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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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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02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11 17:14
조회
218
추천
2
글자
9쪽

11. 새로운 적의 등장(1)

DUMMY

최근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은 없었다. 잇따른 전투의 피로에 기절할 만큼 체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깊이 잠들 수 없었던 것은 언제 무엇이 변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멜리사의 차 뒷좌석에서, 꽤나 긴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태양의 빛은 이미 밤을 지나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으니까.


"잘 잤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그레이스뿐이었다. 이곳은... 마을? 아니, 세계가 에어리어로 나누어지게 되면서 그 대지 용도가 변경된 리프래시 파크 인가.


"다른 사람들은?"


"멜리사 언니는 차 정비에 필요한 오일이랑 전자기판을 찾으러. 아벨 선배는 정찰. 루카스는..."


"먹을 거 찾으러 갔겠지."


그레이스는 눈웃음을 치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정답."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짙은 황갈색의 암벽지대는 여전하나, 듬성듬성 자리 잡아 있는 숲이 조금 환기시켜주는 것 같다. 저 멀리 우리들이 살던 곳과 비슷하게 굉장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도시가 보였다.


"꽤 많이 왔나 보네... 저 멀리 보이는 도시가 발사 기지가 있는 곳일까?"


"아니, 더 가야 해. 저 도시도 보통의 거주구역이야."


흐음... 어쩐지 멀리서 이렇게 보니 좀 적막한데... 저곳에도 괴물들이 가득 차 있을까?


뭐가 됐던 레이드 몹들에 대한 정보는 확실하니 큰 걱정은 아니지만, 보스 급의 괴물들을 상대하기에는 여러모로 힘든 것도 사실이다. 레이드 모드에서처럼 미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끝을 보려면 죽여야 하니까.


"음? 일어났군."


어느새 다가온 루카스는 양손 가득 식량을 한 보따리 끌어안고 있었다. 이 녀석은 어디 가도 굶어죽지는 않을 거야.


"으응... 여기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네."


"뭐 반나절 이상 죽어있었던 너만큼이나 황량하기는 하다."


무심코 던지는 그의 말에 어쩐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윽... 그러고 보니 벌써 이틀째 제대로 씻지도 못했어.


"실례야, 루카스."


그레이스가 조용히 주의를 주었지만 이미 나는 상처 입고 말았다고. 쟤는 왜 머리도 안 뻗쳐 있는 거야.


서둘러 차의 백미러에 의지해 머리를 다듬는 사이, 멜리사 역시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오~ 남들 다 일어나도 계속 자고 있길래 죽었나 했더니, 일어났네?"


"윽..."


"자면서 뭔 잠꼬대를 그렇게 하니."


엥? 잠꼬대? 고개를 휙 돌려 루카스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흔들며 자동 인스턴트 식량 패키지를 당겨 뜯었다. 난 잠꼬대 같은 건 하지 않는데... 반자동적으로 그레이스에 시선이 돌아갔다.


"레나..."


그런데 어쩐지 슬퍼 보이는 그레이스의 눈빛.


"괜찮아. 언젠가는 잊을 거야."


대체 나란 애는 자면서 무슨 말을 주절댄 거야!


"아벨~ 주변은 어때?"


루카스가 준비하는 캠핑형 식량 패키지가 저절로 끓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멜리사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아벨 선배를 향해 팔을 흔들며 물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꽤 씩씩한 것 같다...


엘에게 자기 클랜원들이 대부분 당하고... 아버지와 연락도 제대로 안 하고 있는데.


"일단은 안전한 것 같군요. 아 루카스, 나도 하나만."


"네."


그는 가까이 다가와 주먹을 쥐어 보이며 우리들에게 말했다.


"나 꽤나 강해진 거 같은데? 너희들이랑 맨날 있어서 몰랐는데 스킬 레벨이 상승했어."


"그건 참 좋은 소식이네요."


그레이스가 웃어 보이자 어쩐지 부끄럽다는 듯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증강 현실로 구현되었다면, 가상 세계의 몬스터라도 계속 경험치는 되었다는 이야기겠지."


루카스가 말했다. 그래서인가... 내 스킬 레벨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이상의 것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저... 언니, 혹시 잠깐 쉬었다 가는 건 안될까요?"


내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그레이스가 조심스럽게 멜리사를 향해 물었다.


"쉬고 있잖아? 밥도 먹으려 하고 있고."


"저희 좀 씻고 싶어서."


하하... 사실 저건 내 생각인 것 같은데 대신 말해주다니, 어쩐지 미안해지네.


"흐응~ 뭐 상관없기는 한데 이 구역에 무인 샤워부스 같은 게 있으려나. 늦게 간다면 우주선이 출발해 버리겠지만 뭐 결전을 앞두고 찝찝한 기분인 것도 별로 기는 하지."


"샤워부스라면 저쪽에 있기는 했어요. 뭐 예전에는 마을이었어도, 요즘은 여행자들을 위해 전부 리모델링한 모양이니까."


정찰을 나갔던 아벨 선배가 차가 세워져 있는 골목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카스가 가지고 온 음식으로 봐도, 대부분 유통기한이 넉넉한 것들인데... 이 마을에서도 폭동이 일어났던 걸까. 아니면 무언가가 공격해서 피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이어도 몇몇의 관리인은 있었을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좋아 그럼 30분 안에 다 해결하자."


멜리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자신의 인스턴트 식량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아침 좀 먹고 나서."




배를 든든히 채운 우리는, 아벨 선배의 가이드 대로 비교적 작은 이곳의 거리를 걸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엉망으로 어질러진 곳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령 마을처럼... 갑자기 모두 증발하듯 사라졌다고 해야 어울리려나.


작은 휴게소도 아니고 이런 넓은 지역에, 관리자가 전혀 없었을 리가 없는데.


"여기서 옷 좀 챙겨둘까?"


빈 옷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캐주얼한 의상들을 쳐다보며 그레이스가 물었다. 음... 이거 너무 도둑질하는 기분인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들고 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긴 다가오는 것이 진짜 [지구 멸망]이라면 이런 건 사소한 것이겠지.


"난 이게 좋겠군."


어느새 아벨 선배도 집어 들고 있었고.


적당히 옷가지를 챙긴 우리는 마침내 에메랄드 색으로 채워진 샤워 부스에 도착했다. 화사한 색상처럼 돔 형태로 디자인된 작은 건물의 모습은 비교적 괜찮은 목욕탕으로 보였다.


과거에는 아예 사람이 관리하고 장사하는 대중목욕탕이 있었다고 들었었는데, 상상이 되지 않는다. 태연하게 다른 사람과 어우러져 옷을 벗고 씻다니.


"그럼, 30분 뒤에 보자 레나."


그레이스의 말에 나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쏴아아아- 무수히 많은 구멍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몸을 적신다. 멍하니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살을 느끼다가 나는 천천히 거품비누 스위치를 눌렀다.


그렇게 많이 잤는데도... 없어지지 않는구나 이 옵션 창은.


"후우."


저절로 육성으로 터지는 한숨을 물살에 내려보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설마 이것이 꿈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닐까. 만약 꿈이라면 그것은 좋은 쪽일까 나쁜 쪽일까?


만약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누구도 죽지 않고, 사람들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고, 루카스와 그레이스도... 아벨 선배도 학교에서 공부하며 취미로 게임을 즐길 뿐이겠지.


그럼 나는?


나는... 병원에 계속 누워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학교라는 일상에 돌아간 후 우리들이 도서관에 갔을 때부터가 꿈일까?




아니... 그것은 나의 욕심.




이것이 꿈이라면 나는 여전히 병원 신세를 지는 재활 치료 중인 환자에 불과할 것이다. 시점상으로 그게 맞을 테니까.




결국 그쪽이나 이쪽이나 내가 바라는 평범한 일상은 없는 것이다.


문득, 어릴 적 엄마가 말해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사람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주어지지도 않는다고...


"엄마..."


멍하니 샤워기에 서서 고개를 숙인 내 눈을 타고 흐르는 것은, 내 머리를 적시고 내려오는 물일까 내 눈물일까... 모르겠다.




한참 시원하게 씻은 후 개운함을 느끼며, 나는 들고 온 옷가지를 천천히 입기 시작했다. 기존에 입고 있던 옷을 멍하니 바라보다 의류 재활함에 넣은 후 나는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부는데도 제법 더운 날씨.


다른 사람들은 아직인가?


"꺄아아악!"


그 순간 별안간 들려온 비명소리는, 틀림없는 그레이스의 목소리였다. 어째서? 분명히 아무도 없었던 이곳에서?


"그레이스!!"


아직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내 다리는 비명이 들려온 부스를 향해 움직였다.


작가의말

휴가도 갔다오고 좀 쉬었는데, 막상 쉬고 나니까 엄청나게 더워지네요 ㅠㅠ. 다음에는 바다나 워터파크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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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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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8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80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4 2 9쪽
»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9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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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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