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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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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08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01 12:53
조회
279
추천
2
글자
9쪽

9. 작전결행(4)

DUMMY

펑! 펑! 언젠가 어릴 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구경했었던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멀리서 울려오는 폭음.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진동이, 복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내 균형을 무너뜨린다.


온갖 소리가 믹스되어 처절하게 들려왔지만 벽을 짚고 겨우겨우 걸어가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확실히 치명상을 당하고 나니 회복 시간도 길어진 듯... 쉽사리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체력바에 나타나는 붉은 막대는 일정 라인까지 차오르다 이내 깜박거리며 각종 디버프 아이콘을 띄워두고 멈춘 상태.




상황실에 루카스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전투의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없이 그가 설치했을 거라 생각되는 제이의 원격 제어기와 스위치만이 미등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제이가 이미 시스템 접속에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네.


"서둘러야겠어."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다짐한 후, 다시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아래로 향한다.


싸우고 있는 군인들도 우리가 찾던 적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들은 사람... 지금 덮쳐드는 괴물들과는 다르다. 그들의 생명의 무게를 놓고 잣대질을 하며 나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빨리 불을 꺼!"


"이쪽에 놈들이... 크아아악!!"


"본부, 폭격 요청한다! 목표는 우주 과학 기술원 앞 사거리!!"


겨우 큰 유리로 인테리어 되어 있는 2층 홀에 도착했을 때, 그것을 통해 바라본 밖의 모습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끝없이 달려드는 원래는 사람이었을 좀비들. 커다란 용과 우리가 힘겹게 잡았던 지네 같은 괴수까지.


이글거리며 마치 지옥의 업화처럼 타오르고 있는 불길은 확인하지 않아도 멜리사의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저들의 주의가 쏠려 있는 틈을 타서 이대로... 동료들이 있는 사무실까지...


내가 몸을 돌리려는 그 순간, 마치 직사광선을 눈으로 그대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전투 중인 밖을 집어삼켰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진 군인들이 다급히 건물 안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하고, 밖을 돌아다니며 괴수들을 요격하던 신식 장갑차는 빛이 사라지자 전복되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급히 감았던 눈을 겨우 뜨고는 나는 난간에 의지해 갑자기 닥친 그 상황을 살폈다. 뭐지? 멜리사 언니인가? 하지만 저런 폭격은 그녀의 방식이 아닌데.


"바밍위치다!!"


한 군인이 비명 섞인 목소리로 외치며 뛰어 들어온다. 하지만 그의 뒤를 따라 날아온 소형 미사일은 1층에서 폭발해 그의 도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폭염을 뚫고 건물로 들어서는 거대한 로봇. 대체 저게 뭐야?


바밍위치(bombing witch?)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뭐 군인들을 공격했다면 우리의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이 틈에 서둘러 1층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적어도 이런 상황이라면, 사무실에 남아 있는 동료들은 괜찮겠지.


"레나!"


...그렇잖아도 걷기 힘들었는데 다행이야. 루카스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저 편에서 그레이스와 제이가 그와 함께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어쩐지 그레이스를 보니 풀어지는 긴장에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괜찮아? 많이 다쳤어?"


"아하하... 회복이 잘 되지 않네."


황급히 나를 끌어안고 안타까워하는 그녀. 이번에는 제대로 루카스에게 신세를 진 것 같네...


"넌 괜찮아? 상황실에서도 싸웠던 것 같은데."


내 말에 루카스는 여유로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에게는 쉬운 상대였어. 조금 공격하니 도망쳤다."


싱거운데? 죽음도 불사할 각오로 달려드는 사람들 같았는데...


"염동력 스킬을 사용하더군. 동일한 스킬이라면 랭킹과 레벨이 높은 이쪽이 유리하지."


그의 말에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아직 저들의 정체를 완전히 모르지만 그 말은 옥상이건 상황실이건 나를 잡기 위해 준비했다는 이야기. 적은 이쪽에 대해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쿠아앙! 한 차례 다시 폭염이 뜨거운 기운을 머금고 아래층에서 지나가자, 루카스는 난간을 부여잡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저 로봇은."


"나도 잘... 군인들이 바밍위치라고 말하며 퇴각하는 걸 봤어."


그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린다.


"대단한데? 헌터, 그 자도 상당히 알아주는 길드의 랭커인데 제니아 플린트까지 나타나다니."


제니아 플린트?


"그게 누군데?"


그는 아래층에서 대리석을 부수며 걸어 다니고 있는 기동 요새와도 같은 로봇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녀석, '캐슬'클랜의 마스터야."


그냥 로봇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저 사람은 우리 적은 아닐 거야. 내 인맥 중 하나거든."


"일전에 인맥 커뮤니티 방에서 정보를 줬다는 그 사람?"


그레이스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타고 있는 밖을 돌아보았다.


"경계가 허술해진 상태니까 우리는 나가자. 멜리사 누나랑 아벨 선배도 찾아야 하니까."


닥치는 대로 미사일을 쏘아대며 로비를 헤집고 다니는 그 로봇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그레이스의 부축을 받으며 루카스를 따라 활로를 찾아 움직였다. 괜찮을까... 상당히 강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


일부 랭커들이 그들과 협력하고 있는 상황인데.


"제이 씨는 성공했나요?"


내 말에 그는 가방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문제없음. 빼낼 수 있는 건 다 빼냈어."


"그럼 일단 아벨 선배를 찾아보죠."




우리들의 신원이 이미 그들에게 노출되어 있다고 봤을 때...


군인들이 처음에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거로 봐서, 그들은 어떤 랭커가 천국의 열쇠를 손에 넣을지 상관없는 모양이라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귀찮게 랭커들과 결탁해 함정을 파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와서 따져보면 그것도 하나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을 이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은 아마도 자신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우리들의 죽음?


아벨 선배는 약속했던 지점의 풀밭에 드러누워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많은 몹들을 몰아온 것이 계획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빠져나왔을 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저 안에 있는지는 몰라도, 어설픈 공작이었으면 저 많은 군인들이 충분히 전력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


"수고했어요."


그레이스의 격려에 그는 힘없이 웃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난장판이군. 이제 이대로 빠져 나가면 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제이는 아마도 멜리사를 찾는 듯했다.


"혹시 그 누나를 찾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루카스 역시 그런 그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저 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멋들어진 자신의 컨버터블 카에 타서 팔을 흔들고 있는 멜리사가 있었다.


"꽤 화려하게 해 줬네."


그녀에게 다가간 루카스가 온통 불바다가 되어버린 빌딩 주변을 돌아보며 말하자 그녀는 여유롭게 웃으며 뒷좌석을 가리켰다.


"전부 타."


"헉! 하지만 저는 제 차를 가지고 오는 것이..."


"총알에 벌집이 되고 싶으면 가도 좋아. 나도 내 차 끌고 나오기 벅찼으니까."


"으으윽... 할부도 채 끝나지 않은 내 중고차가..."


하하... 어쩐지 이 사람들을 보니 목숨을 걸고 싸우던 아까의 일이 꿈같이 느껴진다. 끙끙거리며 겨우 밀착해 차에 오른 우리들을 확인한 멜리사는, 별안간 도로 위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저건 또 뭐야?"


불타는 차들을 밀어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육중한 덩치. 고목을 연상케 하는 두꺼운 팔과,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는 몸통... 그리고 그 중앙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무시무시한 입.


"최, 최종 진화 형태... 레이드 보스 몹이에요!"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저 방향... 처음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 습격당한 군인들이 있었던 곳이다.


이상하리만치 많이 몰려든 괴물들... 설마 이건!!


"혹시 이거... 함정이 아닐까요?"


"누구? 정부? 랭커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탑엣츠 그 자체의 함정."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어두워진 내 얼굴만큼이나 그 말의 뜻을 깨달은 사람들의 표정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제이가 뽑아낸 자료들을 확인한다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저놈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가야 한다. 실제 레이드 모드에서도 결국 죽이지 못한 채 미션 클리어 조건만을 달성했었던 불사의 괴물.


"꽉 잡아."


멜리사는 굳은 얼굴로 말하고는 악셀을 힘 있게 밟았다. 차는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달려 그것을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벌써 7월이 되었네요... 탑엣츠의 이야기도 슬슬 진실이 밝혀질 때가 되갑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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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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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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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9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 9. 작전결행(4) 16.07.01 280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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