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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달응뎅이 님의 서재입니다.

뇌황 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슈달응뎅이
작품등록일 :
2021.02.08 15:30
최근연재일 :
2021.04.01 16:4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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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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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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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10

DUMMY

머나먼 북해의 땅에서 내려온 산서.

오랜만의 중원의 냄새에 감격한 듯 북흑단의 사람들은 잠시 사람들이 내는 소음과 땅냄새를 음미하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북해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본 북천단.

그들은 생소한 중원의 냄새와 온도에 당황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아직 마교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산서와 하북의 경계지역.

일부러 마교와 거리를 두고, 그들이 주어진 임무인 염황이 있는 지역을 알아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응, 어디 한 번 열심히 도망쳐봐. 세상 천지 어디에 있든 내가 못 찾을까봐?]


물론 염황을 찾는 일에 시도는 해보겠다만, 북흑단 같이 이제 만난지 얼마 안 된 무인들이 남궁적의 명에 충성을 다한 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초행길에 제대로 이끌어지지도 못하는 북천단 또한 마찬가지.

그런 그들은 남궁적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다.

북흑단은 아예 초행길인 북천단까지 이끌고 다녀야하니, 고충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마을 안에서 불을 피우고 천막을 지으려고 하니...'


북흑단의 단장인 서면은 할 말을 잃었다.

보통 북해에서는 외지인들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와서도 촌장을 만나지 않는다면 마을 안에서도 천막을 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천단은 여기서 하루 묶고 이동한다는 말에 들판 위에 천막을 치고 불을 피우려고 했다.

50이 넘는 북천단이 들판 위에서 천막을 지으려고 하는 것도 절경이라면 절경이다.

북흑단이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서면의 옆에 흑투라는 단원 하나가 귓속말을 한다.


"귀찮은데 그냥 냅두죠?"


더 이상, 이 생짜 촌놈들인 이들을 이끌어가기도 그렇다.

마을에서 그냥 객잔이나 찾아서 쉬어도 된다는 말을 한다면 저 자존심 높은 설수화는 또 길길히 날 뛸 것이다.


[내가 북해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서 중원을 모를 것 같으냐?]


라고 하면서 중원은 주머니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칼 옆에 꼭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질 않나.

누구도 믿지 말며, 3보 안으로 사람들이 접근할 시 꼭 베어버려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암자 생활을 해온 북흑단 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중원 멸시.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물론 중원이 더러운 놈들 투성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꼭 북해에서 왔다거나, 그런 느낌을 보이면 바로 등처먹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고 하니 서면은 더 이상 어떻게 설득을 해야할지 고민에만 빠질 뿐이었다.


"그냥 진짜 무시할까..."


큰 마을 들판 위에서 개방도 하지 않을 천막치기와 이제는 먹다가 질린 육포나 씹고 있는 북해 녀석들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런다고 우리만 객잔에서 머물려고 하기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도 절차 자체가 까다로웠으며, 저 많은 인원들이 수용될만한 객잔을 찾는 것도 힘들다.


'북해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줬다고 해도...'


언제 염황을 찾을 지 의문인 상황이기에 그들은 돈을 절약할 수 밖에 없다.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들판 위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한다면 객잔을 빌리는 돈 정도는 절약할 수 있는 셈이 된다.


'그런다고 저렇게 같이 쉬기는 그렇단 말이지.'


다른 이들도 웅성거리며 북천단이 하는 일을 수근거리고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같이 못 어울릴거 같다.


"모두, 이 마을에서 행동거지는 똑바로 행동하며, 북해의 무인임을 잊지 말고 무인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예!"


머리가 아파져온다.

설수화는 북천단의 단장으로서 남들 다 보는 와중 으름장을 놓는다.

들판 위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그 주위 자신들의 행색을 잘 보여주는 가죽을 덧대서 기우고 기운 천막이 참 행색을 비루하게 만들어준다.


"저 사람들 북해에서 온 사람들인가?"

"북해?"

"봐, 피부가 하얗고 갈색머리라잖아? 저 특색이 원래 북해에서 온 사람들의 특색이라고 하더구만."

"오, 그러고보니 눈도 파랗군. 신기하네."


사람들은 다행히 북해의 무인들이 하는 일을 신기하게만 보고 있다.


"북흑단은 쉬지 않는 것이냐?"


마치, 같은 단으로서 아량을 보여주겠다는 듯 멀리 멀뚱히 서 있는 서면에게 말을 건넨다.


'아, 제발 말 걸지 말아줬으면...'


저 어린 16살의 설수화는 북천단을 이끌며 잘 통솔한다는 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불혹을 앞 두고 있는 서면으로서 저런 후기지수의 행동이 참 기특해보일 수도 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현재 북흑단은 암자이지만 대규모의 인원에다 오히려 검은 옷은 눈에 띄기에 평범한 낭인인 것처럼 옷을 입고 있다.


"아...쉬어야지. 우리도."


표정이 구겨진 다른 북흑단들을 바라본다.


'진짜 우리도 저기서 쉽니까?'

'차라리 마굿간에 건초더미에서 쉬는게 낫겠습니다.'


라는 북흑단들의 표정.


'북해빙궁의 앞으로 소궁주가 될 사람이다. 그래도 맞춰주는게 맞다.'


암자로서 열심히 수화로 설명하는 서면.


'하지만...'


너무 창피하다.

북흑단은 표정이 구겨지는 것을 열심히 숨기며 북천단이 있는 천막 주위에 다가가서 천막을 치기 시작한다.


"헌데 복장이 원래 중원에서는 그렇게 입는 것인가?"


북해빙궁에 들어올 때는 암자로서 검은 복장에 나무의 초록빛을 넣어 보호색 효과를 가진 암복을 입고 있었다.

현재는 어디 중원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낭인들이 입는 노랗거나 초록빛 거친 천이 자랑인 무복을 입고 있는 북흑단.

중간 중간 보부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봇짐을 진 몇몇의 북흑단.


"눈에 띄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대규모의 인원이 이동한다면 차라리 표행을 가장한 인원 이동이 제일 적합하다.

그렇기에 낭인들과 보부상들의 이동은 그리 이상하지 않을 이동선.

허나.


'너희들은 진짜.'


얼굴색과 눈, 머리카락 색은 어쩔 수 없겠으나 현재 그들은 북해빙궁에서 왔다고 광고를 해대는 것처럼 하얗고 푸른 무복을 입고 있다.

가슴 오른편에 북해(北海)라고 적혀져 있는 그들의 복장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암행무공을 배웠어도 뭐해.'


암곡단 시절의 암기술과 암행무공을 익혀도 그들은 태생이 북해빙궁이라 그들의 자랑이라도 되는 양 북해빙궁의 검과 무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 앉으시게."


설수화가 들판의 아무 것도 깔리지 않은 풀밭 위에 손을 몇 번 토닥인다.


"북해에서는 눈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내려오니 초원도 있고 정말 사람들 살기 좋은 곳 같군. 날도 따뜻하고 말이야."

'이게 따뜻한건 아니지.'


아직 겨울바람이 차게 불고 있는 중원의 북 쪽이다.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도 날씨가 오히려 좀 덥지 않냐고 하며 웃는데 어떻게 보면 좀 짠한 느낌이 든다.


'그래. 내가 여기서 제일 어른이니 참아야지.'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다니는 것이 차라리 이목은 쏠려도 안전할 것이다.


'들판 위에서 이리 자리를 잡고 있으면 이목이 쏠려서 이상한 놈들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테니까.'


객잔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환경이라 마교든, 사파의 다른 패거리든, 정파든 암자들이 접근하기 수월한 곳이 되지만 이런 초원 위에서 자리를 잡고 있게 된다면 암자들이 접근하기도 힘들다.


"그럼 우리도 좀 쉬었다가 가지."


보부상으로 변장한 무인들이 봇짐에서 천막을 꺼내든다.

북해빙궁에서 내어준 어떤 찬 바람도 잘 막아줄 설표와 설웅의 가죽으로 만든 천막.

보기에는 좀 개방이나 쓸 법할 좋지 않아보이는 천막이라도 실용성은 매우 뛰어났다.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앞으로 이 북천단을 잘 지도하는 것이 북흑단의 제일 큰 임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문 측에 연통이라도 넣어봐라."

"여기로 오라고 할까요?"


떨떠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서면.


"아니다...그냥 염황에 관련된 정보만 캐고 와라. 굳이 우리가 누군지는...알리지 말고."


현재 정사연합이 이뤄지는 와중, 뇌천맹의 임무를 띄고 왔다면 분명 협력을 해올 하오문이지만 현재 그들의 상태가 매우 추레하여 굳이 자신들을 내비추기는 그랬다.


'본디 나도 귀살문에서는 꽤 존중받는 고수 취급은 받는데...'


구파일방 같은 정규문파로 따지면 일대 제자 급 대우를 받는 그였다.

그런 그를 어디 뒷 동네에서 만난 아저씨 취급하는 북천단이 좀 떨떠름 하긴 했다.


'하긴 그 괴물 앞에서는 나도 그냥 아저씨 맞지.'


중원에서 남으로만 좀 내려가면 우는 아이도 그친다는 귀살문의 암곡단의 단장이었다.

하지만 남궁적의 앞에서는 침이나 질질 흘리고 한 대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정수리나 가격 당하는 불쌍한 아저씨일 뿐.


"앞으로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건가?"


염황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서 실마리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는 현상수배범이나 마두, 혹은 정파에서 협행을 떠난 고위 자제들이나 노고수들을 추적하는 임무를 자주 맡았던 그.

바쁘게 발을 놀려도 얻을 것 없는 움직임은 닳고 닳은 암자인 서면으로서는 초짜나 하는 실수일 뿐이었다.


"일단 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오."


남궁적이 염황 찾으라고 쫓아낸 후, 혹여 녀석이 달려올까 급히 산서로 향했던 그들이다.

내몽고 또한 꽤 추운 날씨가 지속되어 모닥불에 손을 좀 내밀어보는 것이 몸이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술이라도 한 잔 사와서 나눠볼까.'


하다가 사람이 백 명이 가까운 숫자라 돈이 꽤 깨질 것 같아 그만둔다.


'어디서 자금이라도 조달해야 하나.'


북해에서 준 자금이 좀 있긴 했지만, 하오문에 정보를 사는 것만으로 해도 꽤 큰 돈이 나간다.

사파만의 협상법이 있긴 해서 보통 사람들보다는 꽤 절약이 될 수는 있지만 염황의 정보는 특급에 가까운 정보료를 내야 한다.

즉, 꽤 돈이 드는 추적인 셈.


'흠. 차라리 좀 돌아가서 뇌천맹이나 정의맹, 사도련 연합이라도 들러서 차라리 정보를 거기서 얻어볼까.'


그 쪽에서라면 자금 혹은 정보를 얻을 확률도 꽤 있었다.


'아냐. 마교 측에서 우리가 염황을 찾는다는 사실이 캐질지도 모르니, 하오문 외에는 정보를 누설시킬 이유는 없지.'


자신들의 행보와 목적을 알릴 이유는 없다.


'정 마교에 덜미를 잡히면 몸을 숨길 수는 있으니까.'


북흑단보다는 못 미덥긴 하지만 어디가서 암자 짓 못해먹을 정도는 아닌 북천단.

전면전에서는 북흑단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북천단이기에 그들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참, 중원에 왔는데 빙공은...잘 쓸 수 있는 것이오?"


일단 사공을 다루는 그들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진 않는다.

허나, 빙공은 주변에 음기가 부족하게 된다면 꽤나 힘이 떨어지기에 걱정어린 마음에 묻는 서면.


"한서빙공은 옛 구전부터 중원이나 더운 지방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확인은 해본 적이 없지만 아마 문제는 없을 듯 싶군."


설수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면은 행낭에서 물주머니를 꺼내 목을 축인다.


'술이나 진짜 한 잔 하고 싶구만.'


마을까지 와서 사람들 구경거리가 되면서까지, 초원에 천막을 깔고 있는 그들.

쥐구멍에라도 숨 듯 서면은 일찍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


"염황에 대한 정보입니다."

"흠."


하오문에서 사온 귀중한 염황의 이동경로를 읽고 태우는 서면.


"감소에서...안휘, 하남으로 이동한다라..."


점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

움직이는 속도로 보건데, 지금까지 꾸준히 이동했다면 현재 있을 곳은...


"정의맹과 사도련이 있는 곳이겠군."


서면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벽 이슬이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다 북천단을 깨운다.


"이제 움직이도록 하지."


염황이 오히려 점점 가까워져 오는 상황.

이런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서면은 오랜만에 푹 잔듯 개운한 표정인 설수화에게 말을 건넨다.


"정의맹으로 가야할 듯 싶소."

"정의맹?"


서면을 위 아래로 훑는 그녀.


"사파사람들이?"

"...우린 사도련이 아닌 뇌천맹 소속이 되었소. 그러니 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오."


좀 은원이 있는 정의맹이긴 하지만, 뇌천맹 소속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염황이 정의맹으로 가고 있는건가?"


다시, 보부상으로 위장한 북흑단의 무인들을 후미에 두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


"이동경로로 보았을 때 그렇다고 볼 수 있겠소."

"왜?"

"마교가 준동했기 때문에 염황도 안전을 찾아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현재 정의맹과 사도련 연합으로 가는 것이겠지."

"염황은 어떤 인물이야?"

"어떤 인물이라면..."


행동거지는 사파에 가깝지만, 정사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겁쟁이지.'


겁쟁이를 무시하지 말라.

중원에서 무인으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도, 무공의 완성도도 아닌.


'눈치가 천하제일이지.'


눈칫밥을 제일 잘 먹는 노부 중 한 사람이 바로 염황이다.

그가 염공의 제일인으로 이름 난 이유는 다를 것이 없다.


'염공을 어떤 세력에 빼앗기지도 않고 자신의 방파를 지켜냈으니까.'


어디가 처들어온다면 그 자리를 털고 도망친다.

돈이 필요하게 된다면 표행도 마다하지 않고, 귀속되지 않고 움직이는 그의 방파는 낭인들에게는 꼭 들어가고 싶은 선망의 방파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왜 필요한거야?"


딱히 의기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욕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즉, 필요할까 싶은 계륵과도 같은 사람.

정의맹이든 사도련이든 염황을 굳이 귀속시키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애매하니까.'


그가 마두라고 하기에는 하는 일이 그저 낭인에 지나지 않는 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가 정파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돈을 너무 밝힌다.

물론 어디 자리 잡지 않고 방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정파에서도, 사파에서도 그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나이가 80이 넘어서 화경이 되었다고 하지.'


그 이후로 염황이라고 불렸고,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길인 '염화수라공'(炎和修羅空)이 인정받게 되었다.

지금까지 계륵과도 같았던 그의 방파 염공방이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화경이 되어서도 여전한 행보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대문파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경로를 파악하기 힘들지.'


화경 중 제일 추적이 힘든 사람.

그 이유는 다른 이들이 굳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아서였다.

무수한 세월 동안 그저 낭인처럼, 이리저리 다니며 거드름이나 싸움을 부리지 않는 그의 성격 탓에 어디 성에 그가 나타나도, 조용히 지나간다 하여 정사파 또한 그가 있다면 그저 침묵만 지키며 모른 척을 하였다.

가끔 염공을 원하는 자들이 하오문이나 개방에 염황의 위치를 묻게 된다 해도 잘 알려지지 않는 그의 위치는 큰 값을 치뤄야 하기에, 대충 돈 때문에 포기하는 자들이 부지기수.


'우리도 돈이 좀...'


금원보를 꽤 들이고 나서야 이동경로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닌,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현재 하남에 있다고 해도, 서에서 동으로 가는지, 아님 북이나 남, 서로 가는지를 모르면 쓸데 없이 돈만 나가는 것 뿐이다.

아니면 그 쪽 하오문이나 정보업체에서 어디로 갔는지를 또 물으며 쌩돈을 크게 물어야 했을 것이다.


'지부가 나뉘어있어서 다행이야.'


하오문이 같은 하오문이라도 지부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조금 돈을 더 내밀면 산서의 지부라고 해도 염황 속옷 취향까지 알려주니, 차라리 쓸 때 확실히 쓰는게 나은 것.

만약 다른 지부에 가게 된다면 염황 이름만 내밀어도 또 특급기밀이라고 하며 금원보로 손가락 다섯개는 들이밀었을 것이다.


'금원보 열개에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까지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제일 으뜸이다.

그가 하남에 있는 정도는 금원보 일곱 개지만, 사파식의 흥정을 통해 금원보 세 개에 그의 이동경로를 얻어낼 수 있었던 북흑단.

만약 북천단만 있었다면...


'하남에 있는 것도 못 찾았겠지!'


이 한심한 초짜들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제일 큰 고심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이 하남과 산서의 경계점에 들어섰다.


"어?"


멀리 보이는 자는 그들이 꼭 찾아뵜어야 하는 사람의 행색이었다.

벗겨진 머리에, 솓아오른 구렛나룻.

다 닳은 잿빛 무복에 뒤에 잿빛 무복을 입은 열 명의 무인의 행렬.


'설마...'


하남에서 서로 이동하니, 절대 산서에는 보여지지 않았어야 할 양반이 보인다.


"흠? 그대들은 누구인가?"

"저 사람들, 염공을 쓰는거 같은데?"


한서빙공의 영향으로 염공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는 설수화는 바로 그들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그렇네. 저들이 바로 우리가 만났어야할 염공방에 염황일세."

"저 할아버지가?"


설수화의 질문.


'잠깐만...그럼...'


만약 하오문에 정보를 사지 않았어도, 그대로 쭈욱 내려왔다면 염황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바로.


'중원초행! 초심자의 행운?!'


설수화의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

어차피 저 산서의 초송마을에서 하루를 묶었을 것이고, 이대로 하남을 향해 쭈욱 내려왔을 것이다.

그 말은.


'큰 돈이 안나갔어도 어차피 만났을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북천단 때문에 산서에서 하남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 그들.

마교의 위험 때문에 하남으로 가는 길이 아닌 빙 둘러서 하북으로 향했어야 했다고 주장한 서면이었다.


'만약 그렇게 갔었다면...'


염황을 만나기는 꽤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뭐야? 그냥 나가도 만날 수 있었어? 중원도 꽤 좁나 보네."

'아니야!'


돈도 쓸데 없이 들었고, 처음 그의 주장 때문에 염황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할 뻔 했다.

평범한 중원인들이나 무인, 혹은 북해빙궁은 잘 모르겠지만 암자로서 이것은.


'쓸모없는...놈...'


암자 중 제일 쓸모 없는 자는 실력이 없는 자나 잘 숨지 못하는 자가 아니다.

암자의 세계에서 지지리도 못난 사람으로 취급되는 사람은.


'운이 나쁜 놈.'


하오문에 돈은 돈대로 나가고, 초심자가 주장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엇갈려 만나지도 못했을 목표물.

한심하게 쳐다보는 북흑단의 단원들의 눈빛이 보인다.


'나한테 왜 자꾸 이런 지랄맞은 일만 생기냐...'


아무리 암자는 실력이 강해져도, 운이 나쁘면 끝이다.

의기양양하게 '나 잘하지 않았냐?'라는 설수화의 표정에 떨떠름한 웃음을 짓는 서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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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9 +1 21.03.11 685 5 13쪽
48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8 +2 21.03.09 6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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