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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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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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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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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패배자의 전쟁 1

DUMMY

“결국 여기로군.”

테티스가 봉인된 곳은 검은 대지에서도 더 북쪽의 화산지대다. 소설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결국 바일은 테티스를 여기에 가둬 놨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험난하다 못해 지옥의 가시밭길을 걷는 끔찍한 경험이었다.

득시글거리는 마물들. 마수들. 불어오는 매케한 바람 안에는 피비린내와 썩은 고기의 냄새.

그리고 포효소리만이 실려 있다.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는 곳이다. 그 정도로 척박하고 위험하며, 이 위험한 곳의 주인이 바로 쿠즈칸이라는 마족이다.

물론, 이 모든 위협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여길 여주인공들 데리고 왔을 경우의 얘기다.

나는 본 드래곤을 끌고 왔다. 내가 끌고 온건 마수를 보고 움찔거리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본 드래곤이다.

마수? 마물? 쿠즈칸이 만든 흉물스럽고 혐오스러운 키메라?

좆까라 하면 된다. 내가 가지고 온건 무려 본 드래곤이니까.

그러니 저 마수들도 달려들지 못한다.

그렇게 막힘 없이 고속도로 달리듯 테티스가 갇힌 감옥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그 쿠즈칸이 앞을 가로막았다.

“너희는 누구냐.”

쿠즈칸은 문자 그대로 끔찍하게 생겼다.

엄마가 애 낳다가 돌바닥에서 굴러도 저것보다는 정상적인걸 낳겠지 싶었다.

일단, 아주 다행스럽게도 머리는 하나였다.

그리고 목 아래는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자기 몸에 마수들의 몸을 이어 붙여 놨돠. 심신이 약한 사람이 보면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가 심장마비로 죽을 것처럼 끔찍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심장은 튼튼하므로, 해줄 말은 이거였다.

“진짜 더럽게 못생겼네.”

움찔, 하고 떨리는 쿠즈칸.

“뭐, 뭣이!”

그리고 이제 열을 내기 시작한다. 면전에서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화를 낼것이다.

하지만 쿠즈칸은 달려들지 않는다. 보기에는 저래도 섬세한 놈이니까. 하긴 섬세하지 않으면 저런 키메라를 만들거나 몸을 변형 시키는 작업도 못할 테니까.

게다가 내 뒤에는 본 드래곤들이 있다.

그러니 이렇게 겁박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테티스는 안에 있나?”

테티스라는 이름에 쿠즈칸의 몸이 움찔 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 서큐버스를 내밀었다.

“···뭐냐.”

“보면 모르나? 여자다.”

“···여자를 왜 데리고 온 거지? 게다가 본 드래곤에, 너는 라티스로군.”

뚜렷한 경계의 눈빛. 그리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도 바보는 아닐테니 지금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을테지.”

물론이다. 쿠즈칸 역시 알고 있었다.

안 좋은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하딘의 배신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그로인해서 나온 말들이 향하는 곳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

“테티스를 풀어줘라. 그러면 너에게 이 여자를 주지.”

“뭣?”

쿠즈칸은 인상을 썼다. 아주 무섭게.

그리고 더 무서운 얼굴로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말도 안돼는 헛소리를 하는군. 어디서 온 놈인지는 모르지만, 네놈을 찢어 바일님께 바치···.”

“왜 말이 안되지?”

서큐버스를 아예 넘긴다.

그걸 보자마자 쿠즈칸의 표정이 변했다.

바로 그 표정이다. 공부만 하던 놈이 친구 따라 클럽 처음 가면 저런 표정이 나온다.

애써 안그런척, 태연한척. 자기는 이런 장소가 그래도 좀 익숙한 척을 하지만 결국은 다 티가나게 마련이다.

이미 서큐버스는 겁도 없이 쿠즈칸에게 다가가 비벼대고 있다. 쿠즈칸은 조금만 지나면 입에서 허윽,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너도 알겠지. 이미 바일에게는 가망이 없다는 걸.”

“아니···.”

온 몸으로 비벼대는 서큐버스를 바라보며 쿠즈칸은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 커다란 몸을 움찔거리기만 했다.

“널 신뢰해서 여길 맡겨둔게 아니야. 넌 그냥 갇혀 있는거지. 바일이 널 신뢰한다면 이런 끔찍한 장소에 널 내버려 뒀겠나?”

“···그게.”

“테티스를 데려가지. 너는 잠깐 졸았던거야. 물론 거기 여자와 함께.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이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 어쩌면··· 테티스가 사라진것도 모를수도 있고. 내 말이 뭔지 알겠나?”

“···.”

쿠즈칸의 눈이 본 드래곤에게 향했다.

쿠즈칸도 바보는 아니었다. 아래 부하들을 거느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아래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상대가 하는 것은 협박이며, 동시에 회유다.

“데려가라.”

결국 선택은 이것 뿐이었다.

아주 단순한 계산이다. 거부하면 저 본 드래곤들이 달려들 것이고 지금 죽을 것이다.

라티스를 상대하는 것도 싫었고 그 옆의 하얀 악마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애초에 본 드래곤을 보는 그 순간부터, 쿠즈칸은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쿠즈칸의 뒤쪽에 뚫린 거대한 동굴 안에서 지네 같은 마물이 나와 온 몸으로 감싸고 있던 테티스를 풀어냈다.

그리고 테티스는 내 옆에 있는 레스티안과 라티스를 잠깐 바라봤다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 준비가 됐나?”

“끝났지.”

“하딘은?”

“죽었어.”

“다크 엘프들은?”

“배신했지.”

“흑마법사 놈들은?”

“그놈들도 죽었어.”

“···바일은?”

“아직 살아 있긴한데, 혼자서 뭘 할수 있겠나.”

“그렇군.”

테티스는 본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그다음 라티스. 다음으로 레스티안을 다시 바라본 뒤 말했다.

“끝났군.”



***



카소르는 발을 동동 굴렸다.

“대체 이게 무슨···.”

하딘이 배신을 했다. 그것도 보통 배신이 아니라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넘겨 버리고 배신을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크 엘프들이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모조리 투항을 해버린 것이다.

더 놀라운건 인간들이 그 다크엘프들을 받아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카소르는 비싼 술을 부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껴 먹는다고 먹었지만 앞으로 한두잔이면 사라질 양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뒤쪽의 무기로 향한다.

곧, 저 무기를 들게될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문제는 저 무기를 어떻게 휘두르는가. 그게 문제다.

날 위해서? 그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저걸 바일을 위해 휘두를 일은 없을 거라는 거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헤티아가 들어왔다.

카소르는 지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헤티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는 더 많은 마족들이 있었다.

모두 이 근방에서는 강력한 마족들이다. 자기 세력을 가진 자들이다.

심상치 않은 방문에 카소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헤티아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카소르에게 말했다.

“인간들이 쳐들어 오고 있어.”

“이, 인간?”

카소르는 깜짝 놀랐다가, 인간들은 이미 쳐들어 왔다는걸 깨달았다.

“아니, 그놈들은 이미···.”

“설원을 지나고 있어. 수인놈들의 도움을 받아서.”

“뭐, 뭣?”

카소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들이?”

“인간들만 쳐들어오는게 아니야.”

“뭐?”

“드래곤도 같이 쳐들어오고 있어.”

“뭐, 뭐? 뭐가 쳐들어와?”

“드래곤.”

“드, 드래곤?”

드래곤이라는 말에 카소르는 아까보다 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헤티아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딘은 인간들 쪽으로 넘어갔어. 다크 엘프들도 마찬가지고. 그들이 인간들에게 전부 넘겨줬을거야.”

“···.”

“이제 어쩔거야?”

“뭘···.”

“곧, 바일이 공격 명령을 내릴거야. 그때 어떻게 할거냐고.”

“그건···.”

카소르는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헤티아가 그, 답을 알려주었다.

“일단 군대를 보내.”

“보내라고?”

“보내지 않으면 가장 먼저 바일에게 죽을테니까. 그러니 일단 보내는 거지.”

“그럼. 그 뒤는?”

“싸우는 척만 하면 그만이야. 내가 전에 한 말. 잊진 않았지?”

카소르는 고개를 끄덕이기전에, 헤티아의 뒤에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이들과는 얘기가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거부하면 죽을 것이다. 여기서는 헤티아와의 친분을 내세울수도 없다.

“좋아.”

결국, 카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



북쪽 설원 위를 걷는 병사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눈 위다. 어릴적에 동화로만 듣던 악마들의 땅이다.

저 멀리 연기를 내뿜는 시커먼 산은 그야말로 악마가 살기에 좋은 곳이었다.

인간은 낮선 곳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늘 위. 눈 위를 걷는 병사들의 머리 위로는 북쪽의 칙칙한 구름 대신 화창한 햇살이 떨어지고 있었으며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따뜻하고 상쾌했다.

드래곤이다.

머리 위를 구름과 함께 이동하는 드래곤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레니 하이만이 죽고, 제국에서 새로운 지휘관이 도착했다.

테이 타크란. 젊은 나이에 무려 후작의 지위였으며 지금은 북부 토벌의 총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엄청난 수의 군대를 끌고 온 것이다.

게다가 그 제국군이 도착하자마자, 머리 위로 드래곤이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감격의 순간이었다. 일리안 공주님이 왜 북쪽 토벌을 명령했는지 알수 있었다.

북쪽을 공격하라는 말도 안돼는 명령에 내심 불만을 가지던 다른 귀족들과 기사들. 병사들 역시 드래곤을 보자마자 그 불만들이 그야말로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기회요. 지금 우리가 북쪽을 토벌한다면, 우리의 아들딸들이 대대로 편하게 살수 있을 것이요!”

테이 타크란의 말에 바로 옆의 아이린 성녀가 말했다.

“분명 그럴 겁니다.”

룬하임은 이번 일에 강제로 동원 되었다. 제국은 룬하임에 자진해서 앞으로 나가 같이 싸울 것을 지시했으니까.

아이린 성녀는 이번 일이 탐탁치 않았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머리위의 저것.

드래곤이라 말하는 저것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심을 했다.

왜냐면 드래곤과 관련된 기록들과 그 묘사들과는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게 드래곤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 무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설마 아닐 리가.’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아이린 성녀는 테이 타크란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디아나. 룬하이므이 성전사들. 신관들. 그리고 더 많은 제국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이 전쟁에는 엘프들도 참가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전쟁에 나오지는 않았고 따로 별동대를 만들어 움직인다 들었다.

그리고 수인들.

나이아가 이끄는 수인들이 앞장서고 있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수인들이 공격하지 않을까 많이들 불안해 했으나, 머리 위의 드래곤이 그것들을 모조리 날려주었다.

물론 나이아가 수인들을 어떻게 자기 아래 두었는지 본 사람이라면 그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을 안 들으면 도끼 옆면으로 내리 쳐서 몸 전체를 눌러 으깨버리는 그 모습은, 전에 보던 잘 웃고 다니던 그 나이아가 맞나 싶은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군대가 진군하고 있다.

끝도 없이 울려 퍼지는 병사들의 군가를 들으며, 나부끼는 깃발과 함께 설원을 지나, 마족들과 악마들의 땅인 검은 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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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1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6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39 97 14쪽
»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3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49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7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2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4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2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89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5 18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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