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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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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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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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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의 통수의 통수 2

DUMMY

줄빠따.

보통 윗사람이 아랫놈 엎드리게 해 놓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경우 휘둘러지는 것은 빠따가 아니라 서슬 퍼런 검이다. 그것도 마나가 줄줄이 뿜어져 나오는.

하지만 그걸 야구 배트처럼 휘두르고, 그럴 때마다 비명과 함께 뭔가 덩어리들이 저 멀리 휙! 날아간다면 빠따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아!”

“끄아아! 아악!”

“내, 내 팔! 컥!”

사방에 피와 잘려나간 내장. 그리고 사람의 사지가 난무한다.

잔인하다. 분명 잔인한 현장이며 광경이다.

하지만 날 죽이러 온 놈들이며, 이놈들 전부 살인자에 범죄자들이라면 굳이 자비를 선택할 방법이 있을까?

전기 의자 같은건 없다. 약물 주사는 당연히 없다. 무기는 냉병기고 냉병기는 원래 잔인한 법이다.

이놈들에게는 이게 당연한 결말이다.

이건 법칙이자 규칙이다. 이런 세계에서 어깨를 넓히고 무리 지어 다니는 험상궂은 놈들은 항상 이런 결말을 맞이한다.

키 크고 잘생긴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한국식 느와르 영화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곱상하니 잘생겼고, 저런 애들은 뭐. 주먹질 뒤돌아 차기에 공중에서 역회전 3바퀴 돌고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박스위에 떨어지는 게 일이다.

물론 지금은 몸도 떨어지고 목숨도 떨어지고 있지만.

그렇게 몇분 안되는 시간에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됐다. 빠따처럼 마구잡이로 휘둘러진 검은 닿는 모든 걸 갈라버렸고 용병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부 죽인 건 아니다.

“제, 제발. 제발 살려, 살려 주십시오!”

“죄, 죄송, 합니 크흡! 죄송 합니다아!”

“사, 사, 살려만 주시면 다, 다 말하겠습니다.”

그래. 이게 이놈들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피 한방울 안 묻은 검을 휙, 멋들어지게 한바퀴 돌리고, 그 검을 원래 주인인 기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저놈들 일렬로 꿇려 놔.”

“예, 예?”

“못 들었나? 일렬로 꿇려 놓으라고. 직접 심문할테니까.”

“예!”

기사의 우렁찬 대답. 일렬로 무릎 꿇리는 놈들.

그리고 심문을 시작한다.



***



“너 말고도 말할 사람은 많아. 누가 이런 짓을 시켰지?”

“바, 바트라는 자, 이, 입니다.”

“바트가 누구야. 어디서 뭐 하는 놈이야?”

“요, 용병인데, 저는 그 부하···.”

“그래서 바트는?”

“주, 죽었··· 습니다.”

“죽다니?”

“저, 저 위에서···.”

아무래도 바트는 내가 죽인 모양이다. 그러니 다음 용병에게 묻는다.

“너는 누가 시켜서 여기 왔지?”

“래, 래리가 시켰습니다. 도, 돈을 준다면서···.”

“래리는 어디서 뭐 하는 놈인데?”

“그, 그냥 저기 길거리에 상, 상인입니다.”

“상인?”

“예, 예.”

바트에 래리. 누가 들어도 비중 없는 놈들.

심지어 면접관 스킬로 살펴도 정말 별거 없는 것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놈들 전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붉은 랜턴 길드. 전부 같은 소속.

애초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바보짓이었다.

“이놈들 처리해. 막사도 좀 치워 놓고.”

“옛!”

기사들에게 명령하자 빠릿한 자세로 답한다. 그 전까지는 답은 해도 사무적이었으나 지금은 군기가 바짝 든 게 같은 기사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나가 솟구쳐 나와 용병들을 도륙하던 걸 본다면 누구라도.

“그럼 이제 어쩔까···.”

일단 셀턴의 작전은 실패했다. 어딜 갔는지 모르지만, 지금쯤이면 그 마족에게 자길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거나, 혹은 그냥 어딘가로 도망가 평생을 조용히 살거나.

후자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마족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정말 마족이 찾아온다면 그때에는 기꺼이 처리한다.

라티스. 그 마족년의 능력은 알고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기억한다.

허리춤의 단검을 툭, 친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년 둘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



셀턴은 일이 실패함을 인지함과 동시에 일단 술을 병째 들이켰다.

“이런 멍청한 것들 같으니.”

후문에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은 죄다 도망쳐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도망친 놈들이 저택 계획이 실패했음을 알려주었다는 것.

하지만 아직이다.

그 용병들을 잡아다 심문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다. 그놈들을 심문하고 고문하고 죽여도 셀턴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연관점이라고는 없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의심을 사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심은 의심일 뿐이야. 애초에 서로 신뢰하는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분명 그렇다. 애초부터 서로 믿는 사이도 아니었다.

여기서 술을 내려둔다. 더 마셔서 취한 모습을 보여 좋아질게 없으니까.

그리고 셀턴은 세수를 한번 한 뒤, 코를 풀고 침까지 탁, 뱉어낸 뒤 밖으로 나갔다.

스스로 준비는 마쳤다. 지금 벌어진 일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얼마든지 발뺌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게다가 여기 팔칸의 병사들이 변호해줄 것이다.

하지만 레이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미 조치했다. 생각 없이 술을 마신게 아니라 이미 다음 대비를 해 놓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마신 것이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확실한 방법. 이 방법으로 실패한 적은 없다.

암살자.

어둠 속삭임 암살단.

그리고 그 암살단 최고 실력자를 고용했다. 루멘 해방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재미를 많이 봤던 그 암살자다.

껄끄러운 귀족을 처리했고 방해되는 경쟁자를 치워버렸다.

실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다만 눈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다는 게 흠인데 지금 상황이면 웃돈을 얹어 줘서라도 고용해야 하며 실제로 웃돈을 쥐여주고 고용을 했다.

내일이다. 내일 레이튼, 그놈은 죽는다.

그놈이 죽어서 잘려나간 목이 오면, 그 목을 보면서 기꺼이 술을 한잔 따를 것이다.

이제 병사들과 함께 그 염병할 귀족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모습을 안 드러내면 오히려 더 의심할 테니까.



***



성과가 없다.

디아나와 카리스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족을 찾았다. 지저분한 도시는 온 사방이 범죄였고 그 수상한 곳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성과는 없다. 가렸다지만 외지인에 여성인 디아나는 뭐 좀 하려고 하면 시비에 걸렸으니까.

게다가 도시의 규모.

겨우 도시 하나가 아니다. 무려 도시 하나다. 두명이서 찾는 게 보통 범죄자도 아니고 마족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디아나는 카리스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카리스에게 있어 이 도시는 제집 안마당처럼 골목 골목과 지하실을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디아나 보다는 많이 알았다.

이 지저분한 도시에서 카리스는 유명인사였다. 암살자로써 이름을 날렸고 그 비싼 값에도 손님들이 많았다.

엘프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외에는 이미 여러 의미로 유명하다.

카리스는 여기서 사람을 죽이고 비싸게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동족들. 엘프 노예들을 구해냈으며 그렇게 수십년을 여기서 살았다.

게다가 카리스는 여기에 자기 길드도 있었다.

어둠 속삭임 암살단.

어둠 속삭임 암살단은 원래 엘프들의 무력 집단이었다. 그러나 적이라 해도 밤중에 동족의 목을 그어버리는 짓이 고운 시선을 받을 리 없다.

전쟁 때문에 만들어졌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러니하게도 암살단은 추방당했다.

숲에서의 추방. 그것은 쫓아낸다는 간단한 의미가 아니다.

죽음이다. 죽음을 뜻한다. 장로회의 추방이 결정되자 어둠 속삭임 암살단은 그 장로들을 죽였고 그 과정에서 단원들이 전부 죽었다.

유일하게 한 명. 카리스를 제외하고는.

그 뒤로 카리스는 여기 인간들의 땅에서 살았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잡혀 온 엘프들을 구해주며, 새로운 암살단을 만들었다.

어둠 속삭임 암살단. 이름은 같지만, 구성원은 다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밤이 지나고 늦은 새벽이 찾아온다. 지금 시간은 술주정뱅이 취객이라도 잠들었을 시간이다.

아무 성과 없이 카리스는 오늘의 일을 끝냈고 디아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도착한 곳은 바로 그 어둠 속삭임 암살단의 아지트.

그리고 맞이해주는 것은 미녀들이다.

이들 모두 엘프였다. 하지만 카리스와는 달리 머리카락 옆으로 길게 뻗어나온 귀가 보이지 않는다.

엘프 노예는 귀를 자른다. 여기 있는 엘프 모두가 귀가 잘렸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잘린 귀 덕분에 그저 이쁜 인간 여성으로 보이게 되었으니 오히려 여기서 은밀하게 사는데에는 더 불편함이 없었다.

엘프들은 카리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디아나에게는 그리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카리스의 손님인 걸 알기에 살기를 보이지는 않지만 불편하다는 티를 팍, 팍, 내고 있다.

디아나는 거기에 뭐라 기분이 나쁘다고 말도 못 하고 그저 멋쩍게 웃어야만 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카리스를 포함해서 무려 5명의 엘프. 5라는 숫자는 크지 않지만, 인간 5명과 엘프 5명은 분명 다른 숫자다.

엘프는 그만큼 보기 힘들다.

하지만 보기 힘들다고 신기하다는 눈으로 구경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여기서 머물렀던 첫날에는 그렇게 보다가 주의를 당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디아나는 카리스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그럼, 먼저 들어가 쉬겠습니다.”

디아나는 슬쩍,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디아나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생글생글하던 엘프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카리스님. 의뢰가 들어 왔습니다.”

“이제 너희끼리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카리스님에게 들어온 의뢰입니다. 엄청난 보수를 약속했고, 이 정도 돈이면 그간 모은 돈까지 다 합쳐서 한 명 더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일들 외에 지금 구해내는 엘프들은 전부 제국의 수도에서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의뢰를 맡으면 한 명 더 구할 수 있다.

사실 의뢰는 받을 필요 없다. 만약 필요하다면 공주에게 말하면 된다. 일리안 공주는 기꺼이 그 돈을 내주었으므로.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그 의뢰서를 받아 보았다.

의뢰자의 이름은 존. 흔해빠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거금을 주고 이 흔한 이름으로 의뢰를 해 온다면 하나뿐이다.

암살 의뢰를 하는 뒤가 구린 자들은 많다.

하지만 눈 튀어나올 정도로 막대한 돈을 주고 의뢰를 하는 뒤가 구린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암살 의뢰를 할 때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쪽도 바보는 아니라 의뢰를 하는 자가 누구인지 뒤를 캐보는 것 정도는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방어 기제다.

그리고 그 손님들이란 대표적으로 제국의 클라우드 펜드벨 공작이라거나 황금 조약돌 상회. 혹은 순환의 고리라 불리는 흑마법사들.

이 경우에는 황금 조약돌 상회의 셀턴이라는 자다.

그럼 이제 셀턴이 누굴 죽여달라는 건지 확인한다. 의뢰서의 아래. 거기에 대상의 이름이 적혀 있다.

눈을 내린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이름을 보자마자, 카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리텐의 발렌할 가문. 레이튼 발렌할]


암살 대상.

바로 그녀 역시 아는 남자의 이름.

첫 패배를 안겨주었으며, 동시에 자신의 알몸을 본 것도 모자라 신나게 주무르던 바로 그 남자.

제국의 공주에게 소개시켜주고, 지금 여기에 오게 된 이유인 바로 그 남자.

“···.”

카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조금 떨었다.

그다음 의뢰서를 품에 넣고 말했다.

“처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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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지름길 2 +9 20.08.02 18,651 496 13쪽
28 지름길 1 +20 20.07.31 20,709 510 15쪽
27 가짜 전쟁 6 +49 20.07.29 19,928 59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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