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ort Liarta - 42장 빼앗긴 성녀 #01
제 42장 빼앗긴 성녀 #01
"오우! 이런~! 슛!!"
-탕! 탕! 탕!
세 발의 굉음이 울리자, 사내는 보안경 너머로 자신이 목표했던 뒤쪽 마차의 연결고리 세 개가 한꺼번에 명중하여 박살난 것을 확인하고는 흡족한 웃음을 흘렸다.
"잇힝~! 충격에 대비하쇼 제군들~!"
그러면서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군대식 거수경례를 날리는 사내, 하지만 연결고리가 박살나도 달려오던 관성이 있어서 인지 갑자기 마차가 분리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피아들은 그것도 모르곤 좋다고 쿼렐을 날려댄다.
-투두둑! 파바박!
사내의 얼굴 근처에 후두둑 박히는 쿼렐들, 그것도 모자라 한 발은 박혀있는 쿼렐들을 부러뜨리며 날아와 사내의 베레모에 -푸욱! 박혀버렸다. 정타다!
"……!!"
다행히 직접 맞은건 아닐지라도 '헤드 샷'은 '헤드 샷'인 지라 사내는 자존심이 상해 얼굴 표정을 있는대로 구기며 마피아들을 향해 다시 총구를 조준했다.
"왓 더!? 썬 오브 에즈!!"
이번엔 조준하는 것 같지도 않게 -두두두 되는 대로 쏴재끼는 그의 사격, 그런데 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처참했다.
갑자기 뒤쪽 마차의 고삐와 앞바퀴의 휠, 그리고 마차와 말들을 연결하던 이음 대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마차는 공중분해되듯 분리되며 앞으로 전복되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해일처럼 근처 상가를 휩쓸어 버렸다. 참사가 일어났다.
-쿠광! 콰광쾅쾅! 와장창~! 와지끈! 뚝딱!
"으아아아악------!!"
"꺄아악!"
"끄악! 내 가게가!!"
자욱한 먼지와 함께 흩뿌려지는 마피아들의 괴성, 근처상가의 과일이며 아채 따위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소리, 주인장과 근처 손님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들이 한데 섞여 아수라장을 만들어낸다. 마차가 그렇게 날아가자 거기에 매달려 있던 네 마리의 말들은 등짐이 순간, 가벼워 졌는지 순간적으로 이쪽 마차를 향해 튀어나왔다. 상대적으로 느린 이쪽마차에 충돌할 것을 예감한 사내는 그걸 카운트하며 대비했다.
"이잇~하! 시원하게 날아갔구나!! 3! 2! 1! 공녀님! 숙이십쇼!!"
그 말과 동시에 -콰작! 하는 소리가 나며 네 마리의 말들이 마차 옆면을 치고지나갔다. 그 바람에 마차의 옆문이 움푹 찌그러지며 잿빛마차가 크게 요동쳤다.
-콰쾅!
-히히힝!
말들도 갑작스런 충격에 놀랐는지 길길이 날뛰었다.
"꺄악! 마스터 K! 뭐 하시는 거예요!?"
소녀도 깜짝놀라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마스터 K 라 불린사내는 호쾌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와앗핫핫핫핫! 왓어~고오져스! 그래! 이래야 활극이지!! 안 그래? 얀!?"
상체를 멋대로 휘청이며 껄껄대는 그를 쏘아보던 얀이라 불린 소녀는 뒤쪽의 전복된 마차가 거리를 초토화시켜놓은 것을 흘끔 돌아보곤 파랗게 질리며 몸을 움츠렸다.
"아아……, 난 몰라. 이 아드레날린 중독자가 모든걸 말아먹겠어……."
그녀는 그렇게 체념하고는 누가 알아볼까 베레모를 깊게 눌러 얼굴을 가리며 빠르게 마차를 몰았다. 얼마간 더 달린 마차는 이윽고 아무도 보지않는 으슥한 골목 끝에서 멈춰섰다.
얀은 이미 마부석에서 녹초가 되어 쓰러져있었다. K가 조수석에서 훌쩍 뛰어내려 마차 뒷편으로 걸어갔다.
-우지직!
거의 반쯤 박살난 옆문을 다짜고짜 잡아뜯는 그의 만행에 얀은 지친표정을 구기며 애써 몸을 일으켰다.
-떵그렁 하고 소리나게 옆문을 뜯어내던진 그는 마차안으로 고개를 내밀며 호탕한 목소리로 물었다.
"휘유~! 공녀님, 무사하심까? 쪼오끔 퍽킹한 승차감에……엥? 공녀님?"
난데없이 당황하는 그의 반응에 심상찮음을 느낀 얀이 그를 밀쳐냈다.
"으……, 뭔데요? 만에 하나 공녀님이 털끝하나라도 다치시는 날엔 우리는……!?"
그러나 마차안의 상황을 단숨에 파악한 그녀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당황스러움과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히야악! 공녀님이 사라지셨어-----!!"
-또옥!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침묵의 그림자가 짙게 내려앉아있는 음침한 교당.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필두로 제단을 향한 긴 나무의자들이 교당의 홀을 메우고 있었다. 교당의 벽면은 검은 날개의 천사들의 형상이 빼곡히 메우고있었는데, 교당의 내부를 가득 채운 차가운 습기가 -똑.. 똑.. 하고 그 반각의 천사상들의 끄트머리에 맺혀 방울져 떨어졌다.
교당 가장 안족의 벽면에는 둥근 보름달, 루나사의 형태를 본따 만든 징표가 크게 걸려있었는데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것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고있었다. 그 벽면의 아래쪽에는 잿빛 대리석의 제단이 세워져있었고 그 빈 제단의 주위를 6개의 붉은 촛불이 작게 밝히고 있었는데, 그 제단의 밑으로 그려진 하얀 펜타그램의 방진이 그 촛불에 약하게 번들거렸다. 이곳은 바로 제노아 여신을 모시는 교파의 비밀교당 이었던 것이다.
제단의 앞으로는 은빛 자수가 수놓인 하얀성복을 차려입은 늙은 사제가 무릎을 꿇고 공손히 앉아 눈을 감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교당의 낡은 문이 삐걱하고 열리며 웬 사제복을 입은 수려한 외모의 20대 중반 정도의 금발 청년이 들어왔다. 늙은 사제의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문을 닫은 그는 조용히 늙은 사제의 곁에 다가가 귓속말 한다.
"비숍……, 오르딘 교의 성녀가 나타났답니다."
그러자 '비숍'이라 불린 늙은 사제는 미동도 없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고 있소, 안토니오 형제. 벌써 제노아 님께서 신탁을 내려 주신지 오래되지 않았소? 추기경님의 말에 따르면 곧, 이쪽으로 당도한다 하셨소."
"음……, 벌써 비숍께서도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어제 로이베르크 근교에서 꽤나 커다란 성력폭발이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만……."
"흐음, 그건 꽤나 특이한 일이구려……."
그건 의외였던지 늙은 '비숍'은 젊은 안토니오 사제를 돌아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너털 웃음을 터뜨리곤 말을 잇는다.
"이번 성녀는 성력을 컨트롤하는데 서툰 모양이오. 허허허……. 뭐 그렇다면 이쪽으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 여러모로 '그녀'를 포획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터이니."
"그럼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그늘교구회는 당당하게 양지로 나아갈 수 있겠군요."
"물론, '성공'한다면 말이오. 우리의 천년숙원이 바로 눈앞에 있구료. 이번 집회는 제노아께서 특별히 여기실만한 제물을 준비할 것이니 더욱 더 여신의 은총이 우리와 함께하지않겠소? 바로 '성녀'의 심장 말이외다. 허허허!"
흐뭇한 미소와 함께 섬뜩한 말을 뿌리며 껄껄 웃어대는 늙은 사제의 말에 젊은 사제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지요. 비숍 보르도. 그럼 전 이만……."
늙은 사제에게 공손한 태도로 인사하고 나가는 젊은 금발사제.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두 개의 늙은 눈동자는 여신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과 교세에 대한 집착으로 타오를 듯 번뜩이고 있었다. 제단 벽면에 걸린 둥근 제노아 여신의 '루나사'가 촛불의 희미한 빛에 슬쩍 빛났다.
아란 일행은 로이베르크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여관에 처박혀 거의 만 하루 동안 죽은듯이 잠만 잤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피로에 다들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뜬 정오가 되서야 간신히 깨어나 몸을 추스려 밖으로 나왔다. 나름 처리해야될 일들이 산더미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노는 아직까지 정신을 잃은였기에 침대에 간단히 손발을 결박하는 정도만 해두고 나왔다. 아이비의 말로는 마력은 커녕 몸도 제대로 못가눌만큼 쇠약해져 있으므로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여관 밖으로 나온 아란일행을 맨처음 맞이한 건 직사각형에 큼지막하게 지어진 건물들과 번쩍거릴 정도로 잘 정비된 도로 들이었다. 저 앞에 보이는 '환영합니다. 위대한 제국의 입구에 오신것을….' 이라고 씌여진 커다란 문장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길을 가득 매운 각양각색의 사람들……. 쉴틈없이 돌아다니는 무지막지한 수의 마차들이 여기가 과연 진정한 제국의 도시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아란일행은 그 마차들 틈으로 끼어들어 '캐러반 로드스터'를 끌고 오르딘교 로이베르크 교당을 향해 나아갔다. 마리아와 아이비를 교단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마차 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심하게 떠들썩 했던 것이다. 마리아가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되에에에엣!!! 아무도 우릴 떨어뜨려 놓을 순 없어!"
과도하게 흥분한 그녀가 아란의 목을 뒤에서 두 팔로 있는 힘껏 끌어안자 그에 아란은 살인적인 그녀의 괴력에 숨이막혀 고통스러워 한다.
"크헉! 켁! 그런 문제가 아니야 마리아! 이미 켁켁! 얘기 끝난 거잖아!!"
"마, 마리아! 일단 그거부터 놔! 아란이 죽겠어!"
마리아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루치야가 당황하며 그녀를 아란에게려 떼어놓으려 힘쓴다. 그런 소녀는 이미 망가진 용병수트를 벗고 편한 평상복 차림으로 돌아와 있었다.
"으허엉~! 안돼에~ 아란! 내가 잘할께. 내가! 날 버리진 말아 줘어~! 우리사랑이 이 정도 밖에 안됐어?"
그러나 뭘 잡아 잡수셨는지 그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한 팔뚝이란……. 루치야가 낑낑거리며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마리아를 떼어내려고 하면 할 수록 아란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쿨럭……! 켁! 마리악……!! 이, 일단 이거좀 놓콕!"
가증스럽게도 울먹이기 까지하며 달라붙는 그녀는 마치 눈뜨고 이혼선고를 당한 현모양처같이 굴었지만 통째로 모가지가 뽑힐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는 아란의 머릿속은 이미 백짓장처럼 새하얘져있었다.
"아주…… 지랄도 이젠, 가지가지들로 하시는 구만……!!"
마차를 모는데 여념이 없던 마부석의 신이 그 소동에 조용히 구시렁댄다.
"아~항!! 안돼 아란! 다시생각해봐! 나 아란을 위해 노력할께. 성녀? 이딴거 홍보부부장 감투 필요없어 힘도없이 감투만 있는 직업인걸. 그런거 말고 나 집안일 살림 이런거 잘해. 아란의 아내가 되면 되잖아? 나 건강하니까 애도 숨풍숨풍 잘 낳을꺼야. 절대 잠자리 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을께……."
이젠 다급해졌는지 대놓고 막말을 지껄이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리아의 거센(?)완력에 숨이막혀 켁켁대는 아란은 그말까진 듣지못한 눈치였고, 그 말을 알아들은 루치야는 귀 뒷쪽까지 빨개져선 소리를 꽥 질렀다.
"마리앗! 무슨 말을 하는 거얏!?"
"켁! 켁! 그러나 저러나 마리아……. 이, 이것좀 놓고……크헉!"
아란이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려 한다.
-퍽! 털썩!
그러나 허물어져 내린것은 아란이 아닌 마리아였다.
"에?……아아……."
뭐지? 하는 표정으로 그녀는 기절하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뒤편에서 나타난 것은 잔뜩 인상을 찌뿌린 채 수도를 치켜들고 있는(마리아를 제압하는데 쓴 것으로 보이는) 아이비였다.
"……!?"
"콜록! 콜록! 헉! 허억!"
아란과 루치야는 황당한 시선으로 아이비를 돌아보았다.
"……후우, 후우, 쫑알쫑알 밑도 끝도없이. 민폐에도 정도가 있지."
아이비는 그렇게 말하며 손목을 슬쩍 털었다. 마리아의 횡포(?)를 보다못한 아이비가 수도로 마리아의 뒷목을 쳐 제압한 것이었다.
"……."
"……콜록!"
그 박력있는 분위기에 아란과 루치야는 압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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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선작수가 늘어나 버렸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어리둥절할따름.. 하하하.. 뭐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버렸어요~!
그럼 라포르 리아타 오늘도 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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