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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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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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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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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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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그리고 인성 1

DUMMY

성왕국 룬하임.

왕국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주변의 험준한 산과 그 아래 협곡에 틀어박힌 조그만 도시 국가다.

하나의 신을 믿는 전형적인 종교 국가로 왕이 아닌 성왕. 귀족들 대신 교단이 나라를 다스린다.

엘린 교단.

엘린을 믿는 자들.

그리고 이 나라와 이 종교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정리 가능하다.

부정부패.

소설의 묘사만 보자면 종교가 어느 정도까지 부패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데 사실상 인신 공양 빼고 전부 다 한다고 볼 수 있다.

관례라 이름 붙여진 뇌물 비리는 기본.

학연이니 지연이니 하는 인맥빨로 나라의 중요 요직을 전부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는 것들. 기본적으로 약초나, 마법사들의 포션 같은 것들은 검증되지 않았고 오직 신성력만이 진짜라고 태연하게 주장한다.

그 신성력으로 사람 치유해주는 것도 더럽게 비싸게 받아 처먹으니 돈이 없으면 치유 받을 수 없으며 돈이 많으면 일부로 적당히 치유해주고 다시 아파서 돌아오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또 돈을 울궈낸다.

물론, 아주 당연하게도 여자도 받는다.

주로 뉴스에서 많이 보는 그 종교.

남의 여자를 손대는 건 예사고 신의 이름으로 수천 수억을 갈취한다거나.

종교에 빠진 여자가 배다른 아이를 임신해 낳고는 친자 DNA검사 결과 다 나왔는데도 “이건 신이 주신 자식. 그건 때려 죽여도 사실이고.” 같은 미친 개소리를 하거나, 신을 믿으면 그냥 신만 믿을 것이지 온 사방 포교 활동을 하고 거짓말로 사람 농락하는 바이러스 같은 그 종교와도 비슷하다.

심지어 면죄부도 비싸게 팔아치우고 있으니 그야말로 미친 마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이 이게 사이비 이단이 아니다.

신이 있으니까.

신성력이 있으니까.

그러므로 한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부패한 교단이 신이 있다고 믿으면서도 그 짓을 하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것들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신이라는 작자는 잘못됐다는 거야.”

달리는 마차 안. 맞은편에 앉은 네인에게 신과 그 답 안나오는 종교. 그리고 어째서 무신론이 좋은지에 대한 일장 연설을 했다.

그러자 한참 동안 잠자코 듣던 네인이 물었다.

“신을 믿으시나요?”

“신?”

“예.”

네인의 말에 나는 뺨을 일그러뜨려 웃으며 말했다.

“신이야 있겠지. 하지만 믿지는 않아.”

“예?”

있는데 믿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신은 있을거야. 그러니 신성력이 있겠지. 다만 제대로 된 신이 룬하임이 마족 소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부패하는 걸 가만히 놔둘까? 상식적으로 말이야.”

“그건···.”

“신은 있겠지. 하지만 무능하고 게을러. 그 결과가 룬하임이지. 내가 신이었으면 어? 저것들 단, 한 놈도 안 살려두고 죄다 뼈와 살을 발라버렸을 거다. 신이 신 노릇을 해야 신이지. 내가 지금 당장 사람 이유 없이 죽여놓고 아이고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신전에 돈 바치겠습니다, 하면 우리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신이 아이고 용서하마~ 이런단 말야? 그게 신이야? 아, 신은 신이지. 병신. 등신. 또··· 뒤가 신으로 끝나는 욕이 뭐가 있지?”

“···.”

“아무튼, 내가 나중에 그 신이라는 년도 따먹을 거야. 그 개년.”

세상에. 신을 모독하는 걸 넘어 신을 강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네인은 자기도 모르게 하늘. 그래 봐야 보이는 건 마차의 천장이지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혹시 벼락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신은 자비로우셔서 그런가 번개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울분을 토해낸 뒤, 나는 달리는 마차 창밖을 보며 룬하임에서 해야할 일들을 생각했다.

소설의 원래 스토리.

성왕국. 룬하임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부패한 종교. 정확하게는 부패한 교단의 윗대가리들을 처단하는 내용이다.

이 시점에서 주인공은 명성이 자자하고, 인성도 좋으며, 쟁쟁한 여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당연히 교단에서도 알아서 나와 맞이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주인공은 자기에게 이런 힘을 준 신인 엘린을 믿는 교단이니 당연히 이들 역시 깨끗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나는 여주인공. 성녀가 말하는 진실은 추악하다.

이 성녀라는 여자는 일리안과 더불어 꽤나 핵심적인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일단 교단의 부패에 근심하고 있으며 주인공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주인공이 목도하게 되는 온갖 개 짓거리들.

돈이 없는 병자를 내쫓는 미친 신관.

알아서 재산을 바치고 자기 딸도 갖다 바치는 미친 부모와 그걸 또 좋다고 넙죽 받아 챙기는 교단 윗대가리들.

뭐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룬하임의 주 스토리는 제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교단을 제대로 잡으려는 성녀와 함께 부패한 교단을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소설의 주인공은 호구중의 개호구.

그냥 깨끗하게 문제가 되는 놈들의 목을 치면 그만인데 그걸 못한다. 즉, 살생은 나쁘다 같은 미친 소리를 한다.

당연히 그 꼴을 보는 교단의 높으신 분들은 저 소설의 주인공이 눈엣가시라 죽이려 든다.

방법도 아주 기가 막히다.

주인공에게 의뢰를 내준다. 룬하임은 산속 협곡이고 그 협곡 안에 있는 동굴을 조사해 달라는 것.

그 동굴 안에 들어서자 교단은 입구를 무너뜨려 주인공 파티를 생매장한다.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동굴이 아주 막힌 길은 아니라는 것.

지반 침하로 뚫린 좁지만 엎드려 기어가야 하는 새로운 길이 있는데 거기가 교단의 성역 중 하나인 성소로 연결된다.

문제는 그 성소에 아주 강력한 고대의 악마 하나가 봉인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 파티는 거기서 우연찮게. 다시 강조하지만 ‘우연찮게’ 성소에 침투한 마족 하나를 발견하고, 그 마족은 오래된 고대 악마의 봉인을 풀며 말하는 것이다.

“이미 늦었어!”

뭐 이런 스토리다. 그 후에 주인공이 성소를 빠져나가자 나타난 건 악마로 인해 그야말로 불바다가 된 룬하임.

그걸 주인공이 잡는거야 당연하고, 악마가 날뛰는데 꽁지가 빠져라 도망친 신관들의 추태는 덤이고, 거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난리가 나고, 그 분노한 시민들을 성녀가 나서서 가라앉히고, 신뢰도 얻고, 뭐 이런 스토리.

그리고 정리하자면, 나는 당연히 이런 개 짓거리를 할 생각이 없다.

‘마무리만 보면 정말 더럽게 쉬운 일이다.’

룬하임에서의 일의 결말은 이거다.

봉인 풀린 악마가 쳐들어옴.

부패한 신관들이 도망침.

주인공이 악마 잡음.

시민들이 도망친 신관들에게 실망함.

성녀가 공정한 방법으로 그들을 재판하고 주인공과 신뢰 쌓음.

다가올 전쟁을 위해 룬하임은 제국의 도움을 받아 군대를 증설하고 제대로 된 신관들을 양성함.

이거다.

즉, 룬하임에 악마가 쳐들어오면 된다는 뜻.

‘가서 그냥 다 때려 부수면 그만이다.’

악마가 쳐들어오고 신관들이 도망친다.

그럼 악마는 어디서 구하느냐. 성소를 찾아가 봉인을 풀어주느냐?

설마 그럴리가.

그냥 내가 악마 하면 되는데.

마기를 일으킨다. 검붉은 기운이 손끝에서 넘실거리는데 이것도 적절히 조절해서 쓴 거다.

물론 그걸 보고 네인은 흠칫, 놀라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 가리고. 몸도 가리고. 날 악마처럼 보이게 할 장치가 뭐가 있을까.’

최대한 공포스럽게. 마치 세계종말이 온 듯한 그런 효과.

‘용을 써볼까? 아냐, 용은 제국의 상징으로 됐는데 용이 룬하임을 치면 괜히 더 복잡해지니까.’

드래곤이 제국에 나타나 사건을 해결한 건 이미 전 대륙에 소문이 좍, 퍼졌다.

괜히 용을 썼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하지만 용. 그리고 용을 거느린 사악한 마법사가 가진 스킬들. 환영이나 악몽은 배제할 필요가 없다.

특히 환영. 상대의 두려움을 환영으로 보여주는 것.

물론 환영은 아무런 물리적인 피해도 없고 그저 보여주는 거지만 이게 여기서 쓸만할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직업 중에는 뭐가 없을까?’


[조폭 두목]

[부패 형사 반장]

[대물 불륜남]

[강남 성형외과의]

[지능형 연쇄 살인마]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재난 상황의 이기적인 생존자]

[사기 도박꾼]

[부패 언론사 사장]

[사이비 교주]

[폭군]

[동양 무술 고수]


룬하임에 도착해 성녀를 만나면 새로운 직업이 하나 열린다.

남은 것들을 살펴보면 사실 뭔가 와 닿는 것들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 개의 직업을 얻으며 예상해보건대, 이 중에서 그나마 좀 쓸만하다 싶은 건 3개 정도.

첫번째로 동양 무술 고수. 예전부터 점찍어둔 거다. 이건 지금이든 나중이든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이다.

보나마나 무슨 무술 같은걸 스킬로 줄테니까.

두번째로는 폭군.

아마 전에 찍은 사극의 왕일 것이다. 폭군이라는 단어는 보통 그런데 쓰니까.

하지만 아닐수도 있는게 어쩌면 외국 영화의 왕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폭군은 왕이라는 뜻이니 그에 걸맞는 스킬이 나올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건 갑질하는 재벌 2세의 상위 호환일지도 모른다.

세번째로는 사이비 교주.

“음···.”

이 사이비 교주가 무엇인지는 확실하다.

가짜 기적을 일으키고 광신도를 거느리고 다니며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헐리웃 영화가 있다.

분명 그거일 것이다.

‘이걸 고르면 대체 무슨 스킬을 주지? 광신도라도 소환하고 그러나? 이거 말고 뭔가 다른건 없을까?’


[조폭 두목]

[부패 형사 반장]

[대물 불륜남]

[강남 성형외과의]

[지능형 연쇄 살인마]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재난 상황의 이기적인 생존자]

[사기 도박꾼]

[부패 언론사 사장]

[사이비 교주]

[폭군]

[동양 무술 고수]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여기서도 거의 본능적으로 ‘대물 불륜남’에 눈이 간다.

지금도 스스로 말하기에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거는 대체 어떤지 감도 안 잡힌다.

하지만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이건 패스

그다음 눈여겨 볼만한 건 이거다.

‘지능형 연쇄 살인마.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아니면 그냥 동양 무술 고수를 골라보거나.’

지능형 연쇄 살인마. 연쇄 살인마 역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라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보통 영화의 연쇄 살인마의 끝이 죽음이거나, 속편을 위한 암시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을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능력은 아니고 오히려 위험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뭐, 저격총에 온갖 무기가 숨겨진 비밀 아지트라도 주나?’

만약 저격총 같은 이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 무기를 준다면 확실히 강력할 것이다.

아마 신관 같은 것들은 멀리서 쏴서 그냥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대할 궁극적 목표인 마족이나 악마 같은 것들은 저격총이나 기타 총기류로 상대하기에는 솔직히 쓰읍, 하고 침을 삼키며 고민하게 만들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이것도 넘긴다.

뭐 직업이야 처음 목록 나왔을 때부터 개판이었으니 기대도 안한다. 몇 가지 빼고는 다 개판일 게 뻔하니까.

그러니 지금 집중해야 할건 제국이 룬하임을 통째 집어삼키게끔 하는 것.

성녀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제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교단을 바로잡고 싶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마족 악마 상대할 때 다 썩은 교단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여기 룬하임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분명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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