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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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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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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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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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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다시 조선에서. 3

DUMMY

나에게 과거인 수양이 고명사은사(誥命謝恩使)로 가기로 결정되었고, 서정관으로 신숙주가 결정되었다.


떠나기 하루 전 수척한 모습으로 무계정사에 찾아왔다.


“아쉽게 되었네. 나 역시 자네를 서정관으로 삼아 명을 두루 구경하며 명사를 만나고 싶었는데 이리되었네.”


“이 사람이 수양대군과 서정관으로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신숙주는 내 얼굴을 마주 보며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물론이네. 형님을 잘 보필해 주시게.”


“··알겠습니다.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하시게.”


신숙주는 방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마당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들어와서 내게 많은 이야기를 했을 사람이었다.


“신숙주는 머뭇거리는 행동을 했고, 그답지 않아서 물었다.”


“자네 내게 할 말이 있는가?”


“비해당께서는 정치에 뜻이 없는 것입니까?”


“종친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법도에 맞지 않네. 아바마마께서 필요한 일을 하시기 위해 우리를 참여시켰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네. 어리신 전하께서 보위에 오른 지금 종친이 나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네.”


“··안평대군의 뜻을 알겠습니다.”


신숙주는 대답하고 물러갔다.


범옹은 나를 찾지 않았다.


그 후 신숙주는 수양의 편을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공신이 되었다.


그때 신숙주의 의중을 제대로 듣고 그의 마음을 알아줬다면 성삼문과 같은 사육신이 되었거나 계유사화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어서 오게. 범옹.”


“그동안 격조하였습니다. 전하께서 병환이 깊어 무계정사에 찾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한가? 앉게나.”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마음속에 칼을 품고 있었다.


수양과 관련된 이는 모두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조선으로 다시 넘어왔다.


신숙주는 도포 자락을 날리며 맞은편에 자리했다.


“전하께서 대전 회의를 주관하셨습니다. 북방의 방비를 강화하셨고, 노역. 군역을 하는 백성들을 모두 동원하여 저수시설의 확충을 강력하게 지시하시면서 다음 세대까지 이 사업을 지속하라 하였습니다.”


“어제 형님전하와 많은 이야기를 하였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네. 조선의 부국강병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을 시작했네.”


“저수시설의 확충이 부국강병으로 가는 길입니까?”


“그러하네.”


신숙주는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의 한계였다. 동방대 학생들에게 조선의 저수시설 확충을 말했다면 이양법과 이모작이 나왔을 것이다. 학식이 뛰어난 신숙주 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안평의 기운이 변했어.”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청의동자가 말했다.


“지금 임금이 뛰어난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저수시설의 확충한다는 것을 안평이 계획했다면 지금까지 평가는 달라지겠어. 그는 이양법과 이모작을 실행하려고 하고 있어.”


신수주는 힐끔 청의동자를 보고는 내게 말했다.


“비해당께서는 이양법과 이모작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나는 청의동자의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신숙주의 전하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탁' 쳤다.


“역시 범옹인가. 내 말뜻을 한 번에 알아보다니 자네는 정말 나라의 큰일을 할 사람이네.”


“··아닙니다. 비해당”


이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범옹을 보면서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던 때가 종종 있었다. 범옹이 왜 그런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신숙주가 똑똑한 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이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신숙주에게 청의동자와 늘 함께 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눈에 보이질 않아 무시했는데, 이런 조언을 할 줄은..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풀 수 있다면 신숙주를 죽이지 않고 활용할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수양과 함께 고명사은사로 가는 일도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


신숙주는 언어를 배우는 데 천재적이어서 앞으로의 계획에 큰 쓸모가 있었다.


“자네에게 묻겠네. 이양법과 이모작을 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겠나?”


“나라에서 이양법을 금지하는 이유는 비가 오지 않은 논에는 모를 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봄에 가둬 놓은 물을 사용한다면 보리를 추수하고도 벼를 심어 이모작이 가능해집니다.”


“옳거니 맞네. 그다음은 무엇인가?”


신숙주는 고민했고 청의동자는 입을 열고 싶어서 옴짝달싹하고 있었다.


“··쌀이 상품화될 것입니다.”


나는 말없이 신숙주를 쳐다봤다. 지금 그의 대답으로는 내 결심을 바꿀 수가 없었다.


“어이구. 전국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태종, 세종이 도입하려던 화폐가 생기겠지. 쌀은 오랫동안 저장하기 힘들어. 창고도 많이 필요하고, 그리고 농사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서 상업이 활성화될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청의동자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눈을 회피하며 신숙주의 팔을 치며 말했다.


“숙주야. 이 인간이 내가 보이나 봐.”


신숙주는 청의동자의 말을 무시하고 똑같은 말을 내게 했다.


통과했다. 비록 청의동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답하면서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달으니 역시 자네는 인물일세.”


내 칭찬에도 신숙주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전하와 비해당께서 계획하신 겁니까?”


“그렇다네. 범옹 자네가 생각하기에 부족한 계획인가?”


“절대 아닙니다. 조정의 대신들이나 집현전 학자들조차 생각하지 못할 대단한 계획입니다.”


“그런데 자네 표정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군.”


“제 부족함을 깨달아 부끄러워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일 겁니다.”


“그러한가? 그렇다면 자네 나와 공부를 함께 하겠는가?”


나는 범선을 타고 해외로 신숙주를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사람의 부족함을 알려주신다면 제가 청하고 싶습니다. 어떤 공부입니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일세. 영어네.”


“영어는 어느 나라의 언어입니까?”


“자네가 알고 있는 가장 먼 나라가 어디인가?”


“신독국입니다.”


“그곳이 어딘가?”


“불교에서 말하는 천추국입니다.”


“그보다 더 먼 나라의 언어일세.”


“그 먼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명나라를 이길 힘을 가진 나라의 언어일세.”


“··비해당께서는 그 먼 나라의 언어를 어찌 알고 계십니까?”


“나를 찾아오는 이가 조선 사람만이 있겠는가? 명나라에 온 사람들이 내 글씨를 받아 가고자 할 때 그들에게 소식을 듣고 언어 또한 배울 수 있었네.”


“그 짧은 시간에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입니까?”


“··음. 큰 노력을 하였네.”


“언제부터 배우면 되겠습니까?”


“3개월 정도 후에 배우는 것이 어떻겠나?”


“알겠습니다.”


“전하와 비해당의 계획을 집현전 학사들과 토론을 해도 되겠습니까?”


“좋네. 이왕이면 내 집에서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 내가 자네들에게 알려줄 것도 있네.”


“알겠습니다. 그만 일어날까 합니다.”


“그러시게.”


신숙주는 나에게 예를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청의동자도 함께 일어났지만, 나를 보는 눈을 떼지 않았다.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청의동자에게 윙크를 해주었다.


허억.


청의동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당황하며, 멀어져 가는 신숙주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쉿!


검지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



무계정사를 나와서 북촌으로 향했다.


마음이 무겁지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나로 인해 교동도까지 와서 고생하고, 수양 때문에 교살당한 첫째 아들 이우직, 그리고 병으로 죽은 둘째 아들 이우량까지.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리 오나라.”


문이 열리며 하인이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주인마님 오셨습니까요. 부부인 마님들과 도련님들이 안채에 계십니다.”


“들어가자.”


안내를 받아서 들어가서 두 아들이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다가왔다.


“아버님. 오셨습니까?”


큰아들 이우직의 인사에 나는 살포시 안아주었다.


“잘 지냈느냐? 아비가 이리 무심하여 다 큰 아들을 몰라볼 뻔하였다.”


“아버님께서 바쁘신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구나.”


나는 둘째 아들에게 가까이 갔다.


이리 어린아이였다.


두창으로 인해 고열과 복통을 겪다가 붉은 반점이 들어 사경을 헤매다 죽었다. 이 당시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불사를 드리고 어의를 불러 치료했지만 결국 아비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아들이었다.


“둘째 아들은 잘 지냈느냐?”


“저는 잘 지냈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이 아비가 꼭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


둘째 아들은 문종이 승하하시고, 그해 겨울 사망하였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정수사 동굴이 완성되면 가장 먼저 이우량에게 백신을 접종시킬 생각이었다.


“어서 오시지요.”


“··부인도 잘 지내셨소?”


오랜 시간 마주하지 않았던 부인이었다. 서로의 잘못으로 소원해지고 점점 멀어져갔었다.


나는 각종 술자리에서 기생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그림과 시, 거문고를 들으며 사는 것을 낙으로 삼았고, 부인은 처남들의 관직을 부탁하는 베갯머리송사를 하려 했다.


이런 이유로 점점 멀어져갔고, 나는 무계정사에서 북촌으로 넘어오질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되었습니다. 그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인의 말에 나는 몸을 돌렸다.


나는 북촌의 집에서 나와 무계정사로 돌아갔다.



****



늦은 밤.


나를 찾아온 이가 있었다.


“주인마님. 금성대군 오셨습니다.”


“들라 하게.”


금성대군 이유(李瑜)는 세자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동생이며, 내가 사사 당한 후에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수양에게 죽었다.


문을 열고 금성이 모습을 보였고, 뒤따라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


이날인가?


얼굴을 가린 여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미 겪은 일이었고, 그때 당시에 나는 그녀를 궁으로 들이는 것을 찬성했었다.


나는 여인을 쳐다봤다.


“누구신가?”


장옷으로 가린 얼굴이 드러났다.


“절에 계실 분이 나를 찾아오신 겁니까?”


“전하께서 집을 지어주셔서 혜빈궁(惠嬪宮)에 살고 있습니다.”


혜빈양씨는 아바마마의 후궁으로 현덕왕후 권 씨가 세자를 낳고 산욕열로 죽은 후에 세자와 경혜공주의 유모를 자처하며 보살폈으며 후에 비구니가 되었는데 전하께서 각별히 예우하여 집을 지어주었다.


“궁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어떤 뜻으로 내게 말하는 겁니까?”


“전하께서 병환이 깊으시다 들었습니다. 어리신 세자를 지켜줄 어른이 없어 사심 없이 보호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사심이 없다 하였습니까? 그러면 혜빈궁으로 돌아가십시오. 혜빈께서 궁으로 돌아오시면 분명히 잡음이 생깁니다.”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세자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만 해주십시오.”


“내명부와 궁중의 살림살이를 주장하시지 않으실 겁니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혜빈 양 씨는 잠깐 나가주십시오. 금성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혜빈 양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나는 금성대군과 마주했다.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건가?”


“세자께서 혜빈 양씨를 따르고 의지하시기에 곁에서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형님을 찾아왔습니다.”


“조선 법도에 이 상황이 맞는가?”


“선왕의 후궁은 자수궁에서 거처하는 법이 관례일세. 왜 그러는지 아는가? 우리 대군과 같은 뜻일세. 절대로 정치에 참여시키지 않기 위함이네.”


“··이 사람이 생각이 짧았습니다.”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금성대군을 보며 나는 숨을 내쉬었다.


“내 뜻이 어떤지 전달된 것 같으니, 자네도 그만 물러가게.”


“알겠습니다. 형님.”


금성대군이 밖으로 나가며 예를 보이고는 물러갔다.


혜빈 양씨가 궁에 들어와서 본인의 궁의 어른으로 내명부와 살림을 도맡아서 했지만, 수양은 그것을 두고 볼 수 없어. 후궁인 귀인 홍씨를 정1품 빈(嬪)으로 높였다. 숙빈(肅嬪)이 되어서 대신하게 되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혜빈 양씨의 목숨이 아니었다.


역사를 알고 있는 내가 귀인 홍씨가 숙빈이 되는 것은 막아줄 수 있지만 세자께서 혜빈 양씨를 의지하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내일은 형님전하를 뵙고, 집현전을 가볼 생각이었다.


내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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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고명 사은사. 10 +3 24.09.12 805 32 13쪽
36 고명 사은사. 9 +2 24.09.11 846 35 13쪽
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56 30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93 38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87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944 35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1,007 33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1,022 36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66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200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135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101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94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52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87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143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98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216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224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51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78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71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7 24.08.13 1,587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622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825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61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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