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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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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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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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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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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패배자의 전쟁 5

DUMMY

헤티아는 정말로 앞장서 공격을 했다.

물론 그녀 본인은 뒤로 조금 물러났다. 이렇게 됐다면 바일은 무조건 죽여야 하고 그게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니 적극적이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선택밖에 없으니 알아서 나서는 것이다.

헤티아가 공격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쪽은 테티스에게 맡겨두었다. 테티스 본인 역시 이번 일은 중요하니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인간들의 군대. 라인하텐 제국의 군대가 한참 공격 준비를 하는 중인 주둔지로 갔다.

“상황은?”

도착하자마자 만난것은 지휘관으로 온 테이 타크란이 아니다.

나이아를 가장 먼저 만났다. 나이아가 이끄는 수인들이 가장 앞장서 길을 만들고 있다.

수인들이 멈추면 군대도 멈춘다.

그리고 나이아는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말해주었다.

“이기고 있지.”

물론 상세히 말해준다는것도 지극히 나이아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기고 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기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멈춰야겠군.”

“멈춘다고? 아니, 멈춘다니요?”

나이아는 의문을 가득 담아 물었다. 그리고 나는 간만에 좋은 술을 마시며 말했다.

“마족들끼리 싸우고 있어. 그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잠깐 기다리자고.”

“아, 아.”

그러면 멈춰야 한다.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굳이 쳐들어갈 필요는 없다.

“어디가 이기던 간에 우리는 상관 없는거··· 군요.”

“아니지.”

다시 술을 따라 마신다. 그리고 나이아에게도 한잔 따라주며 말했다.

“반대쪽 마족들이 바일을 죽이면 전쟁은 그만둘거야.”

“음? 아, 아···.”

그제야 나이아는 다시 이해했다. 이건 단순한 정복 전쟁이 아니다. 앞에 나서서 무기를 휘두르며 피맛을 보다보니 잠깐 잊고 있었다.

“그럼 마족들이 실패하면, 우리가?”

“그렇지.”

“바일이라는 놈이 그렇게 강한가··· 요? 드래곤 기사단도 그렇고 모인 것들 얼굴보니 하나같이 심상치 않던데.”

“그렇겠지.”

“그 정도로 모여 있으면 군대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는 싸울수 있을텐데··· 물론 바일은 마족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말이죠.”

“얼마나 강하든 죽이기만 하면 돼.”

“그럼 일단 진군은 멈추는 걸로.”

나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제국군의 진군은 멈춘다. 그리고 이제, 테티스가 어떻게 하는지, 마족들끼리의 싸움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볼 생각이었다.



***



결과는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며칠뒤에 라티스와 테티스가 함꼐 찾아왔고, 그 결과는 아주 당연하게도 실패였다.

테티스나 라티스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바일의 상황이 안좋다 하더라도 그래도 가장 강한 마족이다. 게다가 검은 성채 역시 방어에서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 않던가. 바일이 대기업이라면 헤티아를 비롯한 마족들은 잘해봐야 하청 받아 먹고 사는 중소기업의 수준이니 애초에 상대가 안된다.

그러나 싸웠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다. 그 과정에서 양측 모두 피해가 발생한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이걸로 헤티아를 포함한 마족들의 할일은 끝났다. 애초에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럼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다.

여주인공들은 따로 모여서 별동대를 만들어 바일을 죽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룬하임의 아이린 성녀의 경우는 바일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만 그 외 다른 여주인공들은 드래곤 기사단으로써 평범하게 전쟁중일뿐.

바일의 목을 직접적으로 노리는건 다크엘프들.

거기에 카리스. 엔리프. 그리고 엔리프가 만든 최고의 언데드들. 로즈. 루나. 레인. 그리고 그 남자 용아병까지 바일의 목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다.

여기서 나는 마족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뒤쪽에 위치한 지휘 막사에서 바일이 있는 검은 성채를 바라보았다.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성 위로 와이번과 가고일들이 까마귀때 처럼 날아다니는 그야말로 마경같은 모습.

저길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테이 타크란을 포함한 제국의 지휘관들. 그리고 아이린 성녀등. 여기 일선에 나와 현장을 뛰는 사람들은 전부 우수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렇다면 저들에게 유리한 상황만 만들어 주면 그만이다.

여기서 레스티안과 본 드래곤은 아낀다. 먼저 제국군을 소비하고 나서, 그 후에 레스티안과 본 드래곤들을 투입시킬 것이다.

물론 제국군을 소비한다고 해도 잘하면 이번에 끝낼수도 있다.

‘기다릴것 없지.’

머리위에 드래곤이 떠 있다.

물론 드래곤은 아니다. 용이다. 여기 수많은 병사들이 우러러보는 용.

그걸 움직였다. 동시에 주변에서 소란이 일었다.

“드래곤이 움직인다!”

테이 타크란과 지휘관들 역시 용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그 용을 그냥 검은 성채에 때려 박아 버렸다.

‘콰과아아아아앙!’

뱀파이어들의 성을 덮쳤을때처럼. 물론 그때 처럼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지만, 용의 덩치를 생각해보면 벌써 난리가 났다.

그 견고해 보이던 검은 성채가 순식간에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다.

무식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벽돌로 집을 만들었으니 그걸 쳐서 무너뜨리면 그만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순식간에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지고 번개가 요란하게 치기 시작한다.

“용암은 못 터트리는게 아쉽단 말이지.”

검은 성채를 순식간에 개박살을 내는 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탐이 무너지고 돌덩어리들이 온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하지만 미련하게 계속 붙들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바일이 있을거라 예상되는 성을 덮치던 용을 아래로 이동 시켰다. 더 작은 성들과 탑들. 그리고 성벽이 있는 곳으로.

그 탑들을 몇개 무너뜨리며, 그대로 용의 긴 몸통을 이용해 성벽을 그대로 들이 박는다.

당연하지만 무너진다. 아주 무너진건 아니지만 이제는 성벽이라고 불러주기에는 좀 민망한 수준으로 무너졌다.

“성벽이 무너진다!”

테이 타크란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그만 그런게 아니다.

드래곤이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시커먼 성을 공격해 성벽을 무너뜨렸다. 이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보자면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동시에 승리를 상징하는 광경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유도 드래곤 때문이었고 지금 드래곤이 성벽을 무너뜨렸다.

그 성벽위의 마족 병사들 역시 아래로 추락해 죽거나 부상을 당한다. 또 다른 성벽위의 마족 병사들 역시 동요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뭘 해야하겠는가.

“기회다! 이건 기회요!”

테이 타크란은 흥분해 소리쳤다.

성벽이 무너졌다. 검은 성채가 고지대에 있긴하지만, 성벽 위의 마족 병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지금 공격해야 한다.

지금뿐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공격해야 하겠는가.

다른 지휘관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흥분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지금뿐이다!”

“드래곤이 우리와 함께한다!”

지휘관 뿐만 아니라 병사들. 기사들 역시 그걸 봤다. 창을 움켜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그중에는 감격에 겨워 몸을 떠는 자들도 있었다.

“공격 하라! 성을 함락시켜라!”

공격이다.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물론, 마음대로 달려나가 마주잡이로 싸우는 그런 공격은 아니다.

제대로 된 공격이었다.

철저한 훈련을 받은 병사들과, 실전 경험을 거친 지휘관들. 그리고 드래곤이 있다는 광적인 믿음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완벽한 공격이었다.



***



“오는가.”

어두운 대전 안에서 바일은 작게 중얼 거렸다.

이미 다른 마족들은 도망쳐 버렸다. 애초에 제대로 충성하는 자들도 없었고 진심으로 충성하는 부하들을 바란것도 아니었다.

이곳의 마족들은 지독할 정도로 베타적이며 이기적이었다.

가진 힘이 강한 마족이면 자존심이 강했고 그러지 않은 마족들은 비열하고 비겁하다.

그러니 관용이 아닌 힘으로 제압한 것이다. 여기서 자비란 힘을 지닌자가 베푸는 친절이 아니라 어리석은 자의 방심일 뿐이니까.

그러니 짓밟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고 그렇게 했다.

끝도 없이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 그것들을 들으며 바일은 옆에 놓인 검을 만지작 거렸다.

이렇게 될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설마,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실패할 거라고 어떻게 생각할수 있겠는가.

‘콰앙!’

순간 문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붉은 눈을 가진 여자들이 들어온다.

대화는 필요 없어보인다. 느껴지는 것은 살의와 적의 뿐이었고 거기 어울리는 무기들을 들고 왔다.

그리고 이어서, 심상치 않아 보이는 언데드가 하나 더 들어 왔다.

“언데드로군.”

바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베린이 살아 있는것 같았다. 하긴 그런 괴물 같은 여자를 누가 죽일수 있겠는가.

그때, 등 뒤에서도 뭔가 느껴졌다.

‘암살자인가.’

정면에서 온 언데드들. 그리고 뒤쪽으로 들어선 침입자들.

다크엘프들일 것이다. 그중 한명은 꽤나 위협적이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바깥. 언데드들이 들어온 문 바깥에 한명 더 있다. 이쪽 역시 위협적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는데 아주 미약하게 마기가 느껴진다.

자신을 숨겼지만, 워낙 강한 힘을 가졌기에 제대로 숨기지 못하는 것이다.

“좋군.”

바일은 먼저 마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언데드들과, 가장 먼저 검을 맞부딪쳤다.



***



언데드들을 모조리 동강내고 다크 엘프들 역시 죽어 엎어졌다.

몇은 도망쳤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던 그 엘프도 도망쳤지만, 적어도 이쪽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줄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만반의 준비를 갖춘 강자들이 들어선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며,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일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을 알았음에도 실패했다.

상대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것은 완패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목 빼놓고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검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바일은 다룰수 있는 온갖 무기중에서 하나.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래의 여자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 말고 마왕은 어디에 있나.”

물론 답은 없다. 그리고 바일은 여기까지 왔음에도,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그자에게 완전히 속고 있음에도 날 죽이러 여기까지 오다니. 그 넓은 평야를 건너, 협곡을 지나, 눈 덮힌 설원을 지나쳐 오는 그,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거냐?”

창대로 바닥을 가볍게 찍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가 여기 있기 때문에 마왕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내가 마족들을 꿇리고 지배하기에 사악한 존재라 생각하느냐?”

바일은 룬하임의 성녀. 아이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엘린께서 너희에게 정의를 집행하라 힘을 빌려주었지. 신성력. 마를 멸하는 절대적인 빛이다.”

그리고 바일은 왼손을 들어 찬란한 빛무리를 끌어내 보이며 말했다.

“이것이 신성력이다. 사악한 자를 멸하는 신성한 빛이지.”

이어서, 손에 든 창이 무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마나였다. 소드 마스터들의 그것보다 한층 더 빛나는 찬란한 마나.

경악에 찬 시선을 받으며, 바일은 다시 말했다.

“눈을 떴어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눈이 아니디. 너희는 아직도 내가 마왕으로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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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1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2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6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49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7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2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89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3 230 18쪽
91 뜻밖의 침략자 8 +6 20.10.20 4,989 175 13쪽
90 뜻밖의 침략자 7 +23 20.10.18 5,499 192 12쪽
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88 238 12쪽
88 뜻밖의 침략자 5 +33 20.10.15 5,679 2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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