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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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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1,985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14 14:17
조회
207
추천
2
글자
11쪽

11. 새로운 적의 등장(4)

DUMMY

"조심하시오, 해괴한 놈들이 넘쳐나니까."


셔터를 내리며 그는 우리들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도 딸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는 진심 어린 말투로 그에게 답했다. 아마도 그녀라면 그런 아저씨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천천히 차를 타고 나아갔다.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괴성이나,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모두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묵묵히 앉아 있을 뿐. 아마도 탑엣츠와 상관없는 일반 사람과의 첫 만남이 모두에게 어떤 감정을 심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무겁게 가라앉아 있지 마. 숨 막힐 것 같으니까."


멜리사의 말에 나는 힘없이 웃어 보였다.


"발사 기지에 가면 어떻게 할 건가요?"


아벨 선배의 말에 그녀는 묵묵히 대답했다.


"뭘 어떻게 해? 다 때려 부숴야지."


"무... 무자비한 누나. 역시 마녀군."


루카스가 태클을 시도했지만 이내 그녀의 강렬한 눈빛에 흠칫 놀라 쪼그라들었다.


"무조건 공격보다는, 탑엣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천국의 열쇠에 대한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확인하고 행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레이스가 비교적 이성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녀는 코웃음으로 일관했다.


"이만큼 와 놓고 무슨 소리야. 우리는 수배 중이고, 그곳에는 적이 득실거려. 정부 관계자가 아니라 해도 랭커들도 많을걸. 그리고 잊었어?"


"아... 크로우."


"그래. 그 녀석들은 정부와 결탁하지 않은, 말 그대로 살인을 좋아하는 정신병자 집단이야. 그런데 그 녀석들이 거기 있다는 게 뭘 의미할 거 같아?"


"설마 발사 기지는..."


내 말에 그녀는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맞아, 이미 엘에게 점령당했을걸."


"그녀가 왜 거길 점령했을까요? 게다가 검색으로 봤을 때 도망도 안 가는 것 같은데... 설마 우주로 가려고?"


아벨 선배의 말에 나는 혼자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콜로니 이주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부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한 짐승에 불과하다.


"왜긴 왜야. 기다리고 있는 거지."


"우리를..."


"맞아. 우리가 그곳으로 갈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레나 너는 착해 빠졌으니까..."


부우우우웅- 차가 속력을 내며 탁 트인 도로로 진입했다. 발전한 문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커다란 건물들을 뒤로하고 그것은 힘차게 굴러간다.


집요한 성격... 마치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맹수처럼, 우리들을 습격했던 그녀는 이 탑엣츠 최후의 대전 장소로 가장 어울리는 곳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판을 내야 해. 혹시라도 죽이지 못하겠다는 나약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걱정 마세요... 저는 이미..."


그래... 나는 살인을...


멜리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우주선의 위용을 감상하며 조용히 말했다.


"슬슬 그럼 각자 역할을 정해 볼까? 저곳은 분명히 통신이 될 거야. 제이 씨와의 연계도 생각해두자."


제이... 그라면 확실히 뭔가를 더 알아내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차가 꽤 기지에 가까워지자 세로로 서 있는 우주 왕복선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거 모델에 비해 추진력과 균형계가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그 어마어마한 크기는 부유하는 섬이라는 별칭이 어울릴 정도였다.


"굉장한 환영 인파군."


멜리사는 핸들을 거칠게 꺾어 급 제동을 걸었다.


"사격 개시!"


모래주머니로 만든 참호 속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군인들. 당황할 틈도 없이, 지휘관의 신호에 맞춰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루카스!!"


그녀의 외침에 맞춰 우리를 태운 차의 한쪽 면에 생성되는 불투명한 장판에, 수많은 총알들이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들처럼 멈춰졌다.


"선량한 시민한테 참 잘하는 짓이네."


"내,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유탄을 쏠 거야!"


적들을 주시하던 아벨 선배의 말에, 우리는 다급하게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내렸다. 아무리 루카스의 염동력이 강력하다고 해도 주변에서 터지는 파편까지 모두 막다 보면 틀림없이 균열이 생길 테니까.


"아이씨 이 차 할부도 안 끝났는데."


투덜거리며 가장 마지막에 내린 멜리사는, 우리 쪽 방향이 아닌 군인들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쏴, 쏴라!"


달려드는 그녀에 당황한 지휘관이 명령을 내렸지만, 그 찰나의 망설임은 멜리사가 접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공격... 역시 대단해. 내가 저런 사람을 이겼었다니.


"무장 전개, 염화의 갑옷."


예전에 본 갑주 형태의 무장이, 그녀의 몸을 빠르게 휘감았다. 전에는 왜 그녀가 그런 형태의 무장을 구현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


광역 스킬의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으로부터, 몸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 저런 평범한 총알로는 절대로 그녀의 구현력을 무너뜨릴 수 없다.


"으아아아~!"


고함을 내지르며 총을 갈기는 몇몇 병사들이 불타오르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들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후, 후퇴하지 마라! 막아야 한다!"


"어머?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던가."


싸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지휘관은 권총을 뽑아 들고는 떨리는 손으로 겨누었다.


"완전 우리가 악역인 것 같군, 저 누나 덕분에."


"하하..."


"뭐 따지고 보면 저들에게는 악역이 맞지만."


루카스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손짓했다. 권총을 겨누고 있던 그의 몸이 빛에 휘감겨 붕 떠오르더니, 엄청난 기세로 날아가 담벼락에 부딪혀 쓰러졌다.


"무슨 짓이야?"


고개를 돌려 노려보는 멜리사.


"보통 사람을 죽이는 건 내키지 않아서 말이지."


어깨를 으쓱하는 그를 향해 코웃음친 그녀는 아직 불타고 있는 병사의 시신을 발로 밟았다.


"이건 전쟁이야 꼬맹아."


어쩐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큰 것도 아닌데, 멜리사는 묘하게 증오스러운 모습으로 그들과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럼 일단 아까 의논한 대로 각자 흩어져서 빨리 여기를 제압하자."


아벨 선배의 말에 겨우 분위기가 누그러진 것 같기도...


퉁! 순간 들려온 소리는 마치 막힌 하수구가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한 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그것은, 원통형의 미사일 같이 생긴.


"피해!"


아벨 선배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폭발이 일어났다. 귀가 먹먹해진다... 소름 끼치는 이명이 다른 감각마저 차단하는 것 같다고 느낀 그때, 내 손목을 낚아챈 루카스는 그대로 하늘로 떠올랐다.


"멍하니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미, 미안..."


"알았으면 좀 날아봐. 너 은근히 무겁다고."


...고마운 기색이 금세 사라졌다.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나는 하늘에서 균형을 잡았다. 휴면 상태를 미리 해제해두지 않았다면 진짜로 죽었을 지도...


"이따 관제센터로 와."


우리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아벨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레이스와 함께 오른 편의 건물을 향해 내달렸다. 어느새 멜리사도 사라진 뒤... 그녀는 동료라는 의식보다는 역시 동맹이라는 개념이 더욱 강한 건가.


잇따른 폭발이 엄습해오자 루카스는 빠른 속도로 바리케이드 상공을 날아 지나갔다.


"같이 가!"




발사 기지에는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나 부호들이 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 아직 건물 안까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지.


"밖에 사람이 없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군."


앞서 날아가던 루카스의 말에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내관 지붕에 돌아다니는 검은 녀석들... 분명히 그 새로운 형태의 괴수들이다!


"이미 모두 습격당한 걸까?"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건 이곳에 크로우 클랜도 있어."


"그들은 정부랑 한통속이 아니라고 생각했잖아. 그런데 괴물이나 그들이 이 안을 점거했다면 어떻게 밖에 군인들이 그렇게 대기하고 있었을까?"


"그쪽은 외관의 정문이야. 몰래 내부에 침투했다면 모르는 게 당연할 수도."


흐음...


하지만 괴물들도 보이는데? 물론 저 녀석들은 그림자를 통해 이동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레이드 몹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침입할 그런 지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었다.


"저 쪽에 내려가자."


막 반문하려는 순간, 루카스는 한쪽 건물 옥상을 가리키며 선회했다.


"후..."


뭐 확실한 건 멜리사 언니의 말대로, 이 안에 아군은 없다는 거겠지.


옥상에 내려앉았을 때 별다른 전투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너무 늦었거나, 이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레나!"


요새 내가 너무 멍하니 있나? 왜 저렇게 크게 외치듯이 부르는 거야.


"뒤!!"


다급하게 외치는 루카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뒤쪽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크르르..."


바람에 휩쓸려 밀려난 것은 마치 멧돼지를 연상케 하는(하지만 크기는 최소 세 배 이상의) 커다란 괴물이었다.


"이건 또 뭐야?"


"글쎄. 이것도 내가 본 적이 없는 괴물이야..."


나름 순간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바람을 날린 건데... 밀려나는 정도라니.


"평상시였으면 피했을 텐데, 오늘따라 용기가 넘치는군."


비꼬듯 말하는 루카스를 향해 나는 미소 짓고는 그것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빨리빨리 정리하고 가자고. 대체 너조차 모르는 이런 녀석들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건지 알아야 할 것 같으니까."


루카스 역시 담담히 중얼거리며 자신의 무기를 소환했다. 언제부터일까... 이 바보 같은 녀석이, 든든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이 싸움이 끝나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문득 꿈이 아닐까 생각했던 얼마 전의 일이 떠오른다.


"또 뭔 생각하는 거야."


"아니..."


"걱정 마. 우리는 이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도 살아남을 거니까."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슬슬 절정을 향해 달려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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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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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2. 크로우(2) 16.07.18 251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8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79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4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8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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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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