부분이 지독한 배신감에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의 이얀에게 아란은 증오해 마지않는 개자식일 뿐이었다.

"그럼, 난…."

그러나, 이얀이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리리스가 먼저 방금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소리친다.

"아, 맞다!"

금발소년은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얀 너! 이상한 소문내고 다녔지?"

"소문…?"

"그래!, 너! 나랑 사귄다는 이상한 소문내고 가버렸잖아! 아란한테서 다 들었다구. 너랑 플로라, 칸나까지 셋이서 아주 날 벼랑 끝까지 몰아놨었어!!"

"……."

리리스는 따지는 듯 한 어투로 그렇게 이얀을 쏘아붙인다. 이얀은 침묵했다. 지금 리리스의 입에서 진짜로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소문 이라고?' 자신과 리리스의 관계가 단지 소문이라고? 지금까지 알고있던건 뭐지? 착각에 불과한 허상 같은 그림자였나. 아까보다 더한 충격이 이얀을 강타했다. 할 말을 잃었다.

자신과 리리스는 사귄 게 아니라고? 그냥, 친구사이였다고? 거짓말이다. 이얀은 리리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예전에 리리스가준 녹색구슬은, 사랑의 증표같은거 아니었나?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았던 단추 말인데, 그거 그냥 네가 달래서 줬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어. 아란이 그러더라. 이얀이 이상한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여튼, 그런 거 였으니까. 오해하면 안 돼, 이얀. 널 좋아해서 준 게 아니니까 말야."

"……."

-쿠궁

그 말이 결정타였다. 이얀은 그 순간, 리리스에 대한 모든 감정이 싹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럼 뭐야. 이게 날 속인건가.' 그러자 이제, 금발소년은 눈앞의 연녹색소녀가 전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소녀에 대한 이유모를 배신감이 속에서 치고 올라온다. 화가 났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소녀가 정말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리리스가 아란을 언급할 때마다 아란에 대한 증오심도 더욱더 깊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다간 돌아버릴 것 같았다. 특히 아란의 마지막 배신이 금발소년의 마지막 이성을 앗아갔다.

'이, 두 년놈들이….'

이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금발소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리리스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그러면 안 돼. 나 다음에도 이러면 화낼 거야?"

'웃기는군.'

이얀은 속으로 생각한다. 미칠 것 같았다. 온몸에 사무치는 분노와 배신감. 그게 리리스를 향해 튀어 나가려고 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나 속으로 삭힌다. 이얀은 속내를 숨기며 웃었다.

"하. 하. 그랬었던 건가. 미안해."

"음, 뭐 알면 됐어. 어쨌거나. 곧, 아란이 올 텐데. 오랜만에 만나볼래?"

"아니, 됐어. 난 이만 가보려고."

"응? 진짜? 아니 왜~ 만나보지않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군데…."

이얀이 그냥 가려한다. 이얀의 서늘한 눈빛을 눈치 채지 못한 리리스는 아쉬운지 이얀을 잡으려했다. 그에 슬쩍 몸을 빼는 이얀. 그러다 이얀의 손이 리리스의 손을 툭 친다.

-땡그랑

그러자, 리리스의 손에서 뭔가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반지다.

이얀은 그걸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슬며시, 허리를 숙여 리리스보다 먼저 반지를 줍는다.

"이건, 아란이 준…?"

"아냐, 그거 올리할머니가 주신 건데. 소중한 거라고, 잘 보관하래셨어."

"그래? 소중…?"

이얀은 반지를 바라본다. 은반지를 가운데로 두르고 있는 오팔 띠가 예쁜 반지다. 그러면서 고개를 드는데 문득, 이얀은 리리스 너머로 익숙한 인물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의외로 사냥길 쪽이다. 그 그림자는 저쪽에서 리리스와 이얀의 모습을 보고선 가까운 벽 뒤로 숨는다. 이쪽을 보고 있다.

개자식 아란이군. 이얀은 그의 정체를 직관적으로 알아챘다. 자신의 손에는 리리스의 반지가 들려있었다. 마침 좋은 생각이 이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이얀은 속으로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밝게 웃으면서 리리스를 바라본다.

"소중한 거라면, 이렇게 함부로 다루면 안 되지. 손 줘봐. 내가 껴줄게."

"에? 아, 아니 그냥 줘."

"괜찮아. 내가 끼워준다니깐. 설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이얀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센 힘으로, 당황해하는 리리스의 왼팔을 잡아챘다.

"아, 알았어."

그러자, 리리스도 이얀의 기세에 눌려 별로 반박할 말이 없었는지 얌전히 왼손을 내민다. 회심의 미소를 띠는 이얀. 리리스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보란 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끼웠다. 반지는 리리스의 손가락에 거짓말처럼 딱 맞는다.

"다됐네. 거봐. 이렇게 끼우니까. 훨씬 예뻐 보이잖아. 너도, 반지도."

"헤에. 진짜? 후훗. 이얀도 참 짓궂어~."

이얀의 칭찬이 기분 좋았던지, 리리스는 -쿡 하고 웃으며 응대한다. 이얀은 그런 리리스에게 마주 웃어주며 바라보다 문득, 아까 그 벽 쪽의 인물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다시 벽 뒤로 숨는다. 이얀은 그쪽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고개를 돌렸다.

"난 이만 가보겠어."

"그래, 이얀. 가는 거야?"

"음, 바쁜 일이 있어서…."

"응,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보고, 그럼 잘 가."

"그래, 부디 아란과 '멋지게' 잘되기를…."

이얀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아리송한 말을 던지며 멀어져갔다. 리리스는 이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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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13 여름아
    작성일
    08.05.22 11:20
    No. 1

    음~~~ 어찌.. 자꾸 사이가 벌어져서.. 안된 느낌..
    이얀하구.. 화해했음 하는.... ...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에스메르
    작성일
    08.05.22 17:18
    No. 2

    점점꼬여가는듯한게 나중엔 어떻사이가 될지 무지 궁굼해지네요^^
    무튼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건필하셔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프윌
    작성일
    08.05.22 21:03
    No. 3

    이놈들 나중에 얼마나 후회 하려고.....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8.05.23 19:10
    No. 4

    ...이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군요. 하지만 기지를 발휘한 쪽이, 음.
    뭐 이얀의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하려은
    작성일
    08.05.24 00:17
    No. 5

    여름아/x1147x/프윌/Karist 님 감사합니다.^^ 과연 앞으로 아란과 이얀의 행로에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aeson
    작성일
    08.12.30 15:57
    No. 6

    아 진짜 이렇게 될까 반신반의하고있었는데 역시나군요 -_-;
    제가 이얀입장이라도 열받을만합니다 둘 사이를 밀어주겠다고 해놓고 사귀었으니 머리가 확 돌수밖에 에고 주인공이 이제라도 처신좀 잘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하려은
    작성일
    08.12.30 18:27
    No. 7

    aeson 님 ^^ 하하 아란도 배운게 많을 겁니다. 응?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이천(異天)
    작성일
    09.08.02 22:27
    No. 8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0.09.09 23:25
    No. 9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lamDrum
    작성일
    11.04.28 00:58
    No. 10

    어어 이얀 이 자식 좀 더 쿨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찐따가 되어버렸나요. 질풍노도의 사춘기라서 그런가...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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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2 +8 08.04.19 2,228 7 19쪽
43 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1 +4 08.04.19 2,289 8 19쪽
42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4 +11 08.04.17 2,310 5 16쪽
41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3 +5 08.04.17 2,267 6 13쪽
40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2 +8 08.04.17 2,307 6 20쪽
39 La~port Liarta - 11장 베이에트 #01 +4 08.04.16 2,359 5 15쪽
38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7 08.04.15 2,330 6 12쪽
37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2 +2 08.04.15 2,400 6 12쪽
36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13 08.04.09 2,416 5 16쪽
35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6 08.04.03 2,415 5 18쪽
34 La~port Liarta - 9장 결심 #01 +6 08.04.03 2,414 5 15쪽
33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2 +4 08.04.02 2,404 6 12쪽
32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1 +7 08.03.27 2,435 6 15쪽
31 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3 +8 08.03.26 2,422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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