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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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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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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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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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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두 공작 1

DUMMY

일리안의 말대로 폰트 하이만 후작은 야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나이 70을 넘은 그는 노인치고는 풍채가 당당한 편이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콧수염과 턱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잘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다.

등은 굽었고 다리를 절었으며 지팡이를 짚고 있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젊어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몸 상태다.

물론 그 고생한 만큼 공로를 인정받아 후작임에도 불구하고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있지만.

그리고 현재. 으리으리하게 차려진 식탁 위에서 그는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식사하며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네가 공주님의 대리다?”

“뭐, 그런 셈입니다.”

“내 알기로 리텐의 발렌할 가문이라 하는데. 맞나?”

“맞습니다.”

“발렌할. 아주 대단한 가문이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옆의 아가씨는?”

“제 하녀죠. 여러 가지로 실력이 좋습니다.”

“···여러 가지라.”

“후작님.”

“뭔가.”

“공주님의 상황은 아실 겁니다. 게다가 슬프게도 리텐 출신인 저에게 대리를 맡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죠.”

“그래. 두 공작이 그렇게 했다지?”

“명목상으로는 보호죠. 일렌 태자가 마족이었으니 공주라도 지키겠다는.”

“그래··· 태자의 일은 충격이었지. 그래서 공주를 지킨다는 것은 이해하겠다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그래서 제가 필요한 겁니다. 후작님의 힘도 필요하죠.”

“나는 여기서 못 나가. 이제는 말을 탈 힘도 없네.”

“놀랍게도 공주님도 그걸 아시더군요.”

가벼운 농담에 후작은 허허 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쿨럭, 하고 마른기침을 한번 한 후에 회한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 늙은이에게 마지막 기회가 온 것 같군. 크흠, 쿨럭.”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침을 하며 말했다.

“렌부르크에서 움직일건가? 그럼 병사들을 좀 내주지. 두 공작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가진 것들이 꽤 되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작은 와인을 한 모금 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이상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네.”

거기에 나는 담담히 말했다.

“공주님의 안목을 믿으시죠. 아무도 후회 안 할 겁니다.”



***



빌어먹을 일이 시작되었다.

제국의 수도 렌부르크. 아주 이른 아침부터 나는 네인과 함께 제국의 수도에서도 꽤 번화한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도착한 곳은 커다란 건물 앞.

무쇠 바위 길드.

제국은 넓다. 넓은 만큼 사람도 많다. 사람이 많은 만큼 상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그러니 용병들도 많다.

용병들의 주 수입은 상인들의 마차 호위다. 그냥 건장한 일반인보다는 그래도 무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도적이나 몬스터로부터 더 마차를 안전하게 지켜주니까.

그러나 그 용병들이 갑자기 도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무기를 든 자들이니까.

하지만 모든 용병들이 도적은 아니며 상인과의 신뢰로 주기적이고 안정된 수입을 벌어들이기 위해, 용병들은 길드를 만들었다.

그중 가장 큰게 바로 여기, 무쇠 바위 길드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쪽에는 거래 중인 상인과 용병들이 많았고 문을 지키는 용병들은 새로 들어오는 손님에게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길드의 창구로 다가가 먼저 온 상인 하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실례하지.”

“이봐.”

상인이 뭐라 그러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창구를 보는 여성에게 말했다.

“이든이 있나?”

“순서를 지키셔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지. 이든이 있나?”

“···그런 이름을 잘 모릅니다.”

“좋아. 모를 수도 있지.”

그때,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악스러운 손이다. 거칠게 살아온 것을 증명하듯 검지 손가락이 반쯤 잘려나간 손.

뒤를 슬쩍 돌아보자 입구를 지키던 용병 중 한명이 있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말이야 친절하지만 억양은 전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의 손을 잡았다.

그다음, 그대로 꺾었다.

‘우지직.’

“아아아아아악!”

손가락이 반대로 돌아간 용병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 그와 동시에 길드의 문이 박살 나며 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기사들과 병사들이다. 하지만 무장은 마치 용병들처럼 움직임을 중시한 가죽 갑옷 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한다! 모조리 잡아들여라! 반항하는 놈이 있다면 팔을 잘라도 좋다!”

던컨의 흉흉한 명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검을 비롯한 창에 철퇴 등등, 정말 용병처럼 다종다양한 무기들이 겨누어진다.

“무기 내려!”

“반항하는 놈은 죽는다!”

거기에 맞춰 무기를 빼 드는 용병들과 탁자 아래로 숨어드는 상인들.

“이놈들!”

“팔을 잘라버려! 다리를 끊어내도 상관없다!”

“죽어라!”

순식간에 피가 튀었다.

용병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하지만 아무리 무장을 아무렇게나 했어도 작정하고 쳐들어온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당해낼 수는 없다.

부상자가 생기고 시체가 생겼다. 본보기를 보이듯 기사 하나가 용병의 머리통을 시원하게 날려 창문을 부숴버리기도 했다.

비명소리. 신음소리. 고함소리.

소란을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 몰려온 시민들을 통제하는 병사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길드를 관리하던 간부 3명이 무릎 꿇려 앞에 놓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 앞에 건물 내에 있는 의자를 아무거나 끌어다 다리를 꼬고 앉은 뒤 물었다.

“이든 발로어.”

이름 하나가 나오자 아주 조금이지만 몸을 떠는 자들이 있다.

동시에 기사들이 조용히 수군거렸다.

이든 발로어라는 이름을 모르는 기사가 없다.

반군의 수괴. 루멘 해방군을 이끄는 머리. 오래전부터 제국 내에서 활동한 골칫덩어리.

제국에서 진행하는 스토리중에는 노예 해방도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것이 바로 라인하텐이 전쟁으로 차지한 나라들이다.

그중 대표적인게 바로 이 루멘 해방군이고 이든 발로어는 루멘 해방군의 대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는 노예를 거느린 제국 귀족들간의 알력 싸움도 있다.

지금 할게 이거다. 물론 노예를 해방시켜서 제국 귀족들과 싸워 이기겠다 는 건 아니다.

“내가 이놈을 찾고 있는데, 너희 중에 이든 발로어가 어디 있는지 아는 놈이 있나?”

질문 그리고 재차 이어지는 질문.

“혹시나 하는데 의리를 지킨답시고 모른다, 따위의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놀라울 정도로 당연한 듯 이어지는 침묵.

뭐 상관없었다. 나는 별 감흥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너희가 아무도 말 안 했으면 좋겠어. 용병들에게도 의리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그도 아니면 망해버린 나라에 대한 충성심일 수도 있을 거고.”

그리고 여기서 나는 이들, 무쇠 바위 길드의 정체를 말했다.

“루멘 해방군. 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이든 발로어가 루멘 해방군의 우두머리다. 무쇠 바위 길드를 만들어 용병으로 위장해 온갖 패악질을 벌이고 있고, 제국법에 따라 그놈은 즉결 처형이 가능해. 누구든 머리만 가져오면 그만인 놈이야.”

여기서 작게 한숨을 내쉬어준다. 그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 중 누가 이든의 위치를 아는지 궁금하군. 그리고 약속하건대, 말하는 놈은 조용히 풀어주지. 오늘 저녁은 가족들과 아무 일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그다음, 가장 왼쪽에 무릎 꿇려 앉혀진 무쇠 바위 길드의 간부를 바라보았다.

“모리슨.”

이름이 불리자 움찔하고 떠는 간부.

그리고 나는 면접관 스킬로 보이는 것들을 한번 읇어 주었다.

“제국 출신이로군. 로당 남작의 병사로 있었고 그 후에 병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용병으로 뛰었고. 병사들이 용병으로 뛰는거야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긴하지. 그러다가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검은 단검 길드를 결성. 그 이후에 무쇠 바위 길드에 들어왔고 지금 현재 여기 간부로 일하는 중이군.”

“···.”

“내가 말했듯, 넌 루멘 출신은 아니야, 그렇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대로 루멘 해방군은 루멘 출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눈앞의 대니얼에게는 루멘 해방군 소속이라는 이력이 없다.

그리고 이제, 옆을 바라보며 방금 한 것을 반복했다.

“존 드빌. 준 귀족이로군. 라드할 기사단 출신이지만 귀족의 영애를 잘못 건드렸다가 쫓겨나고 용병으로 뛰었지. 그 뒤에 여기 무쇠 바위 길드에 들어왔어. 옛 동료 기사들에게 귀족들의 정보를 얻어 길드에 넘겨줬지. 내 말에 틀린 거 있나?”

“저, 저는···.”

“그래, 너도 루멘 출신은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제국 출신이지. 그리고···.”

바로 옆.

“라몬. 루멘 출신. 발롱도 태생인가? 발롱도의 검이라는 용병 길드로 시작해서 지난 전쟁때 나라를 위해 싸웠지.”

그리고 나는 뒤에 있는 거 있는 던컨을 장난스레 툭, 치며 말했다.

“자네가 말해보게. 루멘이 어떻게 망했는지.”

그러자 피 묻은 검을 들고 꼿꼿이 서 있던 던컨이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루멘 왕국은 제국과의 지난 전쟁에서 형편없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어떤 전술이지?”

“루멘의 무능한 귀족들은 강력한 제국의 군대를 상대로 수성을 하지 않고 들판으로 나왔습니다. 국경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그 뒤에는?”

“핵심 전력을 몇 번의 전투로 허무하게 잃은 루멘은 국고를 열어 엄청난 수의 용병들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용병들이 제대로 싸울 리 없었고 이미 돈을 받은 용병들은 루멘을 떠났습니다.”

“그다음은?”

“하지만 용병임에도 나라를 위해 싸운 자들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그래. 이든 발로어가 이끄는 루멘 해방군이지. 루멘의 멍청한 귀족들과 무능한 왕은 전쟁 막바지에 겨우 기사였던 이든에게 후작직을 주고 나라를 지키라 명령했지.”

그다음, 나는 라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루멘 해방군. 아직도 나라를 위해 싸우니 거기에는 칭찬을 보내지. 나는 자네가 배신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이든의 위치를 물어도 모른다고 답하겠지.”

“···.”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말하지 않을 거야. 아무리 고문해도 모른다고 하겠지. 그러니 나는 안 물어볼 거야.”

슬쩍 고개를 드는 라몬. 그때, 그의 눈에 병사들의 손에 끌려오는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

“···.”

라몬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도 다시 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의 아들을 데리고 와 그 아들에게 직접 말했다.

“라반. 이름이 라반 맞니?”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붉게 물든 눈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라반.

그리고 말했다.

“네 아버지는 반역자다. 여기 모든 제국의 기사들이 알고 있지. 그리고 반역자는 재판 없이 곧바로 교수형에 처하며 그 가족들도 교수형에 처하지. 알고 있지? 너도 제국의 시민이니까.”

겁에 질린 라반은 당연히 별말 하지 못한다. 그러자 라몬이 말했다.

“빌어먹을 개자식. 무슨 짓거리···.”

나는 그 말을 곧바로 받아쳤다.

“이건 개 짓거리가 아니야. 이 아이는 자기 아버지가 반역자인지 아닌지 알고 있거든.”

“뭐, 뭐라고?”

“자, 라반. 네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보렴. 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반역자일리가 없으니. 그렇지?”

“흑. 흐읍.”

“얼른. 아버지에게 물어보렴. 아버지에게 이든 발로어의 위치를 아느냐고 물어봐.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이지?”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몰라!”

고함을 치는 라몬. 하지만 이것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네 아들에게 묻고 있어. 그리고 네 아들은 아버지가 역적이 아닐 거라는걸 알고 있고. 역적이 아닌 걸 증명하는 방법은 이든 발로어의 위치를 말하는 거야.”

이제 라반은 거의 울고 있었다.

라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 그만해. 제발···.”

그러나 나는 오히려 짜증을 냈다.

“내가 어려운 질문을 했나? 이든 발로어의 위치를 아느냐고 물어본 게 그리 어려운 질문인가?”

그리고 던컨에게 다시 물었다.

“자네, 이든 발로어의 위치를 아나?”

“모릅니다.”

“봐. 즉답이 나오는군. 알면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모른다고 하면 그만인데 왜 그러지?”

그다음 다시 라반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 아버지에게 물어봐. 이든 발로어의 위치를 아느냐고. 내가 물어보니 영 말을 안 해줘서 그러니.”

“흐윽. 흡.”

“빨리.”

등을 툭, 친다.

그러자 라반은 거기 밀려 한걸음 앞으로 떠밀려 나온 뒤, 주변 기사들과 병사들을 울음기 섞인 눈으로 슬쩍 바라본 뒤 말했다.

“아, 아버지. 이, 이든 발로어의, 위, 위치를 아세, 요?”

그리고 라몬은 죽일듯 나를 노려봤다가 소리쳤다.

“몰라! 모른다고!”

거기에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아니라 아들에게 말해. 모른다고.”

“모른다고 했잖아! 나는 그저 여기를 맡고 있을 뿐이야!”

“좋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 웃어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별로인가 보군.”

가볍게 손짓한다. 그러자 곧바로 여자 하나가 끌려 들어왔다.

“제발, 제발. 이러지 마세요.”

끌려 들어온 것은 라몬의 부인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라몬이 다시 고함을 쳤다.

“모른다고! 나는 아무것도 몰라!”

“여, 여보. 라반?”

그리고 나는 그 부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시장에서 한참 일하던 중에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남편분이 반역을 저지른 거 같소만.”

“예. 예?”

“안타깝지만 반역자는 그 가족도 전부 교수형에 처하지. 하지만 당신과 당신 아들은 제국 출신이야. 여기서 나고 여기서 자랐지. 루멘 근처로는 간적도 없어. 내 말이 맞나?”

“예, 예.”

라몬의 부인과 아들은 제국 출신이다. 놀랍게도 라몬은 제국의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던컨이 굵은 밧줄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태연하게 라몬의 목에 걸었다.

올가미다. 교수형을 할 때 쓰는.

순간 흙빛으로 변하는 부인과 아들. 그리고 나는 밧줄을 당겨 목에 제대로 걸었다.

“네, 네놈··· 이게 제국의 방식이냐! 이 더러운 개자식들!”

나는 그 말을 정정해 주었다.

“아니. 나는 제국 출신이 아니야. 옆의 리텐에서 왔거든. 뭐,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좀 억울해 할 것 같아서.”

“뭐, 뭐라고?”

“그리고 나는 널 안 죽여. 너는 루멘 출신의 반역자. 하지만 저기 네 부인과 아들은 자랑스러운 제국의 1등 시민이다. 황제께 충성하고 제국을 위해 땀 흘려 일하지. 너는 그런 사람들을 속이고 배신했군.”

그다음, 나는 밧줄의 끝을 그 아내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제국의 시민으로 정의를 집행해라. 반역자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 네 남편은 널 속였다. 제국을 팔아넘기려 하고 있지.”

“아, 아···.”

“그래도 나는 자비로운 거야. 광장에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어 목매 달리느니 차라리 여기서 조용히 죽는 게 더 나을 테니.”

바로 그때, 부인이 밧줄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아아악! 제발!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하지만 나는 냉정하다.

“지금 반역자를 두둔하는 건가? 제국의 시민임을 포기하겠다고? 스스로 역적을 자처하다니?”

이어지는 간단한 명령.

“밧줄을 하나 더 가져와. 이 여자도 반역자로군. 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제국의 미래이자 자랑스러운 1등 시민이 더 남아있지.”

라반. 이들의 자식을 바라본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와 동시에 라몬이 억눌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 말하겠다. 말하겠다!”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마, 말하겠다. 이든 발로어는, 지금, 테벤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다.”

“테벤?”

“그래. 거기 있다! 그러니···.”

“좋아.”

목에 건 밧줄을 쉽게 풀어준다. 그리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했으니 오늘 저녁은 가족들과 먹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너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망한 나라를 위해 아내와 자식까지 역적으로 만드는 자가 세상에 어디 있나.”

“···.”

말 없이 가족을 껴 안는 라몬.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나가며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던컨에게 물었다.

“테벤이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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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신성, 그리고 인성 1 +17 20.08.22 17,980 4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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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드래곤 일지도 모른다 1 +17 20.08.17 17,539 50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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