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최근연재일 :
2020.11.27 20:57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600,662
추천수 :
42,518
글자수 :
728,282

작성
20.11.27 20:28
조회
2,502
추천
84
글자
8쪽

또 시작 4

DUMMY

눈을 뜨자, 눈 앞에는 둘다 있었다.

하얀거. 그리고 검은거.

엘린. 그리고 엘리엔.

물론 저것들 둘다 신 취급을 해줄 생각은 없다. 대놓고는 못하겠지만 저것들은 그냥 망할 것들이다.

“오셨군요.”

엘린이다. 동생쪽인 엘리엔은 약간 뒤에 있다.

그리고 나는 인사는 받아주지도 않고 말했다.

“내 가장 완벽한 죽음이었는데 눈뜨니 천국이 아니라 여기라니.”

그렇다.

나는 복상사했다.

미친 소리 같지만 레스티안한테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거기서 날 죽이라고.

세상에서 졸라 높은 곳에서 아래의 모든걸 내려다보며 섹스하다가 죽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야말로 가장 완벽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그 신이란 년들 둘이 서 있다.

“그래서?”

다소 삐딱한 자세로 물었다.

“나는 죽었는데, 왜 불렀지? 설마 진짜 젊은 몸이라도 하나 주려고?”

“그걸 원하십니까?”

“어?”

설마 진짜?

“원한다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저와, 그리고 엘리엔이 맡긴 일을 해냈으니 더더욱.”

“음··· 나는 신전이고 뭐고 죄다 박살을 냈는데?”

“신전은 다시 지으면 그만입니다.”

엘린은 생각보다 쿨했다.

“그래서 당신에게 보상을 드리려 합니다.”

“그렇군. 보상이라. 그럼 젊은 몸으로.”

“좋습니다.”

“졸라 개쩌는 몸으로. 그냥 이 상태에서 젊게만 만들어 주면 돼. 나는 지금 내 몸에 만족하니까.”

말이 무섭다고 혹시나 젊은 귀뚜라미. 이런걸로 태어날까봐 미리 말해두었다. 그러자 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근데 내가 일을 두개 했으니, 보상도 두 개겠지?”

“예?”

“두개 했잖아. 네 말 듣고 바일을 죽였고, 거기 뒤에 네 동생. 엘리엔 말 듣고 또 했잖아.”

그러자 엘린이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엘리엔은 어딘가 헤픈 웃음을 보이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래된 낡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네가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었나? 내가 남자를 알려준다한거 같은데.”

“아, 그랬었죠.”

만담 같은 말도 안되는 말이 오간다. 그러자 엘린이 말했다.

“뭐? 뭐, 뭐?”

그리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거 하는수 없군.”

“아, 안됩니다.”

엘리엔은 난색을 표했다.

상황은 명백하다. 철없는 동생이 한 말도 안되는 약속 때문에 언니가 수습하려 한다.

방금 전까지 레스티안을 신나게 먹다가 죽어서 그런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고, 그렇기에 조금은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

“왜 안돼?”

“그건···.”

“어설프게 말하지 않는게 좋아. 나는 너희 둘이 시킨 일을 하느라 아주 등골이 빠질 지경이거든.”

“그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바일을 죽였고, 제 동생의 일도 마무리 하셨으니.”

“그래? 그럼···.”

엘리엔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엘린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하나 더 들어드리죠. 그러니 다른걸로 바꾸십시오.”

“싫은데?”

“아니··· 제발···.”

갑자기 간절하다. 그리고 나 역시, 미칠듯한 호기심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럼 좋아. 내가 말하는걸 들어주면 약속을 바꾸지.”

“좋습니다.”

“일단 젊은 몸. 그건 당연한거고.”

“예.”

“그리고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자··· 넷을 줘.”

“여자 넷?”

“그것들이 이미 죽었지만, 솔직히 너무 아깝거든. 그 정도는 할수 있지? 흑마법사 나부랭이들도 그정도는 하던데.”

“그, 그건.”

“싫어? 싫으면 뭐 네 동생한테 물어보지.”

“아, 알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혹시 몰라서 묻는데. 내가 이렇게 말하고 네가 들어주는 이것도 약속이지?”

“그렇습니다.”

“이걸 어기면?”

“신이 한 약속을 어길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저희의 요구를 들어주었기에.”

“좋아. 젊은 몸. 살던 곳으로. 그리고 여자 넷.”

“알겠습니다.”

엘리엔이 눈을 감았다 뜬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나도 뭔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한번 깜박이자, 전혀 다른 곳이 펼쳐졌다.

“어···.”

침대 위다. 아주 푹신한.

그리고 책상. 수납장 가득 담긴 양주들. 그리고 트로피들.

“어?”

집이다. 방이었다.

“어? 어 시발?”

원래 살던 곳이다.

진짜로 원래 살던 곳이었다.

그리고 알아챘다.

또 신한테 엿을 먹었다는걸.

“이 시발?”

원래 살던곳은 여길 말하는게 아니다. 엘린. 그 머리 빈게 또 개짓을 한 것이다.

그때, 방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레스티안?”

레스티안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일어났나, 젊은이.”

레스티안의 말에 내 몸을 바라본다.

젊어졌다. 그대로 젊어진 것이다. 그리고 레스티안의 옆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난다.

라티스. 테티스. 그리고 네인.

하지만 이 넷은 날 보고 반가워하지 않았다.

심각한 얼굴이었다.

“얼른 나와봐···.”

라티스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하긴 그럴것이다. 이해한다.

빌딩 숲. 콘크리트 건물. 전기를 쓰는 가전 제품들.

죽었다 살아나니 이런 세상이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테니까.

“그러니까 여긴···.”

“잔말말고 빨리 나와.”

라티스가 달려와 손을 낚아챈다. 결국 죄인처럼 거실로 끌려간다.

거실의 넓은 탁자 위에는 그 염병할 소설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켠 건지 뉴스가 틀어져 있다.

그리고 거실의 창가. 라티스는 날 거기로 세우며 말했다.

“이게 다 뭐야?”

“그러니까 여긴···.”

“위를 봐.”

위를 본다. 그리고 소리쳤다.

“어이, 씨발! 뭐야?”

하늘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급 사태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지금,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알수 없는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

테티스가 리모콘을 던지며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일단 죽었다 살아났군. 그리고 정신 차리니 이런 이상한 곳이고.”

네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체 이게 뭔지···.”

“너, 아는거 없어?”

라티스가 질문한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여기가 어디인지 알았다.

전부 말해줬으니까. 내가 살던 곳. 내가 왜 여기 온건지. 신들이 나한테 뭔 짓을 했는지.

심심하면 말하던게 이거였다. 레스티안은 그걸 듣는걸 좋아했으니까.

“어···.”

하지만 레스티안은 다른 녀석들한테 말하지않았다. 그리고는 내 옆구리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쩔래?”

아무래도 이건, 또 어떤 염병할 신이 지랄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어쩌면 이게 또 신이 시킨 어떤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나란히들 서봐.”

이게 무슨 뜻인지 알기에, 라티스가 인상을 썼다.

“지금 상황에?”

“싫으면 빠지던가.”

테티스가 웃으며 말했고 네인은 이미 서 있었다. 결국 라티스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섰다.

그리고 넷 전부. 동시에 옷을 풀어 내렸다.

스륵, 하는 소리가 울리고 보인 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광경이었다.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나란히 선 네개의 각기 다른 가슴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라인. 슬며시 오므린 허벅지 사이까지 전부.

몇 번을 봐도, 몇 번을 안아도 전혀 질리지 않는 몸이다.

그리고 나는, 저 뚫린 구멍에서 쑥 튀어나와 떨어지는 무언가들을 바라보며, 젊어진 몸으로 조용히 능력을 사용했다.

무서울 정도로 솟구친다.

저 바깥에서는 비명소리와 차 경적 소리가 쉴새 없이 들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와, 아까부터 울리는 휴대폰의 소리는 완전히 묻혀 버렸다.

깊숙하게 울리는 살 부딪치는 소리와, 거짓 없이 울리는 신음 소리만이 전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역 레벨 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시 전체 이용가로 변경됐습니다 +36 20.09.25 22,151 0 -
115 작가의 말 +111 20.11.27 4,485 193 1쪽
114 에필로그 +23 20.11.27 3,359 97 5쪽
» 또 시작 4 +11 20.11.27 2,503 84 8쪽
112 또 시작 3 +4 20.11.27 2,336 86 12쪽
111 또 시작 2 +33 20.11.26 2,722 107 18쪽
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1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1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6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3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49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7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2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4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2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89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3 230 18쪽
91 뜻밖의 침략자 8 +6 20.10.20 4,988 175 13쪽
90 뜻밖의 침략자 7 +23 20.10.18 5,498 192 12쪽
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88 238 12쪽
88 뜻밖의 침략자 5 +33 20.10.15 5,678 234 13쪽
87 뜻밖의 침략자 4 +24 20.10.14 6,157 23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