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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최근연재일 :
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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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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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DUMMY

하딘이 준비하는 동안, 일단 바일이 시킨 일을 하는 척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뱀파이어들이 있던 곳으로 라티스와 함께 갔다. 잠입하는 것도 아니고 몰래 가는 것도 아니니 그냥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근처 판자촌 같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편하게 와서 그냥 있다가 간다는 계획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 판자촌에 있는 것들은 전부 뱀파이어다.

일단은 뱀파이어다. 물론 우리가 아는 그런 고귀하고 멋들어진 그런 이미지는 아니다.

창백한 피부는 깨끗한 게 아니라 병색이 완연한 것처럼 보였고 머리는 죄다 푸석푸석하다.

볼은 홀쭉하고 눈은 패여 있다.

기부금 받아서 빌딩 세우기 바쁜 그 엿 같은 기부단체에서 모델로 내세우는 아프리카 사람들.

딱, 그것처럼 생겼다.

이들도 뱀파이어다. 가장 아래의 노예 계급일 뿐이지.

그리고 이 하급 뱀파이어들이, 나와 라티스가 도착하자마자 피하는게 아니라 적의와 살기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새 주인님을 모신다.”

“당장 여기서 떠나라, 마족.”

하급 뱀파이어들이 새 주인을 모신다.

새로운 주인이라 하는 걸 보니 일단 클레··· 어쩌고 하는 이름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그 뱀파이어는 아닌 듯하다.

아니, 저 허물어진 성에 살던 뱀파이어들이 아닐 것이다.

“이것들은 뭐야?”

삐쩍 꼬른 것들이 적의를 드러내니 라티스가 짜증을 냈다.

그리고 나는 그 하급 뱀파이어 하나를 잡았다.

혹시 세게 잡으면 부러져서 죽을까 봐 좀 살살 잡았다.

물론 살살 잡았다고 말도 살살한 건 아니다.

“니놈 주인이 누구지.”

그다음 팔을 하나 똑, 부러뜨린 뒤에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전에 다시 말했다.

“다음번에 이빨을 죄다 뽑아버릴 테다. 네놈 주인이 누군지 말해.”

하나가 잡혀가자 달려들 것처럼 굴던 뱀파이어들이 뿔뿔이 흩어져 숨어버린다.

그리고 잡힌놈은 겁에 질려 말하지 않다가, 기어이 이빨 하나를 뽑아내고 나서야 말하기 시작했다.

“레, 레스티안. 레스티안님이 우리의 새, 새 주인이다.”

“레스티안?”

드래곤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설마 동명이인일리는 없다. 분명 레스티안. 드래곤의 이름일 것이다.

뱀파이어는 대충 밀어서 풀어준다. 그리고 라티스가 말했다.

“그거 드래곤아니야?”

“맞아.”

“그년이 여기에?”

“아무래도 슬슬 공격을 시작한 거 같은데.”

“잘됐네, 그럼.”

라티스의 말대로다.

뱀파이어를 공격한 건 나다. 하지만 여기에 레스티안이 와 있다면, 이걸 그대로 바일에게 보고하면 된다.

물론 드래곤이라는 말은 뺄 것이다.

그냥 본 드래곤을 이끌고 온, 어떤 마족년 정도로 보고하면 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생각이 났다.

‘아니지. 어쩌면 용아병을 보냈을지도.’

레스티안이 직접 온게 아니라 용아병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일이 지금 제대로 한거 하나 없는 놈이라지만 그래도 용아병은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가서 한번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

라티스에게 말하고 곧바로 뱀파이어들의 성이 있던 곳으로 달렸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숲을 지나면서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얼마쯤 가서 나무 뒤에서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성과, 그 위에 있는 본 드래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숫자는 다섯. 물론 저것들은 본 드래곤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본 드래곤이라 부르는 것 뿐이지.

그리고 그 본 드래곤들의 사이.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는 하얀 악마를 볼 수 있었다.

머리의 뿔부터 날개. 아래로 내려온 꼬리까지 전부 하얗게 꾸며놓은 악마.

레스티안이다. 굳이 면접관 스킬로 보거나 하지 않아도 알았다.

바로 그때, 레스티안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나무 뒤. 숲의 어둠 아래다. 하지만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거리라 꽤 있음에도 정확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날 봤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

레스티안이 저렇게 유희를 즐길 때, 어떤 종족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그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걸.

용병왕 레스는 아무리 잘나 봐야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단두대에서 죽었다.

언데드 군대를 끌고 포효의 벽을 공격하던 흑마법사 마족이었던 렌 역시 딱, 그 수준이다.

하지만 본 드래곤을 끌고 다니는 악마라면 이제 얘기가 다르다.

단두대에 죽을 일도 없을 것이고 이렇게 숨어 있다고 해서 못 찾을 리가 없다.

무려, 본 드래곤을 끌고 다니는 악마니까.

이번 유희를 저걸로 정했다면, 이런 나무 하나가 날 가려줄 수는 없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기. 마나에 신성력?”

그리고 이 대사는. 주인공이 레스티안이 드래곤이란걸 모를 때, 그 앞에서 자랑하듯 마나. 마기. 신성력을 쓰다가 혹시 얘도 드래곤인가? 하고 오해받는 그 장면의 첫 대사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그 돌무더기 위에서 뛰어내려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야, 야!”

얼마나 급하진 야! 라고 불러가며.

그리고 나는 그냥 있었다.

여기서 도망치는 것도 이상하다. 도망쳐도 금방 따라 잡힐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가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싸우자니 그것도 이상하다.

결국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서로 마주한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말했다.

“너? 넌 뭐야? 분명 그때 그···.”

좋아 어떻게 할까.

그때, 그··· 라는 말은 내가 흑마법사로 언데드를 끌고 온 레스티안을 속였을 때. 그때의 그걸 말하는 거다.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레스티안에 관한 것.

여주인공들을 배척하지만, 그중에서 예외로 생각한 몇 명 중 하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그냥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뭐야, 악마인가?”

레스티안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본 드래곤을 끌고 다니는 악마라니. 뱀파이어들을 처리한 게 너인가?”

“뭐?”

“마침 잘됐어. 이름이 뭐지?”

태연하게 물으니 레스티안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게 변한다.

하지만 공격은 하지 않고 일단 답은 해주었다.

“레스티안이다.”

“레스티안? 그런 이름의 악마는 들어본 적 없는데. 아니, 상관없지.”

그리고 여기서 마족답게 굴었다.

“나는 힘을 원한다. 나와 계약해서 힘을 다오.”

마족들은 악마와 계약하고, 그 악마의 힘을 일부 빌어 사용할 수 있다.

라티스나 테티스. 몰렉. 베린. 하딘. 전부 이런 부류다. 강한 마족일수록 강한 악마와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내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소설처럼 주인공에게 흥미를 느끼니까.

인간인 주인공이 마나. 마기. 신성력을 사용하는걸 용병왕 레스로 봤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마족이 마나. 마기.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궁금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쯤, 머릿속으로 이것도 혹시 나와 같은 드래곤인가?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각기 다른 세가지 힘을 사용하는 것은 드래곤 뿐이다.

그걸 착각해서 주인공이 드래곤인지 조심스럽게 알아보려고 침대로 기어 들어오는 스토리도 있으니까.

그리고 역시, 레스티안은 예상대로의 선택을 했다.

“계약? 좋다. 계약하지.”

그래. 그래야지.

차라리 이게 낫다.

노린건 아니다. 그저 돌아 돌아 이렇게 돼버린 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게 훨씬 나은 상황이다.

용병왕 레스의 도움보다는 본 드래곤을 거느린 악마의 도움을 받는 게 더 나을 테니까.

레스에게 받을만한 용아병들은 이미 전부 받은 상태니까.

게다가 지금 레스티안은 나와 계약했기에, 유희의 내용이 바일을 잡는 것으로 변해야 한다.

바일? 나한테나 위험한 놈이지 레스티안에게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레스티안은 악마도 아니니 마족과 악마의 계약이라고 해도 위험천만한 그런 것은 없다.

“좋아. 원하는걸 말해라 마족.”

하지만 유희는 충실하게. 이게 놀이라고는 해도 제대로 컨셉 잡고 하는 놀이니까.

레스티안은 지금부터 내 정체를 알아내려 노력할 테니까.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심플하게 말했다.

“나는 마왕이 되고 싶다.”

“마왕?”

“북쪽의 지배자가 되는 거다.”

바일의 목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마왕이라는 자리에는 관심 없다. 다만, 내가 마왕이 되기 위해서는 바일이 죽어야 하며, 만약 정말로 마왕이 된다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문제가 될 마족놈을 죄다 잡아 죽이는, 그야말로 깨끗한 청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제 레스티안이 요구했다.

“그렇다면 좋다. 네가 마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그리고 나는···.”

레스티안은 잠간 고민한 뒤 말했다.

“일단 보류하지.”

“보류한다고?”

놀란척을 하면 묻는다. 그러자 레스티안이 말했다.

“걱정할 거 없다. 이건 공정한 거래가 될 테니까. 일단 내가 원하는 건, 널 마왕으로 만들고 나서 요구하도록 하지.”

결국 옆에 엉겨 붙겠다는 소리였고, 내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거다.

“좋아.”

레스티안의 그 새하얀 몸을 위아래로 훑어 본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결코 인간은 안되는 머리의 뿔과 날개. 꼬리 따위에 시선을 준다.

저 정도쯤이야 소품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속편한 생각을 하며.



***



“첫번째 순환. 바르한이라 합니다.”

순환의 고리 흑마법사들. 그 첫 번째.

일단은 리치다. 하지만 하등한 언데드라 하기에는 너무나 오래 살았으며 대체 저게 몇 번째 몸인지도 알 수 없다.

바르한은 아주 강력한 흑마법사이며 동시에 리치였다.

그리고 하딘은 바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갑군, 바르한. 그 이름이야 많이 들었으니 서로 누구인지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 같군.”

어디까지나 검은 갑옷 뒤에서 만나 얘기한다.

바르한은 고개를 숙였고 하딘은 곧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순환의 고리에서 끌고 온 언데드 군대가 엄청난 양이더군. 그 언데드 군대와 내가 모은 수인들. 몬스터들로 저 인간들을 쳐야하는데. 앞장설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하딘님.”

“바일님은 리텐까지 밀어버릴 것을 명령했는데, 병력이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 싶은데.”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순환의 고리는,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죽은 자를 일으킬테니. 결국 저 인간놈들은 바로 어제까지 자기편이었던 군대와 싸우게 될 것입니다. 영원히.”

바르한의 음울한 목소리와 함께, 그 뒤에 도열한 다른 리치들 역시 비슷하게 웃기 시작했다.

표정은 없지만 일단은 웃는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하딘 역시 갑옷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다릴 것 없지. 나는 이미 준비를 마쳤으니 지금 즉시 놈들을 공격하도록 하지.”

그 순간, 머리 위로 백골들이 날아갔다.

와이번. 그것도 언데드 와이번들 이었다.

그리고 바르한이 말했다.

“이미 시작됐습니다. 저희 와이번 기수들이, 놈들의 머리 위에서 공포를 뿌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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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또 시작 4 +11 20.11.27 2,503 84 8쪽
112 또 시작 3 +4 20.11.27 2,336 86 12쪽
111 또 시작 2 +33 20.11.26 2,723 107 18쪽
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1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2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7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50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8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3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90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6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3 23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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