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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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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16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26 18:43
조회
163
추천
2
글자
8쪽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3)

DUMMY

그것은 벌레. 하지만 벌레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마치 사슴벌레 모습을 한 탱크 같은 느낌의 괴수였다. 저게 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그것은 방 안에 꽉 들어차는 것도 모자라 천장의 강화 합판까지 뚫고서야 그 육중한 덩치를 드러내었다.


"보자~. 이건 어떻게 공략하려나? 궁금하기는 하지만, 난 이만 아버지에게 가 봐야 해. 어차피 그 몸으로는 힘들겠지만... 레나 널 제외하고는 살아있어도 상관없어서 루카스는 죽이지 않았어. 깨어나면 둘이 잘 해봐."


"평소 이상으로 수다스럽군."


아벨 선배가 이죽이자 그레이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참고 지내느라 그래. 연기하느라 힘들었는데, 선배가 이해해 줄 거지? 선배는 날 좋아했으니까."


웃는 그 모습은 틀림없는 평소의 그레이스. 하지만... 왜?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묻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너무나도 기가 막힌 현실에, 그저 싸움의 의지를 겨우 붙잡은 눈으로 우리들의 상대인 괴물을 볼 뿐.


"나는... 왜 엘을..."


엘이 나에게 접근했던 것은... 내가 그레이스와 얼마나 결속력이 강한지 알아보기 위해? 나를 회유하기 위해? 우리들이 한패라고 생각하고, 기습을 가했던 건가? 아니면... 별것 아닌 적개심을 그레이스가 증오스러운 인물로 가공하여 보여준 건가?


이 가상의 세계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더는 없다. 유일하게 남아 있다면...


"으~ 머리야."


"괜찮냐?"


"잠들었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이야..."


뒤의 저 두 사람. 그들도 어떤 흉계를 감추고 있나? 내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을 건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내 의심은 극단적으로 성장해갔다. 하지만 이미 난도질당한 내 영혼이, 또다시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해도 더는 무너질 정신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겨우 앞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뭐야. 그 지네만 한 거 같은데 강해 보이는걸?"


"루카스..."


"그레이스는 왜 저러고 있어?"


상처의 회복은 꽤 많이 된 편이지만, 아직 체력 게이지가 풀은 아니다. 놈의 타입으로 볼 때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게다가 그레이스의 말대로 라스트 보스라면,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루카스, 좀 괜찮아?"


그레이스의 말에 그는 부서진 헤드셋을 벗어 옆으로 던져놓으며 대답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너 뭐 협박이라도 당했냐?"


"아니~ 안타깝지만 계략에 당한 건 거기 그 꼬맹이고."


루카스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엘을 바라보다, 이내 내 복부에 관통해 있는 뿌리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독한 현실이군. 너 적으로 돌아섰냐?"


"그게 아니라 내가 원흉인걸. 탑엣츠는 우리 집안의 작품이야."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멍하니 아픈 상처를 부여잡고 서 있던 나는, 루카스의 말에 어쩐지 웃음이 터졌다. 왜 이런 짓을 한거냐니... 평소 같으면 내가 생각하고, 내가 말하는 부분을 저 녀석이 행하니까 어쩐지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다급히 달려온 아벨 선배가 지혈을 하는 한 편, 소비 아이템인 [상태 이상 무효 캡슐]을 사용해 마비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왜냐니 흠... 뭐 당연히 들어야 할 말이지만, 막상 대답하려고 하니 식상하네. 아버지는 정계에서 정점에 도달하고 싶어 했고, 나는 남들 위에 서고 싶었으니까? 애당초 레나 너만 레이드 모드를 클리어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지 않았니?"


"그레이스..."


"네가 트라이할 때마다 레벨링 조정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다고. 말하자면 엘을 죽일 카드로써 쓴 것뿐이야."


그녀는 천천히 정착되어 있는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작별하듯 손을 흔들었다.


"열심히 싸우렴."


"그레이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을까. 분명 치명상을 입고 지쳐 있는 몸이었지만, 나는 단번에 도약해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하지만 나 자신도 놀랐던 그 돌입은 괴수의 기괴한 뿔에 의해 간단히 막혀 버린다.


"넌 그 부분이 놀라운 점이었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감정이 폭발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안녕, 레나."


그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준 것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는 내 친구로서의 미소였다.


"레나!"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뒤로 날렸다. 내가 있던 자리를 짓뭉개는 놈의 기이하고 징그러운 다리. 적어도 이런 막힌 공간에서 우리들에게 승산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


"뭐 걱정이라기 보다, 또 멘탈 나갔나 싶어서."


피식 웃으며 나는 내 몸을 뚫고 있는 죽은 뿌리가 사라지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레이스가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진 모양인데... 상처는 심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괴물을 쓰러뜨리고, 가서 한 대 때려 줄 거야."


"...뭔가 굉장히 쿨해졌군."


쿨한 게 아니라고. 나는 지금... 막다른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닌, 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느냐 마느냐의 모퉁이에.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조각을 억지로 손으로 붙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지금까지의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부서져 공허한 그곳에 하나 남은 유리조각을 붙잡고 있는 거다.


"온다!"


아벨 선배의 외침에, 몸을 피하려 했지만 다리가 너무나도 무겁다. 심각한 상태로 무리한 대시를 시도한 결과인가?


"크읏..."


나와 놈의 사이에 파고든 루카스가, 검으로 놈의 거대한 뿔을 막아내었다. 뒤이어 견딜 수 없는 힘으로 짓누르는 무게를 널브러진 철골을 움직여 막아낸다.


그럼에도 점차 짓이겨지는 그의 육체.


"뭐... 해?"


"으, 응?"


"빨리 도망쳐서 몸을 회복하라고. 그레이스를 한 대 때려주러 간다며."


"그렇지만..."


"아~ 버티기 힘들어. 아까도 먼저 갔지만 알아서 해치우고 따라왔잖아?"


그거랑 이거랑 어떻게 같냐고... 그의 떨리는 팔을 바라보다 순간 가슴에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진다. 설마 갑작스러운 그레이스의 배반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이유가...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안식처가 바뀌어 있었던 건가?


"칫."


쾅! 자욱하게 먼지가 피어오르며 시야가 차단되었다. 철골을 더 움직여 순간의 틈을 만든 루카스는, 그 사이 빠져나와 나의 뒷덜미를 잡고는 아벨 선배에게 던져버렸다.


"방해된다 바보야."


"호... 혼자서는 절대로 무리라고!"


"내가 도와주면 좀 괜찮을까?"


저 앞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는 작은 소녀... 엘?


문득 죽은 줄 알았던 멜리사 언니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것이 떠올랐다.


"엘!"


"머리 울려. 이 상처는 어차피 회복이 안돼... 잘은 모르지만, 이미 탑엣츠의 세계에서 난 죽었어."


"하지만..."


"시끄러워 언니. 이 목숨은 가상 세계의 것이 아니야."


피투성이가 된 손을 들어, 루카스가 움직일 수 있는 금속의 창을 끝없이 생성하기 시작하는 그녀. 온 방안의 바닥에서 마치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창날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아슬아슬 하게 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만나게 될 거야. 우리들의 세계는 반드시 탑엣츠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걸로 끝... 망가진 내장이 상처 부위에서 피범벅이 된 채 쏟아진다. 나는, 경악에 물든 눈으로 나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그렇지? 언니가 해결할 테니까."


"에... 엘..."


"어서 가, 레나! 아벨 선배, 부탁할게요!!"


힘겹게 외치는 루카스.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죽여버린다."


그 말을 끝으로, 그 작은 소녀는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나를 안고 달리는 아벨 선배... 그 뒤에서 날뛰는 놈을 향해, 루카스의 염력에 조종되는 수많은 창이 날아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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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4. 최종장에 도달한 나는 내 친구를 믿었다.(1) 16.07.29 240 2 7쪽
»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3) 16.07.26 164 2 8쪽
37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2) 16.07.25 263 3 14쪽
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2 2 7쪽
35 12. 크로우(3) 16.07.21 201 2 10쪽
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32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8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80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5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9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7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80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21 8. 마지막 휴가라고요? 16.06.27 249 2 7쪽
20 7. 천국의 열쇠(2) 16.06.24 278 2 7쪽
19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5 2 11쪽
18 6. 가상 무기 개발국(4) 16.06.23 288 3 13쪽
17 6. 가상 무기 개발국(3) 16.06.22 227 3 9쪽
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4 3 13쪽
15 6. 가상 무기 개발국(1) 16.06.20 324 3 15쪽
14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1 16.06.17 3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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