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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달응뎅이 님의 서재입니다.

뇌황 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슈달응뎅이
작품등록일 :
2021.02.08 15:30
최근연재일 :
2021.04.01 16:44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84,580
추천수 :
1,040
글자수 :
429,064

작성
21.03.02 22:49
조회
839
추천
9
글자
22쪽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11

DUMMY

해화객잔은 시신들로 가득했다.

정사파의 무인들이 목이 베어지거나, 목내이가 된 채로 널부러져 있고, 덜덜 떨고 있는 점주와 점소이를 보며 천문극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위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본다.


"가야지."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예전 천마를 기대했었다.

과거,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천마의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던 자신의 행보.

허나, 놈은 자신을 비웃듯이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버렸다.

숨 한 번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아있다.

올라가면서 시신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음식과 술을 가지고 나르는 시비가 옆에서 자리를 비켜준다.

그녀의 눈에서 보이는 희망을 찾는 눈.

허나, 그 눈에 대답해줄 수 없는 천문극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 다시 계단을 오른다.


"옥상입니다."


뒤 따르던 시비.

혼자서 천마에게 가는 무서운 길을 걷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천문극의 뒤에서 안심했다는 듯 무심코 뒤따라 걷던 그녀.

그녀를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옥상의 놈에게 긴장했던 모양이다.

천문극은 자신의 손이 덜덜 떨고 있다는 것을 무심코 바라본다.


"왔느냐?"


마치, 아이에게 질문을 건네는 듯한 나긋한 목소리.

자신을 남궁적이라고 생각하고 묻는 듯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녀석은 원래 그랬다.

자신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까지 그저, 어린 아이가 장난을 치는 구나 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네어왔다.

허나, 그의 손속은 자신의 목을 언제든 쥐어잡을 수 있다는 듯 무겁고 매섭게 다가왔다.

자신이 그 손에 죽는다 하여도, 아마 그 나긋한 목소리로 '아쉽구나'정도만 이야기하겠지.


"거 이 촌구석까지 뭐 처먹을게 있다고 기어들어왔나?"


해화객잔의 옥상.

모든 산서의 것들을 구경할 수 있는 높은 위치에서, 천문극의 말에 웃는 천마의 모습.


"천신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일좌가 옆에 서 있는채로 천문극에게 질문한다.


"둘이서 할 이야기 있으니까, 밑에 쥐새끼는 닥치고."


뇌전기의 내기를 이용해 일좌를 압박한다.


"크윽!"


화경에 다다른 일좌의 몸이 금세 주저앉는다.


"여전히 너의 그릇은 거칠구나."

"되도록 천성을 따라가자는 주의라서."


해화객잔의 맞은편.

시비가 내어오는 음식들과 술, 차를 허공섭물로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손님상은 그래도 좀 차리는게 세월이 지났긴 지났구나."

"마지막 만찬인데 그래도 좀 챙겨드려야지?"


천마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잔을 들었다.


"독으로 뒤질 양반이었다면, 온 사방 독이라도 가져와 술로 빚었을텐데 아쉬워."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향이 좋구나. 이 산서의 술이더냐?"

"내가 아냐? 네 놈 맞이로 죽을둥 살둥 맹 키워놔서 뭘 즐겨야 할 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꽤나 즐기며 살았으면서 농이 지나치구나."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천마는 꽤 만족스럽다는 듯 서서히 잔을 내려놓았다.


"너도 받거라."


천문극 또한 잔을 들어 술을 받는다.


"내가 뭘 즐겨?"

"네 놈이 무리를 이끈다는 것은 그 만큼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는 것 아니더냐?"


다 안다는 저 얼굴.

저 얼굴이 짜증을 치솟게 해서 마교까지 처들어갔던 천문극이었다.

뭘 아는데?라고 묻고 싶었다.


"오랜만에 친우가 소중한 존재들이 생겼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

"지랄한다."

"칼을 들었구나."


허리춤에 있는 뇌천검을 바라본다.


"네 놈 이기기 위해서 뭐라도 더 준비해야지."

"뭔가 그리고 좀 달라졌구나?"


기이한 것을 쳐다본다는 듯 천마가 천문극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는 넌? 괴물새끼가 더 괴물이 되어버려서 찾아왔어."

"칭찬이 과하면 내가 얼굴 들 낯이 없지 않겠느냐?"

"칭찬이라고 생각하냐? 이 남 영혼 처먹는 괴물 새끼야."


그 말에 천마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왜 영혼을 먹느냐? 난 그저 가엾은 영혼들을 안식으로 데려와줬을 뿐이다."

"안식은 지미랄. 원래 가야할 거, 지 뱃속안에 꾸역꾸역 집어넣는게 안식이냐?"


느껴진다.

천마의 뱃속안에 아직도 나가지 못하고 요동치는 영혼의 울부짖음이.

그 울부짖음은 해화객잔 1층에서부터 귀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져와 더욱 스산한 기분이 들게 했다.


"본래의 세상은 사람을 조롱할 뿐이다."

"그러는 넌 조롱을 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아니지. 적어도 사람이 사람을 대해야지. 다른 것이 사람을 대하면 쓰겠느냐?"


잔을 부술듯이 쥐는 천문극.


"다른 것이든, 사람이든 제 목숨 남이 다루는 것은 꽤 열받는 일이지 않아?"

"역시나 너는 나와 닮았구나."


천마가 천문극에게 동질감을 갖는 이유.

천문극의 세상을 보는 눈은 천마와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허나, 그들 사이에는 근원(根原)이 달랐다.


"나는 나다."

"그래서 도계공을 익힌 것이냐? 자신이 자신으로 있으니, 신선들이 만든 신선놀음에 좀 끼고 싶어서?"

"웃기지마. 네 놈 같은 괴물 새끼가 사람들 집어삼키는게 거지같아서 어떻게든 끼워넣은 심결일 뿐이니까."

"도교 따위. 결국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도망자들이나 하는 교리지 않느냐?"

"네 놈 눈으로는 다 그렇지."


서로의 심검을 나누는 대화.

이미, 그들은 칼을 꺼내들고 서로의 비무를 하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 서로의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미 내기의 충돌과 함께 그들의 내력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엉켜들고 있었다.

천문극은 기를 쓰고 그를 쫓고, 천마는 여유를 부리며 천문극을 크게크게 잡아삼키고 있었다.


"남을 해하지 않고, 자신이 걷는 길이다. 물론 그 길이 남이 정해준 길이라는 거지같은 이정표라 해도, 이용해먹는 정도는 되잖아?"

"이용해먹다라. 그럼 넌 인간을 사생아 취급하는 불도와 도교의 선에 맞춰 그들이 만들어놓은 자신들의 욕심이 가득한 세상 속의 틀에서 살고 싶은 것이냐? 자연지기를 얻은 요괴여!"


천마는 자신을 요괴라고 칭했다.

스스로 신맥을 이은 신이 정하지 않은 존재.

그것이 요괴가 아니면 무엇인가.

천마의 심득에 자신의 심득은 급급하게 변명을 해대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제 살이 깎여나가더라도 그의 심득을 건드려야 한다.


"난 요괴일 수 있지. 그런데 네 놈은 뭔데?"


잔을 들고 그에게 술을 권한다.


"난 신이지 않겠느냐? 천도! 지도 아닌!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인신(人神)말이다."


그것이 천신, 그리고 천마의 교리의 시작점이었다.

그것은 나무아미타불의 불도와 비슷했으며, 도교의 성신의 묘리와 닿아있었다.

허나.


"그 끝은 파멸과 죽음 뿐이잖아."

"잘못된 것은 어차피 그대로 두면 구원(求援)이 불가능한 가엾은 존재일 뿐. 육신의 허울을 벗어 내 안에 행복을 느끼는 도원향을 향하는 것이니라."

"누가 그걸 선택했는데!!!"

'콰아아앙!'


해화객잔의 옥상이 천문극의 내력으로 터져나간다.

눈에서는 뇌전기가 가득해져 예전 심득 상 초록빛 이무기를 잡을 때처럼 그 사이가 이어져나와 미간의 신맥에서 노란 전기가 일렁인다.


"네 말대로 인간은 병신같은 세상에 태어난 병신들일 수 있다. 허나, 그 뒤는 자신이 선택하는 길로일 뿐. 정? 사? 도? 불? 마? 모두 자신이 선택해서 걸어나가는 것이고, 그것의 끝은 안식이지! 네 놈이 만든 가짜 도원향이 아니다!"

"요괴야."


천문극을 요괴라고 말하는 천마.


"난 네 놈이 좋은 이유가 있다."


술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고요하게 따라준 천마.


"너 또한 인간의 세속이 잘못되었다고 느끼지 않느냐? 허망한 삶, 어떤 것들을 전부 얻어도 얻어내지 못한 공허함과 아귀와도 같은 굶주림으로 삶을 연명하지 않느냐?"

"......"

"그러니 너에게 자연이 벗어나는 길을 주지 않았더냐?"


일렁이는 뇌전기를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는 천마.


"나 또한 그것을 보고 꽤나 큰 감명을 받았다."


마치 꽤나 괜찮은 명화를 보고 심득을 얻었다는 양 말한다.


"스스로 세상이 싫어서 벗어나는 길. 그것은 우리 교와 걸맞는 역천으로 이뤄진 길이 아니더냐?"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뇌황 천문극.

자신이 뇌황이 될 수준이었을 때, 그는 스스로 사기의 길에서 뇌공을 직접 연결시키기 위해 역천을 행했으니까.

물론 그것이 사공을 넘은 마공의 심맥과 유사하다는 것은 천마와 붙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역천을 행하니, 그것도 우리 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자가 말이다. 이것은 태초의 신교요, 본래의 우리가 따라야할 교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럼 초대 천마라도 시켜줄라고?"


웃는 천문극에게 원한다면 그것 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젓는 천마.


"씨발놈..."


이미 자신은 재미난 원숭이.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와 행동.


"내가 네 놈이 이 괴물이 되는 것에 도움을 줬다?"

"충분히 자랑삼아도 될 것이다."

"너무 자랑스러워서 감격에 차서 뒤지고 싶네."


답도 없는 괴물을 만들어내버린 것을 알아낸 천문극.

한탄만 하기에는 그의 나이도,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도 그럴 재간이 없었다.


"검을 봐도 되겠느냐?"


재미난다는 듯한 천마의 호기심.


"좆밥이 발악하는걸 보는 취미라도 있나보네."


흥미롭다는 듯 뇌천검을 받아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천마.


"검에 역천의 묘리는 싣지 않는것이냐?"

"검을 썼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검이 이젠 필요가 없어졌지만, 과거 나 또한 검수였으니 말이다."

"거 좋은 정보 고맙네. 그리고 칼이 버텨줄 수가 없으니까 역천을 할 수는 없지."


끄덕이는 천마.


"좋은 칼을 구하기 전까지는 역천검은 무리겠구나."

"좋은 칼 구하기 전에 처들어와줘서 너무 힘들고."


뇌천검을 다시 검집에 넣는다.

이미 내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독맥을 꺼내야 하나.'


등 뒤 척추를 통해 흐르는 독맥의 기운.

천수지체에 당서현이 원래 가졌던 독공의 기운을 끄집어올리는 틈.

그 틈을 천마 모르게 만들어내었다.


"뇌천맹이라고 만든 맹은 어찌할 생각이냐?"

"뭘 어찌해. 다 조졌으니 튀어야지."

"오호?"


적 앞에서 도망친다는 소리를 한다.

허나, 꽤나 기특하다는 듯 천마는 천문극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제 수준을 잘 알고 있구나?'라는 듯한 얼굴.


"검황의 검이더냐?"


검만 보고 이미 읽었다는 듯한 천마의 물음.


"벌써 몇십년 전인데 아직도 검을 읽네?"

"내겐 재미난 것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지."


검황 남궁백도 그저, 천마의 입장에서는 재미난 것들 중 하나였다.


'그래.'


녀석이 재밌어 한 것들.

그 중, 검황 남궁백과 독황 사천당가 가주놈의 비기를 몸에 스며들게 했다.

만약 천운심공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시도.

천마 저 놈은 이미 하늘 위의 하늘이 되어버렸지만...만약 현 세대 중 세 황제의 비기를 몸 안에 가둔 자신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팔 한 짝 정도는...'


놈에게 작더라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검황의 제왕심공, 독황의 만류기원신공 그리고 자신의 흑수심공과 천운심공의 조화.

그 심득들은 세상의 한 가지 흐름이 아닌 네 가지, 아니 그 이상의 천기의 흐름과도 같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한 번에 네 개 이상의 칼날을 손으로 받아내야 할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내가.'


하북 팽가의 가주.

그 녀석과 비무할 때 자신이 했던 말.


[구름을 벨 수는 없지.]


천마.

저 자는 자신에게는 구름과 같은 자가 되는 셈이다.

네 갈래, 아니 만 갈래로 베어내더라도 저 천마를 베어낼 수 있을까?


"씨발..."

"어쨋건 찾아온 이유는 본교에 귀의하기 위함이 아님은 이미 알고 있다."

"왜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정하냐? 내가 살려고 네 놈 밑에 들어갈 수도 있지."

"시간이 지나니, 너의 마음도 농이 꽤나 늘었구나. 그릇이 커졌어."


기특하다는 듯 끄덕이는 저 천마의 얼굴에 주먹 한 방 꽂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 천문극.

아예 정좌의 모양새로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금 기세를 내뿜는다.


"교(敎)라고 하는 새끼들이 정은 안 가르치고 사람 쥐어털어먹는 개짓거리나 가르치니 내가 들어가고 싶어도 사람새끼라서 못 들어가지."

"정(正)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인간들이 마음으로 만들어낸 그저 하나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들도 숫자가 다르지. 만인(萬人)이 지은거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정이라고."

"본교는 인간을 사생아에 비유한다. 사생아 모두가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을 위한 길이 아님을."

"그럼 그 사생아들에게 필요한게 마(魔)라고? 배고픈 애가 남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는 정(正)도, 너무 굶주려 자신만을 챙기는 사(私)도 아닌 다 쓰레기라고 죽여버리는 마(魔)?"

"영혼을 거두는 것이다. 마는 인간들이 정해놓은 배고픔, 욕망을 넘어서려는 고행의 길. 마귀의 마는 겨우 인간들이 보이는대로 짓는 그들의 수준과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마가 아닌 신(神)이 만들어낸 불행한 욕망이 아닌 인간 스스로들이 믿게 되는 신(信)이라는 것이지."

"그걸 바로 사이비라고 하는 거야."

"신이 아닌 자가 만든 것이 사이비라면, 인간들이 행하는 모든 것은 사이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리고 지금 눈 앞에 그 믿음의 현실이 보이지 않느냐?"

"미친 놈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결과로 보여졌을 뿐이고. 네 놈이 강한건 그저, 인간으로서 남들이 정하는 잣대를 네 놈은 규정짓지 않는다는 재수없는 재능이나 보여주는거지."


주변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십좌들은 현경과 화경의 대화에 아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천마님께서 인정한 존재.'


보통의 저갓거리 흑도마냥 껄렁거리는 말투와 행동, 기풍인데 천마와 대응할 때 보이는 저 기세는 거대한 산을 보는 듯 감당이 되질 않는다.

천마는 어떠한가.

거대한 산이 가파르다고 하여, 하늘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하늘이 산을 만드는 것이지, 산이 하늘을 만들지 않는다.

수준 이상의 내기와 심득의 싸움에 되려 십좌의 사람들이 주화입마에 걸려들 판이다.


"칭찬이 과하구나."

"이 개새끼가! 남들 신경쓰지 않고 심득을 스스로 주해하고 해독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으면서 끝까지 마를 숭배하냐! 이 개지랄맞은 미친 새끼야!!!"


터져나오는 전극.


"역시 너 또한 순서가 잘못 되었구나."


천마는 느긋하게 전격을 쳐낸다.

다시 그의 잔에 술이 따라지고 천천히 향을 음미한 후 마신다.


"뭘?"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왜 심득을 잘 주해하며, 이어나가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

"뭔 개 잡소리야."


천마의 눈에서 빛이 차분히 뿜어진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익숙해지기도 싫은 천마기.

그것이 천문극의 몸을 옥죄어 온다.


"이 세상을 저주한 적이 있지 않느냐?"

"......."

"어떻게든 발버둥치고 싶었고, 그리고 다 부수고 싶었으며 그것은."

"닥쳐 개새끼야!!!"


그의 입이 거친 근원.

그러면서 심성을 버리지 못한 천문극이 만약, 심성을 버리고 힘과 자신의 세상을 숭배했다면 될 존재.


"마(魔)가 아니더냐?"


거지같은 심득이 천문극의 미간을 강타한다.

강제로 심득을 우겨넣어주는 천마.

그의 입꼬리가 미칠듯이 휘어진다.


"야이! 씨발 놈아!!!"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데 천마의 천마기가 자신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다.


"네가 역천을 쉽게 행하고 신맥과 과거 흑수심공을 연결시키는 것을 성공한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보통 사람들과 달리 세상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규정짓지 않고 흐르는 세상을 그대로 놔두는 심득은 어디서 나왔다고 보느냐?"

"닥치라고!"

"마음으로 역천을 행했기에, 오히려 순행이 쉬웠겠지. 그리고 그 순행은 자라지 않은 네 놈의 심결의 가장 큰 길이 된 셈이다. 그래서 네가 뇌황 천문극이 된 것이지."


코에서 피가 토해져나오고 있다.

천마의 심득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싶지만, 천마는 그저 그대로 천문극에게 심득을 흘려준다.


"화경까지 끌어올려진 것은 순행과 역행의 묘리를 이미 머릿속으로 알기 때문이다. 흑수심공을 심공으로 알고, 과거 벼락을 맞아 신맥이 이어진 네 놈의 몸은 천에 천은 박살이 나겠지만, 마(魔). 그것 하나가 널 버티게 해준 것이다. 우리."


우리라고 하는 것에 귀를 뜯어내고 싶은 천문극이었다.


"다른 마도(魔道)여."


중원을 다시 침략하지 않았던 이유.

천마가 천문극의 뇌공을 보고 폐관에 들었던 이유.

마의 다른 길.

그리고 그 길이 천마가 남았던 하나의 심득이었다.

그 심득 하나로 화경이 된 천문극.

그렇다는 것은 평생을 부정해왔지만 마음 한 켠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내 삶이.'


겨우 마교의 심득에 지나지 않는 하나의 길이라니.

겨우가 아닌 천마가 천신이라고 불릴 정도가 될 고절한 심득이라는 것에 감동해야 하나?

라고 마음 속 농을 지니면서도 천마의 심득을 거절한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자신에게 현경이 되는 실마리를 주었기에 자신도 선물을 준다는 식의 천마.


"가지고...꺼져..."


웃는 천문극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온다.


"입을 열 수 있다니. 역시나...아니..."


천마가 천문극의 몸을 살피기 시작한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모양.


"이 씨발 놈아!!!"


숨겨둔 패.

척추에서 맴돌던 독공을 그대로 손에 머금는다.

그러면서 그 손으로 뇌천검을 집어 그대로 천마를 베어낸다.


'파아아악!'


천마는 뇌절기에는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독공이라는 아예 다른 내가기공을 예상치 못했을 것.

천독지체같은 특이한 몸의 성질이 아니고서야 천독을 담았다던 당서현의 독공을 이겨내기는 힘들다.

천문극 자신마저도 당서현, 아니 독황의 만류기원심공이 아니었다면 이겨낼 수 없었을테니까.


"천신님!!!"


십좌들이 달려든다.


"야이 개새끼들아!!!"


급하게 검을 휘두른다.

비수가 아닌 검.

독의 기운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해 만들어낸 독구름은 십좌들의 손까지 녹여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의 몸을 챙기는 십좌들.


"역시나 넌 내게 항상 재미난 꺼리를 준비해주는구나."


천마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독안개를 물리며, 천문극의 목을 잡아챘다.


"씨이...발...새끼.."


너그럽다.

그렇기에 거지같다.

그의 얼굴은 자애로워 어디 한 군데 칼침이라도 푹 놔주고 싶었다.

그 소원은 이뤘지만.


'이제 끝인가.'


천마의 가슴에서 흐르는 피는 그가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 붉었다.


"독황과 검황의 내기라. 너 또한 결국 마가 맞지 않은가? 다른 이들의 것을 탐하는 것이 능히 괴물이다."

"좆까...개새끼야..."

"자, 너의 또 다른 심득은 무엇이냐?"


괴물이 괴물의 심득을 원한다.

온 몸을 훓고 지나가며, 파괴하는 천마기의 행보.

의식이 흐려지며 천마에게 상처를 준 것으로 만족하며 숨을 거두려 할 때.


"한창 재미보는 와중 미안하외다."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십좌들마저 제대로 숨을 못 쉬는 와중.

천천히 들어오는 걸음 소리에 모두가 그를 바라본다.


"검...황..."


검황 남궁백.

그가 고고한 걸음으로 한 손에 익숙해보이는 검 하나를 들고 왔다.

그가 자주 사용하던 제왕창궁검.

천마가 손을 놓자, 천문극을 허공섭물로 받아낸 뇌황.

제왕창궁검, 그것을 천문극에게 쥐여준다.


"할애비한테 싸움쟁이들이 붙인 이름 쓰면 쓰나. 우리 손주."

"당장...꺼져..."


목에서부터 천마기가 스며들었다.

이미 자신은 죽은 목숨.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천마가 자신의 심득을 가져가지 못하게 모든 내공으로 자신의 단전과 심맥을 파괴시키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썩을 손자야. 왜 맨날 내 걱정거리나 시키느냐."

"당장...꺼지...쿨럭!"


피를 토하는 천문극.


"자. 우리 옛날 기분이나 내면서 칼춤이나 춰봅시다. 이 어린 것은 날도 저물었는데 집에 보내고."


천마가 호기심이 생긴다는 얼굴을 짓는다.

가볍게 천문극을 수혈한 후, 뒤 따라온 황보비웅에게 넘겨준다.


"야이 말 지지리도...안 듣는 새끼들..."

"군주의 오른 팔이 떨어져서야 쓰겠습니까?"


천문극이 기절했다.

황보비웅은 가볍게 검황에게 목례를 한 후 해화객잔을 나선다.


"감사하외다. 이 늙은이 추테를 넘어가주어서."

"저 놈이 정말 네 손자라고 생각하느냐?"


천마의 버릇.

바로 검황의 머릿속에 혼란을 주는 심득을 넣어줄 요량인 것.

고통받으며 결국 심득의 주해를 요구하며 발악할 검황의 모습이 기다려진다는 얼굴이다.


"나랑 꼭 닮지 않았소? 눈 하며, 코 하며, 입하며."


웃으며 검황은 허리를 굽혀 떨어진 뇌천검을 들어올린다.


"외견이 전부가 아닌걸 알지 않나?"

"그렇다기엔, 저 아이는 내...손자이자."


천천히 검이 검집에서 떨어져 나온다.

그의 기세는 현경의 천마와 비견될 정도로 강대하게 뻣쳐서 나오고 있다.

원천생기.

자신의 모든 혼과 생기, 내기를 전부 뽑아내서 천마와 대응하고 있는 것.


"직계제자이며. 우리 썩을 놈의 집안의..."


검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검사로서,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다는 듯한 기도의 자세.


"혼란을 줄 틈이 없구나."


검황의 얼굴에 진노가 그려진다.

그에 따라 천마마저 재미난다는 듯 손에서 천마기를 용솟음치고 있다.


"내 천하제일의 수치이자 자랑거리 이외다."

"쯧, 세상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하는구나."


천마의 손에서 천마기와 검황의 검 한자루의 기도가 해화객잔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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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용봉지회]:1 21.04.01 449 3 14쪽
60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10 21.03.29 503 6 19쪽
59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9 21.03.28 458 6 14쪽
58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8 21.03.26 530 7 15쪽
57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7 21.03.19 621 6 13쪽
56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6 21.03.18 525 5 12쪽
55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5 21.03.18 518 6 15쪽
54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4 21.03.17 574 5 13쪽
53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3 21.03.16 621 6 12쪽
52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2 21.03.15 605 7 16쪽
51 [복수를 품고 칼을 간다.]:1 21.03.13 711 6 13쪽
50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10 21.03.12 670 4 13쪽
49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9 +1 21.03.11 684 5 13쪽
48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8 +2 21.03.09 690 6 12쪽
47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7 +1 21.03.08 693 4 16쪽
46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6 +2 21.03.08 657 5 13쪽
45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5 +2 21.03.07 674 7 15쪽
44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4 +1 21.03.06 705 6 14쪽
43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3 +4 21.03.05 707 8 14쪽
42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2 +1 21.03.04 803 8 17쪽
41 [정도 아니며 사도 아닌, 마였다.]:1 +1 21.03.03 835 8 20쪽
»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11 +1 21.03.02 840 9 22쪽
39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10 +2 21.03.02 886 10 14쪽
38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9 21.02.27 993 8 16쪽
37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8 +2 21.02.27 992 12 12쪽
36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7 +3 21.02.26 1,113 14 15쪽
35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6 +1 21.02.26 1,052 15 16쪽
34 [정은 사를 만들고, 사는 마를 만든다.]:5 +2 21.02.25 1,108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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