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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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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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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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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5,729

작성
16.06.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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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DUMMY

제이의 낡은 SUV 자동차는 공허한 포장도로를 따라 도심을 빠져나갔다. 이상하리만치 차가 적은 도로는, 도시의 관문인 무인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어둠만을 간직한 채 아예 텅 빈 곳이 되어버렸다.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가로수들과 거대한 전선 케이블 관을 멍하니 스쳐보내며 나는 고뇌에 빠져 있었다.


엘이... 그런 무지막지한 아이였다고?


때때로 무섭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인물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째서, 날 살려두고 있었던 거지? 내 앞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치고는 다른 사람들 앞에는 나서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목적지는 어디야?"


잠자코 있던 루카스가 조용히 묻자,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있던 제이가 대답했다.


"일단은 13 위성도시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 아닌가요?"


아벨 선배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세계 3차 대전 이후로 세계 정부가 통합되면서, 줄어든 인구를 대규모 도시에 밀집 시켰으니까. 현재는 폐쇄된 도시가 맞지."


"그럼 그 곳에는 왜?"


"범죄자가 되기 전 내가 일하던 연구소가 있던 곳이야. 도시 자체를 폐쇄시켰으니 전력만 들어온다면 훌륭한 아지트가 될 수 있겠지."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우리는 무엇에 쫓겨 도망치고 있는 것일까... 게임?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 살인자? 끝없이 대답이 떠올랐지만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그것은 세계.


"하지만 한가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군."


제이는 안경을 추켜 올리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정부에서 한 발 앞서 지구 멸망이라는 말도 안 되는 미끼를 풀어 일반 사람들까지 패닉에 몰아넣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지. 나나, 다른 해커들에게 쉽게 뚫릴 네트워크도 아니었는데 왜 서두른거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던 루카스가 조용히 그 말에 대꾸했다.


"천국의 열쇠가 뜻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르겠지만, 위로 갈 수 있다는 말과 정부에서 말하는 콜로니를 볼 때 결국 정부는 콜로니로 이주시킬 대상이 필요한 거지."


"그렇겠지?"


"하지만 사람들이 굳이 자신들의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별까지 갈 이유가 없었겠고. 아무리 범 우주시대지만 말이야."


"그래서 정부는 반강제적으로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게 지구 멸망 카운터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한동안 떠들고 있던 루카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달리는 차 앞에 펼쳐져 있는 밤하늘을 응시했다.


"매끄럽지가 않아. 굳이 그래서 그들이 얻을 이득이 뭔지도 모르겠고, 사실이라 해도 다른 우수한 인재들이나 부자들은 하이패스로 보내줄 게 뻔한데 굳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탑엣츠라는 컨텐츠... 아니, VRLR 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뇌의 인지 기능을 망가뜨린 거지?"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소모품이 아닐까?"


아벨 선배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루카스는 그 정도로는 개운하지 않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서두르고 있어요. 그동안 기를 쓰고 감춰온 VRLR 의 부작용을 이제는 신경 쓰지도 않을 정도로 놔 버렸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지금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정리해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가만히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끔찍했던 사고... 의사의 권유로 시작한 VRLR... 그리고 만난 탑엣츠.


끝없는 레이드의 도전과 학교로 돌아간 후 맞닥뜨린 나의 또 다른 도전이었던 일상. 첫 PVP 승리에 이어 계속되는 대전... 또 대전... 자만심에 빠져 어느새 PVP 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나의 변화.


그리고 엘과의 만남.




잠자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레이스가 굳게 내 손을 움켜잡는다. 어쩐지 불안함이 느껴지는 그 작은 손을 나 역시 힘주어 잡아 주었다.




잠깐.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라고?


"레이드 모드!!"


갑자기 소리친 내 목소리 덕분에 황급히 놀란 제이가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렸다. 제동 장치의 요란한 소음이 좁은 차 실내를 뒤흔들며 차는 가볍게 요동치다 이내 살짝 비틀어진 각도로 멈춰 버렸다.


"헉, 헉, 헉! 으... 십년감수했네..."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듯 축 처지는 제이와 다르게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태연한(이 무감각한 녀석 같으니) 루카스는 짜증 섞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냐 갑자기."


"나는 바보야... 어쩌면 이게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는데..."


"뭐야 레나?"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나는 크게 심호흡하고 방금 떠오른 것을 모두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저렇게 된 것은 정부의 발표 때문이라고 했지?"


"뭐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가 습격 받기 시작한 것은 그 발표보다 조금 더 빨랐어. 기억나지?"


루카스는 가만히 지난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때는 폭탄 테러니 뭐니 하고 떠들어 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여자... 멜리사는 탑엣츠가 증강 현실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 그 누나 덕분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이 모든 것의 이유를 알았어."


"뭐... 뭐야? 뭘 알았다는 건지 빨리 이야기 좀 해줘. 현기증 나려고 해."


제이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나는 아까에 비해 비교적 여유를 되찾은 얼굴로, 차분히 입을 열었다.


"레이드 모드가 현실 세계에 간섭되기 시작한 거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레이드 모드의 3레벨부터는 어떤 적이 기다리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레벨을 플레이하고 포기하거나, 가까스로 2레벨에 도달해 특수부대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군인들과 싸워 봤을 뿐 그 이상의 단계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레벨 1의 클리어 조건은 달려드는 모든 몬스터를 섬멸하는 것. 2단계는 군인들을 제압하며 결계석을 시간 내에 부수는 것.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공략법들...


그리고 그레이스를 제외하고는 내가 아는 한 도달한 사람이 없었던 3레벨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해 난폭해진 사람들을 피해 숙주만을 제거하는 것.




물론 일전에 말한 대로 레이드 모드의 클리어 조건은, 누군가가 공략하는 시점에서 조금씩 그 형태가 변화한다. 하지만 그것은 탑엣츠가 가진 독자적인 랜덤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지 진화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네 가설대로라면 이건 레이드 3레벨에 해당되는 것이다?"


루카스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꽤 그럴듯한 추측이야. 그렇다면 이건 8레벨 클리어 후 진화된 9레벨의 레이드 모드라고 할 수 있겠군."


"하지만, 그게 현실에 적용되는 건 이미 시스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냐?"


아벨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선배. 이미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탑엣츠의 가상 세계에 속한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VRLR 을 사용한 모든 인간들의 뇌는 이미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거죠."


"호오... 전뇌 시스템의 일부로 9레벨 레이드 모드 조건이 충족되어 발동된 것이다?"


제이가 흥미롭다는 듯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차는 어느새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군."


"어떻게요?"


제이는 변속기에 올라가 있던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정부에서 탑엣츠의 개발자와 결탁하고 있었다면, 이 현상은 [버그]로 치부될 거야. 즉 정부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일부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거지."


"말하자면 탑엣츠 유저들은 이미 시스템의 이상과 변화에 대해 눈치채고 있었으니, 탑엣츠의 진실을 들키기 전에 다른 사람들까지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루카스의 말에 그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친구는 확실히 두뇌회전이 빠르군. 두번째의 경우는..."


묘하게 그 다음 말에 힘이 들어간다.


"탑엣츠의 개발자가, 이런 진화 과정을 정부에게 숨겼거나 그 역시 예측하지 못한 거지. 이 현상은 그럴 경우 단순한 버그가 아닌 프로그램의 인류 섬멸 코드, 또는 개발자 그 자신의 독단이 된다."


둘 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네.




한참을 달리던 차는 어느새 조용한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주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꽤 오랜 시간이 있었던 나에게, 주변의 풍경은 어쩐지 여행이라도 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덕분에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상했지만 문이 닫혀 있어. 지금쯤 도시는 더 개판이겠네."


제이는 이죽거리며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차는 구형이라서 말이지. 일단은 기름이라도 찾아 볼 테니까 너희들은 먹을 걸 챙겨."


"도, 도둑질 아닌가요?"


화들짝 놀라는 그레이스를 아벨 선배가 다독여주었다.


"그런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일단 챙기는 건 내가 할게."


"나도 거들도록 하지."


두 남학생이 불 꺼진 휴게소 건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허공에 계속 떠 있는 옵션 메뉴를 휙휙 저어 보았다.


막상 이런 꼴이 되니 너무 불편하네... 모니터 렌즈 따위 착용하지 않아도 24시간 따라다니는 증강 현실의 어플들이라니...


"괜찮을 거야 그레이스."


항상 그녀의 보살핌을 받기만 하다가 어느새 입장이 역전되어 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무리도 아니겠지... 이 애에게 아버지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컸으니까.




잠시 후 두 남자는 손에 먹을 것을 가득 짊어진 채 서둘러 이쪽으로 돌아왔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인지 그 동작이 무척이나 빠르다.


하지만 루카스와 아벨 선배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나는 그들이 처한 문제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망할! 저것도 레이드 몹이냐?"


"제이!! 차 시동 걸어!"


황급히 돌아오는 두 사람의 뒤쪽으로, 거대한 지네 같은 생물이 꿈틀거리며 돌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익숙한 모습을 깨달은 나는 이를 악물고 그들을 향해 달렸다.


틀림없이 저건 레벨 5에 등장하는 거대 괴수!




달리는 두 다리는 예전과 같은 통증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다. 바람이 조금씩 나에게 모여들어, 내 몸을 지탱해준다...


허공에 떠오르는 안내 창을 보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인스턴스 던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휴면 상태인 액세스를 허용하시겠습니까?]


그대로 루카스와 아벨 선배를 지나친 나는 그것을 향해 도약하며 외쳤다.


"액세스! 서브 코드 6185!"


거대 지네... 아니, 우리들의 세계를 위협하는 탑엣츠를 향해!

5-(2)샵.jpg


작가의말

과연 그들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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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2) 16.07.25 263 3 14쪽
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2 2 7쪽
35 12. 크로우(3) 16.07.21 201 2 10쪽
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32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8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80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5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9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7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8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80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21 8. 마지막 휴가라고요? 16.06.27 250 2 7쪽
20 7. 천국의 열쇠(2) 16.06.24 278 2 7쪽
19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5 2 11쪽
18 6. 가상 무기 개발국(4) 16.06.23 288 3 13쪽
17 6. 가상 무기 개발국(3) 16.06.22 227 3 9쪽
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5 3 13쪽
15 6. 가상 무기 개발국(1) 16.06.20 324 3 15쪽
»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1 16.06.17 31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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