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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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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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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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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5,729

작성
16.07.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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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새로운 적의 등장(3)

DUMMY

하마터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상처도 겨우 완치될 때 즈음... 우리들은 낯선 도시에 들어와 있었다. 조용한 거리를 달리며 차창 너머로 밖을 살펴봤지만 역시 이곳도 우리들이 살던 곳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 되어 있다.


마치 유령 마을과도 같은... 이미 모두 벙커나 대피소로 피신해 있는 거겠지?


"칙칙한 곳이네. 뭐 몬스터는 보이지 않아 좋지만."


반쯤 늘어져서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움직이던 멜리사가 심드렁한 투로 말했다.


"발사 기지는..."


"이 도시 근처에 있어. 저 고가 도로가 도시 고속도로가 아닐까 싶어서, 저걸 타고 지나가면 보이지 않을까?"


그녀가 말한 것은 꽤 크고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터널형 고가 도로였다. 시원하게 미끄러져 그 위를 달리기 시작하는 차 안에서, 아벨 선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도시가 조금 이상한걸."


어딜 가도 다 이상할 것 같지만...


"우리들의 에어리어랑 같은 처지겠지요 뭐."


루카스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뭐랄까... 썰렁한 건 똑같지만 뭔가 조금 더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차이점이 있나."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따지고 보면 이미 세상에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도시 시스템은 남아있지 않을 것 같고... 그런 부분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멸망설이 진짜라면 슬프게도 자연스러운 광경인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징조가 없기는 하지만, 우리는 계속 숨어있거나 싸워왔으니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접하지도 못했기에 함부로 생각을 정립할 수 없었다.


제이 씨는 잘 하고 있으려나.


"어라? 그러고 보니."


그의 말에 주의 깊게 창밖을 바라보던 그레이스가 뭔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아벨 선배가 말한 게 뭔지 알 것 같은데요?"


"응?"


"밖에 보다 보니 느낀 건데... 우리들의 도시랑 다른 점이 하나 있어."


다른 점? 나는 여전히 모르겠는데. 그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과 빌딩의 숲이 눈에 들어올 뿐. 여기저기 부서진 곳은 보이지만 완전히 박살이 난 곳도 없고, 그저 고요하고 텅 빈 도시일 뿐이다.


어? 텅 비었다고?


"차가 하나도 없어."


듣고 보니 그렇다. 달리는 차야 거기나 여기나 없는 건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그것 말고도 서 있는 차마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이 급하게 피신했다면 분명히 차를 세워두고 갔을 텐데.


이건 마치 대피한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도시를 아예 빠져나간 듯한... 설마?


"뭔가 도시를 떠나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


"멸망에 대한 내용을 전파 받았거나 그 이상한 괴물의 습격?"


"잠깐, 저건!"


그레이스의 외침에 우리는 모두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네 형태에 기괴한 갑주와 집게를 달아놓은 것 같은 거대한 대형 괴수... 고가 도로의 아래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며 그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를 일삼고 있었다.


뭐 이곳에도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저런 것 때문에 도시를 아예 떠났다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확실한 건 이곳도 틀림없이 같다는 거군. 그래도 도시를 아예 떠날 이유로는 설명이 안돼."


아벨 선배의 말에 루카스도 동의했다.


"어지간한 대피소들은 모두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핵 전쟁이라 불렸던 3차 대전의 교훈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보이는데."


멜리사가 조용히 말하자 모두 앞을 응시했다.


우리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의 먼 발치에, 트럭으로 길을 점거한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몇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멜리사는 잠시 차를 천천히 세웠다.


"정부의 사람들이나 군 관계자로는 보이지 않는데."


"저편에서 저런 괴물이 날뛰는데 잘도 저러고 있네."


말을 주고받는 루카스와 그레이스를 향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들도 정상은 아닐 거야. 기억하지? 그 폭도들..."


"음, 레이드 모드 2레벨.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이라는 거군."


어지간한 폭도들은 모두 잡혀갔거나,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소수만 보이는 거겠지.


"어쩔까? 그냥 돌파하려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이 고속도로, 순환 도로인 것 같아. 발사 기지 쪽으로 연결된 건 아닌 것 같은데."


멜리사의 말에 창 밖을 바라보던 그레이스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저 아래에서 정보 좀 얻고 갈까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텅 빈 거리의 한쪽에 위치한 가게였다. [알보레타] 상호 명이나 분위기로 보건대 피자와 파스타 등을 파는 이탈리안 계열 레스토랑인 것 같다.


멜리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피해 차를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꺾었다.




가까이에 와 보니 비교적 큰 가게였지만, 셔터가 굳게 내려와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말대로 그 안쪽에 사람의 움직임이 언뜻 보였다.


"눈도 좋군. 사람이 남아있는 가게를 찾다니."


루카스가 가만히 칭찬하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기요~."


멜리사가 다가가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왔다 갔다 하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유리창 안쪽으로 보이는 그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누, 누구요?"


"이 셔터 좀 올려주실 수 있나요? 다른 곳에서 왔는데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서."


이럴 땐 확실히 스타일 좋은 멜리사 언니가 유리하구나...


그는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들을 돌아보더니,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멀쩡한 사람들이군. 주위에 이상한 녀석들은 없겠죠?"


대부분 아이들이라 안심한 것인지, 그는 말하기 위해 반쯤 열고 있던 문틈으로 빠져나와 셔터 스위치를 올렸다.


위잉~ 기계음과 함께 셔터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끝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안타깝게 느껴진다.


"감사합니다."


우리들이 들어서기 무섭게 그는 다시 스위치를 내렸다.




"어디에서 왔다고요?"


"4 에어리어요."


그는 둘러앉아있는 우리들을 돌아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맙소사! 지금도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할 줄은 몰랐군."


"으음... 비행기는 아니고,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왔는데 여기는 정확히 어디죠?"


"1 에어리어죠."


그렇다면 제대로 온 거구나. 탑엣츠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곳이 바로 이곳, 미주 권역의 1 에어리어였으니까.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묘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제 아무도 없는 도시요."


스탠드바에서 간단한 음료수를 준비하며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사실 우주선 발사 기지로 가던 도중에 도로에 차가 하나도 없는 걸 보고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어요."


멜리사가 대꾸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발사 기지라... 그곳도 통제 구역이겠군. 이미 사람들은 도시를 버리고 대부분 떠나갔으니까요."


"저기, 아저씨는 왜 여기 남아있죠?"


"...차를 도둑놈에게 빼앗기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이곳에 남아 있어야 내 딸이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딸이요?"


그는 내 말에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속에는 우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그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유학 가 있었지. 가족이라고는 저 아이밖에 없고, 집에 돌아올 시기였기에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오. 어째서인지 전화도 전혀 터지지 않더군."


네트워크와 위성의 차단... 이쪽도 마찬가지구나.


"그런데 발사 기지로 갈 거면, 그 고가 도로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이쪽 방향으로 가야 할 텐데."


그의 말에 멜리사는 헛웃음을 지으며 음료를 들이마셨다.


"초행인데 네비게이션도 없어서요..."


"나도 사람이 그리운 상태였기에 일단 열어주기는 했지만, 단순히 쉬러 온 것은 아닌 모양인데 혹시 도움이 필요한가요?"


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었다.


"사람들이 왜 떠났는지 아세요?"


나도 모르게 꽤 긴장하고 있었던 것일까. 막 입을 열려던 그레이스는 놀랍다는 듯 나를 보며 웃었다.


"으음... 당신들은 모르는 것 같군. 하긴, 여행 중이라면 몰랐을 수도 있지요."


그도 목이 타는지 들고 있던 컵을 입가에 가져갔다.


"이곳은 곧 없어질 도시요."


"없어... 지다니요?"


"혜성이 낙하할 지점이 바로 이곳이니까. 듣지 못했소? 이 세상은 곧 끝난다는걸."


혜성... 충돌?


"마, 말도 안되요! 현대의 기술력이라면 그런 혜성은 사전에 미리 알았을 것이고, 요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그레이스가 벌떡 일어나 외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혜성의 규모에 따라 다른 것이지. 이건 거의 행성이라 해도 되는 규모니까."


"태양계의 별들이 가지고 있던 공전 궤도는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그 틀에서 움직여 왔잖아요.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있을 수 없지 않나요."


그녀의 말에 남자는 비워버린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무척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 이 행성도,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 행성의 파편도 처음에는 전혀 다른 궤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별이 운석 충돌로 인해 반으로 쪼개졌고 덕분에 기존에는 없던 궤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우리가 추측하고 있던 사실 중 하나가 들어맞아 버리니 정부의 행동에 이해되기 시작하는 나 자신이 싫어졌다. 역시... 탑엣츠와 그것은 별도? 아니면 하나로 묶여 있는 무언가 있는 거였나?


"그렇게 알고 있다는 건 정부가 그렇게 발표했다는 거군요?"


차분한 멜리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야."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그런 일이 갑자기 알려질 리가 없어. 민간 관측소나 천체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일반 사람들도 꽤 있어. 뜬금없이 직전에 말해줄 이유가 없다고."


"은폐했겠지."


멜리사가 조용히 대꾸하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론이지만, 결국 그것뿐이라는 사실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럼, 멸망에 따른 이주 계획과 천국의 열쇠는 그런 식으로 퍼즐이 맞았다고 치고...


"탑엣츠의 진화로 인한 괴물들의 습격. 이건 역시나 설명이 안돼..."


내 말에 멜리사가 조용히 대꾸했다.


"레나, 전에 나눈 대화 기억하지? 그건 아마도 탑엣츠 그 자체의 독단일 거야."


"과연... 이주와는 상관없이 탑엣츠의 목적은."


모든 인류의 말살.


루카스는 말을 끊었지만, 내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던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지고 말았다.


"만약 행성 충돌이라는 것이 전에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VRLR2 에 의한 조작이라면?"


그레이스가 날카롭게 치고 나왔다.


"처음에는 멸망설을 조작해 이주를 추진한다고 생각했잖아. 그다음에는 진짜 멸망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이주를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정부 A 가 사실은 이미 B 에게 조작당해서 행성 충돌을 믿기 시작한 거다?"


루카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네... 탑엣츠 그 자체가 이 사건의 열쇠이자 우리들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머리 아픈 이야기들 그만하고 파스타라도 드시죠. 이래 봬도 이 도시에서는 꽤 유명한 셰프입니다."


남자의 말에 우리들은 모두 생각의 고리를 덮었다. 확실히 제대로 된 요리가 그립기는 했기에.


작가의말

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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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2. 크로우(2) 16.07.18 252 2 9쪽
33 12. 크로우(1) 16.07.15 21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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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새로운 적의 등장(3) 16.07.13 18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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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 새로운 적의 등장(1) 16.07.11 218 2 9쪽
28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3) 16.07.06 206 2 8쪽
27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2) 16.07.05 187 2 14쪽
26 10. 포탈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반격 개시!(1) 16.07.04 227 2 12쪽
25 9. 작전결행(4) 16.07.01 279 2 9쪽
24 9. 작전결행(3) 16.06.30 250 2 10쪽
23 9. 작전결행(2) 16.06.29 194 3 9쪽
22 9. 작전결행(1) 16.06.28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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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 천국의 열쇠(1) 16.06.24 25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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