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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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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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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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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뜻밖의 침략자 4

DUMMY

회의실을 나온 일리안이 뒤도 보지 않고 향한 곳은 새로운 기사단이 훈련 중인 훈련소였다.

수도에서 거리가 좀 있지만 참을 수 없었다. 곧바로 마차가 준비되고 윤기 흐르는 말 12마리가 순식간에 렌부르크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도착. 곧바로 훈련소로 향한다.

생각보다 여성이 많은 이 기사단은 아직 단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단장은 오직 실력으로만 정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리고 훈련장이 훤히 보이는 숙소 건물의 3층. 일리안이 한달음에 간 곳은 바로 거기였다.

문을 연다. 그리고 거침없이 들어가자 창가에 서 있는 믿음직스러운 등이 보인다.

수행원은 놔두고 일리안만 방으로 들어선다. 스스로 문을 닫고 걸어가 그 옆에 섰다.

반갑다거나, 어서 오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니 말없이 옆으로 가, 섰다.

그리고 일리안은 진흙탕에서 엘프들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꽤 마음에 드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게다가 교관들도 상당히···.”

두명의 교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기척을 내뿜으며 기사들을 쥐잡듯 잡는 교관들.

심지어 그중에 한 명은 아직 어린 소녀인데 나이가 더 많은 기사들도 그 앞에 서면 고양이 앞의 쥐. 오우거 앞의 고블린 처럼 바짝 얼어붙었다.

“마족과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기사들이야. 저 정도는 해야지.”

일리안은 알고 있었다. 저 교관들이 이른바 용아병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측근들이라는 것을.

동시에 제국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어둠의 전당에서 마족과 악마에 대항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라는 것도.

하지만 수 시간의 거리를 달려 찾아온 이유는 이런 대화 때문은 아니다.

“드디어 북쪽이 움직였습니다.”

“···북쪽이?”

“예. 하지만 저희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니, 이미 놈들을 막아낼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움직였단 말이지? 어떤 놈들이?”

“올라온 보고에는 언데드라 합니다.”

“언데드라.”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모습이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다가 북쪽의 침공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리텐은 마족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포효의 벽에서 놈들을 막아내는 일도 없었다.

제국 역시 마족의 손에 떨어진다. 일렌 황태자. 동생이 황제가 되어 제국을 고스란히 팔아넘겼을 테니까.

룬하임은 어떤가. 그곳을 공격한 악마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그래도 룬하임은 현재 제국에 신관을 비롯한 성물을 아낌없이 지원 중이다.

거기에 엘프들까지.

다른 나라들에도 이미 리텐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갔다. 그들은 앞다투어 자기 나라에 잇는 신전을 통해 룬하임에 보호를 요청 중이지만, 룬하임이 보낼 지원은 제국이 거의 독점중이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도 결국은 제국의 눈치를 보며, 이번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성의를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국 전체가 안정되었다.

황권은 견고하다.

귀족들은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자신을 어필하려 한다.

반란자들은 사라졌다.

제국의 시민들은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묶여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러워 한다.

이 모든게 누구 덕분인가.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언데드라. 그 언데드들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예?”

“감히 어딜 공격하는 건지 알려줄 필요가 있어. 직접 가서 금방 처리해야지. 아직 기사단도 준비가 덜 됐으니.”

“하지만···.”

그야말로 무한한 은혜.

대체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한단 말인가.

그때, 일리안의 머릿속에 그게 떠올랐다.

사실 오늘 여기 찾아온 이유는 북쪽의 침공 소식에 대해 알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렌부르크 상공에서 벌어진 일.

바로 머리 위는 아니다. 저 멀리서 벌어진 일이지만 황성의 위에서도 보일 만큼 큰일이었다.

드래곤.

드래곤이 싸우는 그 장면.

하나는 레이튼님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달랐다.

백색의 뻗어나가는 아름다운 몸.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펼쳐지는 날개.

구름 위,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

하지만 싸움이라고는 해도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게 아니다.

이상하지만 일리안은 그 싸움이 애정처럼 보였다.

마치 남편이 집안 살림. 용아병같은걸 들고 나가고 집에 소홀하니 아내가 화나서 쫓아온 듯한 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왕과 왕비.

두명의 드래곤.

솔직히 말하자. 이것이 질투라는 감정임을.

일리안은 자신이 그걸 질투한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만 했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리춤의 검. 한시도 때 놓지 않는 그 검이 저 하얀 드래곤과 닮아 있었다.

가능하다면 저 먹구름을 열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저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허락되는 곳이 아니다.

드래곤은 영원히 산다.

자신은 그 긴 시간.

세월.

역사라 부를 수 있는 그 시간 속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질투한 것이다. 저 멀리 상공에서 싸우는 그 모습조차도.

저렇게 하늘 위를 같이 나는 것만으로도.

일리안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이게 질투이자 소유욕이라는 것을. 동시에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스스로 상기시키고 싶었다.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보고와 더불어 이런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레이튼님.”

“음?”

“혹시, 자식이 있으신가요?”

“···자식?”

그리고 일리안은 스스로 놀라버렸다. 자기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가 실로 원하던 것이었다.

“아니. 자식은 없어.”

“아··· 없으신···.”

자기도 모르게 몸이 조금 떨린다. 자신의 행동이 저열하다 느끼면서도 머리속에는 귀족들의 순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성은 여성을 여럿 둔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여성들 중 누가 가장 사랑을 받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또한 핏줄을 누가 먼저 잇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그, 그럼, 저어··· 꺅.”

순간,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작은 비명을 지른다.

배가 맞닿았고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자기도 모르게 더운 숨이 내뱉어졌다.

순식간에 하얀 드레스가 풀어져 나가며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난다. 허벅지 중간까지 하얀 스타킹을 끌어당겼고 가터벨트로 고정까지 해둔 속옷은 풀기 힘들 테지만, 그걸 풀어낼 필요도 없었다.

일리안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찔끔 감았다.

이렇게 보니 자신이 오늘 입은 속옷이 얼마나 대담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가리기는 하지만 비쳐 보인다. 제국의 공주라는 사람이 입을게 아니다.

이미 몇 번이나 살을 섞었다. 아침에 침을 흘리며 흐트러진 모습으로 배 위에서 깨어난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부끄러웠다.

그 몸을 제대로 가려주지도 못하는 속옷이 당겨지며 파고들고, 이내 옆으로 젖혀진다.

이어 느껴지는,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파고드는 감각조차도 낯설었다.

그렇기에 절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만 했다.

“부, 부탁드립니다.”

얼굴을 가린 손과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겨우 새어 나오는 말.

그리고 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아이. 허락해 주세요.”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은 말로 할 필요가 없었다.



***



옆에 잠든 일리안을 잠깐 바라본 뒤 생각에 잠긴다.

‘왜 벌써 쳐들어 왔을까.’

벌써 쳐들어왔다. 너무 빠르다.

먼저 앞서 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베린에 라티스가 없어서 그런건가? 놈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빨리 움직여야 할 필요가 생겼다거나.’

그 마왕 새끼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마왕이다. 내가 인간들을 공격해 죄다 죽여버리고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의 입장이다.

세워둔 계획이 있었고 그대로 하면 성공이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몰렉이 생각보다 일찍 죽었다. 몰렉이 라인하텐의 황제가 되고 리텐 역시 그 손에 넘어가야 했지만 실패했다.

라티스에게는 악마를 풀어 룬하임을 공격하라 했으며 동시에 테티스를 배신하라고 했다.

악마는 풀려났다. 룬하임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룬하임이 어째 전보다 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진 것이다.

게다가 라티스는 죽은건지 산건지 그 뒤로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 도망친 베린에게는 최후 통첩을 해야한다. 죽기 싫으면 이쪽으로 붙으라고.

베린에게는 엘프들을 공격함과 동시에 언데드를 만들게 해서 서쪽에서 진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이 모든게 실패.

전쟁의 최대 걸림돌인 인간들의 제국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라인하텐 제국은 리텐에 지원군을 보내고 있고 룬하임과도 동맹을 맺었다.

동시에 다른 인간들의 나라도 마족과 악마들의 동향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다.

라인하텐 제국은 대놓고 전쟁을 준비 중이다. 군비를 늘리고 군대를 늘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마족과 악마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엘프들을 자기네 나라로 데리고 갔다.

게다가 드래곤이 나타나 하늘 위를 날아다닌다.

몰렉은 일찍 뒤졌다.

라티스는 감감 무소식이다.

베린은 사라졌다.

인간들은 대 놓고 전쟁 준비 중이며, 최대 걸림돌인 라인하텐 제국이 엘프들과 함께 그 일을 주도 중.

심지어 정체불명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무언가가 돌아다니는 상황.

‘바일의 입장에서는 되는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안 좋지. 마족중에 하나 남은 하딘은 온전히 자기 부하로 만들었다 치고, 지금 테티스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을 거야.’

바일의 입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면 화병이 나서 코피 쏟고 죽어도 이상할게 없다.

다 실패했으니까.

‘조바심이 나서 공격을 감행한 건가? 언데드들이 쳐들어 왔다면 순환의 고리인데 왜 그놈들을 앞세우지?’

소설에서는 수인들을 앞세운다. 하지만 지금은 언데드다.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머저리도 아니고 무작정 공격 명령을 내린게 아닐테니까.

이게 직접 가보는 이유다.

동시에 언데드가 쳐들어 왔다면, 모조리 혈마수라결로 먹어 치울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순환의 고리의 리치놈이 거기 있다면 잡아다가 두들겨 패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군.’

바란 일은 아니었지만 기다린 일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지만 이쪽도 충분히 빠르다.

손을 뻗어 잠든 일리안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금방 눈을 뜨고 안겨온다.

눈 앞에 펼쳐진 일이 아니고 가본 적도 없지만, 북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는 듯했다.

어쩌면 더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

‘전부 실패한 좆밥 새끼 주제에 어딜 쳐들어와.’

실패하면 바닥으로 내쳐지는 게 세상이다. 그렇게 되기 싫어서 눈물도 죄다 땀으로 흘리며 살았다.

남들 잘 때 눈 빠질 때까지 대본을 보며 연습했다.

그렇게 해야 위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바일?

바닥으로 밀어 짓밟아 다시는 고개를 못 들게 해줘야 한다. 아니, 아예 흔적조차 없이.

“응.”

몸에 돌던 고양감이 옅은 신음을 듣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것들을 전부 일리안에게 쏟아부었다.

이미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하고 있지만, 내가 스스로 만족할때까지.



***



며칠 뒤 제국의 보급부대가 출발했다.

전체가 출발한 건 아니다. 일단 준비된 보급부대가 먼저 이동했고 그 뒤를 따라 준비되는 대로 이동한다.

무기. 식량. 물. 말. 공성 무기에 마법사. 신관. 그리고 온갖 물자들.

드래곤이 그려진 제국의 깃발이 높게 들리고, 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출동하는 제국의 군대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리텐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없었다. 제국이 강대국으로서 깡패처럼 행동하긴 하지만, 아직도 상황이 복잡한 리텐에게 이 보급 작전은 가뭄의 단비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급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고의 보급은 바로 마법사와 신관들이었다.

포효의 벽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말을 거의 혹사하다시피 해서 마차를 끌고 달려온 제국의 마법 병단과 룬하임의 신관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잠깐의 쉴 겨를도 없이 마법사들과 신관을 인솔해 온 제국의 귀족, 얀 베크 남작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라인하텐의 얀 베크 남작이라 합니다. 리텐의 든든한 우방으로써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마법사들과 룬하임의 신관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마법 병단과 룬하임의 신관들에 대한 전권은 위임하겠으니, 얼마든 필요할 때 지시하면 됩니다.”

전권을 위임한다고 한다.

세상에 이게 말이나 되는가.

와서 거드름이나 피울 줄 알았더니 알아서 고개 숙여가며 전권을 위임한다는 강대국이 세상 어디 있는가.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 날이 되자 제국의 기사들이 역시 말과 마차를 타고 달려오더니 미친 듯이 물자들을 내려둔다. 그것들을 까 보니 방한복에 기름. 심지어 장작까지 있었다.

“마손 자작님이 리텐을 위해 보급품을 미리 보내셨습니다.”

보급품을 끌고 온 기사가 그렇게 말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날 저녁이 되자 또 제국의 보급이 도착한다.

그리고 보급품들을 내려두는데 그 안에는 무기와 화살이.

아침이 되자 또 보급을 내려 두는데 거기에는 음식과 물. 심지어 술까지 들어 있었다.

“제국놈들이 단체로 미친게 아닐까요?”

부관의 말에 포효의 벽을 지키던 호손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대로, 정말 미친놈들인 거 같군. 하지만···.”

후작은 씨익 웃으며 새 방한복을 들어 올려 보이며 말했다.

“그 미친놈들이 우리 편이니 이렇게 든든하지 않나.”

이 말에 부관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상대해야 하는 놈이 돈 많은 깡패놈이면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돈 많은 깡패가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다.

나중에 이걸 빌미로 뭘 요구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저 후방에 앉아서 정치하는 놈들 입장이지 여기서 지켜야 하는 호손 후작과 기사들. 병사들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막말로 국적을 리텐에서 라인하텐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보급.

여기서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수준으로.

기사들. 병사들. 그야말로 완벽한 무장.

따뜻한 방한복. 좋은 무기. 넉넉한 기름. 장작. 화살. 음식. 물. 차가워진 몸을 녹여줄 술까지.

지금 이게 언데드와 대치중인게 맞나 싶을 정도의 호사.

“이러다가 여자까지 보내주겠는데.”

급기야 레인손은 이런 농담까지 했다.

분명 농담인데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주변 기사들이 그 말에 동조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룬하임 성전기사단, 단장. 디아나라고 합니다.”

“어서오십시오. 호손 란할 후작이라고 합니다.”

룬하임의 성전 기사단이 신관들과 함께 도착했다.

남자도 있지만 여자도 섞인 성전사들이다. 게다가 신관들중에도 여자가 많았다.

하얀 옷을 입고 거친 일을 하지 않은 룬하임의 여신관들은 여기서 하루종일 칼바람에 눈 맞으며 쇠와 부대낀 리텐의 남자들의 눈이 돌아가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금 저기서 언데드들과 대치중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군대. 그것도 최전방에서 근무하는데 어떻게 안 그러겠는가.

물론 아무리 여자가 고파도 들이대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성력을 불어넣어 준다며 손이라도 잡으면 육성으로 흐어어, 라는 소리가 나오는 기사들도 많았다.

이것으로 포효의 벽의 사기는 높아지다 못해 은빛산 꼭대기를 넘어 하늘을 찌르다시피 했다.

마법사들이 불을 피우고 먼저 온 신관들이 포효의 벽과 그 땅에 축복을 내리고 있었으며 여기에 성전사들. 그리고 넘치는 보급을 받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섞이자 이제는 이게 뚫릴 수는 있나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여자 앞이라 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근무를 시작한다.

그 여파일까.

지난 며칠간 부질없는 공세를 퍼붓던 언데드들이 뒤로 물러났다는 정찰조의 보고가 들어왔다.

이것을 들은 호손 후작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긴. 내가 언데드여도 여긴 안 올걸세.”

화살을 쏘는게 아니라 집어 던져도 될 정도로 많다. 기름도 보급받았으니 낡은 방한복을 찢어 기름을 먹인 뒤 불화살을 만드는 사치도 부렸다.

이 정도면 언데드가 아니라 마족. 아니, 악마가 와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풀어질수는 없었다. 호손 후작은 본인의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는 다르게 병사들과 기사들 앞에서는 여전히 호통을 치고 인상을 쓰고 다녔다.

긴장감을 풀지 않기 위해서다.

그가 왜 이런 중요한 곳에 와 있는지 여기서 드러난다.

“언데드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여기에 신이 강림해도 공격할 놈들이다! 그러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 따뜻한 옷을 입었다고 근무중에 조는 놈이 있으면 군법으로 다스려주겠다!”

쌍심지를 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돌아다니니 기강이 해이해질 수가 없다. 보급으로 받은 술은 창고에 넣고 꺼내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후작의 행동은 당연히 맞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온다!”

며칠 만에 해골들이 물려온다. 전과 같다.

몇 번이고 막아낸 해골들이다. 두려울게 없었다.

“죄다 죽여버려!”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몰려오던 해골들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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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1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06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2 103 12쪽
107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897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0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50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8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3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90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3 15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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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88 2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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