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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달응뎅이 님의 서재입니다.

뇌황 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슈달응뎅이
작품등록일 :
2021.02.08 15:30
최근연재일 :
2021.04.01 16:44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84,578
추천수 :
1,040
글자수 :
429,064

작성
21.03.03 07:50
조회
834
추천
8
글자
20쪽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1

DUMMY

칼날이 천마를 스쳐지나간다.

아니, 원래 그 앞을 지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듯, 물 흐르듯 천마의 바로 앞에 검황의 검이 흐른다.


"너의 검은 원래 여기까지 닿지 못한다는걸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지금, 이 자연스러운 검결 하나로 검황 남궁백의 몸은 큰 무리를 행하고 있었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고, 온 몸이 부들거려진다.

겨우 한 번.

천마에게 가까이 검 한 번을 그은 것 하나로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충분하지."


꽤나 값진 대가일 수 밖에 없다.

과거, 모든 것을 바쳐 다가갔더라도, 저 천마에게 검을 근처에라도 그을 수 있었을까?

지금 자신의 온 힘을 다한 결과가 저기라도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런, 이제 헛된 꿈을 꾸고 가버리는 존재는 매우 안타까울 뿐이구나. 나 외에는 네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도다."

"살아날 생각도 없소이다."


말을 그렇게 해도 지지리도 살고 싶다.

죽고 싶은 자가 어디있겠는가.


"헌데."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검을 다시 좌수로 내려놓는다.

하늘에 맡긴다라, 언제부터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하늘에 맡겼는가.


'이 썩을 놈의 손주.'


웃음이 지어진다.

자신에게 알려준 도와 천기의 흐름.

그것이 이제서야 자신을 검에서 내려놓게 해주었다.

마지막, 그 때 자신의 귀여운 손주인 남궁적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네가 살린 녀석은 우리 마도의 심득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존재다."


거짓말이다.

검황은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다르게 천마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너희 남궁가는 원래부터 마도와 사도를 용서치 않는 곳 아니었나?"

"끌끌끌..."


웃음 지으며 어깨까지 들썩이는 검황.

본래의 검황 남궁백의 성격을 알고 있던 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느냐?"

"죽을 때가 되서 그런가...사람은 항상 지켜야할 것이 있다고 항상 말했지."


천마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 황보비웅이 미친 듯이 보법을 놀리며 챙긴 천문극, 아니 남궁적에게 하는 말인 것.


"널 괴롭히려면 이 수가 있구나."


독공의 피해를 마기로 걷어내고 있던 십좌들에게 손을 올린다.


"뇌황을 가서 죽이거라. 내가 검황을 죽이기 전까지 말이다."

"아서라."


천마에게 이제 말을 놓는다.


"내 손주새끼가 그러더라. 자기가 아무리 쓰레기처럼 살았어도...남이 지껄이면 기분이 더럽지 않겠냐고."


흐아아소리를 내며 거친 기운을 토해낸다.

개운하게 숨을 내뿜지만 자신의 원천생기가 함께 토해내지며, 생명의 초가 점점 끊어지고 있다.


"내가 그래. 이 씨발 좆같은 새끼야."

"뭐?"


천마는 검황 남궁백의 말에 당황했다.

그 순간의 일수.

검이 놀려지며, 십좌들과 천마를 향해 긋는다.

아니, 이것은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그대로 그어내는 공간을 베는 검이었다.

심검합일.(心劍合一)

내력의 소모와 원천생기의 보호를 신경쓰지 않는 그의 출수는 진정한 검 한 자루가 되어 그어져내린 것이다.


"끄아아악!"


십좌들 중 세 명의 팔과 다리가 베어져 나갔다.

천마는 그대로 천마기를 이용해 그어진 것을 막아냈다.

천마의 손이 움직였다.

그 만큼 검황의 검은 악날스러웠지만, 아름다웠다.


"이게 뇌황이 네게 준 선물이구나?"

"뇌황? 남..허억...허억...손주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오냐! 내 손주는 나보다 더 대단한 뇌황? 아니 니 마두놈들보다 더 큰 뇌신(雷神)이다!"

"뇌신? 하하하하!"


천마에게 하는 소리다.

이미 천신의 반열에 오른 자신에게 뇌신이라고 칭한다?

그 얼마나 오만한 발언이란 말인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손주를 믿는 어리석은 노인네.

남궁적?

아니, 그 놈은 천문극이다.

다른 하늘이 인정한 뇌황 천문극.

그럼에도 뇌황이 아닌 자신의 손주라며 악바리를 쓰는 이 노인네는 무엇인가?


'이건 무엇인가?'


다르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다.

천마는 자신의 가슴께에 그어져내린 천문극의 검상을 살며시 만져본다.


"뭐하는 것이냐?"


처음으로 나긋했던 천마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 말은 십좌들에게 한 것이다.

다리가 베어지거나, 팔이 베어진 십좌들 모두 부복하며 고개를 조아린다.


"천신재림! 만마양복!"

"천신재림! 만마양복!"

"난 분명 뇌황을 쫓아 죽이라고 명했다."

"죽여주시옵소서!"

"지금 당장 명을 받들겠나이다!"


해화객잔을 뛰쳐나가는 십좌의 마두들.


"이제 어찌할 것이냐?"

"푸흐흐흡!"


피가 한움큼 터져나오는 것을 손으로 막는 검황.

허나, 그는 끊임없이 웃고 있었다.


"왜?"


검황 남궁백의 검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심검합일 한 번에 뚝뚝 떨어지는 날파편.

자신의 심(心)이 점점 죽어가는 것과 함께 검 또한 하나가 되어 죽어가는 것이다.


"쫄리냐? 새끼야."

"말이랑 너의 심공이 어울리지 않구나."

"끌끌끌..."


영웅건을 두른 머리채는 천마기를 버텨내다 풀러졌다.

흘러내리는 하얀 백발 사이로 충혈된 눈을 번뜩이는 검황.


"마의 지고한 존재여."


그를 숭배하는 듯한 말이지만, 천마는 그가 일수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며 멈칫한다.


"네 놈이 신이 된다고 하는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찌그러질 육편쪼가리가 될 놈이라도 이미 아는 사실이지."

"무엇이 보이는 것이냐?"


이것이다.

천마, 자신이 궁금한 것.

죽음 앞에 스스로 걸어나가는 숭고한 육신.

검황 남궁백 쯤 되는 인간이라면 그 심득이 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대한 심득.

순간순간 검황 남궁백은 그 끝을 보고 있다.

그것이 천마를 멈추게 하고 있었다.


"이걸 알려주면 멈출 것이냐?"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뇌황을 살려주도록 하지."

"흐흐흐! 야이 좆같은 새끼야. 내가 내 손주를 키우기 전이었다면 니 말에 끔뻑 속았을 것이다."


어깨에 힘을 준다.

다시 검을 출두시킬 준비를 마쳤다.


[미친 영감탱이. 맨날 거짓부렁이나 씨부리네.]

[야이 미친 손주야. 내가 뭔 거짓을 씨부려?]

[에이씨! 맞잖아!]


15살의 몸으로 열심히 허우적대며 남궁백의 검집을 막던 남궁적의 모습.


"사람 새끼가 거짓말을 할 때는."

[사람 새끼들은 원래 거짓말을 할 때 말이야.]


검황 남궁백, 그가 제일 행복했다 말할 수 있는 시절을 만들어준 남궁적.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하지."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한다고!]


남궁적이 어린 목소리로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버릇없는 녀석에게 검집을 휘둘렀고, 그것과 똑같이 천마에게 뇌천검을 휘두른다.


"어?"


아까까지의 신검합일의 경지로 느껴진 살벌한 검이 아니다.


'이건 뭐냐.'


다르다.

자신이 느껴보지 못하는 무언가.

이건...


'따뜻하다?'


눈을 감고 추억을 회상하는 듯 서서히 움직이는 검황 남궁백.

물론 그 속도는 경의로울 정도지만, 아까까지의 심검합일의 수준의 빠르기보다 훨씬 못 미치는 속도였다.

그 순간의 천마는 검황 남궁백이 웃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왜 때려! 내 신맥 다 망가진다고!]

[그래도 이 놈이!]


이마를 맞고 빼액빼액 떼를 쓰는 남궁적.


[그만 좀 나가서 밥이나 먹자고! 맨날 벽곡단이 뭐냐고!]

[이 놈아! 밥상머리 앞에서 투정 좀 그만해라!]

[밥상이라도 있음 다행이네! 이거 노인네 집이라고 찬밥도 안주고 벽곡단으로 해결보려는 셈 아냐?!]

[아무리 그래도 집안을 개보다 못한 집안으로 취급하냐! 내가 벽곡단 먹으면서 폐관수련하는거다!]

[에이! 거짓말! 남궁가 원래 뒷방 노인네는 이딴 취급하는거지?!]

[또 맞을려고 환장을 하는구나! 이 미친 놈!]

[에이씨! 또 때리려 드네!]


또 달려들어 남궁적과 쫓고 쫓긴다.


[어? 검집 들어?!]

[너도 들잖아!]


서로 투닥거리며 싸운다.

검황 남궁백의 검은 천마의 천마기와 부딪치면서도 계속해서 동작을 이어나간다.


'뭐냐...'


헛점이 눈에 보인다.

천마에게 잔뜩 보이는 검황 남궁백의 틈들.

허나, 건드리려고 하는 순간 순간마다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너 일부러 안 건드리는거지?]

[노인네, 골병들게 내가 왜 때려? 그리고 골병 들면 아이구 하면서 패륜이라고 들들 볶으며 귀 아프게 괴롭힐건데.]

[어찌 조부님의 몸에 위해를 가하겠습니까?같은 소리 하면 내가 얼마나 좋을꼬.]

'적이야.'


천마는 서서히 느려지는 검황 남궁백의 검을 지켜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마 한 곳을 노리기 위해 움직이는 검황의 검.


'대체 왜...'


천마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검황 남궁백이 이마를 노리는 것인지.


'파직!'


느려진 뇌천검이 두동강 났다.

심검합일의 경지에서 그 말은 즉슨, 생명이 끊어졌다는 말.


"아..."


아직, 뭐가 미련이 남았는지 풀린 동공을 가진 채 서서히 검황이 다가온다.

천마는 그의 목을 취하려 손을 든다.


"적아."

"......"

"우리 적아..."


천마는 검황이 온 몸을 적실 정도로 피를 토한 모습을 바라봤다.

더럽다는 기분이 들어야 할 법 한데, 오히려 초연한 저 얼굴에서 피어나는 웃음에 입을 다물었다.


[손주를 이리 패냐?]

[그럼 손주 답게 좀 말이나 잘해라!]

[말? 말이나 잘하면서 거지같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말은 거지같아도 행동이 바른게 낫지!]

[그럼 행동이라도 바르던지!]

[에라이! 늙은 노친네 옆에서 마당 쓸고, 청소하고, 걸레질하면 다 된거지! 뭘 더 좋게 행동해?!]

'맞다. 적아. 우리 적이는 바르지.'


내가, 이 몹쓸 몸뚱이와 하도 지은 죄가 많아 남들에게 눈치나 봐야 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이지.


'내 욕심으로...'


3년 동안 남궁적을 위해서 폐관 속에 섬전십삼검뢰를 같이 만들며 연마시켰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남궁세가를 위해 자신이 남궁적을 묶어둔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남궁적은 남궁가가 아닌 자신 검황 남궁백.


'아니야.'


그저 자신을 검황 남궁백이 아닌.


'몹쓸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위해 같이 검을 완성시켜준 것이다.


'우리 적이. 이 할애비랑 놀러도 못가고.'


천천히 반토막난 검을 들어올렸다.


"맛난...것도 못 먹고..."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천마기를 거두고 있었다.

눈에 초점도 없는 죽어가는 노인이었다.


"......"

'챙겨...주지도 못했구나...진짜...'


숨을 고르면서 눈 앞에 아장아장 걷던 남궁적이 보인다.


"힘들 때...곁에 있어줘야 하는데...또..."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천마에게 다가왔다.

심검합일이 되어서도, 닿지 못했던 검이 바짝 다가와졌다.


"이 몹쓸 할애비가...남들 생각하느라..."


천마를 상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야, 왜 손주인 적이가 그렇게까지 무리를 해가며 뇌천맹을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산서로 천마가 온 것을 듣고 온 힘을 다해 찾아온 검황 남궁백.


"또...못 챙겨줬구나..."


그렁그렁해진 눈에서 흐르는 눈물 방울.


"......"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가.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데, 이것 하나 생각나서 못 가겠다.

원천생기가 다해서 그 끝을 추잡하게 보지 않고 끝내겠다 각오를 다졌다.

무인으로서 칼이나 한 번 시원하게 휘두르다 장엄하게 눈을 감는 것을 꿈꾸기도 했었다.


'서걱.'


아주 살짝, 이미 날이 다 나간 반토막 났던 검이 천마의 손등에 그어진다.


'툭!'


허물어지는 늙은 몸뚱이.

천마는 검황의 시신을 바라본다.


"뭐냐."


분노.

그의 눈은 이미 분노로 점철되어 있다.


"날 눈 앞에 두고 다른 것이 신경쓰이는가?"


손등에 흐르는 피를 바라본다.

그대로 손을 휘둘러, 검황의 시신을 반토막낸다.


"천마인 나! 지엄한 존재가 된 천신을! 두고!"


검황이 죽고 나서야 외치는 분노.

저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사랑한다는 저 얼굴은 천마를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마지막 모습 속 절규하며 쓰러지고 분노에 차며 원통하게 죽어야 할 검황의 얼굴이 저리 만족스럽게 죽어서는 아니된다.


"바보에! 어리석고! 짖밟혀 공포에 절어야할 네 놈이!!!!"


해화객잔의 지붕이 폭발했다.

천마기가 높은 해화객잔의 꼭대기층에서 크게 터져나간다.


"감히 날 두고 큰 존재가 있단 말이더냐!!!"


두려웠다.

천마는 그 날, 수십년 만에 두려움을 느꼈다.

다 죽어가는 노인이 휘두른 날이 빠진 반토막난 검이 어떤 신병지기보다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웃으면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저 얼굴이 아수라의 현신이나 악귀처럼 이를 가는 살인마보다 더욱 무서웠다.


"대체!!!!"


악다구니를 쓰며, 검황의 시신을 가르고 가르며 육편으로 만들어낸다.


"남은 마도인들은 모두!!!!"


거친 고함과 함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천마의 직속대들이 듣고 있다.


"뇌황을 찾아서 죽여라! 절대 살려두지 말라!!!"


두려움을 느끼게 한 존재.

뇌황의 가슴을 가르는 검격은 예상 안이었고, 다시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헌데, 모든 목숨을 바쳐 다가오는 비척거리는 노인네의 검은 다시 받아도 절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지만 일단 모르는 것이기에 찾아서 잡아 찢어 죽여야 한다.


'내가...내가 모르는 것...'


비틀대며 자리에 앉는 천마.


"아..."


손등의 피는 이미 멎었고, 깊지도 않다.

그런데 환부 깊숙히 독이라도 들어오는 양 침투하는 것은 그 어떤 내공도, 심득도 아닌 무언가.

그 무언가가 폐부까지 건드리는 듯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흐으읍!!!"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급하게 찻주전자의 차를 들이켰다.


"흐아아..."


거친 숨을 겨우 토해낸다.


'죽여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검황 남궁백이 멀쩡했다면 저 걸음 속 죽었을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


"주군을 부탁드립니다!"


황보비웅이 마차에 탄 사람들에게 부탁을 올리며, 포권을 취한다.

급하게 마차가 말을 몰며 밖으로 달아난다.


"묘익!"

"걱정마시게나. 제갈가는 본디."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전부 자리를 잡고 그 근방을 사수하고 있다.


"진법의 달인들이라네. 괜히 공자의 제일 유명한 전법이 삼십육계겠나?"


학인선을 부치며, 그가 말을 건넸다.


"주군이 저러시면, 총군사가 맡아서 후퇴를 지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나. 총군사라면 제일 나중에 엉덩이를 빼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라네. 그래야 후사를 기약하지."


황보비웅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제갈묘익을 바라본다.


"왜 그리 바라보는가?"

"분명 자네는 멍청한 주군을 곁에 두고 호가호위하며, 안전한 곳에서 지휘를 하고 권세를 영위하겠다 하지 않았나?"

"...그랬지."

"헌데 지금 이 모습은 수 백의 마도인들이 쫓는 주군을 위해 죽는 군사노릇 아닌가?"

"근방을 추격하는 마도인들의 숫자 약 30명입니다!"

"무공 수위는 절정에서 최절정!"


제갈 무인들의 보고가 속속들이 올라온다.


"그러게나 말이네. 예전부터 제갈세가의 윗분들이 주군에게 버림을 받아 죽었다고 생각했다네."


허나, 제갈묘익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허나, 그것은 내가 아직 어린 것이었어. 진정 주군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면..."

"진이 풀리고 있습니다! 일각 내에 진이 풀리고 적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제갈가의 무인들은 들어라! 현재 상황은 진퇴양난! 사면초가라고 할 수 있다! 진법 구궁팔괘진을 시행하라! 생문을 금하고 생문 하나만 뒤로 놔둬라!"

"예!"


명령을 내린 후 다시 황보비웅을 바라본다.


"목숨마저 내줄 줄 알게 되리니. 그게 제갈 세가의 빌어먹을 운명인가 보네."

"참 몹쓸 운명이네. 자네도."

"그건 그런 몹쓸 사람을 친우로 둔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직접 천마가 있는 해화객잔까지 처들어가, 천문극을 빼내온 황보비웅.


"구궁팔괘진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생문으로 들어오는 적을 상대하면 되는 것이지?"


마도인 30명.

그 앞으로 찾아가겠다는 듯 걸음을 옮기는 황보비웅.


"자네는 장판교의 장비가 아닐세."

"하하!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겠지. 조조를 위해 맨몸으로 시간을 번 허저마냥 말일세."


제갈묘익은 명하기 싫은 것을 그가 바란다는 눈을 보자 명할 수 밖에 없었다.


"맹주님의 부재 시 임시 권한승계를 받아, 뇌천맹의 대군사의 이름으로 뇌신대의 훈련교관인 황보비웅은 오늘부로 주군의 대장군으로 승격한다."

"명을 받듭니다."


바로 한 쪽 무릎을 꿇은 황보비웅.


"생문에 10명의 마도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20명의 마도인들이 직접 다른 7곳의 사문을 목숨을 내걸고 침투해 생문을 알아차렸습니다!"

"대장군! 목숨을 내어 주군의 후퇴로를 막아라!"

"명을 받듭니다!"


황보비웅이 진법의 생문에서 나오는 마도인들에게 전격을 뿌리며 달려간다.


'오늘.'


큰 별 하나와, 앞으로 큰 별이 될 두 개의 별이 떨어지게 되는 날이 되었다.


'큰 꿈을 꾸었습니다.'


마차가 가는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제갈묘익.

곧 구궁팔괘진을 뚫으려 수 많은 마도인들이 들이닥치게 될 것이다.

황보비웅이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수 백에 달하는 마도인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 확실했다.


'주군. 주군보다야 저희가 대체하는 것이 남는 장사지 않겠습니까?'


학익선을 휘둘러, 구궁팔괘진을 유지하고 있는 제갈세가의 무인들에게 달려드는 마도인을 쳐낸다.

하얀 학익선은 점점 피로 물들어가고, 황보비웅의 몸에는 상처와 함께 마기로 인해 썩어들어가는 몸을 바라본다.

고함을 지르며, 머리관을 고쳐매지도 않은채 황보비웅에게 날아드는 검을 학익선을 날려 막아내는 제갈묘익.


'거, 이럴 줄 알았다면 마마님께 비수술이라도 배워둘껄 그랬습니다.'


무기가 사라진 제갈묘익은 제갈가의 무투술을 이용하려는 듯 양 팔을 들어올린다.

점점 죽어나가는 제갈가의 무인들.

패기가 짙어져도 그들은 물러섬 없이 남았다.


"훌룡하구나."


십좌 중 한 명이 그들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등을 맞대며 살아남은 제갈묘익과 황보비웅은 그를 바라본다.

그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둘.


"어린 명문정파의 자제놈들이 독기하며, 충성심하며 어지간한 마도의 무인들보다 대단하구나. 아니, 오히려 보고 배우라고 해야할 지경이야."


웃으며 다가오는 노부.

천천히 칼을 들어올리며 그들이 막는 퇴로를 찢어발긴다는 듯 휘두른다.

큰 몸을 앞세우며 막는 황보비웅.

양 손을 곰처럼 들어 십좌 중 칠좌를 아예 짖눌러 죽이겠다는 듯 감싸려 했다.


"역시 대단하구나."


감탄하는 칠좌.

황보비웅은 크게 몸에 사선이 그어지며 쓰러졌다.


"제갈가의 소협이니 제갈묘익이라고 했던가?"

"내 이름도 알고, 영광이구려."


저기, 흙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학익선처럼 정상이 아닌 제갈묘익의 몸 상태.


"자네가 뇌천맹의 대군사라고 했던가? 이렇게 죽게 되는 것을 보면 아직 수를 읽는 것이 모자른 모양이야."

"천만에. 내가 오늘 죽을 자리인걸 알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외다."

"자기 죽을걸 수로 둔다고?"

"그럼."


저잣거리 사기꾼마냥 자랑스럽게 떠들고 싶다.

항상 자제하며, 심기일전을 외쳤던 제갈묘익.

허나, 오늘 만큼은.


"우리 주군을 살렸으니 큰 수가 된 셈이지."

"쯧쯧,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구나. 우리가 쫓게 된다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네 놈 주군이 탄 마차 지붕을 밟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제갈세가라 기대했더니만, 사기꾼이로구나. 쯧쯧. 이만 가거라."


가볍게 검을 휘둘러 제갈묘익을 쓰러트리는 칠좌.

피로 얼룩진 두 사람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살짝 흘리며 칠좌는 자리를 뜬다.

마지막에 사기꾼처럼 행동한 것은 마음에 안들어도 주군을 위해 저리 목숨을 바치는 것은 만약 마교였다면 응당 칭찬할 어린 마도인이었으니까.


"이 쪽으로 가는 것이면..."


점점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놈들..."


하남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소림.

녀석들의 의도를 읽으며 마도인들은 마차를 쫓아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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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2 21.03.15 605 7 16쪽
51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1 21.03.13 711 6 13쪽
50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10 21.03.12 670 4 13쪽
49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9 +1 21.03.11 684 5 13쪽
48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8 +2 21.03.09 690 6 12쪽
47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7 +1 21.03.08 693 4 16쪽
46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6 +2 21.03.08 657 5 13쪽
45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5 +2 21.03.07 674 7 15쪽
44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4 +1 21.03.06 705 6 14쪽
43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3 +4 21.03.05 707 8 14쪽
42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2 +1 21.03.04 803 8 17쪽
»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1 +1 21.03.03 835 8 20쪽
40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11 +1 21.03.02 839 9 22쪽
39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10 +2 21.03.02 886 10 14쪽
38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9 21.02.27 993 8 16쪽
37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8 +2 21.02.27 992 12 12쪽
36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7 +3 21.02.26 1,113 14 15쪽
35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6 +1 21.02.26 1,052 15 16쪽
34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5 +2 21.02.25 1,108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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