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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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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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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목줄 5

DUMMY

붉은 조명이 켜진 방.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 소리.

기름진 음식의 냄새. 피어오르는 향수와 그 속에 섞인 헤픈 웃음.

그리고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한 하얀 옷의 노인.

“지금 이것도 꽤 많아. 여기서 더 필요하다는 건가?”

대신관 로마노. 그는 널찍한 소파에 편하게 앉아 한 손에는 반짝거리는 유리잔에 담긴 갈색의 술을. 남은 한쪽으로는 여성의 허벅지를 주물럭대고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은 셀턴이 말했다.

“제가 슬쩍 알아보니 제국은 아무래도 작정하고 신전을 짓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지어지는 것만 다섯 개. 그런데 제가 듣기로 그 다섯 개는 전부 드래곤을 추앙하는 신전입니다. 심지어 규모도 만만치 않으니 성물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그걸 만드는 것도 고역이야.”

대신관은 술을 홀짝였다.

성물이라고 뭐,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내려오는 신화 속의 귀하디귀한 물건이 아니다.

물론 대신전 깊숙한 곳에 있는 성물 보관소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귀한 성물들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성물이란 신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물건이다.

반 영구적으로 신성력을 뿜어내게 만드는 것으로 어떤 물건이든 상관은 없지만, 보통은 보석이나 금속류를 성물로 만든다.

다만 이런 성물을 만들려면 신관 여럿이 며칠 동안 달라붙어 끊임없이 신성력을 주입해야 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신성력을 퍼부은 신관은 거진 몇 주는 요양을 해야 하니 더더욱.

“하지만 그만큼 값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만들기 힘든 만큼 가격도 비싸다. 그런 성물을 셀턴은 정신없이 사들이고 있고 교단은 그간 모아둔 성물들을 팔아 치우는 중이다.

교단은 돈이 필요했다. 무너진 대신전을 다시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앞으로 제국과의 관계와 새로 지어질 신전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번 거래는 돈이 필요하다는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성물은 분명 비싸게 팔리고 있었으니까.

동시에, 대신관은 그 성물을 팔아 남은 이익 중 일부를 자신이 가져가고 있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언제든, 어느 때든 돈이란 있으면 좋다.

“그러고 보니 약속한 그건 어떻게 됐나?”

대신관의 말에 셀턴은 옆의 여자들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곧 여자들이 나갔고 셀턴은 그 약속에 대해 답해주었다.

“엘프들이라면 아직 준비 중입니다.”

“아직도?”

“예. 최근에 무쇠 바위 길드가 날아가면서 용병들이 많이 위축되서 말입니다.”

“용병들하고 엘프가 무슨 상관인가?”

“노예상들이 보통 용병들과 거래하며 엘프를 사고팝니다. 문제는 그 용병들이 좀, 그런 일에서 눈을 돌려서 말입니다.”

“그것들이 일도 가려서 하나?”

“사실 노예 매매가 돈이 되고 엘프 노예는 아시다시피 엄청난 가격에 거래됩니다. 하지만 용병들 자체가 지금 위축된 상태라 꽤 힘듭니다. 게다가···.”

“게다가?”

“최근에 엘프 노예를 사들이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돈이 어디서 나는지 기존에 풀린걸 거의 쓸어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허.”

대신관은 어이가 없어 헛숨을 내뱉었다.

엘프 노예가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다. 대신관이라는 신분으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게 엘프 노예다.

사실 돈이 있어도 못산다. 권력이 있어도 못 산다. 그만큼 비싸고 그만큼 귀하다.

신품 엘프 노예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이고 사실 찾기도 어렵다. 그나마 이렇게 인맥을 통해 하나 구해보고자 하는 건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그런데 누가 그 엘프 노예를 죄다 사들인다니?

“무슨, 황제가 엘프 노예라도 사들이는 건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럼 대체 누가? 일국의 왕이라도 엘프 노예는 하나 구해보기도 어려울 텐데.”

“그래서 문젭니다.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돈을 퍼다 주는 고객이라 꽤나 정중히 모시고 있기는 합니다만, 뒤로는 대체 누구인지 알아보려 노력중이죠.”

“누군지 알아냈나?”

“어렵습니다. 미행도 해보고 차려입은 옷으로 유추도 해보고 자리도 한번 만들어 보려고도 했지만 안되더군요. 유일하게 젊은 여자라는 사실 빼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자?”

“예. 여자라는 것 빼고는 모릅니다. 뭐, 아주 부유한 여성 귀족 중 누구일까 유추해 봤지만 역시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여자에 부유하다면 일리안 공주 아닌가?”

최근 들어 자신의 입지. 아니 입지가 아니라 그냥 황제인 일리안이라면 엘프들을 사들일 재력과 권력이 충분하다.

인간이라는 종족으로만 보면 일리안보다 더 위는 없을 테니까.

“아닙니다.”

그러나 셀턴은 고개를 저으며 확신하듯 말했다.

물론 그 손님이 궁금하지만 일리안 공주는 아니다.

황실에서 엘프를 사들인다면 이렇게 돈을 써가며 사들일 리가 없다. 그냥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내 노예상을 뒤집어엎으면 돈 한 푼 안들이고 구할 텐데 뭣 하러 그 막대한 돈을 쓴단 말인가.

“끄응. 그럼 언제쯤 되겠나.”

대신관이 다시 묻자 셀턴은 턱을 만지며 말했다.

“으, 음··· 솔직히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시장에 나오는 것도 없고···.”

“아쉽구만. 그럼 하는 수 없지.”

없는 물건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무뢰한은 아니다. 하는 수 없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셀턴은 대신관이랍시고 눈 앞에 앉은 이 탐욕스러운 자에게 엘프 노예 같은 걸 내줄 생각이 없었다.

엘프 노예가 귀하거나 엘프를 아껴서가 아니다.

최근 제국의 움직임이 굉장히 묘하다.

드래곤이라거나 그 드래곤을 모시는 신전을 짓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종족에 관한 태도가 좀 변했다.

전 황제는 이종족이 차지한 땅을 우리 인간들이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이종족에 적대적인 자세다.

그 결과 엘프 노예는 일단은 불법이긴 해도 어느 정도 묵인하에 돌아가는 사업이었다. 애초에 그 엘프 노예는 높으신 귀족들이 찾던 거였으니 더더욱.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종족의 땅을 인간이 차지하자는 말은 사라졌다. 대신 조용히 들리는 말은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 엘프의 도움도 받자는 말.

물론 확정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뜬소문이라 치부하기도 힘든 것이 이 말을 황금 조약돌 상회의 간부 중 하나인 길버트가 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게에 찾아오는 젊은 귀족 손님 중 몇이 그런 말을 했다고.

그와 동시에 정체불명의 여자가 엘프 노예를 죄다 사들이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황실과 연관돼 있을 거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셀턴은 이런 시기에 황실의 심기를 거스르는 미친 짓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설령 엘프와 황실이 아무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굳이 위험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할 일이 산더미다. 정신 빠진 늙은이의 되도 않는 부탁 따위는 들어줄 시간이 없다.

“엘프 아니어도 여자는 많지 않습니까.”

셀턴은 너스레를 떨었고 대신관은 다시 술을 마시며 말했다.

“그럼 그 여자들 좀 다시 불러주게.”

대신관의 말에 셀턴은 이렇게 생각했다.

‘세울 것도 없는 놈이.’

물론 겉은 다르다.

“잠깐. 여자들을 부르기 전에 하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뭔가?”

“마족에 관한 겁니다.”

“마족?”

“예.”

“마족이라··· 말해보게.”

아무리 지저분한 놈이라도 그래도 대신관이라고 마족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풀린 얼굴이 좀 근엄하게 바뀐다. 그 모습에서 셀턴은 조금 자신감을 얻어 말했다.

“혹시 마족이 나타나면,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여기 제국에 마족이 나타나면 그런 건 어떻게 잡습니까?”

“제국에?”

“예. 그러니까 룬하임에서 멀리 떨어진, 제국이 아니더라도 먼 거리에 나타나면 말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심문관들을 파견하지.”

“심문관?”

“성녀 아래에 있는 자들인데, 그들이 마족을 사냥하네. 어떤 자들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성전 기사단과 더불어 룬하임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지.”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그들이 실패할 가능성은?”

“실패하면, 글쎄 실패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네.”

대신관은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라도··· 후속 조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들마저 실패하면 그때는 군대를 파견할 테지.”

군대를 파견한다. 확실히 룬하임과 교단이 부패는 했을지언정 이것만큼은 일처리를 확실히 하는 모양이었다.

“헌데 그런걸 왜 묻나?”

그리고 대신관의 질문에 셀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자, 그럼 이제 여자들을 불러오죠.”

“싱겁긴. 얼른 부르게.”

“예.”

다시 손짓하자 여자들이 들어온다. 곧, 여자들에 파묻힌 대신관을 바라보며 셀턴은 술을 마시며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지금 이 자리가 끝나고 나면 더 중요한 약속 자리가 잡혀있다. 저런 늙은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



“이제 오나.”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아마 방금 전까지 그 대신관이라는 작자에게 술과 여자를 제공했음이 분명한 셀턴을 향해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대신관의 소재는 이미 파악되고 있다. 대사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셀턴.

약속 시간에 늦은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먼저 왔을 뿐이고 셀턴 역시 약속 시간보다는 더 빨리 왔다.

“거기 앉아.”

“예.”

재빨리 자리에 앉는 셀턴. 그리고 내가 빤히 바라보자 무언의 압박을 느낀건지 커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 그래서 오늘 제가 레이튼님을 초청한 이유는···.”

“일이 바쁘니 빨리 말해 봐.”

턱짓으로 종용한다. 그러자 셀턴은 물도 한 모금 못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위험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듯싶습니다. 그러니까··· 제보할게 있어섭니다.”

“제보?”

“예.”

그리고 셀턴은 마른침을 삼켰다.

강심장인 그다. 하지만 이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와도 같아서 까딱 잘못해 헛디디면 그걸로 끝이다.

실실 웃으며 다시 줄 위로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뿐이다.

귀족이 귀족을 움직이는 건 쉽다. 파벌의 힘을 빌리던가 친분을 이용하던가 선물을 주고 넌지시 부탁을 하던가.

하지만 평민이 귀족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편의를 좀 봐주십시오, 눈감아 주십시오. 정도는 모를까 군대를 움직여 주십시오,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귀족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그리고 평민에게 귀족과 군대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이게 유일하다.

“루멘 해방군의 잔당들이 팔칸에 숨어들어와 있었습니다.”

셀턴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 다음, 자신을 변호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물론, 아시는 것처럼 황금 조약돌 상회는 그자들에게 자금을 대줬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닙니다. 그들은 이제 반역자일 뿐이죠. 저는 상인이고 어느 땅에서 장사해서 푼돈이라도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흐음. 계속해봐.”

“예. 그래서··· 팔칸에 루멘 해방군의 일부가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놔둬서 좋을 것도 없으니 빨리 잡아들여야 할 듯싶습니다.”

“내가 알기로 팔칸에도 제국의 병사들이 주둔 중일 거로 아는데. 그들에게 말하지 않고?”

“그건···.”

“아니, 됐어. 팔칸에 주둔중인 제국 병사들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으니. 이건 괜한 말이었군.”

이 말에 셀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셀턴의 생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팔칸에 마족이 있다. 셀턴은 그 마족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하고 싶었다.

죽이건. 살려서 노예처럼 바닥을 기게 만들건.

가급적이면 살려두고 싶다. 사지를 결박한 뒤에 그 몸을 마음껏 쑤셔주고 싶다는 욕망이 해일처럼 밀려들었으므로.

어쨌든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을 썼다. 자신은 제국의 시민이다. 그러니 제국 시민으로써 제보를 한 것이다.

팔칸에 빌어먹을 마족이 있다고 제보하지 않았다. 대신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다.

‘루멘 해방군을 팔아넘기고, 저놈이 기사를 끌고 갔다가 그 마족놈에게 썰려 죽길 기대해야겠지. 네놈이 마족에게 죽고 나면 제국은 난리가 날 테고 그때 교단에서 그 마족을 처리할 거야. 나는 그동안 성물을 모아둔 방에 안전하게 있으면 돼.’

혹, 일이 꼬여 이 레이튼이라는 놈이 팔칸에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을 방해하는 놈이 있다고 마족에게 읍소해 처리할 수도 있으니까.

위험하지만 어려운 계획은 아니다.

셀턴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함께 상회를 운영하는 길버트나 올리버도 그저 같이 일하는 동업자일 뿐이다.

그러니 눈 앞의 레이튼이라는 놈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빼먹을 거 빼 먹고 자길 단두대로 보낼 수도 있는 잔인한 놈이다.

마찬가지로 팔칸에서 여자들 끼고 뒹구는 그 마족년은 어떤가.

믿을 수 없다. 제정신 박힌 놈이라면 마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루멘 해방군을 팔아 이 레이튼이라는 놈을 불러낸다. 레이튼이라는 놈의 지난 행적을 보면 자기가 직접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제국의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루멘 해방군을 죽이지 않던가. 그 정도면 뭔가 원한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팔칸에 가면 놈은 루멘 해방군을 찾아 팔칸을 뒤적거리다 그 마족을 조우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뒀다. 아직 남은 루멘 해방군이 팔칸에 들어와 몸을 숨긴 것은 사실이며 셀턴은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아래를 시켜 루멘 해방군을 마족이 있는 건물에 용병처럼 고용해 두었으니까.

루멘 해방군이 고용된 저택의 안주인처럼 있는 마족.

무기가 꺼내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며 마족은 제국 기사들과 이 레이튼이라는 자를 도륙낼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제국은 마족을 처리하기 위해, 든든한 우방인 교단에 도움을 청한다.

대신관은 마족 사냥에 특화된 심문관이라는 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 일이 진행되는 동안 셀턴은 모아둔 성물을 끼고 지낼 생각이었다.

‘만약 그 마족년이 사로잡히면, 대신관에게 말해 엘프를 빌미로 마족년을 결박해 빼돌려 봐야겠어. 어디, 온종일 박혀서 앙, 앙, 거리면서도 웃을수 있는지 보자고.’

음습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물론 결점 하나 없는 계획은 아니다. 충분히 위험하다. 레이튼, 이 애송이 놈이 팔칸에 안갈수도 있고 어쩌면 마족이 도망칠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이쪽이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 그 이후의 일도 충분히 생각해 두었다.

그러니 필요한 일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루멘 해방군이라.”

그리고 나는 셀턴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이지?’

이 타이밍에 루멘 해방군을 고발한다.

물론 못할건 없다. 셀턴 입장에서 루멘 해방군을 찾으면 이렇게 제보함으로써 나는 결백하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뭔가 다르다는 게 확, 느껴진다.

‘마족인가?’

무엇보다도 이거. 이 셀턴이라는 놈이 마족 아래에서 일하는 놈이라는 것.

자. 마족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소설 후반부쯤 가면 마족 여주인공도 나오니까.

올바른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마족은 여기 대륙의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적 대우. 거진 100년 전의 흑인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인종 차별. 아니 이 경우는 종족 차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물론 마족이 패악질을 안부린건 아니다. 전쟁도 일으키고 쳐들어오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니까.

그러니 그렇게 욕을 먹어도 싸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너무 과하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있다.

마족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물론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끔찍한 괴물이지만 원래 인간이란 종족은 야생에 던져두면 약하디 약하며 자기보다 좀 쌔거나 조금 다르다 치면 일단 괴물로 모는 경향이 있다.

마족이라는 것도 결국은 저기 검은 대지에 사는 한 종족이다. 엘프와 다를 바 없는.

‘팔칸이라.’

라티스라는 마족이 셀턴을 수하로 두고 뭘 노리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사로잡아야 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개판이 된건지 알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족을 잡아 심문하는 거다.

마족이 팔칸에 있을 가능성은?

높다. 라티스라는 그 마족년이 내가 아는대로의 그 마족이 맞다면 분명 팔칸에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쯤 창녀들을 끼고 뒹굴고 있을지도.

잠깐의 생각을 거쳐 다시 셀턴을 바라본다.

“내가 처리하지.”

“아, 정말 감사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오는 대답. 하지만 원하는 대로 해줄 필요는 없다.

“마침 잘됐군. 자네가 결백하다는 걸 입증할 기회니까.”

“예?”

“팔칸의 그 역적놈들을 처리할 때 길 안내를 부탁하지. 팔칸에는 처음 가보니까. 또··· 루멘 해방군 그놈들을 잡으면 자네가 올가미를 걸고 목매달수 있게끔 해주지.”

“예? 어···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아니, 아니, 사양하지 말게. 제국의 1등 시민으로써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길게 끌 것도 없지. 내일. 아니 모레에 바로 병사들을 모아 팔칸으로 가자고. 자네도 준비하게 나랑 함께 가야 하니.”

선언하듯 튀어나오는 한마디에 셀턴의 눈이 순간 지진을 만난 것처럼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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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목줄 1 +11 20.09.02 16,695 40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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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신성. 그리고 인성 2 +13 20.08.24 17,163 426 11쪽
42 신성, 그리고 인성 1 +17 20.08.22 17,985 442 12쪽
41 드래곤 일지도 모른다 2 +27 20.08.19 17,826 492 13쪽
40 드래곤 일지도 모른다 1 +17 20.08.17 17,543 506 15쪽
39 두 공작 6 +11 20.08.15 17,275 448 12쪽
38 두 공작 5 +19 20.08.13 16,961 457 12쪽
37 두 공작 4 +7 20.08.12 17,152 444 13쪽
36 두 공작 3 +17 20.08.11 17,585 46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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