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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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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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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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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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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패배자의 전쟁 6

DUMMY

“들을거 없어.”

힐다가 말했다.

분위기는 굉장히 어우선했다. 동요하고 있었다. 마나는 그렇다 쳐도 죽이러 온 마족이 신성력을 보이고 있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특히 룬하임 쪽이 굉장히 동요하고 있었다.

이건 별로 안 좋다. 그러니 힐다는 단검을 바일에게 냅다 집어 던지며 다시 말했다.

“저놈을 죽여야 우리가 살아. 처음부터 저놈을 죽이러 온 거라고. 그러니 저놈을 죽이던가, 아니면 전부 여기서 죽던가.”

“하지만.”

아이린 성녀가 하지만,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힐다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화는 필요 없어!”

그리고 공격을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단검들이 온 사방에서 몰아친다. 있을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온 몸의 급소를 노리는 것이다.

단검 끝에 미세하게 연결된 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몇번을 봐도 무시무시한 공격에 뒤에 있던 기사들의 입에서 지금의 상황조차 잊고 탄성이 흘러 나온다.

거기에 나이아가 합세했다.

“공격해!”

명령이 내려진다. 그리고 드래곤 기사단은 명령을 따랐다.

이렇게 되니 룬하임의 신관들과 성전사들도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성녀님.”

디아나가 다급하게 말했고 성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지체없이 지시했다.

“공격!”

그리고 이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바일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것들.”



***



“싸운다.”

라티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

응원하는 축구팀이 승부차기까지 가서 한골만 더 넣으면 이기는 것과 비슷한 긴장감이다.

조금 가벼운 비유가 아닌가 싶지만 분명 그것과 비슷하게 긴장되고 있다.

“어때?”

“이제 막 붙었는데. 아, 방금 기사 하나가 죽었다.”

“여자?”

“아니, 남자. 그리고··· 지금 여자 하나가 팔이 날아갔어.”

“누구?”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라티스가 실시간 중계를 해주고 있다. 물론 영상은 없으니 라디오 듣는 기분으로.

그러니 감질맛이 난다. 60대 노인도 아니고 눈으로 봐야지 말로만 듣는게 성미에 안 찬다.

그리고 테티스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뒤를 노려보는게 낫지 않나.”

테티스는 바일의 목을 단 1초라도 빨리 뜯어내고 싶어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자.”

결국 참지 못했다.

빠른 결정이었다. 너누 무모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긴 위험하니 안가겠다고 수십번은 다짐했지만 결국은 참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있었다.

당장 날 지킬 수단은 많다. 당장 뒤만 보더라도 레스티안과 본 드래곤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까.

게다가 나 역시 이제는 인간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반면 바일은 지금도 미친듯이 싸우며 힘을 빼고 있을것이고.

그러니 가서 보고, 기회다 싶으면 한번 쳐볼 생각도 있었다.

“가자.”

그래도 천천히. 절대 서두르지 말고.

이제 다 왔다. 앞으로 한걸음이다.

한참 싸움이 벌어지는 검은 성채로 향했다. 중간 중간 라티스의 상황 중계를 계속 들어가며.

그리고 도착한다.

물론 대놓고 보는게 아니다. 높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이미 지붕은 죄다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 위에서 관람하듯 아래를 내려다 볼수 있다.

그 결과는 미세하게 바일이 이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당장 아래에서는 엄청난 수의 제국 병사들이 실시간으로 몰려오는 중이니까.

바일의 죽음은 기정 사실이었다. 다만 언제 죽느냐의 문제일 뿐.

그리고 저 아래.

저것도 상황을 보니 조금만 도와주면 될것 같다. 가서 조금만 도와주거나, 혹은 시선을 분산시키면 바일의 배에 칼을 쑤실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도와줄 생각도 없다.

바일이 미세하게 우세하다는 것이지 압도적으로 이기며 목을 베어내고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저 아래에서 추가 병력들이 도착했다.

일반 병사들이다. 실력이야 뭐, 볼것도 없다.

저 병사들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싸우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냥 가서 싸우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그때, 한참 싸우던 기사들. 여주인공들이 뒤로 빠지는게 보였다.

“도망치는데?”

라티스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인상을 팍 썼다.

왜 도망가는가. 병사들의 지원이 왔으니 그냥 싸워도 모자랄판에.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아이린 성녀가 일단 후퇴할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바일의 공격을 막으면서 기사들과 병사들. 부상자들을 뒤로 물리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일은 그걸 굳이 뒤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라티스와 테티스. 그리고 레스티안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그 다음 곧바로 아래로 뛰어 내린다. 모습이야 이미 인간으로 바꿔놨으니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모퉁이에서 슥, 걸어나와 병사들 틈에 섞이면 자연스럽게 녹아들수 있다.

그리고 곧바로, 나이아와 힐다를 찾아갔다.

“뭐야. 왜 후퇴한거야.”

그러자 힐다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성녀란 년이 후퇴하라고 하던데.”

“왜?”

“그 바일이라는 놈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하던데? 또 다른 놈이 있다고 말했어.”

“또 다른 놈?”

다른 놈이라니? 그런놈은 없다. 바일이 마지막이다.

그러자 힐다가 다시 말했다.

“저 바일이라는 놈이 아주 수상하다고도 하더군. 마치 우리의 힘을 빼기 위해 남아 있는것 같다면서.”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힘을 빼는게 아니라 그냥 놈을 쑤시고 내장을 빼주면 그만이다.

곧바로 몸을 돌려 저기 있는 성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짜고짜 가서 왜 후퇴했냐고 묻기전에, 먼저 그 앞에 있는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왔나.”

디아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날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잠깐 주변을 본 뒤에 물었다.

“바일이라는 놈이 강한가?”

“음? 좀, 강하긴 하더군. 이쪽도 부상자들이 꽤 있고. 하지만···.”

“하지만?”

“놈을 죽일수는 있을거다. 다만 성녀님은 바일이라는 놈이 마지막이 아니라 생각하고 계셔.”

“바일이 마지막이 아니다?”

“너도 알텐데? 그 악마놈.”

“그 악마놈?”

“언데드를 삼키고 룬하임을 공격한 그놈. 여기에도 나타났었지.”

“아.”

디아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후퇴의 원인이 나라는 사실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태로 인상만 썼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건 아니다.

“그놈은 바일의 부하 아닌가? 마족들 끼리 싸웠으니 그 과정에서 죽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경게해야 할 놈이야. 저기 바일이라는 놈과 마찬가지로.”

“그럼? 아니 그렇다고 바일이라는 놈을 살려둘수도 없지 않나?”

“그래서 회의중이지. 바일을 최대한 신속하게 죽이되, 우리 힘을 더이상의 손실 없이 최대한 온전히 보존하는 형태로.”

디아나의 말에 부글거리던 속이 순식간에 시원해졌다.

그런거라면 얼마든지. 특히 마음에 드는 곳은 바일을 최대한 신속하게 죽인다는 대목이다.

“같이 가지.”

디아나는 같이 회의를 하러 가자 말했고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간 곳은 전방도 후방도 아닌 위치. 하지만 바일이 뭔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혹은 다른 문제가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발빠르게 대처할수 있는 그런 곳.

즉, 검은 성채의 아래쪽인 것이다.

거기에 지휘관들이 모여 바일에 대해 의논을 시작했다. 디아나와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그러니까 성녀님께서 놈을 직접 상대하신다 그 말씀이시군요.”

“예.”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테이 타크란의 말에 성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제일 나을거라 생각합니다.”

위험하지만 할만한 작전.

그리고 뒤늦게 디아나와 도착한 나는 성녀의 작전을 확인할수 있었다.

‘이단심문관이로군.’

저기 룬하임의 사람답지 않게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싼 음침한 자들.

마족과 악마를 잡는데에는 최고다. 그렇게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불합격점이다.

잔챙이 마족들이나 잡을때 좋다는 거지 저들은 바일의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마족을 잡는데에는 마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만들어진, 저 마족 혼혈들로는 안된다.

‘하지만 뭐든 써보는건 좋겠지.’

마족 혼혈들. 이단심문관만 보낸다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나도 뭐든 써봐야 한다.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직업 선택을 안하고 남겨두고 있었다. 상황이 이정도까지 왔다면 이제 이런것도 그냥 다 써먹어야 한다.

직업을 선택했고, 동시에 능력들이 나타난다.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고용인 : 당신은 누군가에게 고용된 후 반드시 돈을 받으며 움직여야 합니다.

-도구 숙련 : 어떤 물건이든 능숙하게 다룰수 있습니다.

-정보전 : 익명의 편지로 살해 대상의 위치가 나타납니다.


‘별거 아니군.’

지금 상황에서는 그다지 쓸모 있는 것들은 아니다. 게다가 남은 직업 중에도 선택할만한건 없다.

저격총이라도 줄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속 편한 물건은 주지 않는다.

도구 숙련 스킬 때문에 저격총을 줘도 능숙하게 다뤘겠지만, 지금 다룰수 있는 장거리 무기는 활 뿐이니까.

일단 사설 킬러인지 뭔지는 패스. 여기서는 쓸게 없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회의 내용을 그냥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결론은, 성녀가 나서서 상대하고, 이단 심문관들과 성전사들이 그녀를 돕는 식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이들만 보내는건 아니고 뒤로 더 많은 지원이 있다.

여기까지 듣고 나는 먼저 회의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병사들을 지나쳐 라티스와 테티스. 그리고 레스티안이 기다리는 성채의 위쪽,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서, 정부에 고용된 사설 킬러. 방금 저 아래에서 쓸곳이 없다 생각한 그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

레스티안. 정확하게는 레스티안이 유희를 위해 조종하고 있는 악마처럼 생긴 몸.

그게 찍힌 것이다.

‘도구’로써.

도구 숙련. 어떤 물건이든 능숙하게 다룰수 있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다. 물건이 아니다. 사람을 도구나 물건처럼 쓰는 경우는 많지만 그건 그렇게 생각하는것 뿐이지 사람은 물건이 아니니까.

하지만 만들어진 몸은 아닌 모양이다.

레스티안. 드래곤이 만들어 쓰고 있는 저 만들어진 몸은 분명 도구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봐라?”

레스티안을 빤히 바라보며 웃으니 라티스와 테티스도 레스티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받은 레스티안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야?”

물론 왜 그런지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도구로써, 내가 알아서 써먹을 뿐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본 드래곤 끌고와서 들이 박는거.

그러니 곧바로 내가 쓰기 시작했다.

레스티안에게는 갑질도 통하지 않았는데 이제야 내 마음대로 쓸수 있게 된 것이다.

순식간에 레스티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북쪽에 있는 본 드래곤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저 아래, 성녀가 공격을 시작하는 것 까지 보였다.



***



레스티안은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이럴수가?”

은빛 산맥의 꼭대기. 자신의 레어에서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다.

빼앗겼다. 유희로 쓰기 위해 만든 몸의 통제권을 잃었다.

하지만 경악과 혼란은 곧, 다른 감정들로 바뀌어 버렸다.

호기심. 참을수 없는 호기심.

몸이 떨릴 정도의 호기심이다.

옆에 같이 붙어 다니며 알아내려 한 것은 이놈이 드래곤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아내려 한 것이었다.

마나. 마기. 신성력. 세가지를 다루는 것은 드래곤 뿐이니까.

하지만 아니라 생각했다. 바일이라는 그 마족 역시 이 세가지 힘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레이튼은 바일을 죽이려 한다.

신이 또, 뭔가 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레스티안은 알수 있었다.

자신은 거기에 유희라는 이름으로 휩쓸렸다.

하지만 휩쓸렸던 그 악마의 몸은 이미 빼앗겼다. 그렇다면 이제 유희는 끝이다.

그러나.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끝낼수 있겠는가.

“못 참아.”

레스티안은 몸을 일으켰다.

레이튼. 그리고 바일. 둘다 드래곤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할수 있는건 이 두명 뿐이다.

그리고 둘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좀더 착한 쪽으로 고르자. 세계에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 놈으로.

긴 날개가 펼쳐진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힘차게 날아올랐다.



***



“어리석긴.”

바일은 혼혈들을 모조리 베어 넘겼다.

그리고 자신과 대치한 인간들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으며, 목소리 역시 탄식이 절절히 묻어 나왔다.

그리고 자신과 대치한 인간. 성녀에게 말했다.

“눈에 의심이 깃들어 있군. 굳건했던 믿음이 벼랑끝의 갈대보다도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

“누구를 의심하는가. 내가 신성력을 사용하니, 마족이 아니라 생각하는가?”

“당신은···.”

“어리석은 자의 잣대로 생각하는군.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다. 여기 북쪽 땅에 선 자들이 사악하다면, 지금 너희가 서 있는 땅은 어디란 말이냐.”

검을 거둔다. 바일에게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이미 주변에는 제국군 뿐이다. 마족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어졌고 남은 마족은 전부 시체일 뿐이다.

유일하게 바일 혼자 서 있다.

그리고 여기서 디아나가 끼어들었다.

“듣지 마십시오.”

디아나의 얼굴 반은 이미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고 상처도 이미 아물었지만 피하지 못했다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공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디아나는 창을 세우며 말했다.

“마족의 말입니다. 놈의 말은 사악한 뱀의 혀놀림일 뿐입니다.”

그러자 바일의 눈이 디아나를 향했다.

하지만 잠깐일 뿐이었다. 바일은 다시 성녀를 바라보았고, 호소하듯 말했다.

“신의 힘을 빌려쓰는 자들이 이렇게 어리석을수 있다니.”

바일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다시 들어 올릴때에는, 아까의 감정은 전혀 없는, 오직 강자만이 가진 형형한 살기 뿐이었다.

다시 한번 검을 뽑아 들어올인다. 그리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분께서 날 보내신 이유를 이제 알겠구나. 이것은 성전이며, 오직 희생으로만 세계를 정화할수 있나니.”

그리고 바일이 먼저 뛰어 들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직으로, 결코 막을수 없는 힘을 지닌 검이 성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실로 무서운 위력이었다. 그러나 성녀 역시 충분히 대비는 하고 있었다.

피해낸다. 금실 같은 머리카락이 몇개나 잘려나가지만 피해냈다.

그리고 온 사방에서 성전사들이 창을 찔러왔다.

“이놈!”

그러나 바일은 그 창들을 막아내고 쳐내며 피했다. 그러면서도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이, 성전사들의 몸을 가르고 상처를 입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창을 쳐낸 검은 가장 먼저, 디아나의 배를 꿰뚫었다.

“···!”

등 뒤까지 삐져 나온 검이 순식간에 뽑혀 나온다.

“윽.”

작은 신음과 함께 디아나는 뒤로 넘어져 버렸고 순식간에 다른 성전사들이 그녀를 보호하며 뒤로 빼냈다. 그리고 신관들의 신성력이 쏟아져 내린다.

배가 뚫리는 심각한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아나는 금세 다시 일어서 무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다시 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싸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저 하늘 위에서, 새하얀 괴물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무너진 천장으로 보이는 그 괴물들은 분명, 본 드래곤들이다.

“이, 이런.”

제대로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결국 뒤로 물러서야 한다. 성녀는 급하게 후퇴를 명령했고 이벙에도 바일은 뒤쫒지 않았다.

아니, 뒤쫒지 못한 것이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본 드래곤들이, 그나마 형태는 남아 있던 지붕을 모조리 부셔버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를 바일에게 들이댔기 때문이다.

그냥 깔아 죽이려는듯, 하늘에서 그냥 떨어져 내려 곧바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대로 뭉개져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공격이지만,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들과 닥쳐오는 발톱들 틈을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에 본 드래곤들의 뼈가 부서져 나간다. 그러나 고통따위를 느낄리가 없는 본 드래곤들은 몸을 비틀어가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바일은 뼈들의 틈을 파고들며 집요하게 검을 휘둘렀다. 관절 부분을 쳐 끊어내고 주먹을 휘둘러 부셔버린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마족이라 한들 어떻게 저기서 저렇게 싸운단 말인가.

성녀는 디아나. 그리고 성전사들과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리고 본 드래곤들과 싸우는 바일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저 바일이라는 마족보다 더 강한 마족이 있다. 본 드래곤들이 바일을 공격하는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군대를 끌고와 바일을 공격한게 실수였다. 저 바일이라는 마족이, 그 마족과 대척점에 서있던 자라면.’

아이린 성녀는 북쪽을 공격한다는 제국의 계획을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뭔가 알수 없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제국 병사들이 신봉하는 그 드래곤만 보더라도 그렇다.

자연을 조작할 정도로 강하다면, 그냥 자기가 직접 마족을 처리해도 좋지 않은가.

드래곤의 행동은 마치, 여기로 제구그이 병사들을 끌고 가는 듯한. 마치 오도록 유도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성녀님. 이쪽으로.”

디아나가 한손으로 배를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 성녀의 팔을 잡았다. 뒤로 가야한다. 저런 미친 싸움에 휘말릴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성녀는 뒤로 물러서면서도, 그 싸움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아 두려했다.

그때, 귀를 찢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

정확히 어떤 소리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대체 왜 그런 소리가 났는지는 명확했다.

본 드래곤들이 터져 나간 것이다.

조각난 뼈들이 피아의 구분 없이 죄다 터져 나가 돌을 뚫어버렸다.

부서져 나간 뼈조각들이 새하얀 안개처럼 피어난다. 들이 마시는 순간 폐가 갈가리 찢어질게 분명한, 오직 뼈가 부서지며 만들어진 연기다.

그리고 그 연기가 걷히자, 그 가운데에 온몸에 피칠갑을 한 바일이 서 있었다.

손에 검을 들고 있지만 위태롭다. 살짝 숙인 허리와 접힌 무릎. 그리고 숙인 고개에서는 피가 방울져 쉴새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쉴틈 따위는 없었다.

‘쉬익!’

뱀이었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건지 엄청난 수의 뱀들이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바일의 온몸을 물어 뜯기 시작한다. 발목을 물고. 팔을 물고. 목덜미를 깨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뱀들과 함께 거미들 역시 나타나 달려들었다. 온 몸에 거미줄을 쏘아내고 뱀들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이를 드러내 찔러대기 시작한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뱀과 거미들이 나타나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독을 쏘아내고 거미줄을 던져댄다.

그리고 그 위에서, 새하얀 악마가 떨어져 내렸다.

‘콰직!’

정확하게 머리위로. 바일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린 악마는 뱀과 거미들까지 모조리 짓뭉개며 바일을 공격했다.

아니, 공격이 아니다. 이건 마무리 작업일 뿐이었다.

곧, 하얀 악마는 그 손을 뻗어, 바일의 몸을 모조리 파해치기 시작했다.

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모조리 끄집어내 마구잡이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선홍빛 내장들. 그것들을 잡아 죄다 끄집어내 마구 던져버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텅 비어버린 몸에서 목을 억지로 잡아 뼈째로 뜯어내더니 그대로 짓밟아 버렸다.

거기에 뱀과 거미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뱀들이 흩어진 내장을 삼키고, 거미들이 독니를 꽂아 소화액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이제 새하얀 악마는 온몸이 붉어진 상태였으나,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 끔찍한 광경에 성전사들마저 뒤로 움찔거리며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정도였다.

디아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광기에 가득찬 모습에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무너진 지붕의 틈으로 거대한 뱀이 나타났다.

그 거대한 뱀이 입을 쩌억 벌리더니 그 악마와, 시체들을 한입에 짐어삼켰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사악!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져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자들이 뭔가 할 겨를조차 없이.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무서울 정도의 적막을 깨부시는 환호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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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50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8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3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90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7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4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3 230 18쪽
91 뜻밖의 침략자 8 +6 20.10.20 4,989 175 13쪽
90 뜻밖의 침략자 7 +23 20.10.18 5,499 192 12쪽
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89 238 12쪽
88 뜻밖의 침략자 5 +33 20.10.15 5,679 234 13쪽
87 뜻밖의 침략자 4 +24 20.10.14 6,158 23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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