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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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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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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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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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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침략자 6

DUMMY

“어?”

눈 앞에 나타난거에 순간 뇌가 버벅거렸다.

상상을 웃도는, 그야말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어? 하는 멍청한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이건 그거다.

리텐의 발렌할 가문에서 처음 직업을 잘못 선택했을 때의 그 느낌.

순간적으로 머리가 깜깜해졌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순환의 고리 흑마법사인줄 알고 잡아 조지려고 왔더니 그게 아니다. 마치 맨손으로 말벌을 잡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병신처럼 땀만 흘리며 벌벌, 거리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때 어쩔줄 모르고 발만 구를 시기는 지났다.

아니, 오히려 내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다. 지금의 이런 상황을 예전에 어떻게 처리했더라 같은 느낌으로.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NG가 났다.

하지만 내가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칠수 있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지만 얼마든지.

지금 내 모습은 마족이다. 악마다. 레스티안이 보기에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니 애드리브를 친다.

아니. 때려 박았다.

“어··· 디서 온 년이냐!”

그 대단한 드래곤이라고 저 산 위에 엉덩이 뭉개고 앉아 아래에서 벌어지는 모든걸 다 볼수 있는건 아니다.

그랬다면 그렇게 용아병들을 털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자기 레어에서 그 소중한 물건을 도둑맞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왜 여기서 흑마법사 행세를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물건을 잊어버린 화풀이를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범인은 나다. 바로 눈 앞에 있다.

하지만 나인줄 모른다면, 얼마든지 이런것도 가능하다.

“네년도 바일의 하수인이냐!!!”

이 한마디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이미 정했고 끝내버렸다.

그리고 레스티안. 지금은 흑마법사인 렌이 말했다.

“너는?”

물론 쫄아서 얼어붙지 않는다.

마족으로써 움직이지만 정체는 드래곤이며, 만들어낸 가짜 몸이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앞에서 윽박지른다고 쫄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에게 필요한건, 그냥 사기를 치는것 뿐이다.

“어디서 이만한 언데드를 끌고 온거지? 바일이라는 놈이 전쟁을 시작했나? 인간들을 상대로?”

“나는 바일이라는 놈이 누군지 몰라.”

“헛소리!”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 다음 위에서 손으로 짓누르며 말했다.

“내가 모를것 같으냐? 바일, 그놈이 전쟁 준비를 하는걸 모를거라 생각하다니!”

“···.”

다시 잡아 들어올린다. 그 다음 검은 로브를 잡아 죄다 찢어내 버렸다.

하얀 몸이 드러난다. 하지만 욕정을 해서 그런게 아니다.

“그 하찮은 벌레놈이 자신이 드래곤을 꿇렸다고 떠들고 다니며 여기 북쪽을 죄다 삼키는걸 모를거라 생각하나? 보잘것없는 놈이 거짓말로 속이고 기만하는걸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바일? 바일이라는 마족이 드래곤을 꿇렸다고?”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지 마라!”

손에 힘을 준다. 그다음 그대로 땅에 쳐 박아 버렸다.

“건방진년! 어디서 온 년인지 모르지만, 네년도, 바일도 모조리 죽여 주겠다!”

그리고 눌러 죽여버렸다.

새하얀 눈 위에 더운 피가 터져 튕겨 나가고, 순식간에 식어 얼어 붙어 버린다.

해골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광신도가 되어 포교 활동을 하던 해골 역시 그냥 뼈무더기로 전락한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좋아. 나쁘지 않았어.’

너무 빨리 죽여버린 감이 있다. 하지만 괜히 질질 끌어서 좋을 것도 없다 생각했다.

말하고 싶은건 전부 말했다. 전부 들었다.

바일? 이라며 의문문으로 끝나는 단어도 들었다.

속았을까?

아니. 이런 질문은 필요 없다.

지금 한건 거짓말이지만, 그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 주면 그만이니까.

바일을 상대하기 위해 용아병들을 언데드로 만들었지만, 그 언데드로 바일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바일을 드래곤의 유희거리로 끌어 들이는게 더 나은 방법이니까.

지금 당장 레스티안이 새 몸을 만들어 바일에게 쳐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나 죽어! 하고 바일의 머리를 터트려 주면 좋겠지만, 그건 드래곤이 개입한거지 유희로써 개입한게 아니니까.

유희를 즐긴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드래곤이 아닌 자기가 만든 종족으로만 움직인다.

마족이라면 마족으로써 움직여야 한다.

인간이라면 인간으로.

엘프라면 엘프로.

용병왕 레스는 그래서 죽었다. 겨우 인간이 단두대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레스티안의 다음 유희가 뭔지는 몰라도 바일? 이라며 물어본 그 반응을 볼 때. 분명 빼앗긴 자기 물건에 용건이 있다.

여기 북쪽에 나타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일단 자리를 피한다. 남은 해골들을 혈마수라결로 집어삼킬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그러자 위에서 기다리던 라티스가 말했다.

“뭐야? 다 먹을거라 하지 않았어?”

“계획이 변했어.”

“응?”

“일단 돌아가자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곧바로 포효의 벽 뒤쪽 주둔지로 조용히 돌아왔다.

개인 천막으로 들어온다. 뒤따라 라티스가 들어오지만 다시 나가게끔 했다.

“가서 힐다를 데려와.”

왜? 라고 묻지는 않았다. 라티스는 곧바로 나갔고 잠시후에는 힐다와 같이 돌아왔다.

“뭐야?”

힐다는 자다 깬 애처럼 짜증을 내지만 그걸 들어줄 생각도 없다.

“너, 피맛 좀 보고싶지?”

“피?”

힐다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게 보인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애송이들 가르치라고 할땐 언제고 이제 와서 피를 보고 싶냐니.”

“보아하니 몇놈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거 같은데, 일을 하나 주지.”

“무슨 일?”

“지금부터 너희는 밖으로 나간다.”

“···밖?”

“너희?”

“나가서 전부 죽여버려. 하지만 소문을 퍼트릴 수인들 중 몇놈은 살려둬야겠지. 라티스. 네가 죽일놈과 살릴 놈들을 구분해.”

“모조리 죽이라고?”

“죽일놈과 살릴 놈이라니?”

“나가서 수인들을 죽여. 하지만 죽일대 바일의 이름을 대고 죽이라고.”

“무슨 소리야?”

“너희는 지금부터 바일의 부하야. 그리고 가서 보이는대로 죽여.”

“아, 아.”

이해했다. 완벽히 이해했다.

라티스는 씨익, 하고 웃었고 힐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바일이 누구야?”

힐다는 바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구구절절 설명해줄 생각은 없다.

“너는 그냥 죽이라고 하는 놈 전부 죽이면 돼. 어떻게 죽이는지는 아무 상관 없어. 죽이기만 하면 되니까.”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몸에 먼지가 쌓이는 거보다 피가 쌓이는게 좋겠지.”

힐다 역시 씨익, 하고 웃는다. 라티스와 힐다. 철없는 언니와 철없는 동생이 악질적인 장난을 칠 생각에 즐겁게 웃는것처럼 보인다.

“그럼 그동안 넌 뭘 할거지?”

라티스가 질문한다.

그 질문에 마찬가지로 씨익 웃어주며 답해주었다.

“나는 나대로 할게 있지. 일단 후방으로 빠질테지만. 아! 그리고 벵칼 부족이라는 것들은 내버려 둬.”

“그것들은 왜?”

“그냥 내버려 둬. 그것들 빼고는 전부 죽이면 돼.”

할 일은 간단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령했다.

“내일 당장 시작해. 아니, 지금 당장.”



***



레스티안은 눈을 떴다.

흑마법사 렌은 죽었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레어에 침입한 그 도둑놈들.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이 누군지 알아내야만 했다.

의심가는게 일단 하나 있었다.

언데드를 어떤 이능으로 흡수하는 놈. 제국의 팔칸이라는 도시와 라체스 왕국에서 목격되었고 아주 많은 인간들이 그놈을 목격했다.

용병왕 레스로 살면서 들은 것들이다. 그냥 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목격자가 있다.

인간들은 그게 악마라고 하지만 악마가 그렇게 돌아다닐수는 없다. 악마라면 여기 윗 세계에서 그런 힘을 가질수 없으니까.

그러니 놈은 마족이다. 북쪽이 아닌 인간 세계에서 돌아다닌 강대한 마족.

놈과 용아병들이 마주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함정을 팠다.

언데드만 보면 환장하는 놈이다. 그러니 여기에 이만한 언데드를 모아둔 것이다.

마족이라는 놈들은 심심하면 싸운다. 아니 매일같이 싸운다.

강자가 전부 차지하기에 심심하면 악마를 소환해 힘을 빌려쓰는 놈들이다.

심지어 오래 산 마족의 경우는 악마를 소환해 자기 발아래 꿇려 하수인으로 부리려고도 한다.

힘을 얻기 위해 뭐든 하는 놈들이다. 마족으로도 살아봤기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걸려들었다.

하지만 범인은 놈이 아니었다.

“바일? 흐흐흐흐흐.”

레스티안은 이를 드러내며 으스스하게 웃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았다.

그 언데드를 흡수하는 마족이 한 말을 들었다.

상황은 명백하다.

바일이라는 강대한 마족이 북쪽 대지를 정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강대한 마족들이 패배해 도망쳤다. 최근 인간들의 나라가 마족이니 악마니 하는 것들로 떠들썩한 것이 그 증거다.

언데드를 흡수하던 그놈 역시 바일에게 패배한 놈이다. 그래서 힘을 모으는 중이고.

그리고 바일.

그 마족놈이 아무래도 뭔가 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드래곤이라 부르는 그거. 지옥에는 그런 흉물스러운 마수들도 존재한다.

뱀처럼 생긴 그 괴물을 사람들은 드래곤이라 믿는 것이다.

바일이라는 그 마족놈은 레어에도 침입했다. 용아병들도 죽이고 데려갔거나, 아니면 용아병들이 스스로 거기 들어갔거나.

용아병들 중 누군가가 레어의 위치를 불었다. 힘에 환장한 마족놈은 좋다구나 하고 레어에 침입했을 것이다.

마나. 마기. 신성력이 필요하지만 그건 마족 본인의 마기. 용아병의 마나. 그리고 신성력이야 어디서 신관이라도 잡아오면 그만이니까.

“바일? 바일이라는 마족이다, 이거지? 으흐흐흐흐흐.”

‘빠드득.’

건방진 마족 새끼. 당장 날아가 그 머리통을 날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 없다.

그러니 이번 유희는 거기 맞춰서 할 생각이었다.

드래곤으로서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감시자로서의 법칙이니까.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눈을 돌린다.

라인하텐 제국.

드래곤을 위한 신전. 날 위한 신전을 만들고 최근에는 드래곤 기사단도 만들었다.

거기 들어가서 정말 오랜만에 영웅으로 살아도 된다.

하지만 이건 너무 오래 걸린다.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방어를 하려고 하지 북쪽으로 쳐들어가지 않으니까.

게다가 방비도 잘하고 있다. 인간을 선택하면 유희가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해결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다른게 필요하다.

“좋아.”

레스티안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쓸 몸을 만들어냈다.

악마다. 이번 유희는 악마로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어떤 마족이 소환한 악마라고 하면 규칙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눈처럼 새하얀 몸.

마찬가지로 하얀 머리의 뿔.

아래로 늘어뜨린 하얀 머리칼.

몸을 덮을수 있는 하얀 날개.

하얀 꼬리.

모든걸 하얗게.

하지만 악마이기에, 유일하게 검은 눈동자.

악마는 여기 윗세계로 올라오면 약해진다. 그것을 충분히 반영한다.

신체 능력은 별볼일 없게 만든다.

하지만 악마이기에 이능이 있다.

이능은 그래. 그게 좋다.

꼬리 끝으로 가볍게 땅을 쳤다.

그러자 발아래의 눈을 해치며 거대한 뼈가 일어선다.

엄청난 크기. 통나무처럼 굵은 뼈.

과거 인간들이 이것들을 잡고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그 시체를 가지고 와서 흑마법사로써 이걸 되살려 한바탕 싸우기도 했었다.

인간들이 본 드래곤이라 부르며 두려워한 물건.

아주 당연하지만 이건 드래곤이 아니다. 그냥 비슷하게 만든 언데드일 뿐이지.

본 드래곤을 거느리는 하얀 악마.

새로운 유희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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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2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7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50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8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3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90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7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4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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