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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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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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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4.2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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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1

DUMMY

제 13장 전야제 #01



아란은 그 후로 집으로 돌아왔다. 마녀의 집에서 보낸 몇 주간, 아란은 집의 소중함에 대해서 너무나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녀의 집에서 이제 탈출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 이젠 밤마다 시작되는 마녀의 지팡이타작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이젠 편안히 좀 잘 수 있겠구나 싶었다.

엄마와 아빠도 아란이 많이 나은 모습을 보고 반겨주셨다. 그리고 특히, 엄마는 아란이 빨리나아서, 며칠 뒤의 예비성년식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굉장히 좋아하셨다. 작년의 사건 때 빅터들이 침대신세를 지느라 예비성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아란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검술연습에 온힘을 쏟고 있었던 터라 책은 거의 손대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완치된 것도 아니어서 검술연습 자체를 못하게 된데다, 이젠 검술을 그렇게 목맬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다보니,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아란은 그래서, 예전에 헬카이트 공작이 선물로 주고 간 책을 꺼내들었다. 이자크 노인이 떠나기 전에 몇날 며칠을 밤을 샌 끝에 완성시킨 책이라고 그랬다. 아란은 여태까지 한 번도 그 책을 펴본적이 없었다.

그때는 당장에 배운 검술을 잊어버리기 전에 완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란은 이제서야 그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자크노인이 무슨 내용을 써놓은 것일까. 뭘 아란에게 말해주려 했을까. 아란은 책의 표지를 넘기고 헬카이트 공작의 필체가 빽빽하게 쓰인 첫 장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아란은 그 내용에 적잖게 놀랐다.

"아니, 이건!?"

그것은 바로, 헬카이트 공작의 기사학, 전술과 전략, 그리고 병력운용과 전쟁에서의 모든 것, 즉 헬카이트 공작이 가진 모든 노하우들을 담아낸 책이었다. 그야말로, 헬카이트 공작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책 내용들은 기본적인 기사학과 소중규모의 정석용병술에서 부터 헬카이트 공작만의 기기묘묘한 전략과 전술까지의 내용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공작자신의 경험담까지 넣어 친절하게 설명시켜 놓았다. 아란은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이것들은, 지금 아란이 필요로 하고 있던 공부내용이 아닌가. 기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용병술, 그리고 지형을 이용해서 분대단위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법등, 말 그대로 최강의 기사가 아닌, 최고의 기사가 되려하는 아란에게의 최고의 교과서였다. 정말, 아란은 헬카이트 공작의 귀신같은 혜안에 전율이 느껴졌다. 소름이 돋았다. 아무래도, 공작은 아란에게 이 사실을 깨우쳐주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한 게 아닐까 싶었다. 꼭 최강의 기사만이 최고의 기사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란은 그렇게 헬카이트 공작이 주고간 책을 열심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관련서적을 찾아다니며 조금씩이나마 익혀나갔다. 관련서적은 책방의 알프형에게 부탁해서 빌리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와중에도 아란은 리리스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책을 빌리는 둥, 그렇게 마을을 오고가면서 아란은 틈틈이 리리스의 집 앞에서 서성이거나 대문 앞을 기웃거렸다. 혹시라도, 리리스의 얼굴이나마 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작 리리스와 마주치게 되면 못 본척 도망치기 일쑤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루나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날따라, 아란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이자크노인의 책을 다른 관련서적들을 참조해가며 읽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직후라 아란은 조금 나른한 기분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그때, 아란의 방문을 열고 아란의 엄마가 들어왔다.

"아란~!"

"네?"

"지금 괜찮다면 심부름 좀 하려무나."

"심부름요?"

엄마가 웬일로 자기 방까지 들어오나 싶었더니 심부름이었다.

"그래, 마을시장 쪽에 있는 대장간에 한번 다녀오렴."

"에이…."

아란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구겼지만, 그렇다고 딱히 바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뭔데요?"

엄마는 아란의 투덜거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가지고 있던 주머니를 건넸다. 생김새로 보아하니 돈주머니 같았다.

"후후, 이걸 갖고가서 대장간에 전해주고, 맞겨놨던 물건 좀 찾아오렴."

-짤랑

"하아, 네에~!"

동전주머니가 아란의 손안에서 소리를 낸다. 아란은 대충 그러마하고, 2층에서 내려와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와서 있던 요 삼 일간 집에서 나온 적은 알프형에게 책을 빌릴 때 빼고는 없는 것 같았다. 별다른 의욕 없이 단순한 심부름으로 나온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봄의 따스한 햇살이 아란을 비춘다. 이제 정오가 막 지난 시각이라, 점심을 먹기 위해 오고가는 마을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다들 묘하게 들떠있어 보였다. 아마도 내일 있을 루나사 축제 때문이리라.

이제 그들은 오늘일은 슬슬 마무리 짓고, 내일 있을 루나사 축제. 즉, 성년식과 예비성년식의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아란도 내심 들뜨기는 했다. 축제라 하니 뭔가 그럴듯하게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아란은 태어나서 축제구경 같은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관심도 별로 없었거니와 변방의 시골마을에서 축제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었고 유일하게 있는 루나사 축제는 아란이 그동안 나이가 되지 않아 참가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름 억지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꽤나 성대하게 한다고 했다. 작년에 예비성년식을 못했던 빅터들이 참석하게 되어 인원이 많이 늘어난 데다, 성년식을 하는 형, 누나들도 예년에 비해 많았다. 그리고 마을의 대부호 사야가문이 이번 축제 때는 특별히 예년보다 더 많은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유인 즉슨, 사야집안의 장녀인 루치야 사야도 이번에 14세가 되어 예비성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루나사 축제상의 성격상 17세 이하의 아이들은 축제에 직접 참석할 수 없었는데, 유일하게 참석이 허락된 나이대가 14세였다. 이들은 예비성인의 자격으로 참가가 가능했고, 3년 뒤 치르게 될 성인식을 직접 보고 느끼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게 된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14살의 루나사는 제국인들에게 특별한 날로 인식 될 수밖에 없었으며, 덕분에 사야가문에서 루치야를 위하여 풍성하게 자금을 풀어 지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영주성에서 특별히 하얀 호수를 일반마을사람들에게 개방한다고 했다. 영주성에서도 셋째아들 이얀 기가스가 14세가 되었기 때문에 나름 신경을 써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도록 한 것 같았다. 1년에 한번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새하얗게 변하는 하얀 호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을사람들도 특별히 많이들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봤자, 커플만 좋겠지만….

'쳇, 쳇, 커플 따위…….'

아란은 내심, 좋아서 서로 사귀고 있는 마을의 형, 누나 커플들을 볼 때마다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이번 하얀 호수 개방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왜냐, 개방해봤자 커플들만 분위기 낼게 뻔 하니까.

'쳇, 쳇.' 툴툴거린다.

아란은 커플 어쩌고저쩌고 하다 보니 갑자기 리리스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에도 리리스의 집 앞을 지나칠 때 괜스레 담장너머의 집안 쪽을 바라보며 기웃거려본다. 인기척은 없다. 아무래도 리리스는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노파의 집에 마법 수업을 받으러 간 것 같았다. 저녁때는 되어야 돌아오겠지.

헉, 그러고 보니 요즘 아란은, 자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다. 괜스레 리리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질 않나, 가도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주변을 기웃거리지를 않나. 리리스의 하루일과를 주욱 꿰고 있지를 않나.

분명 리리스가 눈치 챘다면 이상하다 의심할 만한 것들이다. 이, 이런 게 설마 좋아한다는 감정이라는 건가. 괜히 리리스 근처에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란은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리리스의 집 앞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 그래봤자, 과분한 꿈이었다. 리리스는 마을의 형들, 동생들 할 것 없이 마을소년이라면 모두가 노리고 있는 마을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아란은 평범해빠진 자신이 그 엄청난 경쟁률을 감히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리리스를 볼 때마다 다시금 답답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란은 만약, 자신이 이얀 정도만 되었더라면…. 하면서 다시금 한숨을 쉬어본다.

아란은 곧, 엄마가 말해준 대장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대장간 안쪽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한참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가 시끄러워야 정상인 대장간이 묘하게 조용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저쪽까지 들렸었는데….

이 망할 대장간 영감쟁이가 손님 버리고 밥 먹으러 간거 아냐?

아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구겼다. 입구에 선 아란, 뭔일있나 궁금한 나머지 고개를 쭉 빼며 대장간안쪽을 들여다본다. 얼핏 보니 누군가의 실루엣이 대장간 안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저, 계세요오~? 할아버지?"

아란은 기세와는 다르게 소심한 목소리로 주인을 부른다. 그러다, 대장간 안쪽에 서있던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실루엣의 주인은 대장간할아버지가 아니었다.

"헉!"

아란은 대장간 주인할아버지가 아닌 예상외의 인물과 눈이 마주치자 침음성을 들이켰다. 거기있는건 다름 아닌 한 명의 소녀였다. 아란 또래의……. 그것도 보통 소녀가 아닌 엄청 미인인 소녀였다.

아란은 대장간과 미소녀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멍하니 뜬 아란의 두 눈 속으로 소녀의 모습이 비쳤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소녀였다. 검고 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어 올렸고, 갸름한 턱선과 하얀 피부 그리고 부드러운 인상의 이목구비는 무용담이나 전설에 나오는 요정의 그것 같았다.

소녀는 특히나 가슴이 컸는데, 멀리서 얼핏 봐도 그쪽으로 눈이 저절로 돌아갈 정도였다. 또래에 어울리지 않는 큰 가슴과 적당히 늘씬한 몸매는 가죽재질의 착 달라붙는 용병용 슈트 덕분에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는데, 특히 가슴부분은 가죽이 아닌 하얀 천으로 되어있어 굉장히 커 보이는 가슴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소녀의 흑요석 같은 눈빛이 아란을 응시했다. 멀찍이서 그냥 아란을 쳐다보고 있는 것뿐인데도, 아란은 굳어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아란은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스럽기 도하고, 저렇게 아름다운소녀는 색다른 의미로 또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자신이 생각하기로 리리스와 쌍벽을 이루는 소녀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란은 여자로서의 매력이라 하면, 리리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눈앞의 검은머리의 소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가죽재질로 된 몸에 착 달라붙는 용병슈트(물론 여성용)때문에 소녀의 몸매가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졌는데, 큰 가슴과 적당히 잘록한 허리 때문에 굉장히 섹시하게 보였다. 그에 비하면 리리스는 아직, 이제서야 발육을 시작한 또래소녀의 몸매라고 할 수 있었다. 무, 물론 리리스를 깎아내리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란이 그렇게 바보처럼 서서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 그 검은머리의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열었다.

"저, 주인할아버지라면 방금 전에 제가 주문한 화살촉을 가지러 잠시 들어가셨는데요……."

"아, 그, 그, 그렇군요. 아하하, 아하하."

아란은 왠지 뻘쭘해서 거칠게 웃어넘겼다. 굉장히 어색한 웃음. 눈앞에 있는 요정 같은 소녀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최대한 눈동자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대장간 안으로 한발자국씩 내뻗어 슬금슬금 들어온다.

그리고는 대장간의 다른 구석구석을 구경하는척하면서 곁눈질로 흘끔흘끔 소녀 쪽을 바라봤다.

'용병인가?'

소녀의 차림새는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화려함이나 편안함보다는 운동성을 강조한 옷차림. 용병들이 입는 전투복과 같은 형식이었다.

그리고 딱 달라붙은 가죽 미니스커트는 엉덩이라인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덕분에, 묘하게 보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소녀의 몸매가 확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흑요석 같은 두 눈이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다. 그러자 긴장하는 아란. 아란의 머리와 등 뒤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내가 흘끗흘끗 훔쳐본 거, 혹시 들키기라도 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변태 어쩌고 하면 바로 도망가야지,' 아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때, 소녀의 조그만 입술이 열렸다.

"혹시……."

"아, 예엡!!"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란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혹시……."

"……!?"

잠시 동안의 침묵……. 그 끝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연다.

"아란……아니니?"

-두근

"에엑!?"

아란은 갑자기 소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아니 어떻게, 내 이름을…….'

아란은 자신의 기억 속에 이 처음 보는 미소녀의 얼굴이 있었는지 되새겨본다. 하지만, 기억 날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게 당연했다. 왜냐? 아란은 이 소녀를 처음보는거니까.

아란의 기억 속에 이렇게 예쁘게 생긴 소녀는 한 명밖에 없었다. 리리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는 리리스일리가 없었다. 리리스는 지금 마녀와 마법 수업을 하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뭔가 착오일 것이다.

이렇게 예쁜 소녀를 예전에 한번이라도 만났다면 자신이 기억 못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게….

"아란, 맞지?"

"어? 어, 내 이름이 아란이 맞기는 한데……."

"맞구나, 아란!! 역시나 안변했어…."

"에? 에?"

"역시 아란이 맞구나!!"

굉장히 기뻐하는 검은머리소녀, 소녀는 급격하게 아란과의 거리를 좁히고 와서 신이 나 하며 아란의 두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어댄다. 아란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리리스문제로 고민하던 자신이었는데, 리리스와 쌍벽을 이룰만한 엄청난 미소녀를 만난데다가 그 소녀는 아란을 보자마자 달려와 친하게 아는 척한다. 이게 무슨….

"그, 그렇긴 한데, 누, 누구……?"

"어? 나? 기억 안나? 아란?"

"으, 응…."

'기억날 리가 있겠냐. 처음 본다니깐.'

아란은 속으로 구시렁댄다. 그걸 못 듣는, 눈앞의 소녀는 아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그런데, 그 웃음이 너무 예쁘다. 아란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처럼 느꼈다.

"나야 나……. 기억 안나?"

"……."

"푸훗, 하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변했으니까."

변했다고? 아란은 몽롱한 기억을 붙들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검은머리의 검은 눈에 하얀 피부. 뭔가 공통점이 있는 듯 한 인물이 스쳐지나갔지만, 눈앞의 아름다운소녀와는 그다지 닮지 않은 이였다. 그래도 아란은 찔러나보자는 식으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말해본다.

"훗, 루치야?"

"그래 맞아!! 나 루치야라구!!"

"……."

아란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 기집애가 날 놀리나.'

하고 생각해버렸다. 훗, 루치야는 너보다 몸도 더 뚱뚱한데다, 얼굴도 뚱뚱하고, 눈썹도 좀 더 짙고 그리고, 눈도 비슷하고, 코도 비슷하고, 입도 비슷…. 헉! 어째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아란의 표정이 점점 요상하게 변해갔다. 그러자, 눈앞의 소녀는 그게 또 재밌는지 실실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 아란, 나 루치야 맞아. 살이 좀 빠지긴 했지만, 루치야 사야라구…!!"

-두둥!

"커헉!!"

아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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