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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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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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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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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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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지름길 3

DUMMY

레이튼을 만나고 방으로 돌아온 일리안은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곧 불이 꺼지고 주무시라는 말과 함께 하녀들이 나간다.

피곤하다. 눕자마자 눈이 절로 감긴다.

하지만 쉬이 잠들지는 못했다.

‘일렌이 마족이라···.’

그녀 스스로는 그럴 리 없다 생각했다.

일렌은 태어나서 황성에서 자라왔다. 무장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쉴 틈 없이 지키고 있으며 마법사들이 마법을 이용해 몇 겹의 보호막을 전개하고 상공까지도 지키고 있거늘 무슨 수로 마족이 침투해 일렌의 몸을 차지한단 말인가.

물론 황성에서만 산 건 아니다. 밖에 나간 적도 있다.

하지만 나갈 때 역시 기사들을 호위로 대동하고 나갔으니 사실상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혹시?

설마?

아니 그럴리가.

그래도 혹시?

무수히 많은 설마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렌이 마족이라면, 다음 황제는 내가 되겠지.’

그리고 스스로 놀라버렸다.

설마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그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마족일리는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이를 더 먹고 이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에도 그저 혈육이라는 이유로 마냥 보듬어줄 수 있을까?

황제의 자리가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기에, 마음 깊은 곳 한구석에서는 분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추한 그런 생각이.

그러다가 눈이 감겼다. 절대 편한 얼굴은 아니다. 조금 인상을 쓴 얼굴로 뒤척이며 잠들었다.

하지만 결코, 편하게 잠들 수 없었다.

“으, 으···.”

신음이 흘러나온다. 몸을 뒤척인다.

“헉?”

그러다가 외마디 비명과 깬다.

벌써 아침이다. 방금 잠든 거 같은데 창밖으로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하지만 그 햇살과는 정반대의, 축축한 몸이 느껴진다.

온몸이 땀이다. 끈적하고 불쾌하다. 얼마나 땀을 흘린건지 네글리제의 등 부분이 전부 다 젖을 정도였다.

이마를 짚는다. 그리고 일리안은, 어젯밤의 꿈을 떠올렸다.

악몽. 끔찍한 악몽.

그 내용이 마치 방금 눈으로 본 것처럼 생생하다.

황제가 된 일렌. 하지만 일렌은 마족이었고 제국 전체가 마족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

제국 전체가 순식간에 황폐해지고 인간들은 신분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줄지어 단두대에 처형당한다.

곧, 죽은 인간들의 자리를 대신해서 마족과 악마들이 들어선다.

비명과 공포만이 가득하고 거기에 찬란한 제국의 영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끔찍한 악몽.

“···.”

일리안은 침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겠지.”



***



라고 말한게 무려 일주일 전이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간 일리안은 아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거의 똑같은 내용의 악몽을 무려 7일간 꿨다.

그야말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으니 눈 밑에 화장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다크서클이 생기고 금실처럼 찰랑거리던 머리도 어쩐지 푸석해진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고 그새 볼이 조금 들어가 야위었다.

일리안은 아 망할 악몽 때문에 마법사를 찾아가고 심지어 신관도 찾아가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악몽은 심리적인 요인입니다. 최근에 피곤하신 것 같으니 마음을 가볍게 가지십시오.”

황성 마법사의 말은 도움이 안 된다.

“불안해하시니 축성을 내려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이건 어떠십니까? 새로 룬하임에서 들여온 건데···.”

신관 역시 도움이 안 된다.

악몽을 고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잠을 못 자니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별거 아닌 일에도 까탈스러워지기 시작하니 하녀들에게 그 스트레스가 발산된다.

그렇게 되니 이제 황제가 나섰다. 팔불출 황제는 일리안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참지 못했고 결국 일리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뭐가 문제인지는 명확하다.

그 염병할 리텐의 역적놈이 한 헛소리 때문이다.

일렌이 마족이라는 헛소리. 그것 때문이다.

결국 황제는 귀족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인지는 알지만, 신관을 불러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지.”

귀족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은 불경하다. 리텐의 역적놈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 등등.

하지만 황제가 누구인가.

“마족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다. 나도 내 아들인 일렌이 마족이 아닌지는 알고 있다. 이것은 일렌에게 그저 신성력으로 몸을 북돋아 주는 일일 뿐이니 더 말들 하지 마라.”

이러니 귀족들도 더는 뭐라 하지 못한다. 괜히 눈 밖에 날수는 없으니까.

황제의 팔 다리인 두 공작들 역시 여기서는 한발 물러섰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일리안이 직접 나섰다. 그녀는 일렌이. 동생이 마족이 아님을 자기 눈으로 확실하게 증명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것이 다소 눈살 찌푸리게 하는 방법일지라도.

그 방법이 시행되었다. 마족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



문이 열린다. 그때와 비슷한 시간에 찾아왔으나 역시 분위기는 다르다.

일리안의 표정은 담담했으나 분명 뭔가 많은 일이 있었다는 초췌한 표정이었다.

“왔어?”

오래된 친구처럼 그녀를 맞아준다. 심지어 의자를 손수 빼 앉는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일리안은 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후우,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쉰 뒤에 말했다.

“그 마족은 처리했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얼굴에 절로 피어나는 미소를 막지 않았다.

일렌 황태자의 몸에 들어간 마족. 그놈을 잡기 위해 해야 할 일들.

이게 거짓은 아닐 것이다. 요 며칠 제국 황성이 떠들썩 한 건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일리안이 말하는 것의 뜻은, 일을 마쳤다는 뜻이 된다.

소설의 내용. 온갖 스토리들.

그걸 죄다 넘겨버렸다.

이게 정답이다.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데 문제 풀이를 뭣 하러 보고 있는가.

이건 주관식 문제가 아니다. 길게 늘어 쓸 필요가 없다. 답이 있는 객관식이고 답을 적기만 하면 동그라미가 쳐진다.

이제 채점 시간이다.

“어떻게 죽였지?”

질문에 일리안은 아랫입술을 잠깐 깨물고는 말했다.

“신관들. 그리고 성물의 힘을 빌렸습니다.”

“더 자세하게.”

그러자 일리안은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그 마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상세히 말했다.

신관들이 성물을 들고 미리 대기하고, 기사들을 준비시키고, 함정처럼 만들어둔 방으로 동생. 아니 그 마족을 유인해 가둔 것.

그 다음 살짝 피를 내서 신성력을 쬔다.

그냥 인간이라면 그저 방이지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죽음의 공간. 마족은 결코 살아 나올 수 없는 최악의 장소.

거기에 마법사들의 온갖 마법이 더해진다.

그렇게 처리했다. 제국에서 온갖 음모를 꾸민 마족의 최후는 그야말로 시시했다.

“완전히 증발했습니다. 몸부림을 치긴 했지만···.”

확인까지.

이걸로 제국의 일은 끝이다.

이제 일리안이 황제가 될 것이다. 원래부터 능력이 있으니까. 사실 그녀가 아니면 황제를 할 사람이 없기도 하다.

“흐음.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다. 게다가 이번 일로 일리안은 그 북쪽 악마. 마족 놈들에 대한 반감도 가질 테니 더더욱 좋다.

아마 여기 좁은 땅에서 인간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리안이 숨을 들이킨 뒤 다시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여기서는 발뺌했다.

“악마 마족 놈들이 수작을 부리는 건 알았지만, 설마 태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

“뭐, 위로를 건네지. 정말 안된 일이야. 하지만 그놈들이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건 알겠지?”

“예.”

“그러니 대비를 해야지. 염병할 마족 악마 놈들이 수작질을 부리고 있으니까. 거기 대비해서 군대를 늘리고, 정비하고,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고.”

“그거야···.”

“그럼 됐어.”

딱, 잘라 말한다.

오직 이걸 위해서였다.

이 뒤부터는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일리안 역시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



리텐의 귀족들이 제국에서 소화해야 할 일정은 사형을 보는 것까지였다.

재판은 어수선하게 끝났지만 사실 결과는 하나였다.

죄수들은 아랫도리만 겨우 가리는 누더기를 걸친 채 굴비처럼 엮여 대로를 걷게 한다. 시민들은 그들에게 일부로 준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다채로운 뭔가를 던져대기 시작했다.

침. 구정물. 썩은 계란. 썩은 토마토. 돌멩이 등등, 이때를 기다려 집에 쌓아두고 있다가 던지는 게 아닌가 싶은 양.

그중에는 던진 돌에 머리를 잘못 맞아 기절하는 죄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죄수를 동정하거나 부축하지 않는다.

쓰러지면 쓰러진 대로 그냥 끌고 간다.

최종 목적지인 광장에는 사람 죽이는 물건치고는 너무나 잘 만든 단두대가 세워져 있었다.

나무와 쇠로 만들었는데 위에서 떨어질 커다란 칼날을 지탱하는 나무는 드래곤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어 제국의 권위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떨어지는 칼날도 굉장히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병사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고 저지선 바깥에 몰려든 시민들은 되는대로 야유하며 소리치고 있다.

마치 축제 같다. 심지어 뭔가 파는 사람도 있었다.

야만스럽다 생각할 수 있지만, 문화라는 것에 야만스럽다는 개념은 없다. 그저 다른 나라를 폄하하는 인간들만 있을 뿐.

저들은 죽어 마땅했고 저들에게 가해질 비난은 정당하다.

시민들 너머, 상석에 준비된 귀족들의 자리에는 리텐의 귀족들이 앉아 있었고 사형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첫 번째로 목이 잘린 것은 프리암 백작이다. 흠씬 두들겨 맞아 강제로 끌려 단두대에 걸쳐졌으며 곧, 섬세하게 조각된 칼날이 쿵! 하고 떨어져 머리를 잘라낸다.

입이 쩍! 벌어지지만 비명도 없었다. 애초에 비명을 지를만한 이빨도. 혀도 없었으니까.

집행자가 그 머리를 들어 모인 시민들에게 보이며 소리친다.

“이게 인간을 배신한 자의 최후다! 누구든 북쪽과 내통한 자는 이렇게 될 것이다! 라인하텐의 정의는 살아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리텐의 귀족들. 죄수들이 줄줄이 단두대에 끌어 올려졌다.

그들 역시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다만 프리암 백작과 다른 것은 입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볼이 부풀 정도로 입안 한가득 들어찬 뜨겁게 덮혀 놓은 헝겊이 침을 바싹 마르게 하고 혀를 쪼그라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명 없이 목이 잘리고 나면 집행자가 머리를 들어 올려 보이며 다시 한 번 소리친다.

그 다음 잘린 머리의 입에서 피로 물든 헝겊을 끄집어낸다. 그 피묻은 헝겊으로 잘린 머리의 눈을 가리고 창대에 매달아 효수해 놓는다.

끔찍하지만 귀족들 보라고 만들어둔 상석에서 나는 그것을 굉장히 흥미로운 방법이라 생각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말을 못 하게 한다.

이내 목이 잘리고 나면 그 입을 벌려 피로 물든 헝겊을 끄집어내는데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것으로 잘린 머리의 눈을 가려 놓으니 자신의 목소리에 눈이 가려져 죽은 어리석은 자의 최후처럼 보이기도 했다.

단두대는 하나였고 죄수는 많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목을 잘라대니 사형식은 1시간 정도만에 끝났으며 이 행사의 마지막은 하늘 높이 올라선 창대와 그 끝에 자리 잡은 머리들 아래에 장작과 주인 잃은 몸뚱이를 놓고 불을 피우는 것으로 끝이 났다.

몸이 불타고 있다. 그러나 통짜 쇠로 만들어진 창은 달궈지기만 할 뿐 타지 않는다.

제국에서의 사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적으로 보였다.

고대 고문 방법들이 잔인한 거야 뭐 당연하다. 사형이야 원래 잔인한 행위이며 저들은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자들.

여기서 슬그머니 뒤를 바라보자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죄수들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일리안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 역시 사형식에 참가했다. 수많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 자리에 앉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죄수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독한년. 하지만 그 정도는 돼야지.’

이건 욕이 아니다. 내 기준에서는 칭찬이다.

그때, 시선을 느낀 것인지 일리안이 고개를 내려 날 바라본다.

눈이 잠깐 마주치자 나는 그냥 슬그머니 웃어 넘겼다. 일리안 역시 무슨 의미인지 슬그머니 웃고 말았다.

‘툭,’

거의 타버린 장작이 떨어져 불씨를 피워올리고 이것으로 사형 역시 끝났다.



***



리텐의 귀족들은 마무리를 시작했다.

시체. 다 타버리고 남은건 머리밖에 없지만, 아무튼 반역자들의 시체를 한군데 모아 나무로 만든 통에 모아 담았다.

이게 관이다. 물론 제대로 된 관은 아니고 그냥 나무로 만든 통일 뿐이다.

이걸 리텐으로 가져가 처리할 것이다. 제대로 묻어줄리는 없으며 당연히 들판이나 산에 뿌려 짐승들과 벌레들의 밥이 되게 할 목적이다.

시체들을 챙기고 제국의 왕과 귀족들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리텐 귀족들의 일정은 끝났다. 이제 돌아가 일의 마무리를 보고하고 엉망이 된 리텐의 상황을 정리해야한다.

다른 리텐의 귀족들이 돌아갈 채비를 하는 시간. 나는 내가 먼저 찾아가 일리안을 만나고 있었다.

리텐의 귀족이라도 정식 작위도 아니다. 그런 내가 일리안을 만날수 있는 것은 지위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일리안으로써도 만나겠다는데 자기보다 아래라고 안 만난다고 할수도 없는 그런 상황.

그렇게 마주하자마자 첫 마디가 이거였다.

“인사를 하러 온 건가요? 반말하고 남의 몸··· 을 막··· 만지··· 커흐음, 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말한다.

“이제 어쩔거죠?”

이건 그거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에 어디론가 떠나는 남주인공을 잡는 여주인공의 모습.

소설의 주인공은 당연히 떠난다. 여기서 머물겠다고 한다면 스토리의 진행이 안 되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다.

“라인하텐에 자리를 하나 만들어 봐.”

얼굴에 철판 깔고 당당히 요구한다.

“···?”

황당하다는 일리안의 얼굴. 그러다가 그녀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혹시 제가 모르는 무슨 일이 또 벌어지는 건가요?”

“무슨 일.”

“쓰레기 같은 마족이 엮인 일들.”

욕까지 섞어가며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났었나 보다.

“뭐, 적어도 이번 일은 끝난 거 같은데.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

“물론 혹시 남아 있는 것들은 나도 몰라. 그런 것까지는 알수 없지.”

“그럼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한 건···.”

“리텐은 별로야. 반면 여기가 좋거든.”

“그 말은?”

“라인하텐에서 살려고.”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같은 태도. 물론 나도 내가 무슨 태도를 보이는지 알고 있다.

그러자 일리안은 좀 당황한 듯 말했다.

“···어, 자리를 만들어 줄까요?”

성격을 보건대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저리 말하는 걸 보면 결국 자기도 좋다는 뜻이다.

“좋지.”

물론 괜히 튕겨보는 짓거리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자면 리텐은 지방이다. 지방에서는 잘 나가봐야 지방. 반면 제국은 서울이다.

뭐든 하려면 수도에서 해야 한다. 넓고 좋은 곳. 벌써 물이 틀리다.

“목숨 구해주고 마족의 정체까지 알려줬으니 사실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닐거야.”

“에? 아··· 뭐, 그렇긴 한데···.”

“그럼 쓸만한 저택하고 하녀들도 좀 넣어 줬으면 좋겠는데. 그 정도야 할 수 있겠지?”

스스로 생각해도 뻔뻔한 요구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나는 귀족이고 귀족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건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귀족가의 자제가 옆 나라 아가씨 만나서 결혼하고 그 옆 나라 가서 사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니까.

내가 제국에 와서 그냥 눌러앉아 살아도 아무 상관 없다.

물론 결혼한 건 아니지만, 명분이야 만들면 그만이다.

“그럼··· 그러죠. 사실 묻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일리안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나는 제국에 남게 되었다.


[레이튼 발렌할은 하녀 한명과 제국에 남아 아직 남은 일을 돕는다]


며칠후에는 일리안의 재량으로 만들어진 이 짤막한 공문이 리텐에 전해졌고 리텐은 여기에 대해 뭔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걸 리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공문 따위 없어도 리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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