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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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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1,982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7.29 19:04
조회
239
추천
2
글자
7쪽

14. 최종장에 도달한 나는 내 친구를 믿었다.(1)

DUMMY

인류 과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신형 우주 왕복선이 발사대에 거치 되어 있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고요한 이곳의 복도를 따라 움직이며 창 너머로 텅 빈 외부 광장을 돌아보았다.


"좀 걸을 수 있겠어?"


아벨 선배의 말에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의 치료가, 계속 더뎌지는 느낌... 예전에 비해 확실히 뭔가가 회복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레이스가 설마."


"그 녀석은..."


뭔가 말하려던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쓰린 속이 상처 부위를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말 대로 모든 것이 계략이었고 음모였다고는 해도... 얽혀버린 실타래가 전부 풀어진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루카스를 재우고 나에게 상처를 입혔을 뿐,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으니까.


나를 크로우의 대항 카드로 소모품처럼 쓰고 버렸다고 해도 그 태도의 변화에 비해 실제로 그녀가 저지른 악행은 애매하다.


"만나서 한대 때려줄 거니까요. 분명히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설사 처음부터 가면을 쓰고 나를, 우리를 대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친구... 순간적으로 타올랐던 분노는 상처가 치유되는 것과 비례하여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나를 배신하고 죽이려 했다면 고작 그 정도로 끝났을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내 기분을 정리하는 데 힘을 보태주고 있다.


"레나, 이쪽으로 와봐."


뭔가를 발견한 듯 아벨 선배는 입을 벌린 채 관제 센터의 상황실 안쪽을 주시하며 나를 불렀다.


"이건... 그레이스?"


마치 세계대전 직후처럼, 혹은 세기말의 황폐화된 도시처럼 이름 모를 나무줄기에 뒤엉켜 눅눅한 공기를 뿜어내고 있는 시스템 룸. 그녀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런 일을 한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이 녀석 어디로 간 거야?"


"아마도..."


"응? 뭐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여기를 이렇게 만든 걸 보면 그레이스는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기 바라지 않는 것 같아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어딘가에 모여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쪽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아벨 선배는 입맛을 다시며 투덜거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제이 형에게 설명을 듣던 도중 갑자기 날 찌르고 도망가더니."


윽... 아벨 선배도 공격당했었구나... 하긴, 살아있었냐고 말하기는 했었지.


"무슨 설명요? 좀 쓸만한 정보라도..."


"그 녀석이 말한 대로야. 그레이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본인도 굉장히 놀라 했다고."


확실히 그렇다면 지금 와서 누군가의 사주로 벌인 일은 아닌 모양인데. 하지만 사전에 면밀이 계획하고 움직였다고 보기에 그 굉장한 연기력을 의지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나나 루카스는 물론 아벨 선배까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엘과 싸웠을 때 느꼈던 불길함은 어쩌면... 그녀의 배신이 아니라...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어쩐지 엉뚱한 짓을 할 것만 같아서."


아벨 선배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나를 부축해 그 이끼 가득한 공간을 벗어났다.


"루카스는 괜찮겠지?"


"그 애는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싸우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그 괴물은 정말 강해 보였는데..."


나 역시 아벨 선배와 같은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정. 근거를 따질 수 없는 판단이지만 루카스라면 괜찮을 거라는 느낌이 나를 뒤돌아보지 않게 하였다. 적당히 싸우다 도망쳤으면 좋겠는데...


[레나.]


우뚝. 움직이던 나의 발이 순간 멈칫하였다.


뭐지? 이건? 아벨 선배의 모습을 살펴보니, 내 귀에만 들리는 것이 분명하다. 이건 틀림없는 게임 속 전뇌 통신인 티메신져. 아무리 뒤섞여버린 세계라지만 이런 게 가능하다고?


"왜 그래?"


"아, 아니요 그냥."


나는 애써 귓가에 들리는 기계음을 외면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오지 마 레나.]


"..."


[오면 나는 널 정말로 죽일지도 몰라.]


"..."


[레나!]


"네가 그럴 생각이었다면, 나는 이미 죽지 않았을까."


"뭐라고?"


다시 물어보는 아벨 선배. 하지만 나는 아무 대답 없이, 마치 혼잣말을 하듯 걸음을 옮기며 허공에 대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내가 꼭 찾아갈 테니까."


이것은 나와 그녀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도망쳐 버린다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나는 평생 자신을 돌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 길이 닿아 있는 끝까지 걷는 것이 멜리사 언니와 엘,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


환청인지 실사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음성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한참을 걸었을 때, 어디선가 이따금 들려오던 괴성들도 어느새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태여 그것을 인지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현실은 나와 아벨 선배만을 가둬둔 감옥처럼 지독한 고요함만을 이 첨단 기지에 내포하고 있다.


그 고요는, 강당처럼 커다란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절정에 도달했다.


"여긴."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둘 앞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옷가지들. 마치 방금까지는 누군가 입고 있었기라도 한 듯이 사람의 모양으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결국 왔구나."


단상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레이스가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레나, 조심해."


아벨 선배의 경고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나간 나는 그녀를 향해 냉랭한 투로 물었다.


"대피한 사람들은 어디 있지?"


"그들은 크로우의 인질이었을 뿐이야. 뭐 나에게도 별로 필요한 존재는 아니고."


"어쨌어?"


"죽였어. 전~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그녀의 초연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렇구나라고 말할 뻔했다. 어차피 저 애를 다시 만난 이 순간, 짧았던 시간 동안 고민하여 결정한 결론을 내 손으로 행하기 위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아벨 선배의 음성이 다시 들린 것 같았지만, 닿지 못 했다. 나는 전투 시에 항상 몸에 두르던 바람마저 모조리 흐트러뜨린 채 그렇게 무방비한 몸으로 그녀와 마주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다음 탑엣츠의 마지막 편이 연재됩니다.


마지막 편 이후 같은 날 후기까지 쓰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작품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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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최종장에 도달한 나는 내 친구를 믿었다.(1) 16.07.29 240 2 7쪽
38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3) 16.07.26 160 2 8쪽
37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2) 16.07.25 262 3 14쪽
36 13. 마지막 싸움에서 벗겨지는 진실(1) 16.07.22 270 2 7쪽
35 12. 크로우(3) 16.07.21 200 2 10쪽
34 12. 크로우(2) 16.07.18 251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32 11. 새로운 적의 등장(4) 16.07.14 207 2 11쪽
31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79 2 12쪽
30 11. 새로운 적의 등장(2) 16.07.12 184 2 9쪽
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8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49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21 8. 마지막 휴가라고요? 16.06.27 249 2 7쪽
20 7. 천국의 열쇠(2) 16.06.24 276 2 7쪽
19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1 2 11쪽
18 6. 가상 무기 개발국(4) 16.06.23 288 3 13쪽
17 6. 가상 무기 개발국(3) 16.06.22 226 3 9쪽
16 6. 가상 무기 개발국(2) 16.06.21 264 3 13쪽
15 6. 가상 무기 개발국(1) 16.06.20 323 3 15쪽
14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2) +1 16.06.17 3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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