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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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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1,987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22 21:48
조회
270
추천
2
글자
7쪽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DUMMY

안쪽은 더 가관이었다. 내가 봤던 시체더미는, 말하자면 서장. 기괴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핏빛에 어우러진 벽과 바닥은 조명이 없었다면 원래의 색조차 잃어버렸을 것이다.


"말이 안 나오는군. 컨트롤 타워를 지나가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레이스랑 아벨 선배는 괜찮겠지?"


"글쎄. 호러 게임도 제법 많이 접해 본 편이지만 이건 심한데?"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살펴보았다.


"왜, 왜?"


"아니 뭐... 상처는 괜찮나 싶어서."


그럼 말로 물어볼 것이지, 무슨 스파이 바라보듯 보냐.


"아까 그 사람이 조금 있으면 엘이 이쪽으로 온다고 했었는데."


"만나지 않는 걸 보면 갔던 일이 잘 되지 않고 있다던가..."


대체 이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 복도로 접어든 후부터는 괴물들도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본 적이 없는 형태의 괴수들... 그것들도 여기와 관계가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다음 단계일 뿐인건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동안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잇따른 전투의 흔적이나 죽어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직원으로도, 부자로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차림의 사람도 간혹 보였는데 아마 그들이 탑엣츠 유저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 괜찮아?"


"다친 거라면 충분히 회복된 거 같은데."


"아니 그거 말고."


앞서 걸어가던 루카스는 조용히 내 다리를 가리킨다.




경련? 아니... 떨고 있는 건가... 나 자신도 모르게.


"웃."


갑자기 느껴지는 감촉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항상 어딘가 멍하고 뻔뻔하다고 느낀 녀석의 손이 내 손을 감싸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한대 갈기고 싶은 상황이 연출되었음에도, 어쩐지 모르게 나는 멍하니 그를 따라 걸었다.


왠지 모르게 떨림이 멎는다.


"안심해라. 뭐 사람을 죽이던 이 세계의 반역자가 되던 이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던 나는 너와 함께 할 거니까."


"...야."


"음?"


"오글거려."


풉... 터지는 웃음을 애써 삼킨다. 비로소 나의 앞에 펼쳐진 복도는 모노톤을 벗어나 있었다.


"그렇다면 성공이군. 그런 포인트를 노리고 한 말이니까."


"넌 정말 어디에서도 잘 적응할 것 같아."


컨트롤 타워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빛나고 있다. 이곳만 지난다면 관제 센터. 제이 씨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침투한 아벨 선배 쪽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올지 모르겠지만 역시 엘이 나타난다면 싸움을 피할 수는 없겠지.


그때는 반드시... 이길 거야.




"헉... 헉... 너희들 여기 있었구나..."


기계실에 막 들어섰을 때, 가쁜 숨을 내쉬며 그레이스가 나타났다. 합류하기로 한 시점보다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당연히 나는 반갑게 벽에 기대고 있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다친 데는 없어?"


"응. 우리 쪽은 비교적 괜찮았어. 몹은 좀 나타났지만..."


"아벨 선배는?"


루카스는 차분한 태도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선배는 마저 정리하고 온다고 했어.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중일 거야."


"음,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


"너희가 걱정돼서, 특히 우리 레나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하하... 그레이스는 은근히 나를 과잉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재회의 기쁨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상대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루카스의 말에 고개를 든 그곳에는, 틀림없는 그녀... 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네? 레나 언니."


아아... 오랜만이기는 하지. 저 가면은, 여전히 뒤집어쓰고 있구나 저 녀석은. 천성인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여기로 올 거라 생각했어."


"다행이네. 우리도 널 찾고 있었으니까."


비록 멜리사 언니는 이곳에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라면 그녀의 몫까지 해낼 자신이 있다. 겨우 누그러뜨린 분노가 다시 내 안에서 적개심의 형태로 그녀를 향해 표출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흥분은 금물이겠지. 적어도 저 애는 다른 유저들처럼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싸울 생각이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가벼운 대화나 나눠볼까?"


"대화?"


"언니도 궁금한 게 많을 거 아니야~. 헤헤 뭐 하고 싶은 말도 있고."


저건 또 무슨 수작이지? 시간을 벌려는 행동? 하지만 지금 시간을 끈다고 그녀에게 더 나아질 것은 없다. 만에 하나 크로우의 클랜원들을 부르려고 한다 해도 애초에 소수 정예인 그들이 많이 남아있을 리도 없고 우리 쪽도 아벨 선배가 합류할 수 있으니까.


"말려들지 마, 레나."


무겁게 말하는 그레이스. 뭐 나도 일단은 그럴 생각이지만 저러는 의도가 궁금하긴 하다.


"지금 와서 대화라니, 농담하는 거지?"


"왜 그러실까~. 같이 잠도 잔 사이에."


쿨럭.


"너너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뉘앙스가 이상하잖아!"


"헤에~."


이 망할 꼬맹이가 못 보던 사이 더 능청스러워진 것 같다. 엘은 양손을 펼쳐 보이며 씨익 웃었다.


"뭐 선택은 언니 자유야. 나도 지금 당장 싸운다 해도 상관없어. 어쩔래?"


"레나!"


으... 뒷골이 당긴다. 갑자기 저러는 의도가 뭐야.


"하나만 물어봐도 돼?"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상관없다는 듯 턱을 괸 채 쿨하게 대꾸하는 그녀.


"물론."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데?"


"그런 건 그냥 물어봐도 되잖아."


"어쨌든..."


그녀의 시선이 한쪽을 향한다. 그것은 어떤 무엇도, 나도 아닌 내 뒤의 친구들을 향한 것.


"둘 만의 비밀 이야기라고나 할까?"


역시... 더 들어봤자 의미 없는 혼란만 생기겠지. 빈정대는 그녀를 향해 나는 바람을 발산하며 나의 의지를 드러냈다. 설사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엘을 향한 내 적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대화를 하느니 이 길고 긴 싸움의 고리를 끊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무래도 마음을 잡은 모양이네.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아쉽다고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생각은 없어."


루카스와 그레이스를 쳐다보던 그녀는 눈길을 거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흉흉한 그림자가 그 귀여운 이미지를 완전히 덮어 버린다.


"시작하자, 그럼."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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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4. 최종장에 도달한 나는 내 친구를 믿었다.(1) 16.07.29 240 2 7쪽
38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3) 16.07.26 160 2 8쪽
37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2) 16.07.25 262 3 14쪽
»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1 2 7쪽
35 12. 크로우(3) 16.07.21 200 2 10쪽
34 12. 크로우(2) 16.07.18 251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32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8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79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4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8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21 8. 마지막 휴가라고요? 16.06.27 249 2 7쪽
20 7. 천국의 열쇠(2) 16.06.24 276 2 7쪽
19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1 2 11쪽
18 6. 가상 무기 개발국(4) 16.06.23 288 3 13쪽
17 6. 가상 무기 개발국(3) 16.06.22 226 3 9쪽
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4 3 13쪽
15 6. 가상 무기 개발국(1) 16.06.20 323 3 15쪽
14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1 16.06.17 3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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