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최근연재일 :
2020.11.27 20:57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600,672
추천수 :
42,518
글자수 :
728,282

작성
20.11.01 17:08
조회
3,452
추천
131
글자
12쪽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DUMMY

카소르는 분통을 터트렸다.

“자기 부하 간수나 좀 제대로 할 것이지.”

본인도 일단은 부하지만 그런건 빼놓고 하는 이야기다.

카소르는 최근 퍼지는 소문들을 들었다. 저 바까트이 수인들은 종종 여기 검은 대지로 와서 잡은 사냥감들을 팔고 필요한 물건들을 몇개 사가고는 했다.

주로 거래하는 것은 무기다. 거기에 약간의 사치를 부린 장식품들. 귀하디 귀한 기름 같은 것들을 사간다.

그런 수인들이 설원 위에서 본 것들을 조용히 떠들고 다녔는데 당연히 그런 얘기들을 먼저 듣는 것은 물건을 파는 상인들.

사실 말이 좋아 상인이지 여기서는 거진 천민과 다를바 없는 그런 자들이었다.

혼혈들. 이곳 마족에게 인간 취급을 받는 자들.

“마족과 인간이 내통을 해? 어처구니가 없군.”

그리고 그 소문들을 들었다.

은밀하게 나도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자기들끼리만 듣는 말은 아니다. 둘 이상 알면 비밀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 이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카소르는 최근 찾아온 그 마족 둘. 그 두놈년을 떠올리며 술을 한모금 마셨다.

싸구려 술이다. 카소르는 자신이 누릴만큼만 누릴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왜 내가 그 무능한 놈들에게 가진걸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을, 그 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그때, 손님이 찾아왔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헤티아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카소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소한의 예의다. 카소르나 헤티아나 가진것에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헤티아가 카소르보다는 더 강했다.

게다가 서로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헤티아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카소르가 앉았고 헤티아가 카소르가 마시던 그 싸구려 술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시고 있었나.”

“음.”

“별로 좋은 술은 아니야. 오크놈들이 만드는 건 끔찍할 정도로 맛 없지.”

새삼스럽게, 뭘.

하지만 여기서는 이것도 감지덕지다.

헤티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다시 문이 열리며, 노예들이 상자들을 들고 왔다.

묵직하게 내려진다. 그리고 그것들이 열리자, 안에서 금화와 좋은 술. 옷. 그리고 거뭇하지만 멋들어진 철퇴도 하나 들어 있었다.

“이건?”

카소르는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면서 몸은 솔직하게 움직였다.

그 철퇴를 집어든다. 날카롭고 묵직하다. 굉장히 좋은 철로 만든듯 겉은 투박하면서도 묘하게 광택이 흘렀다.

거기에 좋은 술.

헤티아가 직접, 그 좋은 술을 꺼내, 잔에 남은 싸구려 술을 그냥 바닥에 부어버리고 좋은 술을 따랐다.

여기서는 결코 맛볼수 없는 술이다. 좋은 향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술잔이 내밀어지자 카소르는 그걸 엉겁결에 받아 들었다.

그걸 한모금 마신다. 아니, 머금었다.

입안에 들어선 술에서 술이라고는 믿을수 없는 향이 맴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를 통해 빠져나오는 더운 느낌과 목넘김까지.

무엇하나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오, 오···.”

이건 정말 맛있어서 나오는 감탄사였다. 참는다고 참아지는게 아니다.

그러자 헤티아가 말했다.

“좋은 술이지. 저 아래 인간들이 마시는.”

“이건, 이 술은···?”

“인간들. 저 아래 인간들이 마시는 술이야.”

“···인간?”

“그런 물건들이 돌아다니고 있지. 나도 꽤 즐기는 편이고.”

“···.”

“놀랐나? 인간들을 죽이자고 하면서 인간들의 물건을 써서?”

“아니, 뭐···.”

카소르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의 물건이 이렇게 들어오고 있다.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뭐, 그럴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헤티아가 말했다.

“내가 오늘 널 찾은 이유는 하나야. 지금 바일이 하려는 전쟁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응?”

“아니, 전쟁만 잘못된게 아니지. 모든게 잘못되었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헤티아가 말했다.

“카소르. 이건 기회야.”

“···.”

“바일은 우리가 가진걸 빼앗기만 할 뿐이야. 저 위에 앉아서 우리에게 전쟁을 해야한다고 말하며 가진걸 빼앗아가지. 그러면서 뒤로는 인간들의 물건들을 들여와서 즐기고 있다고. 우리가 여기서 이런 쓰레기 같은 술을 아껴 마실 동안.”

“···.”

“바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지. 그러니 이제 그만둘 때야.”

갑자기 진행되는 이야기에 카소르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래도 세력을 지닌 마족으로써,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챘다.

헤티아 혼자 이런 말을 할리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며, 헤티아가 가져온 이것들도 전부 그 누군가의 선물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가.”

이건 늘 있던 일이다. 그리 특별할거 없는 일이다.

테티스가 밀려날 때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강한자가 차지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래서 테티스는 밀려났다.

그리고 이제, 바일이 약자가 된 것이다.

이쯤 왔으면 이제 카소르 역시 발을 들인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서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라고 말할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헤티아의 말처럼 기회였다.

테티스가 물러나고 바일의 아래에서 기회를 잡은 마족들이 있었다. 당장 다크 엘프들 역시 대우를 받았으며 수인들 역시 전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기회를 잡을 때가 온 것이다.

“좋아.”

카소르는 자신의 새로운 무기를 툭, 쳤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알아야 했다.

“누가?”

헤티아는 어제 자신을 찾아온, 그 마족을 떠올리며 자신있게 말했다.

“하딘.”

그리고 하나 더. 마치 엄청난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낮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잠시 후에 뱀파이어들이 공격받을 거야.”

카소르는 앞으로 훤히 보이는 헤티아의 가슴골을 바라보다가, 뱀파이어들이 공격받는다는 말에 놀라며 물었다.

“벌써? 준비가 벌써 끝났다고?”

“아니.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걸림돌이야. 하딘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거야.”

“···.”

“보면 알아.”

헤티아는 다시 몸을 뒤로 젓혔다. 그리고 카소르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



“하딘한테 연락이 왔어.”

더럽게 맛없는 음료를 어떻게든 꾸역 꾸역, 보약처럼 마시던 와중에 라티스의 보고가 들어왔다.

“하딘이 일처리를 잘하는 모양이군.”

“맞아. 여기서는 한번 배신하면 끝을 봐야하거든.”

반란이다. 역적모의다.

성공하면 전부 얻을테지만, 실패하면 모든걸 잃는다.

그러니 성공시켜야만 하고 하딘은 그 준비를 착실히 하기 시작했다.

“하딘은 결국 자기가 왕이 되려 할거야. 테티스가 바일에게 잡혀갔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기 쉽지. 테티스가 아직도 서쪽에서 버티고 있었다면 그걸 잡아다가 바일에게 바쳤을테지만.”

“그렇게 신뢰를 얻고나서 뒤를 찌를 놈이지.”

하딘은 그런 놈이다. 그러면서도 강자에 대한 예우는 또 하는 놈이다. 그러니 대화가 통한 것이고.

“그럼 이제 뱀파이어를 칠 건가?”

“벌써 쳤어.”

“벌써?”

“지금쯤이면 난리가 났겠군.”

라티스는 그 마수에 대해 떠올렸다.

드래곤은 아니지만 일단은 드래곤 같은 무언가로 생각한 그 마수.

그런 괴물을 다루는게 바로 눈 앞의 남자였다.

게다가 일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벗어.”

“···?”

라티스는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손에 컵을 든 채로 뭔 소린가 하고 쳐다보았다.

그러나 라티스는 이미 반은 벗고 있었다.

결국 컵은 내려 둔다. 그리고 라티스는 뱀이 사냥감을 덮치듯, 순식간에 온 몸을 덮쳐 왔다.



***



검은 대지의 북쪽. 그곳에는 오래된 고성들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거의 마경과도 다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숲의 주변으로 마을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사실 마을이라기 보다는 판자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허름한 곳이었다.

여기가 바로 뱀파이어들의 영토다.

그리고 현재, 이 뱀파이어들의 영토는 실시간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이, 이런 미친.”

클레이브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성을 완전히 짓뭉개 버리고 있는 저 끔찍한 괴물을 바라보았다.

뱀? 아니 저걸 뱀이라고 볼수 있을까?"

일단은 다리가 있다. 게다가 무슨 메가같은 수염이 휘날리고 있고 등에는 갈기같은 털이.

그러면서도 몸은 비늘로 덮힌 저걸 대체 뭐라 말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괴물이, 수천년 전부터 살던 성을 완전히 돌무더기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갑자기 나타났다. 먹구름과 함께 나타나더니 비와 번개를 뿌리며 저 지랄을 하고 있다.

천년 단위로 살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괴물에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었고 대책도 없다.

망연자실한 헥터의 주변으로 탈출한 다른 뱀파이어들이 모여들었다.

“클레이브님. 저건 대체.”

물어본들 어떻게 알겠는가. 저 괴물이 뭔지.

그리고 클레이브는 머리를 감싸며 뱀파이어들에게 물었다.

“바넷은?”

바넷이라는 이름에 다른 뱀파이어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것을 보자마자, 클레이브는 화를 내기는 커녕 걱정부터 했다.

“이런 젠장.”

바넷은 딸이었다.

클레이브의 딸. 뱀파이어를 이끄는 가주. 클레이브의 친딸이다.

하지만 봉인했다.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면서 다른 뱀파이어의 피를 탐하는 괴물이다. 그러니 봉인해두고 풀어주지 않았다

굵은 쇠사슬로 몸을 묶고 피 한방울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바넷은 죽지 않는다. 그렇게 수백년이 지났는데도 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성이 지금 공격받아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저기서 살아남을리가 없습니다.”

다른 뱀파이어가 말했다.

성이 무너진다. 먹구름이 끼며 비와 번개가 쉴새없이 내리치고 있다.

저기서 쇠사슬에 묶인 상태로 살아나온다?

그럴수는 없다. 뱀파이어의 몸이 튼튼하긴 하지만 저기서 살아나올수는 없다.

어쩄든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저 괴물이 성만 부시고 돌아갈거란 보장이 없으니.

그리고 몸을 돌리려던 그때, 뱀파이어들의 머리가 날아갔다.

“으억?”

클레이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보았다.

뱀파이어들의 몸에서 뻘건 피가 죄다 빨려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저기서, 그 빨아들인 피를 마치 옷처럼 걸치며 아직 어린 소녀가 나타났다.

붉은 머리칼. 붉은 눈동자. 그 모습을 보며 클레이브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말했다.

“바넷. 나는···.”

그 순간 머리가 날아갔다.

반응조차 힘든 속도였지만, 그래도 클레이브 역시 오래된 뱀파이어다.

잘려나간 목이 순식간에 박쥐로 변해 하늘로 날아간다. 머리가 사라진 몸은 늑대로 변하더니 그대로 숲을 향해 뛰었다.

바넷은 그걸 쫓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엎어진 다른 뱀파이어들의 피를 온몸으로 마시기만 했다.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잠시 후.

무너진 뱀파이어들의 성으로, 본 드래곤들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새하얀 악마가 뛰어내려 돌무더기 위에 섰다.

레스티안이었다. 북쪽 산에 머물면서 적당히 언데드를 만들던 레스티안은 그 괴물을 보자마자 냅다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 그 괴물은 사라졌고 남은건 돌무더기 폐허뿐.

그리고 레스티안은 작은 한숨과 함께, 눈 앞의 뱀파이어 소녀에게 물었다.

“꼬마야. 여기 있던 괴물이 어디로 갔는지 아니?”

“···.”

“배가 많이 고픈가본데, 겨우 그걸로는 어림도 없단다.”

레스티안은 자신을 향해 저주처럼 날아드는 마법을 느끼며 말했다.

아니, 이건 마법이라기보다는 본능이었다.

갓 태어난 새끼가 어미젓을 찾는 것처럼.

일단 레스티안은 옆에서 어린 뱀파이어가 뭘 하든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본 드래곤들을 바라본뒤, 북쪽의 산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이제 예전처럼, 마족들의 방식으로 한번 즐겨볼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역 레벨 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시 전체 이용가로 변경됐습니다 +36 20.09.25 22,152 0 -
115 작가의 말 +111 20.11.27 4,485 193 1쪽
114 에필로그 +23 20.11.27 3,359 97 5쪽
113 또 시작 4 +11 20.11.27 2,503 84 8쪽
112 또 시작 3 +4 20.11.27 2,336 86 12쪽
111 또 시작 2 +33 20.11.26 2,723 107 18쪽
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1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2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6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49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7 134 12쪽
»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3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89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3 230 18쪽
91 뜻밖의 침략자 8 +6 20.10.20 4,989 175 13쪽
90 뜻밖의 침략자 7 +23 20.10.18 5,499 192 12쪽
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88 238 12쪽
88 뜻밖의 침략자 5 +33 20.10.15 5,679 234 13쪽
87 뜻밖의 침략자 4 +24 20.10.14 6,157 23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