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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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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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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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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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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작 3

DUMMY

무쇠 바위 길드는 제국에서 가장 큰 용병 길드였다.

그러나 수도 렌부르크를 넘어 제국 전역에서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용병 길드다. 용병 길드가 제국의 공권력 앞에서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작정하고 털기 시작한다. 기사와 병사들이 때로 몰려와 털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반항이 있었지만, 제국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아는 용병들은 순순히 응하기도 했고 황급히 도망가기도 했다.

뭐가 됐든 대륙 내 최고 용병 길드였던 무쇠 바위 길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대단해도, 아무리 세를 불려도 용병들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무쇠 바위 길드가 아주 망한 것은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쇠 바위 길드는 간판을 내렸지만, 그 길드를 구성하던 핵심 인물들은 벌써 다른 길드를 만들고 있었다.

“젠장할.”

이든 발로어.

그는 탁자 위에 쌓인 서류들과 한켠에 쌓인 금화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무쇠 바위 길드는 망했다.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곳은 제국의 눈을 돌리기 위한 미끼로 일부러 남겨둔 곳이다.

그리고 지금 하는 것은 새로 길드를 만들기 위해 제국 귀족들에게 보낼 관련 서류들과 옆에 쌓인 금화는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한 뇌물들이다.

“폰트 하이만 후작에 레이튼이라고 그랬나.”

이번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들이 누군지는 알아냈다.

다 늙은 폰트 하이만 후작이 이제 와서 이런 개짓을 벌인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제의 신임을 받는 그에게 뭔가 공작 활동을 해볼 수도 없다.

게다가 문제는 그만이 아니다.

레이튼.

리텐에서 온 이 레이튼이라는 정신병자놈은 그 수단과 수법이 자비가 없었다.

차라리 죽이면 죽이지 가족을 끌고 오고 아비의 손으로 자식을 죽이게끔 한다는 미친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무덤을 파헤쳐 죽은 자를 또 죽인다고 한다.

아니, 더 문제는 이 레이튼이라는 놈이 단순히 잔인한 놈이 아니란 것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용병으로 위장시켜 움직이고 있다. 그 위장시킨 병사들을 이용해 거리에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용병인 척하는 병사들. 그들은 마치 자기들이 무쇠 바위 길드인 것처럼 행세하며 술집과 뒷골목 등지에서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같은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불안을 야기 시킨다.

너무 뻔한 속셈이다. 거기에 넘어가는 자가 있다면 머리에 뭐가 들었나 열어보고 싶을 정도의 헛수작이다.

하지만 용병들끼리야 이걸 안 믿고 무시한다 해도, 상인들은 그렇지 않다.

소문에 민감한 상인들이 용병을 기피한다. 괜히 엮여서 죽느니 차라리 용병을 배척한다.

이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심지어 제국에서 가장 큰 황금 조약돌 상인회에서 괜히 엮여서 역적으로 잡혀 들어가느니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당분간 용병은 쓰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건 자금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그때, 문이 열리며 용병 하나가 들어와 마치 군인처럼 경례하며 말했다.

“대장, 방금 알아낸 정보입니다.”

“뭐지?”

“말씀하신 대로 폰트 하이만 후작과 그 레이튼이라는 애송이 뒤에는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황제는 아니겠지?”

만약 황제가 폰트 하이만 후작에게 지시한 거라면 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그냥 더 깊이 숨어들고 더 철저히 조심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든은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황제라면 다 늙고 몸도 성치 않은 폰트 하이만 후작이 아니라 두 공작을 이용했을 테니.

그 예상대로 용병은 황제가 아닌 다른 자를 말했다.

“공주입니다.”

“공주?”

“예. 일리안 공주가 지시했다 합니다.”

“공주가? 하지만 지금 그년은 제 살길 찾아 성왕국에 가 있을텐데, 그렇다면···.”

권력 싸움. 이 단어가 이든의 머리속에 박혔다.

제국의 정치 사정에 대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 짓거리를 하려면 배알이 꼴리더라도 제국 귀족들과의 연줄이 필요하고 그들에게서 얻어내는 정보는 분명 쓸만하니까.

두명의 공작이 야망이 있는 자들이란 것도 알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태자가 죽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공주. 그년이 자기 위치를 견고히 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건가? 폰트 후작의 충성심은 남다르니까 부탁하면 들어 줬을거고. 그러면 리텐에서 온 그 애송이는 대체 뭐지? 그런 놈을 쓸 정도로 공주가 견제받고 있는 건가?’

두 공작이 견제한다면 확실히 그럴만 하다. 제국의 거의 모든 귀족들은 두 공작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그런 눈치 따위 안보는 귀족들도 있다. 그 몇명 없는 귀족 중 하나가 폰트 하이만 후작이다.

‘귀족들이 눈치를 보느라 공주를 못 도와주는거야. 급한대로 레이튼이라는 그놈을 쓰는 거겠지. 뭔가 거래가 있었을거고.’

그때, 또 다른 용병이 들어오더니 경례했다. 그러더니 잘 밀봉된 서신 하나를 건넸다.

이든은 그게 뭔지 굳이 묻지 않았다. 대신 밀봉을 뜯어 안의 내용만 슥,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내용은 뻔했다.

암살 의뢰다. 그것도 제국 귀족들의.

문제거리가 하나 있다. 그 문제거리를 처리해야 한다.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이든은 작업 하던 서류를 밀어두었다.

손에 피 묻히기 싫어하는 도도한 귀족놈들이 종종 이런 의뢰를 한다.

이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리텐 촌동네에서 온 뭣 모르는 애송이 하나를 처리하는 일 정도는.



***



“암살자가 올 거야.”

“암살자요?”

네인의 말에 나는 별거 아니란 듯 말했다.

“리텐에서 온 애송이가 제국을 들쑤시는 게 마음에 안 들겠지. 게다가 사로잡힌 루멘 해방군들이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니까. 뭐가 됐든 나는 눈엣가시라는 거지.”

“···굉장히 위험한 거 같은데요.”

“전혀.”

“그 암살자가 언제···.”

“언젠가 오겠지.”

너무 무신경한 말에 네인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암살자의 정체와 실력. 그리고 어떻게 해야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 망할 세계는 온 사방에 여주인공들이란 것들이 산재해 있는데 이 암살자도 그 망할 여주인공이다.

그러니 대비책쯤이야.

“암살자는 오게 내버려 둬. 어차피 돈 받고 움직이는 년이고 나한테 악감정은 없으니까.”“하지만 밤에 찾아오면···.”

“그래서 이렇게 안 자고 버티고 있지. 대화는 그만 됐고, 엉덩이 더 들어 봐.”

“···예.”

허리는 내리고 엉덩이를 더 치켜든다. 그 사이로 몸을 밀어 넣으며, 곧 찾아올 암살자와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떠올렸다.

‘내일부터는 이 짓도 못하겠군.’




***



며칠 뒤.

나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제국 전역에서 무쇠 바위 길드는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공격해 문을 닫은 곳도 있었지만 스스로 문 닫고 잠적해 버리기도 하니 그 유명한 거대 길드가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든 발로어는 감감 무소식이다. 애초에 관심도 없다.

관심사는 오직 암살자였다.

웃긴 표현이지만 집 나간 신랑 기다리는 색시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요 며칠간은 밤에 자는 척만 하고 있었다.

그때, 창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납셨군.’

일반인에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을 것이나 악명을 올리고 얻은 능력들 덕분인지 나에게는 무엇보다 크게 들린다.

다가오는 발소리.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귀를 기울이고 있음에도 혹시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작고 사소한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뭔가 휘둘러지는 아주 작은 바람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는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덮쳐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숨어들어온 암살자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그 실력이야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 가장 먼저 공격을 하용한건 나였다.

따끔한 감각. 정확히 심장을 찔러온 단검.

하지만 그 단검은 피부를 가르고 피를 냈을지언정 노렸던 심장까지 닿지 않는다.

혈마수라결로 얻은 힘은 신체 역시 남들과는 다르게 해주었으며, 마나를 습득하고 신성력과 마기로 보호받는 몸은 이런 날붙이로는 피를 흘리는게 고작인 무서울 정도로 튼튼한 몸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 결과, 나는 암살자의 손목을 붙들어 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곧바로 다른 무기들이 날아왔다.

‘파박!’

암살자가 가슴께까지 걸친 애매한 길이의 로브. 그 안에서 날붙이들이 날아든다. 그리고 나는 그걸 그냥 맨몸으로 맞았다.

“아! 앗 따가!”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가볍게 튕겨낸 것도 아니다.

상처가 났다. 베인 상처였고 따끔한 느낌과 함께 피가 흐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공격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얕은 상처.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는 이거다. 분명 날붙이에 공격을 받을 테지만 그 공격을 상회할 정도로 몸이 튼튼하니까.

그리고 나는 곧바로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잡혀 있으니 도망 못 친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그대로 뛰어올라 피해낸다.

하지만 여전히 팔을 잡아두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구 발길질을 하는데 팔 쪽으로 마치 벌이 쏘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몰려왔다.

사람 새끼 손가락 만한 면도날 같은 촘촘한 칼날들이 신발 아래 스파이크처럼 박혀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팔을 마구 찔러 오고 있다. 보통 그 정도면 팔이 걸레짝이 되겠지만, 이번에도 생채기와 옅은 피가 흐를 뿐이다.

하지만 나는 가진 몸에 비해서는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

“앗, 따거. 아! 아! 아 시팔!”

아프고 따가우니 욕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욕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도 하고 있다.

잡고 있는 팔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뭔가 뼈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다음, 다시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성공이다. 중심을 무너뜨려 넘어뜨렸고 그대로 암살자의 몸 위에 올라탄다. 그다음 남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 문밖에서 소란을 듣고 기사들이 몰려왔다.

“안에 무슨 일이십니까.”

기사들의 물음에 별거 아닌 것처럼 대답

“아무것도 아니··· 아! 앗 따거!”

하지 못했다.

암살자. 이 망할게. 내 등을 칼로 찌르고 긁어댄 것이다.

그러자 기사들에게서 즉각 반응이 왔다.

“뭐지? 문을 열어 봐!”

“안에서 잠겼어.”

“부셔! 빨리!”

그러니 다급해진 건 나였다.

“이런 씨.”

아직도 단검으로 등을 찌르는 암살자에게 급한대로 박치기를 가했다. 빠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홱, 뒤로 넘어가더니 뒤통수를 그대로 마룻 바닥에 부딪친다.

그리고는 그대로 늘어진다. 기절한 것이다.

그다음, 나는 순식간에 새카만 위장복을 손으로 잡아 마구잡이로 찢어버리며 동시에 침대로 다이빙했다.

그와 동시에 우지끈, 하며 문이 열렸고 기사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한 광경이 방안에 펼쳐져 있다.

나는 바지만 입고 있다.

그 상태로 바닥에 옷이 다 찢어진 여자를 침대 위에서 깔아뭉개고 있다.

주변에는 던졌다가 튕겨 나간 날붙이들이 좀 떨어져 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말했다.

“나가.”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피가···.”

“안 나가?”

그러자 기사들이 잠깐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커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문 닫고 가.”

기사 하나가 떨어져 나간 문을 들고 일단 다시 세워두었다.

그다음, 나는 기절한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하아.”

한숨.

암살자를 잡았다. 그것도 꽤나 거친 방법으로.

소설의 주인공 처럼 멋들어지게 합을 겨루고 어두워진 제국의 수도 아래에서 지붕들과 뒷골목을 누비는 그런 미친 짓은 없었다.

사실 방금 전의 테이크 다운도 배역 때문에 배운 격투술을 떠올려 따라해본 것이지 뭔가 대단한 기술도 아니었다.

사실상 그냥 힘과 운. 말도 안 되게 튼튼한 몸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암살자를 바라본다.

일단 여자다.

그거야 당연하다. 그냥 막 잡아 찢은 검은 옷 사이로 맨살이 드러나 있고 가슴도 일부 드러나 있으니까.

여주인공이니까 뭐 당연한 일이다.

씁쓸해졌다. 엮이고 싶지 않은데 벌써 네인. 일리안. 그리고 이년까지 만나게 됐으니까.

물론 네인에게는 여주인공 취급을 안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막 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은 일리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이년. 이 암살자년도 필요로 인해 이렇게 만난 것일 뿐이다.

루멘 해방군을 잔인하게 턴 이유는 이년 때문이다.

‘괜찮겠지. 그 많은 여주인공 중에 이제 겨우 세명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괜찮다 생각하니 찢어진 검은 위장복 사이로 드러난 가슴이 보였다.

“망할 년.”

그걸 거칠게 쥐고 주물렀다.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찔러대니 이 정도야 뭐 어떤가.

아니, 내가 손해다. 나는 피를 흘렸고 가슴이야 좀 만져본다고 닳아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이제 기절에서 깨어나는 일만 남았다. 시트를 찢어 양손을 단단히 묶고 다리도 묶어둔다.

그걸 침대에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허리를 비틀지 못하게 허리도 시트를 찢어 침대 자체에 둘러 묶었다.

그 일련의 작업이 끝난 뒤, 나는 하던 걸 마저 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야 홀랑 벗겨놓고 싶지만···.

“아니지.”

생각이 좀 바뀌었다.

하는 일이 암살자다. 하지만 그런 주제에 정조 관념은 확실해서 소설의 주인공과 사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는 그저 호수에서 목욕하는걸 우연찮게 봐버려서 이다.

그야말로 낡아빠진 설정 중 하나로 내 알몸을 봤으니 책임져 같은 뭐··· 그런거다.

애초에 여자들이 별의 별 이유로 다 꼬이는 곳이다. 이것도 이것저것 따져볼게 없다.

결국,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남은 옷들을 죄다 벗겨낸다. 이미 찢어진 옷이니 벗긴다기보다는 그냥 찢어 뜯어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

그리고 온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무기들.

솔직히 말해서 여자야 많을수록 좋다는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욕망과 쓸만한 암살자를 내가 잘 써먹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이유를 좀 첨가해서 옷을 벗겨대고 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이게 지금 옷인지 아니면 주머니와 비밀 공간을 죄다 합친 건지 모를 정도로 온 사방에서 무기들이 튀어나온다.

겉에 둘러 입은 짧은 망토를 벗겨내자 안에서 별의별 크기의 단검에 독침에 연막탄에 마름쇠가 쏟아져 나온다.

전신 타이즈 같은 검은 옷을 마저 뜯어내자 거기서도 뭐 별의별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당장 신발에서도 무기가 무려 4개가 나왔다.

발굽에서 하나. 바닥에서 하나. 앞굽에서 하나. 그 안에서 또 하나.

‘챙그랑, 땡그랑.’

심지어 생각도 못 한 곳에서 무기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져 쇳소리를 내기도 한다.

“안에 괜찮으십니까?”

쇳소리가 들리니 기사들이 문밖에서 물어온다. 그리고 나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아무 일 아니야.”

그러자 기사들의 소근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저 미친놈이 기구도 쓰는건가?”

“낸들 알아?”

“여자는 어디서 데리고 온 거야?”

“묻지마. 상관하고 싶지 않으니까.”

“저러다 시체 하나 치우는 거 아냐?”

“시체는, 이런 빌어먹을.”

뭔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으나 무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닥에는 다 찢어진 옷이. 그리고 탁자 위에는 수거한 무기들이 수북히 쌓였다.

마지막으로 입을 벌려 혀 아래에 숨겨둔 조그만 침 같은 것을 수거한다.

이게 마지막이다. 설마 또 무기가 숨겨져 있다면 숨겨둘 만한 남은 공간은 두 군데 뿐인데 설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그건 이년이 여자로서의 프라이버시도 전부 포기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혹시 몰라 그중 한군데를 슬쩍 벌려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조그만 송곳 같은 무기를 하나 꺼냈다.

“진짜 미친년인가?”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다. 이제 진짜 없다. 그리고 나는 완벽한 알몸으로 침대에 묶인 암살자이자 여주인공을 질렸다는 눈으로 바라본 뒤,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절경이다.

몇 번을 봐도 감탄이 나오는 걸 절경이라고 부른다. 산도 있고 계곡도 있고 숲도 있고.

“쩝.”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나는 의자에 앉아 그 절경을 감상하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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