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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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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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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글자수 :
18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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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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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천국의 열쇠(1)

DUMMY

예정되었던 곳에 잠시 기거하려던 우리들은 힘겨운 싸움을 겪은 후 그 목적지를 멜리사의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다.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언데드가 되어버린 연구원들을 떠올리자 더욱 궁금해져 간다.


핸드폰은 이미 모든 전파가 차단되어 고작 손목시계의 역할을 할 뿐...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은 허공의 개인 옵션 창을 활용해 SNS 를 주고받는 게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다.


우리들은 종말에 어울리는 전사가 아니지만, 그 종말의 중심에 서 있게 된 것이다.


"멜리사 씨는 정말 여성스럽군."


후... 잔뜩 무게 잡고 생각 중인데 제이 씨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듯, 앞에서 영화배우처럼 우아하고 멋있게 운전 중인 그녀의 차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음, 배가 고프군."


심각과 거리가 먼 한 명이 더 있네. 그렇게 이것저것 주워 먹더니 배고프다고? 헤드셋을 눌러쓰고 눈을 감는 루카스를, 나는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제 좀 괜찮아?"


그레이스의 상처가 많이 호전되어 보이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탑엣츠에 영향받고 있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을 불행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그레이스..."


가만히 학생 식당에서 수다 떨며 밥 먹던 때가 떠오른다.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인데도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 일상...


삼촌은 잘 계시나? 문득 남은 혈육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두 대의 차는 한산한 도로를 조용히 달려 또 다른 위성도시로 진입했다. 이곳은 아직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우리가 있던 중심 도시에 버금가는 건 아니지만 제법 발전된 곳이었다.


문제는 예상대로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서진 가게의 유리창과 전복된 차량들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게 했다.




"여기야."


시내를 한참 돌아 멜리사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상당히 깔끔한 신식의 빌딩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말없이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누른 후 선글라스를 벗어 가방에 넣었다.


투명한 유리관을 타고 그것이 상승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보이는 도시의 거리는 우리가 떠난 당시에 견주어 봤을 때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여기가 이 정도라면, 아마 우리들이 살던 곳은...


땡- 마침내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리는 그녀를 따라 꽤 비싸 보이는 집으로 들어섰다.


"오... 여기 굉장히 고급스럽군."


"좋은데요?"


제이와 아벨 선배는 흐뭇한 얼굴로 서 있는 멜리사의 집을 신이 난 망아지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두 연장자의 방정에 루카스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뭐, 이 녀석의 집도 꽤 괜찮았었지.


"주방은 저쪽이야. 출출한데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이야기 좀 할까?"


멜리사의 말에 아벨 선배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라면이라면 자취생인 제가 실력 발휘를 해 드리죠!"


"든든하네."


이 두 사람 은근히 죽이 잘 맞을 것 같아...


루카스는 TV 를 틀고 소파에 몸을 눕혔다. 여기저기서 채널마다 피해 보고나 괴물의 습격 따위를 다루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거리와 현 상태에 대한 회담 같은 것만 있을 뿐 정부의 발표로 보이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후 호언장담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던 아벨 선배는 어마어마한, 솥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거대한 냄비를 양손으로 들고 등장했다. 그의 탄탄한 팔 근육이 굉장히 쓸모 있어 보이기는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것을 거실 중앙에 내려놓는 그의 모습은 마치 뭔가를 이루어낸 장인과도 같은 몸짓이었다.


"헐..."


"우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비주얼. 라면을 끓이러 갔는데 요리가 나왔어?


"굉장하다 선배."


놀란 토끼처럼 눈을 뜨고 있는 우리들의 뒤쪽에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멜리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여기 뭐 넣은 거야?"


"냉장고에 있는 건 전부 다요."


"..."


아벨 선배의 대답에 어쩐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멜리사.


"이 국물색... 혹시 그것도 넣었어? 파란색 포장지에 싸여 있는..."


"아! 그 치즈도 넣었죠."


그의 대답에, 멜리사가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아아~! 내가 아껴 먹으려고 했던 수제 치즈가!"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젓가락과 개인 접시를 들고 그것을 덜어가고 있는 루카스의 모습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달려들자 멜리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아 젓가락을 든다.


이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식사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요리 제조(?) 능력이 상상 이어서 그런 걸까 우리는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단번에 비워냈다.


"정말 잘 먹었어 아벨 군. 아참, 멜리사 씨? 혹시 집에 컴퓨터나 랜선을 연결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배를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제이를 향해, 그녀는 저 멀리 복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왼쪽 두 번째 방이 서재에요. 라인이 파손되지만 않았으면 쓸 수 있을걸요?"


"오, 고맙습니다."


신이 난 제이가 연구소에서 가지고 온 장비가 가득 담긴 가방을 끙끙거리며 끌고 가자, 그녀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는 손뼉을 가볍게 쳤다.


"자 그럼 우리는 이것 좀 치우고 정보교류의 시간을 가져 볼까?"




잠시 후, 그녀가 디저트라며 가지고 온 쿠키도 나름 맛이 괜찮았다. 그것을 먹으며 둘러앉은 우리를 향해 멜리사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자기 소개 따위는 생략해도 되겠지? 우선 제안한 건 그쪽이니까 설명 좀 해줄래?"


"어떤 걸?"


루카스의 말에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작은 소리로 흘러나오는 TV 를 가리켰다.


"저거 말이야. 너희들은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던데? 사람들은 왜 저렇게 날뛰는 거야?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도마뱀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내가 직접 봤거든."


역시 이런 작은 도시에까지 나타난 상황이구나. 어쩐지 맛있게 먹은 라면이 속에서 다시 끓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레이드 모드가 구현되고 있는 거예요."


나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역시 그런 건가... 단순한 프로그램이 그럴 수는 없고, 인간의 기술을 벗어난 어플리케이션이라던가 혹은 VRLR 의 부작용으로 인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겠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그녀의 추측 역시 우리가 세운 가설과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 차례지?"


루카스가 기다렸다는 듯 묻자 고개를 까닥거리는 그녀.


"뭐가 궁금한데?"


"천국의 열쇠에 대해. 왜 그렇게 갑자기 무리해서 LP 를 모으려 한 거야?"


자신이 물었음에도 예상했던 질문이었는지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나도 정확한 건 몰라. 하지만 너... 우리 집이 뭐 하는지는 알지?"


"대충은."


"저기... 멜리사 씨 집안이 꽤 부유해 보이는데 혹시 커다란 기업 같은 거 라도..."


[정부]에 관계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꺼내려던 나는 끝을 얼버무리며 입을 다물었다. 아직 그레이스의 아픔이 가셨을 리도 없는데,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 그녀의 아버지 생각을 떠올리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슬쩍 바라본 그녀는 묵묵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을 뿐, 그 속마음이 겉에 드러나지는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꽤 높은 군사 관계자셔. 지금은 비상시라 집에 없으신 것 같지만."


"역시 루카스, 기억력도 좋아?"


"뭐 누나에게 끌려 몇 번 와봤으니까..."


"그런데 날 배신해?"


윽... 하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 걸 보면 상당히 멜리사는 기분파인 것 같아. 어쩌면 모든 것이 가식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괜스레 루카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역시 루카스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바뀔 줄 모르고 그저 친구인 우리들을 지키려 했던 것 같다...


"뭐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알고 있을 뿐이야. 하나뿐인 딸이 멸망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길 바랐는지도 모르지."


멸망... 그 단어가 어째서인지 지금까지 생각하거나 들은 것에 비해 좀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역시... 세상은 망하는 건가요..."


잠자코 있던 그레이스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겨우 풀어졌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레이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계속 깊어져만 가는 것 같았다. 어둠의 끝으로 치닫는 듯 지금의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상태라면 이건 틀림없는 종말이다... 우리가 책으로 배운 세계 1,2,3차전 같은 전쟁 따위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인한."


"그래. 문제는 그게 버그냐 아니면 인위적인 누군가의 의도냐는 건데 우리 아버지도 그 부분까지는 모르는 것 같아. 다시 말하자면 정부에서 계획했던 천국의 열쇠가 지금 많이 틀어지고 있다는 거지."


루카스는 골똘히 그녀의 말을 되새김하며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나머지 한 조각의 퍼즐을 추측하는데 애쓰기 시작했다. 그 정확한 발단만 알게 되면 안개가 자욱한 이 그림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날 거 같기는 한데.


"그래서 천국의 열쇠가 뭔데?"


루카스가 퉁명스럽게 묻자 멜리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반문했다.


"너무 많은 걸 말해줬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쪽이 질문할 차례라고."


"칫."


그녀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저것들이 레이드 모드와 관계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아... 제가 랭킹을 올린 이유는 레이드 모드 덕분이거든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멜리사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어렵거나 귀찮지 않았어?"


"그렇기는 하지만..."


"혹시나 했는데 대단하네. 그런 거로 올리는 LP 가 PVP 모드를 넘어선다니."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가 다시 묻는다.


"그럼 저것들이 몇 레벨에 해당되는 미션 몹인지도 알겠군? 네가 공략한 레벨은?"


"아... 8단계..."


그녀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몸을 눕히고 물을 들이켰다. 역시 예전에 그레이스에게 들은 대로, 내 방식은 여러 사람에게 생소한 것인 것 같았다.


"좋아, 천국의 열쇠에 대해 말해줄게."


작가의말


불금 잘 보내세요! 오늘은 연참 갈 예정입니다. (저녁에 1편 추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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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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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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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80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4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9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21 8. 마지막 휴가라고요? 16.06.27 249 2 7쪽
20 7. 천국의 열쇠(2) 16.06.24 277 2 7쪽
»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3 2 11쪽
18 6. 가상 무기 개발국(4) 16.06.23 288 3 13쪽
17 6. 가상 무기 개발국(3) 16.06.22 226 3 9쪽
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4 3 13쪽
15 6. 가상 무기 개발국(1) 16.06.20 324 3 15쪽
14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1 16.06.17 3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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